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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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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9,681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4.17 16:37
조회
1,196
추천
12
글자
9쪽

11회

DUMMY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내가 너무 자만했나?’

‘욕심이 지나쳤던 걸까?’


한참을 침묵하던 명훈이 한차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명훈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신 없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를 원한 것도 수석코치님께 그것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아.. 진작 이렇게 제 모자람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늦어 버렸군요..”


그런 명훈을 보며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보이는 김덕만 수석코치였다.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예?”

“감독대행님께는 바로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했단 말입니다.”

“..”

“딱히 슬럼프도 아니고 특별한 부상도 없는데 선수들이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럼 왜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한두 명의 선수라면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처럼 팀 전체가 그런 것이라면 답은 나와 있는 것이지요. 바로 팀 분위기가 엉망이라는 뜻입니다. 설마 했는데 지금 감독대행님의 표정을 보니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계셨던 것 같군요. 그럼 처음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처음 감독대행님이 부임하시고 하신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 바로 이형순의 타자전향과 타 팀들에게 대한 선전포고였지요. 물론 감독의 권한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시행하기에 앞서 한번이라도 코칭스태프와 상의하거나 조언을 구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럼 하나 묻겠습니다. 감독대행님은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명훈은 묵묵히 김덕만 수석코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김덕만 수석코치 또한 애초에 답을 바라지 않은 질문인 모양이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선발라인업을 짜는 것? 기발한 작전으로 경기를 승리하는 것? 그런 것이 과연 전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의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팀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리더가 중심을 잡고 팀을 하나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알바트로스는 어떻습니까? 감독대행님은 과연 리더입니까? 이제껏 감독대행님은 코칭스태프를 동료가 아닌 일개 부하직원으로서밖에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셨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셨지요. 코칭스태프는 단지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을 뿐이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코칭스태프들이 의욕이 생길까요? 그들은 수년간 팀을 위해 헌신하고 열정을 바쳐온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감독대행님께 이렇게 소외를 받는다면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감독대행님이 흔들릴까봐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들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자, 이제 아시겠습니까? 지금 감독대행님께서 하셔야 할 건 그들의 마음을 리더로서 보살펴 주시는 것입니다.”


긴 이야기를 토해낸 김덕만 수석코치는 명훈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박명훈 한심한 놈! 네가 진짜 야구마스터라도 되는 줄 착각한 거냐?’


비로소 명훈은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그동안 야구마스터의 능력을 게임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일까. 자신도 모르게 지금의 이 상황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랬다. 그래서 그렇게 독단적인 모습을 보였고, 팀을 이런 지경이 되도록 만든 것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의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용서를 구하는 게 우선이겠지.’


명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후우.. 결국 이 모든 것이 제 독단에서 비롯된 것이었군요.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제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런 명훈의 모습에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난 김덕만 수석코치가 명훈을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흠흠.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다시 자리에 앉은 명훈이 김덕만 수석코치에게 정중히 조언을 구했다.


“염치없습니다만 저로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수석코치님의 조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너무나도 정중한 명훈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덕만 수석코치였다.


“아직 늦은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면 되는 거지요. 음, 일단은 코칭스태프와 오해를 푸는 것이 우선인 것 같군요. 제가 근시일내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독대행님께서는 오늘 제게 보여주었던 만큼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들도 무엇이 팀을 위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니 감독님의 진심을 이해해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명훈이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역시 저와 코칭스태프들 간의 불화를 감지했기 때문인가요?”

“음, 그것도 맞습니다만 조금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요?”

“예.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감독대행님과 코칭스태프간의 불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선수들 간에 파벌다툼에 있습니다. 얼마 전 몇몇 프렌차이즈 선수와 비 프렌차이즈 선수들 간에 알력이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코칭스태프들이 사전에 차단하고 정리했을 터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그동안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골이 꽤나 깊어진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저와 코칭스태프의 불화가 해결되는 것만으로는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겠군요.”


잠시 머뭇거리던 김덕만 수석코치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제가 한 가지 요청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세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따르겠습니다.”


잠시 뜸들이던 김덕만 수석코치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바로 벤치클리어링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


명훈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사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두 파벌에서 나름 연차가 된 녀석들인데 그 녀석들이 제게 먼저 말을 꺼내더군요. 감독대행님께서 허락만 해주시면 알아서 상황을 만들어서 잘 해결해보겠다고 합니다. 녀석들 말로는 애초에 다투게 된 이유도 별것 아니어서 벤치클리어링을 통해 한바탕 하고나면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원래 남자들은 공통의 적을 상대로 함께 싸우고 나면 전우애가 생기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도 꽤 그럴듯하게 느껴지더군요.”

“벤치클링어링이라..”


잠시 고민하던 명훈이 결정을 내렸다.


‘과연! 그럴듯해. 잘만하면 제대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겠어.’


문득 명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혹시 벤치클리어링을 건의한 선수들이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김덕만 수석코치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참, 녀석들이 감독대행님께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더군요. 아무래도 선수입장에서 감독대행님은 어려운 대상이지 않겠습니까?”


‘하긴 지금의 내 이미지면 그럴 만도 하겠어.’


명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어쩌면 그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좋습니다. 그 의견대로 진행해보죠. 지금은 무엇이라도 시도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명훈에 결정에 김덕만 수석코치는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선수들에겐 제가 따로 지시하겠습니다. 이번 건은 저에게 맞기고 지켜봐 주십쇼.”

“부탁드립니다. 지금 제가 믿을 건 수석코치님 밖에 없네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차차 좋아질 겁니다.”


순간 무언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명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것을?”


주변을 살핀 명훈이 김덕만 수석코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내 김덕만 수석코치가 기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아니 그렇게 까지 하실 건..”

“하하.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죠. 아, 이건 비밀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이런 건 모르고 당해야 효과가 직방이거든요.”

“..”

“아마 다들 깜짝 놀라겠죠? 그 날이 정말 기대되네요. 후후.”


명훈의 의미심장한 미소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는 김덕만 수석코치였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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