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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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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9,705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5.14 20:25
조회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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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9회

DUMMY

시간이 흘러 알바트로스의 캠프 일정도 이제 사흘이 채 남지 않았다. 한 번의 홍백전과 한 번의 연습경기를 마치면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명훈으로서는 캠프 시작 전 말했던 옥석 골라내기를 마무리해야할 시점이었다. 그렇게 전지훈련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명훈은 한 가지에 중요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과연 누구에게 포인트를 써야할까?’


총 20포인트 중에서 10포인트는 이미 5선발후보인 이민욱에게 사용한 상태였고, 남은 10포인트는 예정대로 타자에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대상으로 아직까지도 이거다 할 만한 선수를 결정하지 못했기에 고민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여러 명의 후보를 저울질하느라 머리가 빠개질 것만 같았다.


잠시 차를 내리며 머리를 식히던 명훈이 얼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차라리 포인트를 여러 명에게 나눠서 사용해볼까?’


포인트 대상에 대한 결정으로 한참 골머리를 앓던 명훈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분명 비시즌기간에는 포인트를 부여하고 회수하는 것이 자유로우니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일이었고, 그렇게 명훈은 포인트를 나눠 몇몇 선수들에게 부여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생각만 그럴 듯 했지.’


애매하게 상승한 능력치로는 선수들이 변화에 대한 체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사실을 알고 있는 명훈의 눈에는 약간이지만 상승 된 능력치만큼의 발전이 눈에 보였지만 딱 그 뿐이었다. 이횡종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무언가 변화를 느껴 자신감을 갖게 되거나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멍청한 생각이었지. 이건 게임이 아니야.’


오히려 다시 포인트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능력치의 변화로 선수들의 감각에 혼란을 주었고, 해당 선수들은 한동안 단체로 슬럼프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선수들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란 명훈은 그 이후로 다시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기준이 10포인트라는 건 알았다.’


이 실험으로 명훈이 얻게 된 것은 최소한 10포인트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결국 처음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명훈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 선택으로 한 선수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랬다. 능력치부여는 명훈에겐 단순히 수많은 선수들 중에 한 선수를 B급에서 A급으로 만들어 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해당 선수에게는 앞으로의 야구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만한 큰 변화가 되는 것이다.


‘한번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지.’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매번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이전에는 그저 로스터를 짜는 입장에서 효율만 따졌을 뿐인 명훈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결정이 한 선수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것에 알게 되었고, 그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한동안 그 문제로 고생했지.’


명훈은 일시적인 결정 장애를 겪었다. 그리고 명훈이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는 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부담감을 짊어지는 것이 감독으로서 내 역할이다.’


사실 굳이 능력치부여가 아니더라도 명훈의 선택은 한 선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에 충분했다. 한 팀의 감독이라는 자리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런 부담감을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승화시켰을 때 명훈은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짝!


잠시 회상에 잠겼던 명훈이 스스로 뺨을 때렸다.


‘제길! 지나긴 일을 떠올려서 뭐해. 그것보다 이젠 정말 결정을 내려야 해!’


그야말로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였다. 더 이상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능력치를 부여받을 선수에게도 시즌 시작 전까지 바뀐 능력치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적어도 전지훈련이 끝나기 전에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전지훈련이 끝나고 시범경기가 시작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사실 시범경기만으로는 적응기간으로 모자람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명훈의 다급해졌다.


‘이참에 추싱수를 더욱 밀어줄까?’

‘아니면 타격이 부족한 엄태웅의 약점을 매워주는 것도 좋지.’

‘어쩌면 가장 능력치가 높은 선수이게 투자하는 게 효율이 좋을 지도 몰라.’


한참을 고민하던 명훈의 귀에 익숙한 바람소리가 들렸다.


붕~ 붕~


고개를 내밀어 창밖을 내다본 명훈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 시간까지?’


늦은 밤 숙소 밖 공터에서 홀로 배팅연습에 열중인 송광우의 모습이었다. 내일 예정 된 오전 훈련이 없는 만큼 늦게까지 개인훈련을 하는 듯 했다.


‘오늘 홍백전에서 2안타로 나름 괜찮았지 않았었나?’


명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명훈이 알기로 송광우는 저렇게까지 노력을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스스로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군.’


사실 선수가 훈련을 하는데 특별한 이유를 찾는 게 이상했다.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게 당연했다. 단지 그것을 실제로 저 만큼 행동으로 보이는 선수가 적을 뿐이다.


‘자존심인가?’


어쩌면 작년 후반기에 이형순에게 3루 주전 자리를 빼앗겼던 일이 송광우에게 심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런 송광우의 훈련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명훈이 문득 결정했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르는 법이지.’


별 다른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어차피 큰 차이가 없다면 이왕이면 가장 의욕이 넘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포인트로 능력치가 상승하면 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수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니까.


‘그럼 무엇이 좋을까?’


이제 남은 건 어떤 능력치에 포인트 쓰느냐 이었다.


‘송광우에게 부족한건 역시 선구안이겠지?’


짧은 고민 이후 명훈이 결정을 내렸다.


[선수명 : 송광우(우투우타)] [나이 : 31(군필)] [키 : 184cm] [체중 : 88kg]

[주 포지션 : 3루, 중심타선] [선수 선호 포지션 : 3루, 중심타선] [추천 포지션 : 3루, 중심타선]

[잠재력 : 만개] [특성 : 강견] [컨디션 : 상]

[특이사항 : 3루 주전을 되찾기 위한 욕구가 크다.]

[타자능력치 : 정확 78 장타 81 선구안 61+10 주루 54 수비 76 송구 82 정신력 75]


송광우는 준수한 수비력과 강한 어깨를 가진 유능한 3루수였다. 한 때는 유격수로 키워졌을 정도로 3루수로서는 충분한 수비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타격 재능 또한 뛰어났는데 배트컨트롤과 펀치력을 인정받아 매 시즌마다 3할 타율과 20홈런을 동시에 기대해볼만한 타자라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껏 한 번도 그런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룬 적은 없었는데 이유는 절망적인 선구안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했던 선구안은 군복무이후 더욱 떨어져 1군 선수들 중에서 리그 최저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타율과 출루율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지.’


실제로 송광우는 매 시즌 리그에서 볼넷을 얻어내는 횟수가 뒤에서 세손가락 안에 뽑히는 타자였다. 그러니 배트컨트롤과 펀치력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쓰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결국 작년 후반기 이형순에게 3루 주전 자리를 빼앗기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만약 송광우의 선구안이 리그 평균수준만 되었더라면 이형순은 3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나 1루수로 리그에 데뷔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만약 그 선구안을 일정수준까지만 올릴 수 있다면 그의 타격재능이 빛을 볼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어. 남은 건 송광우의 노력에 달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마무리 지은 명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침대에 몸을 편히 뉘였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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