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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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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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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86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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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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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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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4회

DUMMY

오재웅이 유창석을 향해 뛰쳐나감과 동시에 알바트로스와 데빌스의 더그아웃에서도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 아! 몸에 맞았어요! 유창석 선수의 제 2구가 오재웅 선수의 몸에 맞고 말았습니다. 오재웅 선수는 전 타석에도 몸에 맞은 볼이 있었거든요. 아! 벤치클리어링입니다. 오재웅 선수가 연속된 몸에 맞는 볼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운드를 향해 달려 나갑니다. 동시에 양 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확실히 유창석 선수에게 잘못이 있다고 봐야겠죠?

- 예. 그렇습니다. 평소의 유창석 선수라면 제구가 워낙 불안한 만큼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제구가 상당히 잘 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좀 전의 몸에 맞는 볼은 지나치게 깊었어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오재웅 선수는 최근 알바트로스를 상대로 5연속 도루에 성공한 상황이었거든요. 알바트로스 입장에서도 분명 쌓인 게 있었을 거예요.

- 아! 말씀드리는 순간! 알바트로스의 박명훈 감독대행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둔 상태입니다. 이건 확실히 벤치클리어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로 보입니다.

- 허허. 정말 재미난 일입니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우는 감독이 벤치클리어링에 참여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데요. 역시 메이저출신에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

- 이거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재미난 볼거리가 나오고 있는 잠실구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데빌스의 손일주 감독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글쎄요. 손일주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손일주 감독의 성향을 봐서는 이대로 침묵할 가능성도 큽니다.

- 아! 말씀드리는 순간! 손일주 감독을 대신해 데빌스의 박광우 코치가 박명훈 감독대행과 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 어어? 저..저.. 저거!

- 앗! 박명훈 감독대행이 박광우 코치에게 엎어치기를 시도했습니다! 두 감독과 코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뒤엉키고 있습니다! 아~ 지금 방송을 시청하시는 야구팬들께서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정말 보기 힘든 진귀한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 허허. 저도 야구중계를 오래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 선수들도 많이 놀란 표정인데요. 선수들도 두 감독과 코치 옆으로 들러붙고 있습니다. 이거 점점 분위기가 더욱 과열되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이 후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겠죠?

- 물론입니다. 사실 벤치클리어링이란 것이 어찌 보면 팬 서비스의 일환이거든요.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들 프로거든요. 금세 흥분을 가라앉히고 경기에 집중할 겁니다.

- 그렇군요. 조금씩 심판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 심판이 유창석 선수에게 퇴장을 지시합니다.

- 정당한 판정입니다. 2연속 몸에 맞는 볼은 충분히 고의성이 다분했거든요. 심판이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아! 그리고 박명훈 감독대행과 박광우 코치에게도 퇴장을 지시합니다.

- 이것 또한 정당한 판정입니다. 두 감독과 코치 때문에 벤치클리어링이 더욱 과열됐거든요. 아마도 경기 후에 가벼운 벌금이 부과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군요. 자, 그럼 알바트로스는 오늘 경기를 선발투수와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상당히 힘든 경기가 예상됩니다.


그런 캐스터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퇴장을 예상한 명훈은 이미 그 이후를 충분히 대비해 둔 상태였다. 덕분에 알바트로스는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경기는 명훈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유창석이 내려간 알바트로스의 마운드에는 부상에서 복귀한 조장훈이 올라왔다.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취해서일까. 조장훈의 포크볼은 무척이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4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조장훈은 9회 경기가 끝날 때까지 1실점으로 팀의 마운드를 책임져 주었다.


반면 데빌스의 에이스 니밧드는 벤치클리어링이 길어지면서 어깨가 식어버린 탓인지 급속도로 제구가 불안해지며 5회 2실점을 기록하며 조기 강판을 당하고 말았다. 한때 데빌스의 간판타자 김형수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며 1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면서 경기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싶었지만 그것도 이형순의 화려한 등장과 함께 끝이 났다. 이형순은 알바트로스가 2:1으로 앞선 8회 초 2사 만루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해 자신의 1군 첫 타석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며 팀의 승리에 쇄기를 박았다.


경기가 알바트로스의 6:1완승으로 끝이 나고, 타자데뷔전을 대타만루홈런으로 자축한 이형순이 이날 경기의 MVP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심은 알바트로스의 감독대행 명훈을 향해 쏠리고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끄신 알바트로스의 박명훈 감독대행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명훈 감독대행님. 오늘 경기를 승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 예. 감사합니다.

- 실례지만 지금 야구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인 만큼 과감히 질문 드리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는데요. 감독대행님께서 이례적으로 굉장히 터프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야구팬들의 관심이 정말 뜨거운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벤치클리어링은 경기 중에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또한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경기에 이기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 오늘 보여주신 모습만큼이나 굉장히 터프한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또 다시 오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물론입니다.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또 다시 같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 하하. 이거 너무 단호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질문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야구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오늘 타자로 전향 후 데뷔전을 치른 이형순 선수가 굉장한 활약을 보여주었는데요. 타자로 전향한 시기를 보니 감독대행님이 취임하신 직후이더군요. 이것은 감독대행님께서 이전부터 이형순 선수의 타자전향을 준비하시고 계셨던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

-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생각만은 아니었습니다. 이형순 선수의 타자전향은 박광수 전 감독대행님이 계실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오던 것이었습니다. 단지 그 시기가 제 취임시기와 겹쳤을 뿐입니다.

- 그렇다면 챔피언스와 트레이드를 할 시점부터 타자전향을 생각하고 계셨다는 건데요. 만약 이대로 이형순 선수가 타자전향에 성공한다면 챔피언스 입장에서는 조금 배가 아플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글쎄요. 물론 저는 이형순 선수가 타석에서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각자의 시선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하. 조금은 난감한 질문이었던 것 같네요. 양 팀 모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님이 타자로 전향한 이형순 선수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 음, 이번 질문의 답변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마지막 질문이 의외로 민감한 부분이었나 봅니다. 거침없기로 유명하신 박명훈 감독대행님께서 답변을 회피하시는 것은 처음 보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감독대행님을 난처하게 하는데 성공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하하.

- 음, 그렇게 되는군요. 축하드립니다.

- 하하. 화나신 건 아니죠?

- 물론입니다.

- 하하. 왠지 조금 무섭네요. 그럼 이상으로 인터뷰를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나운서 공소영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벤치클리어링은 선수단에 좋은 영향이 되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들에게 사라졌던 투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동료애가 다시 자리 잡았다. 그렇게 데빌스라는 공통된 적과의 싸움 과정에서 선수단 내부의 파벌다툼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전 선수들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선수들은 앞으로의 단합된 모습을 약속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알바트로스 팬 게시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팬들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형순의 타자전향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과 박명훈 감독대행의 투지에 감동했다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그렇게 팬들의 분위기는 팀을 믿고 더욱 열심히 응원하자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안팎으로 무척이나 좋은 분위기. 앞으로 한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알바트로스는 충분히 기세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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