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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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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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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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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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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DUMMY

12회말 2아웃 주자만루 풀카운트.


활처럼 휘어진 투수의 팔에서 쏘아져나간 공은 곧장 타자의 배트를 스치고 오각형의 홈플레이트를 지나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삼진! 쓰리 아웃! 게임 셋!


심판의 격정적인 몸짓과 함께 경기의 종료가 선언되었다. 10대 11. 장장 4시간의 혈투 끝에 경기는 원정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로서 알바트로스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최초의 19연패를 기록한 팀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그 오명을 피할 수 있었던 마지막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아웃을 당한 타자는 홈팬들의 시선을 회피하듯 고개를 숙인 채 타석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홈팬들이 결국 흥분을 참지 못하고 광기어린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 저 새끼 내일부터 당장 잘라!”

“시발! 다시 내가 내 돈 내고 이 닭대가리들 야구 보러 오면 사람이 아니다!”


알바트로스의 15년 열성팬으로서 응원팀의 역사적인 굴욕을 현장에서 지켜보게 된 명훈 또한 분통을 터트리긴 마찬가지였다.


“아오! 또 지네 또 져! 내가 살다 살다 10대 0으로 이기던 경기를 역전 당해 지는 경기는 오늘 처음 본다.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도대체 니들은 감독 목이 몇 개가 잘려야 정신 차릴래? 와.. 19연패라니 말도 않나오네. 진짜 팬질 할 맛 안 나게 한다!”



****



“항준이 걔는 절대 안 된다니까? 다리가 아무리 빠르면 뭐해? 머리가 없는데 머리가! 저딴 놈이 선발이니 팀이 이 모양인거야. 적어도 기본은 되는 놈을 써야지!”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궁시렁대는 명훈 때문에 미애는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럼 아예 자기가 감독을 하지 그래? 말로는 누가 못한다고."


지겹다는 듯 눈을 흘기는 미애가 보이지 않는지 명훈은 오히려 더욱 불타올랐다.


"시켜만 주면 내가 못할 거 같아? 내가 맘만 먹으면 지금 감독대행보다 100배는 잘할 자신 있다고! 내가 감독이면 적어도 쪽팔리게 19연패는 안 당해!"

"치, 하여간 말은 잘해요."


여전히 시큰둥한 미애의 반응에 반발하듯 명훈은 더욱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라니까? 내가 누구야. 자기도 알다시피 내가 왕년에 공주고 부동의 주전포수이자 주장으로서 팀을 청룡기 결승까지 끌고 간 역사적인 인물이잖아. 진짜 그놈의 무릎부상만 아니었어도 내가 지금쯤.. 아오!”

“아이고 왜 또 그 소리 안하나 했네. 그놈의 고등학교시절 얘기는 질리지도 않나봐.”


지겹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미애. 잠시 그런 미애를 눈치를 살피던 명훈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중요한건 내 야구지식이 웬만한 프로보다 낫다는 거지. 솔직히 알바트로스에 대해 한정하면 프로들보다 내가 더 나을걸? 그 놈들이 야구에 대해서 나처럼 제대로 공부를 했을 것 같아? 그냥 대충 자기 재능 믿고 감으로 하는 놈들이 태반이라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밥 먹고 야구만 하는 사람들인데 아무리 그래도 자기보다 못하려고.”

“아니 진짜라니까! 내가 알바트로스 경기만 몇 년을 봤어? 무려 25년이야. 알바트로스에 관한 것은 이 머릿속에 1군부터 3군 연습생까지 쫙~ 꿰고 있다 이 말씀이야. 아~ 정말 내가 감독이었으면 좋겠다. 일단 선수 놈들 정신 상태부터 뜯어 고쳐 놓은 다음에 기본부터 하나씩 딱딱 집중하면 적어도 지금 보다는 훨씬 나아질 텐데..”


손짓발짓까지 하며 열변을 토하더니 끝내 혼자 망상하는 단계까지 진입하는 명훈의 모습을 지켜보던 미애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기도 참, 알았어! 알았으니까 운전이나 집중해."


결국 미애의 항복 선언을 받아 낸 명훈이 무언가 한마디 더 꺼내려는 찰나였다.


"어?!"


옆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하던 택시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명훈이 뒤늦게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택시와의 접촉은 면했지만 뒤에 따라오던 차량이 문제가 되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명훈의 차량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던 트럭은 앞차의 갑작스런 급정거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명훈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여러 대의 차량이 연달아 앞차에 머리를 박았다. 무려 10중 추돌사고. 교통사고가 잦은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대형교통사고였다.


“으..”


다행히 에어백이 제 때 터져 주어 즉사는 면했지만 명훈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의식이 혼미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명훈의 머릿속에선 지금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 근데 알바트로스 이 새끼들 설마 내일 또 지는 건 아니겠지? 20연패까지 해버리면 진짜 쪽팔리는데.. 제발 그것만은 안 돼!’


그 순간 명훈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림메이커가 당신을 사용자로 선택합니다.]


그렇게 명훈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



"코치님? 코치님?"


명훈은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기척에 간신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로 험상궂은 인상의 머리를 빡빡 밀은 젊은 남자의 모습이 비췄다. 남자는 인상과 어울리지 않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명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갑자기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는 남자.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챔피언스에서 트레이드돼서 알바트로스에 입단하게 된 투수 이형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명훈을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투수? 이형순? 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여기가 어딥니까? 병원인가요?"

"아! 병원은 아닙니다. 코치님께 인사드리러 왔는데 코치님께서 코치 실 앞에 쓰러져 계시기에 제가 일단 방안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코치님 말씀 편하게 해주십쇼!"


'코치님?'


자신을 향한 뜬금없는 호칭에 당황한 명훈이 다시 의문점을 말하려는데 지독한 두통과 함께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무, 무슨?!'


갑자기 인상을 구기며 머리를 감싸는 명훈의 모습에 이형순이 깜짝 놀라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들어 잠시 이형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던 명훈이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음. 미안한데 내가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군. 내일 다시 찾아오겠나?"

"예!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코치님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이형순은 재차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사위가 조용해진 방안에선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머리가 깨질 것 같던 두통도 어느새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명훈은 관자놀이를 중지로 지그시 누른 자세로 생각을 정리했다.


‘분명..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 망할 택시새끼! 그럼 난 죽은 건가? 그럼 이건 환생? 아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이상하지.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제길! 그리고 도대체 이건 뭐야?’


명훈의 눈앞에는 수많은 텍스트들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라있었다.


‘무슨 설명이라도 해달라고!’


그 순간 명훈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어지럽게 펼쳐서있던 텍스트들이 사라지고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당신은 드림메이커의 사용자로 선택 되었습니다.]


‘드림메이커? 그게 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그런 명훈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텍스트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사용자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10분쯤 흘렀을까. 명훈은 드림메이커를 통해 주입받은 정보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나랑 미애가 죽었다는 거잖아. 젠장!’


그랬다. 그날의 사고로 명훈은 사망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훈은 드림메이커라는 시스템의 선택을 받았다.


‘내 간절한 소망이 이유라고?’


그렇게 드림메이커에 의해 명훈은 동명이인의 알바트로스의 신임수석코치로 다시 태어났다.


‘아니, 태어났다는 말은 이상한가. 일종의 평행세계라고 봐야겠어.’


하지만 지금의 명훈에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의 이전 삶의 인연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무엇보다 이 세상은 더 이상 그의 사랑하는 아내 미애는 없었다. 그는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냥 다시 죽을까.’


명훈이 실의에 빠져 절망하던 그 순간. 드림메이커가 작동했다.


[사용자의 정신보호를 위해 사용자의 기억을 일부 제한합니다.]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잠시 후 명훈의 머릿속에서는 교통사고와 죽음, 새로운 삶에 대한 의문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야구에 관한 열정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명훈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이건 기회야! 예전부터 내가 항상 바라던 거였어. 좋아! 알바트로스! 나 박명훈이 제대로 바꿔주마!’


2014년 명훈과 알바트로스의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공모전 참여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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