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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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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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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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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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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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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DUMMY

도미니카에서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명훈을 반긴 건 그동안 밀린 업무였다. 내년시즌 구상, 육성군의 훈련, 전지훈련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내부 FA선수에 대한 단속이었다.


올해 알바트로스에서 FA자격을 얻은 선수는 단 한명. 바로 외야수 김혜자였다. 단 한 명뿐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올 시즌 김혜자는 알바트로스 외야진의 핵심중의 핵심이었다. 알바트로스가 내년 시즌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김혜자는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었다.


사실 올 시즌 전, 아니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김혜자는 팀의 흔한 대타자원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랬던 김혜자가 각성한 것은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부터였다. 2010시즌 재규어스에서 알바트로스로 트레이드 된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던 김혜자는 올 시즌 타격폼에 대폭 수정을 가했다. 그리고 새로운 타격폼이 자리 잡은 후반기부터 김혜자는 그야 말로 신들린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시즌성적 80경기 300타수 3할 15홈런 출루율 4할 장타율4할7푼. 후반기부터 주전으로 출장한 탓에 타석수가 조금 모자라다는 점을 제외하곤 누가 보더라도 리그 A급 외야수로서 부족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주력과 수비력이 조금 아쉽다는 약점도 있었지만 후반기 그가 보여준 타격능력만으로 그의 존재 가치를 말하기에 충분했다.


구단의 전력분석팀은 이런 김혜자의 각성의 이유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근거를 들었다.


첫 번째. 스윙궤적의 변화였다. 이전까지 김혜자는 높은 컨택율을 목표로 다운스윙에 가까운 레벨스윙을 해왔던 선수였다. 그러던 것이 올 시즌 팀에 합류한 장정훈 타격코치의 권유로 어퍼스윙으로 타격 폼을 바꾸게 되었다. 그 결과 김혜자의 타구발사각도는 10~15도에서 25~35도로 크게 변화했다. 이 수치가 유의미한 이유는 홈런생산에 있었다. 2014시즌 기준 레벨스윙, 다운스윙(10~20도)의 홈런비율이 1%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어퍼스윙(20~35도)의 홈런비율은 무려 11%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김혜자는 컨택형 타자에서 거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두 번째. 공인구 변화였다. 한국프로야구는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꾸준히 투고타저 현상을 겪고 있었다. 숨 막히는 명품 투수전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결국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야구는 홈런이 빵빵 터지는 타격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KBO는 점점 떨어지는 야구의 인기 감소의 원인을 공인구에서 찾았다. 매년 줄어드는 홈런 숫자에 위기감을 느낀 KBO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3시즌부터 공인구의 반발력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KBO는 그 사실을 절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선수와 야구관계자들은 그것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그 증거로 2013시즌부터 타자들의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인플레이가 된 타구가 안타가 된 비율)과 타구속도가 몰라보게 상승했다. 실제로 2012시즌과 대비하여 2014시즌을 비교하면 무려 BABIP이 3푼이나 증가하였고, 타자들의 타구속도는 10km 가량 증가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이득은 본 것은 김혜자와 같은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이었다.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은 대체적으로 플라이볼 비율이 높았는데 공인구 반발력의 증가로 인한 타구속도의 증가로 플라이볼 대비 홈런비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로 이전 시즌에 대비 1.5배나 증가한 홈런이 생산되었으니 KBO는 목적을 이루는데 성공한 셈이었다.


김혜자의 경우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인이 상승작용을 이뤄낸 케이스였다. 타격폼의 변화로 발사각도가 상승하고 공인구 반발력의 변화로 인한 타구속도까지 증가했다. 그렇게 증가한 김혜자의 평균타구속도는 무려 155km. 이 수치는 리그 20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김혜자의 타격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로 인해 컨택형 타자였던 김혜자는 홈런과 2루타를 양산하는 중장거리 타자로 변모하였고,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가 되었다.


물론 아무리 공인구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스윙궤적을 바꾼 것만으로 성적이 좋아질 정도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레벨스윙을 어퍼스윙으로 바꾸면 그만큼 컨택율이 떨어지고 삼진율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김혜자는 어퍼스윙으로 바꾼 뒤 오히려 컨택율이 상승하고 삼진율이 떨어지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바탕에는 마지막 요인인 선구안의 발전이 있었다. 타격폼을 어퍼스윙으로 수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컨택율이 떨어지는 것을 염두에 둔 김혜자의 타격 마인드가 좀 더 신중하게 바뀐 것이다. 그 결과 김혜자는 2014시즌 볼에 대한 스윙비율을 이전 시즌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혹자는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타격폼과 선구안이라면 이전에는 왜 바꾸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타자의 타격 매커니즘이라는 것은 그렇게 답이 딱딱 떨어지는 수학문제가 아니었다. 타격폼의 수정, 공인구의 변화, 선수의 심리 변화 등등의 여러 가지요소가 그 동안 흘린 땀과 더해져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들었기에 김혜자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KBO의 반응을 보아 앞으로 다시 이전의 공인구로 바뀔 가능성이 없어보였고, 김혜자도 바뀐 타격폼에 대해 완벽히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김혜자는 실패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FA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동안 보여준 게 적고 나이도 많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사인을 받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전 시즌 거액을 주고 FA로 영입한 이용구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주전급 외야수가 없는 알바트로스 입장에서 김혜자는 내년시즌 알바트로스 외야진에 꼭 필요한 선수였고, 꼭 잡아야 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명훈을 비롯한 코치진과 프런트가 모두 같았다.


오랜만에 합심한 명훈과 구단프런트는 속전속결로 김혜자와의 FA계약을 진행했다. 구단 프런트는 협상의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줄다리기 없이 첫 미팅부터 꽤나 완성된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구단의 성의에 만족했다는 듯 김혜자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계약에 사인했다. 계약금 3억, 연봉 1년차 1.5억, 2년차 2억, 3년차 2억, 총액 8.5억으로 구단과 선수 모두 만족스런 계약이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김혜자의 성적에 비해 계약규모가 짜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김혜자가 제대로 된 성적을 보여준 기간이 겨우 반 시즌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팬들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김혜자와의 계약으로 알바트로스의 내부FA단속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급하게 내부FA계약이 이뤄진 배경에는 코앞으로 닥친 외부FA를 준비하기 위함이 있었다.


이번 시즌은 유독 많은 FA가 외 FA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즌이었는데, FA신청 자격취득인원만 무려 21명이었고 그 중에 FA자격을 행사한 인원이 19명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2012시즌 17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그 덕분에 이번 외부FA시장에서는 한 구단이 무려 최대 3명의 FA를 영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라인업에 여기저기 구멍이 많은 알바트로스로서는 이번 FA시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프런트는 어떤 선수가 외부FA시장으로 나올 것인지, 그리고 알바트로스에 가장 보강이 시급한 포지션이 어디인지에 대한 토론이 한창일 것이 분명했다.


물론 명훈 또한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FA관련된 일은 구단프런트의 영역이었지만 감독정도면 어느 정도 끼어들어 조언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명훈은 되도록 투수, 그중에서도 선발투수를 우선해서 보강해줄 것을 구단에 요청했다.


며칠 뒤 외부FA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대구 돌핀스 - 선발투수 배왕수, 불펜투수 권민

서울 챔피언스 - 외야수 이정열

서울 엔젤스 - 내야수 박경순

인천 드래곤스 - 불펜투수 이재윤, 내야수 나주원

부산 골리앗스 - 선발투수 장일준, 불펜투수 김소율, 내야수 박지혁

광주 재규어스 - 선발투수 송형범, 포수 차일만]


반면 원소속구단과 사전협상으로 잔류한 FA명단은 이러했다.


[돌핀스 - 선발투수 윤성훈, 불펜투수 안주만, 내야수 조용찬

드래곤스 - 내야수 최장, 외야수 김강만, 외야수 조용화

엔젤스 - 외야수 박용탁

알바트로스 - 외야수 김혜자]


알바트로스는 이 중 선발투수 배왕수와 3년 21억5000만원, 선발투수 송형범과 4년 32억, 불펜투수 권민과 4년 32억의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외로 프런트가 명훈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준 결과였다. 당연하게도 명훈은 이 결과에 만족했다.


‘최상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기대이상이야.’


사실 명훈이 가장 바랐던 것은 최정상급 선발투수인 윤성훈과 장일준이었다. 하지만 윤성훈은 원소속구단과 사전협상으로 외부FA시장에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영입이 불가능했고, 장일준의 경우 몸값이 100억에 달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영입이었다.


그렇게 보면 남은 투수 매물 5명 중에서 가장 평가가 높은 3명을 모두 데려온 것이니 이 정도면 프런트 입장에선 최선의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젠 더 이상 핑계할 것도 없어.’


이번 FA계약으로 구단은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확실한 성과를 보여라!’


그 성과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7년만의 플레이오프 복귀. 그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런 지원에도 명훈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은 오로지 명훈이 감당해야할 문제였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통 큰 지원이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부담을 느끼는 명훈이었다. 하지만 이내 곧 다른 한 가지 사실에 집중했다.


‘이젠 해볼 만하겠어.’


드디어 알바트로스에도 다른 구단과 제대로 싸워볼만한 전력이 갖추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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