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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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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최근연재일 :
2024.09.14 22:48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93,737
추천수 :
27,047
글자수 :
280,608

작성
24.08.09 19:10
조회
2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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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글자
12쪽

012. 물자 파밍

DUMMY

해가 저물고 밤이 내렸다.


오물오물.


시우는 여자 화장실 한쪽 구석에 앉아 핫도그를 먹었다.


진수와 서린도 각자 하나씩 핫도그를 쥐고 있었다.


셋 다 소스 취향이 달랐다.


시우는 설탕만, 서린은 케첩만, 진수는 설탕과 케첩 모두.


진수는 말없이 핫도그를 먹으며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뜬 숫자를 살폈다.


❨₩94,500❩

❨₩4,000❩


서린은 기존 115,000원에서 치즈 핫도그(4,500원) 3개를 사고, 기본 핫도그 (3,500원) 2개를 사서 94,500원이 됐다.


시우는 치즈 핫도그 하나를 사며 4,000원이 됐고.


여담으로 시우는 말을 잘 못하니 주문에 문제가 있을까 우려됐지만,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어찌어찌 됐다.


하여튼 두 사람 다 보유 금액이 소폭 깎였다.


“······.”


진수는 시선을 돌려 게임창을 보았다.


⏱ : D-360

₩ : 17,288,210/300,000,000


[재정 관리표]

|← 2025년 6월 29일(일) →|

•[수입] (+)₩1,868,660 : ‘알 수 없는 시설’ 철거비

•[지출] (-)₩2,500,000 : ‘기본 화장실’ 설치비

•[지출] (-)₩12,000 : ‘기본 화장실’ 일일 관리비

•[지출] (-)₩1,500,000 : ‘핫도그도그’ 설치비

•[지출] (-)₩10,000 : ‘핫도그도그’ 일일 관리비

•[수입] (+)₩29,500 : ‘핫도그도그’ 상품 판매금

•[지출] (-)₩94,908 : 세금

─────────────

※총수입 : ₩1,898,160

※총지출 : ₩4,116,908

※손익 : (-)₩2,218,748

─────────────


‘절망적인 손익이구만.’


오늘은 시설 2개 들인다고 큰돈이 나갔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하루 220만 원 손해는······ 굉장히 뼈 아팠다.


이대로 돈이 줄줄 새기만 한다면 1,700만 원 남짓 남은 자본금이 바닥나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제발 버그도 똑같이 적용 돼야 할 텐데······.’


진수가 믿는 건 하나였다.


게임 상에 존재하던 버그.


그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몸속 핸드폰을 불러냈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밤 9시 31분밖에 되지 않았다.


버그를 확인하려면 2시간 반은 더 있어야 했다.


“에어컨 바람 계속 쐤더니 좀 으슬으슬하네요.”


서린이 닭살이 돋은 팔을 비비며 말했다.


진수는 게임창에서 시선을 거두며 대꾸했다.


“그렇네요. 추우면 잠깐 나가서 더운 바람 쐬고 오세요.”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녜요. 내일 날 밝거든 마을에 가서 이불 몇 개 들고 와야겠어요.”

“같이 가시죠. 이불 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들고 올 게 많을 것 같은데.”


진수는 시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시우야, 넌 괜찮아? 안 추워?”


끄덕끄덕.


“음. 그럼 다행이고.”


녀석은 매점에 딱 하나 있던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덕분에 에어컨 바람에도 그다지 춥지 않은 모양이었다.


세 사람은 불 켜진 여자 화장실에 앉아 사사로운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당분간은 여자 화장실을 생활 공간으로, 남자 화장실은 화장실 겸 욕실로 쓰기로 했다.


[23:55:14]


어느덧 밤이 늦어졌고, 날이 바뀌기까지 5분 남짓 남았다.


시우와 서린은 잠들었다.


담요를 나눠 덮은 채 타일 바닥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다.


진수는 아직 깨어 있었다.


그 역시도 졸렸다.


하지만 ‘버그’가 작용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안 자고 있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자.”


긴장돼서 안 되겠다.


진수는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훅 느껴졌다.


이런 열대야에서 그간 어떻게 잤던 거지?


스스로도 어이없게 느껴졌다.


그는 불 꺼진 ‘핫도그도그’ 점포를 흘겨보았다.


차단막이 내려갔고 빵긋빵긋 웃어대던 노랑머리 아가씨도 사라졌다.


저렇듯 스낵코너와 푸드코트의 점포들은 밤 9시가 되면 장사를 접는다.


야간 장사를 하려면 점포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고, 야간 알바도 따로 뽑아야 했다.


일일 유지비가 올라가 버리니 당장은 할 필요 없는 작업이다.


탁탁. 치이익.


그는 불붙인 연초를 입에 문 채 장벽 위로 올라갔다.


주위를 쓱 훑노라니.


‘조용하네.’


암흑 낀 세상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구울의 기척도 사람의 기색도 찾을 수 없다.


‘이 근방에 살아 있는 사람은······ 아마도 더 없겠지.’


진수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시골 동네였다.


시골이란 기본적으로 청년층보단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장소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을 무시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렇대도 그들은 이번 아포칼립스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번 아포칼립스 사태는 너무 급작스러웠던 데다, 상식을 퇴색시키는 전대미문의 엽기 사건이니까.


노인들의 적응력으로는 따라가기 힘들었으리라.


어어? 이게 뭔? ······하다가 망할 구울들에게 해코지 당했겠지.


“왜 이딴 일이 일어난 거야······.”


때때로 이놈의 좆같은 세상 콱 망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굉장히 철없는 생각이었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던가?


아무리 엿 같은 세상이라도 망한 것보단 안 망한 게 21억 배는 나았다.


담배를 다 피운 진수는 꽁초를 털어 끈 뒤 여자 화장실로 돌아갔다.


[00:01:43]


시간은 마침내 자정을 넘겼다.


그는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꼴깍 침을 삼켰다.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으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화장실 저 구석에서 누워 자는 두 사람이 보였다.


진수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머리 위를 확인했다.


❨₩115,000❩

❨₩8,500❩


“아아······.”


철퍼덕.


진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됐다.”


두 사람이 소모했던 금액이 원상복구 돼 있었다.


게임 속 버그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구현된 것이었다.



***



“버그요?”

“네. 날이 바뀌면 휴게소 방문객들의 보유금이 리셋되는 버그에요. 소진한 돈이 도로 채워지니 자정 전에 방문한 손님들은 돈을 두 번씩 쓰게 되죠. 그래서······ 음. 아닙니다.”

“네?”

“아뇨. 별 얘기 아니었어요.”


진수는 “그래서 야간 개장 업그레이드를 웬만하면 해주는 게 좋아요. 돈을 2배로 벌 수 있거든요.” 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


서린은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내가 어제 핫도그 5개 산 돈이 다시 보충됐다 이거네요?”

“맞아요. 그리고 오늘부터 서린 씨는 11만 5천 원을 매일매일 다 써주셔야 합니다. 시우도 마찬가지고요.”

“어차피 돈은 내일 되면 다시 생기니까?”

“그렇죠.”


서린은 잠시 셈을 하더니 작게 탄식했다.


“치즈 핫도그 하나에 4,500원이었으니까 11만 5천 원 다 쓰려면 하루에 25개씩 사야겠네요.”

“그렇게 되나요? 네, 그래 주시면 돼요.”

“셋이 나눠 먹어도 인당 8개가 넘네요.”

“아침에 2개, 점심 저녁에 3개씩 먹으면 딱 맞겠네요.”

“으······.”


그녀는 약간 질린다는 표정이 됐다.


“매일 그렇게 먹으면 한 달도 안 돼서 몸이 핫도그처럼 변할 거예요.”

“쫄쫄 굶는 것보다야 백배 낫죠.”

“쩝. 그건 그래요.”


진수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자본금이 좀 쌓이고, 수급되는 돈도 늘면 다른 점포랑 시설들도 놓을 거니까요. 나중에 푸드코트 차리면 다른 메뉴들도 드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돌솥비빔밥도 있어요? 난 휴게소 가면 그것만 먹거든요.”


서린이 잔뜩 기대한 말투로 물었다.


진수는 피식 웃었다.


“어디 돌솥비빔밥뿐일까요? 별별 메뉴가 다 있어요, 이 게임엔.”

“오······.”

“지금부턴 목소리 좀 낮추도록 하죠. 남은 구울이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아, 네.”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중앙분리대를 넘었다.


뒤이어 가드레일도 넘고, 고가도로와 마을을 잇는 비탈면을 내려갔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핀다.


다행히도 구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진수 씨.”


서린이 소곤대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왜요?”

“진수 씨가 더 많은 돈을 벌려면 나랑 시우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한댔잖아요.”

“그렇죠. 최소한······ 30명은 있어야 할 거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손님들의 보유금은 순전히 랜덤이다.


어떤 사람은 몇 천원 뿐이고, 어떤 사람은 10만 원도 넘지.


다만, 대체로 20,000~40,000원 사이 금액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 : D-359

₩ : 17,301,035/300,000,000


오늘로써 대출금 상환일까지 359일.


채워야 할 액수는 2억 8천 남짓이다.


1인당 3만 원씩 보유했다고 가정할 시 일수(日收)는 90만 원이 된다.


359일이면 간신히 3억 2천쯤.


그러니까 휴게소에 돈을 써줄 고정 인원을 최소 30명은 확보해야 했다.


그래야 빚도 갚고 건물도 올리고 할 테니까.


“30명이라······.”


서린이 말꼬리를 끌더니 몇 초 뒤 붙여 말했다.


“그만큼이나 모을 수 있을까요? 재수 없는 말 하긴 싫지만, 그 일 터지고 마을에서 산 사람을 거의······, 아니 한 명도 못 봤거든요.”

“······.”


그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진수 역시 알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잖은가?


구울도 사람도 없이 텅 비어버린 유령 마을이.


“네. 이 마을엔 없겠죠. 그러니까 어디서 구해서라도 와야죠.”

“음.”

“여기가 윤암3리라고 했죠?”

“맞아요. 윤암3리.”

“윤암2리도 가보고 윤암1리도 가보고 해야죠. 여차하면 옆 마을도 가보고요. 설마하니 산 사람 30명이 없겠습니까.”


진수는 짐짓 긍정적인 목소릴 냈다.


서린도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네요. 요 근처에 점곡 읍내도 있고 옥천 읍내도 있으니까. 분명 우리 말고 생존자가 더 있을 거예요.”

“네. 없어도 만들어 내야죠. 저 집부터 뒤져보죠.”

“알겠어요.”


어느새 마을에 접어든 두 사람은 제일 먼저 보이는 빈집으로 향했다.


따로 대문이 없는 집이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개집이 보였는데, 개는 처참하게 죽은 상태였다.


“불쌍해라······.”

“쯧.”


살점이 다 파여 뼈가 드러난 목.


그 목에 아직도 걸려 있는 목줄이 참 야속해 보였다.


저것만 없었어도 달아났을 텐데.


“저는 저 창고부터 뒤져볼게요. 서린 씨는 집안에서 쓸모 있는 물건들 좀 찾아봐 줘요.”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빈집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걱정 마요. 구울들이 내가 예뻐서 살려준 게 아니거든요. 또 이렇게, 비장의 무기도 챙겨 왔고요.”


서린이 어깨에 걸린 어떤 물건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건 물총이었다.


카니발에 실려 있던 것으로 본래 주인은 시우였다.


아마 캠핑 가서 물놀이할 때 쓰려고 챙겼던 것이겠지.


시우에게 허락받고 챙겨 온 저 물총엔 간장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간장 + 물총.


낱말만 보면 허접해 보이지만, 구울들을 상대론 요긴하게 쓰일 게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죠.”

“네! 진수 씨도 조심하세요.”


서린은 빈집으로 들어갔고, 진수는 마당에 있는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오, 리어카.’


그는 제일 먼저, 창고에 박혀 있던 리어카부터 끄집어냈다.


작가의말

오늘 쪼끔 늦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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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단합력 +53 24.09.06 18,170 659 15쪽
35 035.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3) +101 24.09.05 18,560 770 24쪽
34 034.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2) +54 24.09.04 18,742 653 15쪽
33 033.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 +56 24.09.03 19,212 726 15쪽
32 032. 뉴페이스(3) +53 24.09.02 19,713 683 17쪽
31 031. 뉴페이스(2) +44 24.09.01 20,084 679 18쪽
30 030. 뉴페이스 +26 24.08.30 20,481 701 16쪽
29 029. 읍내 진입(3) +37 24.08.29 20,091 750 15쪽
28 028. 읍내 진입(2) +29 24.08.28 20,169 721 15쪽
27 027. 읍내 진입 +35 24.08.27 20,485 679 15쪽
26 026. 몰이사냥(3) +25 24.08.26 20,294 697 13쪽
25 025. 몰이사냥(2) +27 24.08.24 20,779 652 14쪽
24 024. 몰이사냥 +10 24.08.23 20,730 631 13쪽
23 023. 게임의 활용(2) +22 24.08.22 20,769 683 13쪽
22 022. 게임의 활용 +15 24.08.21 20,937 623 15쪽
21 021. qqq를 구하라(3) +23 24.08.20 20,829 663 15쪽
20 020. qqq를 구하라(2) +17 24.08.19 20,887 583 14쪽
19 019. qqq를 구하라 +22 24.08.17 21,363 632 14쪽
18 018. 거주민 입성(3) +27 24.08.16 21,383 649 16쪽
17 017. 거주민 입성(2) +26 24.08.15 21,346 6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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