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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최근연재일 :
2024.09.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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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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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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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32. 뉴페이스(3)

DUMMY

“아이고, 마 덕분에 살았십니데이. 상득아, 이 셰끼야. 옆으로 더 붙어라! 니 땜에 비좁아 하신다 아이가!”

“아, 아니 형님. 지금도 최대한 붙은 건데······ 윽! 알겠습니다.”


길에서 주운(?) 세 사람.


두 명은 진수와 함께 뒷좌석에 타고, 나머지 한 명은 트렁크에 태웠다.


그들은 구울을 떨쳐내기 위해 간장을 뒤집어쓴 상태였는데, 그 때문에 냄새가 지독했다.


창문을 다 열었는데도 짠내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냄새 난다는 이유로 버리고 가기도 뭣해서 참고 가는 중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구석으로 안 붙으셔도 돼요.”

“아이고, 아닙니다. 더러운 놈들은 더러운 놈들끼리 붙어야지예. 근데 세 분은 때깔이 반딱반딱 하십니다?”


진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운전하던 대성이 백미러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세 분은 어쩌다가 길가에 계셨던 겁니까?”

“하이고, 말도 마이소!”


금목걸이를 찬 남자가 대답했다.


“지금 읍내가 완전히 난리가 났다 안 캅니까? 웬 거인 새끼가 튀어나와가 집이란 집은 다 때려 부순다카이. 시바꺼, 우리도 원래 일곱이었는데 넷이나 죽어부렸으요.”

“유감이군요.”

“유감은 죽은 놈들이 유감이지 뭐.”

“저기 그런데요.”


조수석에 탄 서린이 불쑥 말했다.


“왜요, 아가씨?”

“혹시 세 분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성함? 이름 말이요?”

“네네.”

“나는 김영기고, 여기는 내 동생 최상득이. 뒤에는 우리 막내 박진오.”

“저······ 형님. 진오가 아니라 진호입니다.”

“그래, 내가 진호라 안 카드나?”

“방금 진오라고 하셨는······.”

“이기 귓구멍이 막혔나? 내가 언제 진호라 켔노? 박진호! 이켔지! 맞나 아이가?”

“마, 맞습니다······.”


사내들이 투덕대는 사이, 진수와 서린, 대성은 눈빛을 교환했다.


‘역시 그 인간들인가 본데요?’

‘그러게요.’

‘쓰읍. 어쩐담.’


첫인상에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이들은 하나로마트에서 전명환 일행과 함께 생활했던 껄렁배들이었다.


전명환이 말하길, 이들은 처음부터 마트에 있지도 않았단다.


사태 발발 7일 차에서야 마트에 왔다고.


그런데 객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가게 주인인 양 행세하며 강압적으로 굴었다고 한다.


식량과 물자를 통제하고, 사람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등 노골적인 차별을 일삼았댔지.


다만, 저들이 악행만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싸움꾼 특유의 호전성과 담력으로 마트에 몰려드는 구울만큼은 확실하게 막아냈다고 했으니.


진수도 저들이 구울 사냥에 나름 공을 들였다는 걸 눈으로 봤기에 알고 있었다.


‘일단 한번 지켜보자.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으니까.’


진수는 자신이 선입견을 품고 있음을 겸허히 인정했다.


들은 얘기도 있고, 저들의 겉모습도 건달 같았으니까.


그러나 사람을 색안경 끼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저들이 말투는 투박해도 진수 일행에게는 싹싹하게 굴고 있었다.


전명환 일행의 말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판단은 시간을 두고 저들의 행실의 지켜본 뒤에 내려도 늦지 않을 듯했다.


“저기······.”


트렁크에 짐과 함께 구겨져 탄 박진호가 말문을 열었다.


“이 차 말인데요. 그······ 휴게소로 가는 거 맞지요?”

“네, 맞습니다. 알고 불러세운 거 아닌가요?”

“아, 예예. 그랬지요. 혹시나 해서요.”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덧붙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어제 사람 몇 명 읍내에서 실어 가지 않으셨습니까? 남자 다섯에 여자는 넷쯤 되고······.”

“마! 가만 입 다물고 있으라. 이분들 귀찮게 하지 말고. 뭔 말이 그리 많노?”


김영기가 박진호의 말을 끊었지만, 진수는 대답했다.


“예. 그랬죠. 혹시 세 분 전명환 씨라고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크흠.”


김영기가 낮게 기침한 뒤 대답했다.


“예, 알고 있지요. 우리랑 같이 살았었습니다. 명환 아재 이름 나오는 거 보니 그 양반들 무사히 휴게소까지 갔는갑네예. 아따, 다행이데이. 안 글나? 안 글나?”

“예예······ 다행, 다행이죠.”


사내들은 어딘가 찜찜한 표정이었다.


한편 진수는 불쑥 의문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 휴게소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왜 이제 와서 휴게소로 가려고 할까?


오갈 데가 없어져서 그냥 한 번 가보려는 걸까?


“그, 뭐시기냐. 혹시 명환 아재가 우리에 대해서 뭐 얘기한 거 있습니까?”

“뭐······ 들은 게 있긴 하죠.”


진수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저들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서.


김영기가 얼른 손사래 치며 말했다.


“행여나 나쁘게 말했다면 그거 다 오해입니데이.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요.”

“네네, 설명은 이따가 하시죠. 도착했습니다.”


말하는 사이 차가 굴다리를 통과했다.


샛길로 빠져 오르막을 오르자 수풀 사이로 휴게소의 장벽이 보였다.


“왐마야, 저게 뭐꼬······?”

“지, 진짜였네요, 형님. 벽이······.”


세 사람은 멀리 보이는 장벽을 보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휴게소로 입성한 SUV.


문을 열어준 다정은 낯선 얼굴들이 보이자 의아한 듯 물었다.


“무사히 갔다 오셨네요. 그런데 저분들은······?”

“아, 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옴마야!”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정숙자란 이름의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청소도구를 떨어뜨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다다, 당신네가 어떻게 여기에!?”

“아이고, 숙자 아지매 오랜만입니다. 아니다, 하루 만이구만? 그런데 왜 이리 오랜만인 것 같노? 흐하핫. 아무튼 다시 보니 반갑십니더.”


정숙자는 진수 쪽으로 후다닥 달려와선 급히 말했다.


“저······ 저 인간들이에요! 마트에서 우릴 못살게 굴었던 그 사람들이라니까욧!”

“하이고, 아지매요.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합니까? 우리가 언제 못살게 굴었다고?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빨리 내쫓아요! 저 인간들이 얼마나 막돼, 막돼먹었는데!”

“하, 나? 아지매 이러깁니까? 막말로 아지매가 여지껏 살아있는 게 누구 덕분인데?”

“둘 다 그만 하세요.”


언성이 더 커지기 전, 진수가 으름장을 놓았다.


“마트에서 오신 분들 다 휴게실로 모이라고 전해주세요. 삼자대면 할 거라고요.”

“아, 아니, 삼자대면이고 뭐고······!”

“전후 사정이 확실해야 잘잘못을 따져도 따지고, 오해도 풀 거 아닙니까? 제가 아주머님 말씀만 듣고 저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는 거예요.”

“으읏······.”

“휴게실로 모이라고 해주세요.”


그는 김영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다.


“세 분은 일단 좀 씻으셔야겠네요. 저 따라오세요.”


진수는 세 사람을 샤워실로 데려갔다.


그들은 온수가 콸콸 쏟아지는 샤워 호스를 보더니 눈이 야구공만 해졌다.


“빨리 씻고 나오세요. 샴푸랑 바디워시 아껴 쓰시고요.”

“걱정 마이소. 후딱 씻고 나갈 테니까네. 우리는 샴푸 이런 것도 필요 없고 비누만 있으면 됩니다. 허허!”


진수는 샤워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샤워실 안쪽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요 형님. 나는 안경 쓴 남자가 대빵인 줄 알았는데, 저 남자가 대빵인가 보네요?”

“아이고 문디야. 대빵이 운전 하겠나? 난 눈빛만 봐도 알겠더만. 내 보고도 하나도 안 쫀다 아이가.”

“오······.”

“보통내기 아니다, 저 양반도. 그니까 니들 괜히 깝치지 말그레이.”

“알겠습니다, 형님.”

“저 그런데요 형님.”

“어, 진호. 와?”

“여기서 우리를 받아줄까요? 먼저 온 사람들이 우리 뒷담이라도 했으면······.”

“마마! 그건 이 행님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네, 니들은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알았나? 씨바꺼, 막말로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노?”


진수는 잠자코 기다렸다.


10분쯤 지나 세 남자가 나왔다.


진수는 그들을 데리고 휴게실로 올라갔다.


휴게실엔 전명환을 비롯해 마트 출신 생존자 9명이 있었다.


그들은 김영기를 보곤 안색이 파리해졌다.


반대로 김영기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아이고야, 다시 보니 반갑심더. 하루 사이에 얼굴이 반들반들해진 게 여기가 좋긴 좋은갑네예. 허헛.”

“아, 안 온다고 했잖습니까!”


전명환이 입술을 꽉 깨물곤 말했다.


“휴게소 다 거짓말이라고! 갈 거면 너희나 가라고! 내쫓을 땐 언제고 왜, 왜 왔습니까?”

“보소, 명환 아재요. 인생이 뭐 뜻대로 됩디까? 좌회전 할라 카다가도 우회전 하고, 우회전 할라 카다가도 빠꾸 하는 게 인생이지. 나도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알겠네. 진짜란 거.”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라고 뭐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는교? 미친 괴물이 튀어나와서 마트고 뭐고 다 때려 부수는데 우짜라고? 아니면 뭐, 우리는 거기서 콱 뒈졌어야 한다 이 말인교?”

“그, 그건 아니지만······.”

“진정하시고. 일단 앉으세요.”


진수와 김영기 일행이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진수가 말했다.


“제가 이렇게 모이라고 한 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후 사정 파악해서, 휴게소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 판단하면 제가 알아서 조치할 거예요.”

“윽······.”

“크흠. 큼.”


박진호와 최상득의 면면에 불안감이 비쳤다.


찔리는 게 있는 걸까?


하지만 김영기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진수는 세 사람에게 먼저 물었다.


“김영기 씨?”

“예예, 말씀하이소.”

“제가 듣기로 마트에 계실 때 저분들 괴롭히고 부당하게 대우하셨다던데. 진짭니까?”

“흠.”


김영기는 콧바람을 내뿜더니 전명환 일행에게 물었다.


“그래, 내 한번 물어나 봅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교? 응?”

“때렸잖아요! 욕도 하고!”


소리친 건 김유찬이란 이름의 20살 남자였다.


때렸다는 말에 진수가 인상을 쓰자 김영기가 퍼뜩 말했다.


“그래, 내가 한두 대씩 툭툭 친 건 맞습니다. 인정할게요. 근데요! 내가 죽으라고 쥐어패길 했습니까,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하다고 쥐어박았습니까?”

“툭툭? 맞는 우린 얼마나 아팠는데요!”

“참나. 사내새끼가 궁댕이 한 대 걷어차였다고 우는 소리 할 거면, 이 조끄튼 세상 우째 살아갈라고?”

“무슨 그런······!”

“왜 때렸습니까? 사람을.”


진수가 물었다.


김영기는 자신도 할 말이 많다는 듯 토로했다.


“거, 나도 사람인데. 시킨 일을 똑바로 못하니까 성이 나서 손이 올라갔습니다. 그건 내가 잘못한 게 맞아요.”

“······.”

“근데요! 진짜 그냥 살짝 친 거지, 뚜까 팬 거 아닙니다. 뚜드려 팼으면 저 양반들이 걸어나 다니겠습니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명환 일행은 눈에 보이는 외상도 없었으니까.


“무슨 일을 시켰는데요?”

“별일 안 시켰습니다. 뭐 좀 옮겨놔라. 청소 좀 해라. 옥상 올라가서 구울 오나 살펴라.”

“우, 우리만 일 하고! 자기들은 감독관인 양 시키기만 하고!”


이번엔 이하은이라는 30대 후반 여성이 소리쳤다.


김영기는 곧바로 받아쳤다.


“그러면? 구울은 우리가 다 잡았는데? 왜 그건 말 안 하는교?”

“······.”

“아니, 듣자 듣자 하니까 너무들 하네. 구울 올 때마다 댁들은 뭐 했는교?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안 했다 아닙니까? 싸움은 우리가 다 도맡아 했구마는, 뭐가 그리 억울한데?”

“우리가 안 싸운 게 아니라 못 싸우게 한 거 아닙니까!”


전명환이 소리쳤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우리가 모르는 줄 압니까? 구울을 잡으면 레벨업해서 강해질 수 있으니까. 경험치 독점하려고 우릴 못 싸우게 한 거 아녜요?”


‘경험치 독점?’


진수는 해본 적도 없는 생각이었다.


같이 강해져야 더 수월하게 구울을 상대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김영기는 전명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참말로 뻔뻔하네.”

“뭐, 뭐라고요?”

“댁들, 우리가 처음에 마트에 왔을 때 우짜고 있었습니까? 문이란 문은 다 걸어 잠그고, 그놈들이랑 싸울 생각도 안 했다 아닙니까?”

“······.”

“안전하게 구울 때려잡을 수 있도록 설비 만들어놓은 게 누군데? 우리 아니요?”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 놓고, 안 다치고 레벨업할 수 있게 시스템 갖춰 놓으니까 밥숟가락 얹겠다고 오는 걸 내가 곱게 봐줘야 하는교? 그리고 결정적으로!”


탁! 그가 탁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저번 주였나? 뒷문 뚫려서 구울 기어들어 왔을 때, 댁들 중 누구 하나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 있으요? 보일러실로 피신해 있으라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친 주제에! 인제 와서 경험치 독점이니 뭐니 헛소리 합니까!”

“그, 그건······ 우린 다 1레벨이지 않습니까? 우리도 레벨 높았으면 싸웠을 겁니다!”

“하이고 지랄? 그거야말로 변명이고 핑계지. 진짜 싸울 의지가 있었으면 1레벨이고 나발이고 나가서 싸웠어야지. 그러면 우리도 ‘아, 싸울 의지가 있구나’ 하고 챙겨줬겠지!”


끄덕끄덕.


창가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서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영기의 말에 일부 동의하는 눈치였다.


김영기가 진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진수 씨라고 하셨지에? 나는 말입니다. 그저 역할을 나눴을 뿐인기라요. 싸우는 사람. 그 밑에서 보호받으며 허드렛일 하는 사람. 그게 잘못 된 겁니까?”

“흠······.”

“그래요, 다른 건 그렇다 치자고요!”


이번엔 나지희라는 20대 중반 여성이 말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식량 독점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요? 우리한텐 배급이랍시고 빵 쪼가리 몇 개 던져주고. 자기들은 통조림이며 뭐며 왕창 먹고!”

“그럼? 싸우는 사람이 잘 먹어야지. 앉아 노는 사람이 잘 먹어야 하나?”

“앉아 놀긴 뭘 놀아요? 하루 종일 쓸고 닦아라, 변기 비워라 시켜놓곤!”

“그거야 청결이 제일 중요하니까 특히 청소에 신경 쓴 거지. 내가 뭐 뺑뺑이 돌리려고 없는 일 만들어서 시켰나?”


언쟁은 이후로도 한참 이어졌다.


진수는 가급적 대화에 끼지 않고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얼추 판단이 섰다.


‘왕놀음 하려고 했구만 저 양반이.’


김영기가 왕놀음 하려고 했던 건 누가 봐도 사실이었다.


법치가 무너진 사회에서 힘이란 권력을 휘둘러 휘하의 인간들을 다스리려 한 것.


그 과정에선 당연하게도 폭력과 강압, 통제가 동반됐다.


본디 왕이란 그런 존재니까.


하면, 최명환 일행은 폭군에게 착취당한 무조건적이고 선량한 피해자인가?


‘아니. 그것도 아니야.’


진수는 거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최명환과 사람들의 문제라고 한다면 너무도 수동적이란 점이었다.


세상은 망했고, 이미 반쯤은 야생화 됐다.


야생에선 승냥이가 이리의 눈치를 살피고, 이리는 호랑이에게 굴종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최명환과 사람들의 죄는 진즉에 체급을 키우지 않은 것이었다.


누구나 ‘하기만’ 하면 호랑이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뒤처졌으니 업보를 치렀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물론 진수는 휴게소가 동물의 왕국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


온 세상이 야생으로 회귀해도 휴게소만큼은 지성인들의 문명사회로 남았으면 했다.


왜냐고?


왜긴 왜야.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렇지.


“판결하겠습니다.”


진수는 살다 살다 자기 입에서 ‘판결하겠다’는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영기 측과 전명환 측 모두 숨죽인 채 진수의 말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의 입이 떨어졌다.


“여기 세 분도 휴게소에서 지내게 하겠습니다.”

“그라췌!”

“아니······ 하······.”


김영기 일행의 얼굴엔 화색이, 반대편엔 음울이 깔렸다.


“역시 진수 씨가 뭘 좀 아시는─”

“하지만.”


진수는 김영기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명심하세요. 여기, 휴게소에선 휴게소 룰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소란을 일으키면 여지없이 퇴출할 것이니 알아두세요.”

“아이고, 하모예! 걱정하덜 마이소. 감사합니다. 흐허헛!”


김영기는 웃으며 호언장담했다.


저들이 휴게소에 잘 동화해 쓸모 있는 인력이 될까?


두고 봐야 아는 일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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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3

  • 작성자
    Lv.54 자가산소
    작성일
    24.09.03 08:13
    No. 31

    양아치들 왕노릇한 거 같긴한데 쫓겨난 사람들이 자기들은 피해만 입었다 하는거도 좀 웃김.
    좀비 들어오는거 막아주고 안전한 역할만 줬더니 위험할 땐 가만히 있다가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는 상황오니까 우리도 경험치 달라고 한건데 양심 어디감?
    양아치들 말대로 정말 싸우려고 했으면 좀비 못 막아서 뚫렸을 때 어떻게든 같이 싸웠어야지

    찬성: 25 | 반대: 1

  • 작성자
    Lv.79 즐먹어랏
    작성일
    24.09.03 09:15
    No. 32

    뭐.....반란이 일어나도 경비npc몇마리 더 풀면...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3차대전
    작성일
    24.09.03 10:05
    No. 33

    거짓말 탐지 기술이라든지 그 비슷한 거 없나요? 조폭 같은 놈들이라도 아포칼립스라 도와 주는 것도 있으니. 오히려 보통사람이 정치질 할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ph******
    작성일
    24.09.03 10:55
    No. 34

    주인공이 양아치들보다 무력이 더 쎄서 제압 가능하고 통수도 다 물리칠 수 있다면 현명한거고 그도 아닌데 설치는 거라면 통수 맞고 죽어야지. 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에빈
    작성일
    24.09.03 12:08
    No. 35

    저 대빵이 냉정하면 눈치 잘 보고 주인공 없으면 이 생활도 불가능하단거 알고 설설 기겠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TheMonar..
    작성일
    24.09.03 14:59
    No. 36

    마트 양아치들보다 학교출신들이 더 레벨 높을거 같은데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9 Nysh
    작성일
    24.09.03 16:59
    No. 37

    주인공이 냉정하게 상황을 잘 파악하네요! 부디 문신 3인방이 얌전히 지내기를.. ㅎㅎ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96 심심타파하
    작성일
    24.09.03 17:52
    No. 38

    난 양아치보다
    아줌마 나오기시작하면 손이떨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고르르
    작성일
    24.09.03 18:36
    No. 39

    이제는 법이 없는 시대인데.. 언제든 뒤에서 칼로 찌를수 있는 상황인데..

    이 사람들을 그냥 풀어놓는다는게 좀 납득이 안되네요.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33 바나나나난
    작성일
    24.09.04 01:40
    No. 40

    쫄보만 있는게 낫지 저런 대가센인물은 처음부터 안들여야함 휴게소 안 무적 이런 치트키없는 이상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필요있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10 k8******..
    작성일
    24.09.04 07:54
    No. 41

    저 마트 사람들도 잘한건 없는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5 푹찍
    작성일
    24.09.04 09:30
    No. 42

    확실히 좋은 사람은 아닌데 나쁜 사람이라고 하기도 좀 그럼
    잘쓰면 약이고 잘못쓰면 독같은 사람들이네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99 공룡사냥꾼
    작성일
    24.09.04 21:12
    No. 43

    최명환 -> 전명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fa****
    작성일
    24.09.05 13:41
    No. 44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쿨스타
    작성일
    24.09.06 08:18
    No. 45

    녹아들어서 살살 자기세력 만들고 편만들어서 목소리 키울수도 있지 그럴땐 다 내쫒을까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9.06 18:20
    No. 46

    잘 보고 갑니다.

    건 필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별그리고나
    작성일
    24.09.06 23:18
    No. 47

    쓰레기들은 재활용 안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me******..
    작성일
    24.09.07 02:22
    No. 48

    육갑을 하는고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me******..
    작성일
    24.09.07 02:31
    No. 49

    소설은 소설이고나. 사회와 생존본능을 이해한다면 저런 결론은 말이 않되지. 누가 아포칼립소에서 위험보다 정의를 저울질할꼬?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5 나라연2
    작성일
    24.09.10 12:49
    No. 50

    주인공은 휴게소의 주인. 개기면 퇴출. 딸각.

    2층 건물 사이즈 괴물이면 공성병기급. 휴게소 벽이 공격을 버틸수 있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g2510_bl..
    작성일
    24.09.11 08:17
    No. 51

    와 피카츄 배 만지는 소리 햇었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농디
    작성일
    24.09.14 18:34
    No. 52

    잘 컨트롤해서 군기반장역 맡기면 딱이겠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렌힐
    작성일
    24.09.15 14:58
    No. 53

    이정도면 양반이지~ 결국 지켜준거나 다름없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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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단합력(3) +26 24.09.09 15,401 627 18쪽
37 037. 단합력(2) +26 24.09.08 17,508 632 15쪽
36 036. 단합력 +53 24.09.06 18,171 659 15쪽
35 035.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3) +101 24.09.05 18,561 770 24쪽
34 034.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2) +54 24.09.04 18,742 653 15쪽
33 033.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 +56 24.09.03 19,212 726 15쪽
» 032. 뉴페이스(3) +53 24.09.02 19,715 683 17쪽
31 031. 뉴페이스(2) +44 24.09.01 20,084 679 18쪽
30 030. 뉴페이스 +26 24.08.30 20,482 701 16쪽
29 029. 읍내 진입(3) +37 24.08.29 20,092 750 15쪽
28 028. 읍내 진입(2) +29 24.08.28 20,170 721 15쪽
27 027. 읍내 진입 +35 24.08.27 20,485 679 15쪽
26 026. 몰이사냥(3) +25 24.08.26 20,294 697 13쪽
25 025. 몰이사냥(2) +27 24.08.24 20,781 652 14쪽
24 024. 몰이사냥 +10 24.08.23 20,731 631 13쪽
23 023. 게임의 활용(2) +22 24.08.22 20,769 683 13쪽
22 022. 게임의 활용 +15 24.08.21 20,938 623 15쪽
21 021. qqq를 구하라(3) +23 24.08.20 20,829 663 15쪽
20 020. qqq를 구하라(2) +17 24.08.19 20,888 583 14쪽
19 019. qqq를 구하라 +22 24.08.17 21,363 632 14쪽
18 018. 거주민 입성(3) +27 24.08.16 21,384 649 16쪽
17 017. 거주민 입성(2) +26 24.08.15 21,349 6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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