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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최근연재일 :
2024.09.14 22:48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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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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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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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031. 뉴페이스(2)

DUMMY

드르렁! 드르렁! ······크컼컭! 드르렁!


“아, 돌겠네.”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 수면실 이용객은 여덟 명이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15명 늘어 23명이 되었다.


8명이 쓸 땐 넓고 쾌적했던 수면실이 지금은 닭장처럼 느껴졌다.


사실 비좁은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코골이였다.


그래. 다들 피곤할 테니 코 좀 곤다고 뭐라 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요주의 몇 명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저게 사람 코에서 나는 소리인지 육공트럭 엔진에서 나는 소리인지 모를 정도.


저렇게 코를 골면 코가 다 헐어버리는 거 아닌가?


‘잠 다 깼네.’


진수는 어떻게든 더 자려고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났다.


창밖은 아직 어스름했으나 머지않아 동이 떠오를 듯했다.


“어디 가십니까?”

“아잇, 깜짝······.”


조심조심 사람들을 넘어 수면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자는 줄 알았던 대성이 말을 걸었다.


“안 주무셨어요?”


대성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자다가 깼습니다.”

“코골이 때문에요?”

“예. 상당하시더라고요. 코골이가. 원래 코골이는 제 담당이었는데 말입니다.”

“저분들이 한 수······, 아니 두 수는 위네요. 박 선생님보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는 대성이 코를 좀 골았다.


그런 그마저 기세에 밀려 잠에서 깰 정도니, 저들의 코골이가 얼마나 심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진수는 쩝, 입맛을 다시고서 말했다.


“무슨 대책이 있어야겠네요. 이래서는 다른 사람들이 잠을 못 자니.”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도 참다 참다 못 참고 베개랑 이불 챙겨서 나가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진수는 수면실을 빠져나와 불 꺼진 복도를 거닐었다.


휴게실 앞을 지나는데, 거기에 여러 사람이 이불을 펴놓은 채 자고 있었다.


남자애들뿐만 아니라 여자애들이나 어른들도 몇 있었다.


‘서린 씨도 저기서 자네.’


서린은 마을에서 주워 온 고급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상석을 차지한 것을 보니 가장 먼저 휴게실로 피신한 모양.


여자방도 코골이가 심한가?


호기심을 느낀 그는 여자 수면실 쪽으로 가보았다.


드르렁! 드르렁!

까그그극! 끄그그극!

아으으······ 아으······.


“허.”


코골이며 이갈이며 끙끙 앓는 소리까지.


아주 환장의 합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거,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겠는데?’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수면 아니던가?


사람이 제대로 못 자면 정신이 피폐해진다.


게다가 이 경우엔 필연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에게 억하심정이 쌓이게 된다.


‘너 때문에 잠 설쳤잖아! 그 염병할 코 좀 틀어막아!’ 하고.


반대로 코를 고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골고 싶어서 고는 것도 아닌데 왜 지랄이냐?’ 하며 억울한 마음이 쌓이게 된다.


자칫하다간 코골이란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공동체의 큰 균열이 생길 수도 있었다.


진수는 날이 밝거든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책을 논의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 들러 오줌을 눈 뒤 흡연장으로 가 담배를 물었다.


“오, 깔끔한데?”


흡연장 주변은 꽁초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깔끔했다.


재떨이도 새것처럼 깨끗했고.


NPC 박미자 씨가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다.


하나, 그녀의 모습은 현재 휴게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뿐 아니라 ‘알바생 김철수’도 보이지 않았다.


NPC들은 밤 10시가 되면 다 퇴근하고, 오전 8시가 돼야 출근하기 때문이다.


청소부든 보안요원이든 24시간 돌리기 위해선 야간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진수는 그럴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했다.


“후우.”


뻐끔뻐끔 연기를 뱉으며, 그가 몸속 핸드폰을 불러냈다.


별 생각 없이 커뮤니티 페이지에 들어간 그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뭐야 이거?”


〔System : 커뮤니티〕

-[ㅅㅂ저거뭔데???|ㄱㅅㅎ](0)

-[님들 방금 봤음?|고등어](2)

-[??? 무슨 일인가요?|이름](1)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줘](0)

-[거인은 또 뭔데 씨발진짜...|홍반](4)

-[휴게소 그 사람들 또 언제 옴?|28남](6)

-[다뒤짐 ㅅㄱ|ㅇㅅㅇ](1)

-[휴게소ㅅㅂ왜난안데리고가는데씨···|최성빈](3)

[1][2][3] ··· [8]


게시판을 채운 글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개인 쪽지도 무더기로 와 있었는데, 개중엔 평소 연락을 주고받던 ‘rlatjdtlr123’에게 온 것도 있었다.


쪽지엔 사진이 3장 첨부돼 있고, 경고하는 투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rlatjdtlr123 > 휴게소주인

[이미지][이미지][이미지]

-이. 메시지 수신한다면. 오늘.은 결단코! 읍내로 접근 마시오. 낯선. 괴물이 있소!!!


‘뭘 찍은 거야?’


사진은 ‘무언가’를 찍고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데다 앵글이 흔들려 대체 저게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진수는 아까운 연초가 공허하게 타들어 가는 것도 잊은 채 사진을 면밀하게 뜯어보았다.


얼마 뒤 그는 사진에서 두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피사체가 인형(人形)을 하고 있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커다랗다는 것.


‘거인?’


요컨대 사진에 찍힌 것은 거인이었다.


무려 건물 2층 높이에 달하는 거인!


툭.


손가락에 힘이 빠지며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연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수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시발······ 구울 말고 다른 게 더 있다고?”



***



“진수 씨. 커뮤니티 봤어요?”


서린이 진수 앞자리에 식판을 내려놓으며 앉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퍽 다급했다.


진수는 순두부찌개를 퍼먹다 말고 한숨을 짧게 뱉었다.


“봤어요. 새로 나타난 괴물 때문에 그러는 거죠?”

“네! 도대체 뭐예요, 그 커다란 놈은?”


난들 알겠습니까, 라는 말이 목젖을 치고 들어갔다.


진수는 커뮤니티를 탐독하며 얻은 정보 몇 가지를 늘어놓았다.


“‘에틴’이라나 봐요.”

“에틴?”

“네. 머리 둘 달린 털북숭이 거인인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나선 집들 때려 부수고 난리도 아니었나 봐요.”

“하······ 씨.”


그녀가 짜증 섞인 탄식을 뱉었다.


“구울만 해도 골치 아픈데 별별 게 다 튀어나오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 커다란 놈을 무슨 수로 잡죠? 거의 집채만 한 것 같던데.”


새로 등장한 괴물, 에틴은 척 보기에도 5m는 돼 보였다.


끽해야 160~180cm인 난쟁이(인간)들이 공격해 봐야 간신히 허리나 찌르겠지.


“발모가지 끊어서 자빠뜨린 다음 공략해야 하나?”

“그것도 방법이겠지만, 붙어서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그럼요?”

“원거리 공격 수단을 찾아봐야죠. 여차하면 기름이라도 끼얹어서 태워 죽이든가.”


진수는 나름대로 생각해 둔 원거리 무기가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한 것이라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늘은 읍내 나갈 거예요?”

“아뇨. 이따가 정찰하러는 가볼까 싶은데 구명 작업은 아마 안 할 것 같아요.”


서린은 수긍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그런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내 생각에도 며칠은 몸 사리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파악도 안 된 괴물이 있는 곳에 섣불리 발을 들일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곳에 있는 생존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 구하려다 내가 죽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인데.


진수는 다만 읍내 쪽 생존자들이 어떻게든 더 버텨주길 바랄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서린 씨. 괜찮아요?”

“네? 뭐가요?”

“다크서클이······ 줄넘기 해도 되겠는데요?”

“아.”


서린은 눈이 퀭하고 눈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머쓱한 듯 괜히 눈 밑을 문질렀다.


“별거 아녜요. 잠을 좀 설쳤거든요.”

“코골이 때문이죠?”

“어······ 맞아요. 새로 온 분들이 좀 고시더라고요. 피곤하셨던지.”

“남자 방도 똑같았어요. 덕분에 새벽 4시 50분에 강제 기상 했습니다.”

“아휴. 어쩌겠어요. 그 사람들이 골고 싶어서 고는 것도 아닌데. 이해해야지.”


서린은 별 수 있겠냐는 투였다.


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박 선생님이랑도 잠깐 얘기했던 건데, 이거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에요. 자칫하다간 코골이 때문에 살인 난다니까요.”

“그럼 어떡해요?”

“코 고는 사람, 안 고는 사람 따로 모아서 재워야죠.”

“어디다가요?”


서린의 물음에 진수는 주위를 넓게 훑으며 대꾸했다.


“여기다가요.”

“여기? 푸드코트에요?”

“네. 넓고 시원하고, 이부자리 펴면 잘만 하지 않겠어요?”

“뭐······ 그렇긴 하죠. 우린 화장실에서도 잤었는데. 이만하면 호텔이긴 해요.”


아침 식사가 끝나고, 진수는 새로 온 26명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들은 휴게소에서 하룻밤을 보냈음에도 아직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것 같았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진수의 물음에 사람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살폈다.


“예예.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잠도 잘 잤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여기 계시면 다른 건 몰라도 밥 굶는 일은 없으실 거예요.”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사람들은 지난 3주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그들에게 굶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신이 내린 구원의 말씀처럼 들렸다.


사람 좋게 웃던 진수는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여러분께서 여기서 계속 지내시려면 3가지 준수사항은 반드시 지켜주셔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리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니까요. 첫째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기입니다.”


진수는 계속 설명했다.


“시설 깨끗이 사용하고, 고성방가 하지 않고, 얼굴 붉힐 일 만들지 않고. 뭐, 그런 겁니다. 공동생활이니까 서로서로 매너를 지켜주세요.”

“아유. 그거야 당연하죠.”

“네. 당연한 거죠. 그러니까 꼭 지켜주세요.”


그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준수사항은 일할 때 같이 일하자는 겁니다. 누군 뼈 빠지게 일하고 누군 앉아서 놀고. 저는 그런 꼴 못 봅니다. 그러니까 일할 땐 다 같이 일해주셔야 합니다.”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초임 순경 강현중이 손을 들며 말했다.


“일이라고 하시면······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말 그대로 일이에요. 청소나 빨래, 물자 운반 같은.”

“혹시 그 일에 괴물과 싸우는 것도 포함되는지?”

“음. 그건 이따 따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휴······.”


몇몇 사람들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일선에서 괴물과 싸우진 않더라도 그 일을 보조할 순 있겠죠. 가령 전투에 필요한 물자를 나른다던가, 무기 제작에 일조한다던가. 그런 일은 해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야 뭐······.”

“그래. 안 싸울 거면 그런 거라도 해야지.”


사람들은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셋째는······ 어제 제가 여러분께 나눠드린 쪽지. 다들 확인하셨죠?”

“아. 저희 머리 위에 떠 있다는 돈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세 번째 준수사항은 그 돈은 공동자금으로 한다는 겁니다.”

“공동자금?”

“간단히 말해서 같이 쓰자는 거예요.”


그가 말을 이었다.


“본인 액수 확인하셨으니 알겠지만, 누군 적고 누군 많고 그럴 겁니다. 그런데요. 어차피 여기 살면서 돈 쓸 곳이라 봐야 먹을 거랑 생필품 사는 것밖엔 없어요.”

“······.”

“그러니 네 돈 내 돈 나누지 말고 같이 모아서 같이 씁시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딱히 반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히 중요했기에 진수는 엄포를 놓듯 덧붙였다.


“만약에라도! 돈 액수 가지고 급 나누거나 갑질하려는 사람 있으면 경고 없이 바로 퇴출 조치 하겠습니다.”

“퇴, 퇴출······.”

“예. 퇴출이요. 뭐뭐, 내가 너 밥 사 먹였으니 가서 물 떠와라, 어깨 주물러라, 내 일까지 네가 대신해라, 어쩌고저쩌고······. 얄짤 없습니다. 바로 퇴출이에요. 그러니까 절대로 돈 가지고 으스대려 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예, 예······.”

“알겠습니다······.”


퇴출이란 말에 사람들은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켰다.


진수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려 밝게 말했다.


“저는 여러분이랑 평화롭게 잘 지내고 싶습니다. 또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서 노력할 거고요. 어차피 우리 다 똑같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잖아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면서, 잘 지내봅시다.”


진수는 이어 ‘코골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 해결책으로 코골이가 심한 남자는 푸드코트, 여자는 휴게실에 모여 잘 것을 말했다.


사람들은 군말 없이 알겠다고 했다.


덧붙여, 괴물과 싸우는 문제는 비록 강제하지는 않으나 되도록 동참할 것을 종용했다.


그 일이 당장은 괴롭고 구역질이 나겠지만, 훗날엔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라면서.


한바탕 오리엔테이션이 끝났고, 진수는 진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얼결에 휴게소 주인이 되었지만, 역시나 장(長) 노릇은 자신과 맞지 않았다.


좆소 사장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후, 진수는 간단한 채비를 한 뒤 서린, 대성과 함께 읍내 정찰을 나섰다.


읍내 쪽 동향만 살펴보고 올 것이기에 트럭 대신 기동성이 좋은 SUV를 끌고 나갔다.


·

·

·


세 사람은 읍내로 직행하지 않고, 변두리 길을 따라 ‘매봉산’으로 향했다.


매봉산은 점곡면의 북방을 둘러싼 산인데, 대성이 말하길 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팟이 존재한댔다.


산기슭에 차를 세우고 산을 타길 30여 분.


“후. 여깁니다.”

“오! 진짜로 한 눈에 다 내려다보이네요.”

“크. 역시 사람은 등산을 다녀야······.”


세 사람은 대성이 말한 스팟에 도달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벼랑이었는데, 시야가 탁 트여서 점곡면 읍내부터 옆 동네인 사촌리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진수는 짊어진 배낭에서 쌍안경을 꺼냈다.


16배율짜리 고성능 쌍안경인데, 물자 파밍하다가 얻은 것이었다.


시골 가정집에 이런 물건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수는 쌍안경에 눈을 붙이고 마을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뭐 좀 보여요?”

“쓰읍. 잠시만······ 어!”

“왜요?”

“찾았어요. 그 괴물.”


건물 사이로 ‘에틴’이라는 털북숭이 거인이 포착됐다.


‘미친. 정말로 대가리가 2개잖아?’


게시판에 올라온 대로 놈은 머리통이 2개였다.


온몸은 갈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으며, 털이 덮이지 않은 신체 말단부는 구울과 같은 잿빛이었다.


‘뭘 들고 있는 거야? ······설마 전봇대야?’


놈은 양손에 하나씩 전신주를 쥐고, 그것을 둔기 삼아 주변 집들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놈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불도저였다.


놈이 타작을 해대니,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만약 저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운명은 참혹할 듯했다.


“진수 씨, 저도 좀 봐도 되겠습니까?”

“아, 예. 여기요.”

“감사합니다.”

“대성쌤 다음에 내가 볼래요.”

“예예. 금방 보고 드리겠습니다.”


쌍안경은 진수에게서 대성으로, 대성에게서 서린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에틴의 파괴 행각을 목격한 뒤엔 여지없이 아연실색한 표정이 됐다.


“저, 저저 미친놈! 멀쩡한 집은 왜 때려 부수고 지랄이야?”


쌍안경을 쥔 서린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진수가 말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커맨드 자체가 그렇게 입력된 것 같아요.”

“예? 커맨드라뇨?”


대성의 물음.


진수는 자신의 가설을 얘기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다 읽어봤어요. 보아하니 저 괴물 새끼, 어젯밤부터 온종일 건물만 때려 부수고 있다더군요.”

“······.”

“애초에 철거 용도로 만들어진 괴물이라 이겁니다. 구울들이 사냥개라 치면 저 에틴이란 놈은 철거반 코뿔소인 거죠.”


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읍내를 주시했다.


“진수 씨 말대로라면······. 저대로 두면 읍내의 생존자들은······.”

“은신처를 잃고, 반 강제로 거리로 나오게 되겠죠.”


그리고 더는 숨을 곳이 없어진 생존자들의 말로라 봐야 불 보듯 뻔할 테지.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겠어요. 돌아가죠.”

“예!”


세 사람은 다시 산을 내려왔다.


다행히 산기슭에 대놓은 차는 멀쩡했다.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휴게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복귀하는 길,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어이! 스탑! 스타아압!

-으아아아! 가지 마! 우리도 데리고 가!


웬 사람 3명이 도로 옆 과수원에서 뛰쳐나오더니,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차를 뒤쫓은 것이다.


대성은 황급히 차를 세웠고, 진수와 서린이 차에서 내렸다.


저들은 셋 다 남자였는데, 풍채가 퍽 좋았다.


셋 중 팔에 이레즈미 문신이 있고 금목걸이를 찬 사람이 헐떡이며 소리쳤다.


“허억, 허억! 보소! 우리도, 헉헉! 우리도 태워가소! 아따 시바꺼, 허파 디비지겠네! 헉헉!”


작가의말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또 연참을 바라십니다.

한 명의 글쟁이로서 너무도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다만... 타자는 집필 속도가 늦어 실상 많은 글을 써내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기대에 충족하지 못해 죄송합니다ㅠ


연참은 제가 약속을 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재밌는 글 쓰도록 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다시 한 주 힘차게 시작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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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단합력(2) +26 24.09.08 17,505 632 15쪽
36 036. 단합력 +53 24.09.06 18,170 659 15쪽
35 035.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3) +101 24.09.05 18,560 770 24쪽
34 034.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2) +54 24.09.04 18,742 653 15쪽
33 033.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 +56 24.09.03 19,212 726 15쪽
32 032. 뉴페이스(3) +53 24.09.02 19,713 683 17쪽
» 031. 뉴페이스(2) +44 24.09.01 20,083 679 18쪽
30 030. 뉴페이스 +26 24.08.30 20,481 701 16쪽
29 029. 읍내 진입(3) +37 24.08.29 20,091 750 15쪽
28 028. 읍내 진입(2) +29 24.08.28 20,169 721 15쪽
27 027. 읍내 진입 +35 24.08.27 20,485 679 15쪽
26 026. 몰이사냥(3) +25 24.08.26 20,294 69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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