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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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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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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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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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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11. 시설 들이기(2)

DUMMY

게임, 특히 시간 때우기용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사람들은 현실성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휴게소 키우기〉도 마찬가지였다.


휴게소에 세워지는 여러 시설들.


그 시설에 전력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수도는 어떻게 공급되는지, 또 가스는 어떻게 공급되는지.


아무도 따지지 않는다.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된 무시’는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도 똑같이 적용됐다.


진수가 설치한 기본 화장실.


25x13 규모의 그 화장실은 외부와 연결된 어떠한 설비도 없었지만, 전기와 수도가 문제없이 작동했다.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콸콸 쏟아졌고, 천장에 달린 에어컨에선 찬바람이 흘러 나왔으며, 전등도 얼마든지 껐다 켰다 할 수 있었다.


상술했다시피 ‘어떻게?’라는 의문은 소용이 없다.


구태여 이유를 들자면······ 게임이니까.


“시우야. 킁 해. 킁!”

“킁!”


진수는 아포칼립스가 터진 지 6일 만에 몸을 씻었다.


샤워 호스도 없이 세면대에 물 틀어 놓고 하는 약식 샤워.


그렇대도 물티슈로 몸 닦는 것보단 1,764배는 더 개운했다.


“머리 숙여봐. 옳지. 그대로 가만히 있어.”

“······.”


진수는 시우부터 먼저 씻겨 주었다.


살다 살다 남의 집 아들내미 목욕 수발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캠핑 가방에 세면도구며 이것저것이 있었기에 물만 나온다면 씻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 됐다. 몸 닦는 건 혼자 할 수 있지?”


끄덕끄덕.


시우를 다 씻기고 나서야 진수는 본인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우선은 세면대에 물을 받고 머리부터 감았다.


샴푸를 묻혀 벅벅 문지르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떡진 탓인지 거품이 잘 나지 않았다.


한 번 헹궈내고, 거듭 샴푸 칠을 하고서야 거품이 풍부하게 났다.


머리를 다 감은 뒤엔 몸을 씻었다.


코펠로 찬물을 퍼 몸에 끼얹는데.


“하······ 미쳤다.”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이게 극락왕생이었다.


그는 세면대 한편에 삐죽 튀어나온 펌프를 눌렀다.


그러자 물비누가 쭉 나왔다.


이 물비누 펌프는 원래부터 이 화장실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 화장실로 공급되는 전기나 수도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아낌없이······, 아니 낭비라고 해도 좋을 만큼 푸짐하게 짰다.


몸에 대고 쓱쓱 문대니 구정물이 줄줄 흘러 나왔다.


샤워를 하는 것인지 시궁창 청소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


얼마 뒤 샤워가 끝났다.


그는 몸의 물기를 닦은 뒤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우 아버님의 옷이었는데, 얼추 치수가 맞았다.


매점으로 돌아간 그는 빨랫감이며 설거지해야 할 식기며 이것저것 챙겼다.


그러고 있으려니 한층 깔끔해진 서린이 매점으로 들어왔다.


그녀도 여자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온 참이었다.


“다 씻었어요?”

“네. 와 얼마 만에 씻는 건지. 이제야 살겠어요. 진수 씨 덕분에 이런 호사도 누리고······ 진짜 고마워요.”

“고마우면 빨래랑 설거지 좀 도와줘요.”

“설거지 아까 하지 않았어요? 물티슈로.”

“물 나오는 거 확인했으니 물로 다시 하게요.”

“아. 알겠어요. 가요.”


진수는 물건들을 챙겨 매점을 빠져나가려다 멈칫했다.


“시우야, 너도 화장실에 와 있어. 여기 있으면 덥잖아.”


시우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두 사람을 따라왔다.


그들은 남자 화장실로 갔다.


“서린 씨는 그쪽 세면대에서 이것들 설거지 좀 해줘요.”

“세제랑 수세미는 없나요?”

“없죠. 그냥 물비누랑 손으로 해요.”


서린이 설거지를 시작했다.


진수는 그 옆 세면대에서 옷을 빨았다.


시우가 오줌 지려놓은 바지부터 시작해 지난 엿새간 입었던 옷, 속옷, 양말, 수건까지 전부.


세면대에 물을 받고 물비누를 듬뿍 푼 뒤 옷을 치댔다.


한 번 주물럭거릴 때마다 구정물이 죽죽 흘러나왔다.


한창 빨래하고 있으려니 시우가 옆에서 기웃거렸다.


서린이 싱긋 웃으며 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왜 시우야? 뭐 필요한 거 있어?”


도리도리.


“그럼 저기 앉아 있어. 여기 있으면 물 튀어.”


시우가 입을 뻐끔거렸다.


“나······ 도오······.”

“어머?”

“어!?”


미약했지만, 시우의 입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도아······ 주······ 주, 께, 요······.”


시우가 용을 쓰며 말을 더 짜냈다.


그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진수는 기특한 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됐어. 너는 앉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도리도리.


“쩝······. 그러면 시우 너는 요 양말들만 빨아줘. 저기 옆쪽 세면대 가서.”


끄덕끄덕.


시우는 마지막 한 자리 남은 세면대로 가서 양말을 빨기 시작했다.


세면대 높이가 거의 녀석의 겨드랑이까지 왔기에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시우는 굴하지 않고 양말을 빨았다.


얼마 뒤 빨래와 설거지도 끝이 났다.


세탁물들은 장벽 위를 덮은 철책에 잘 널어놓았다.


볕이 쨍쨍하니 반나절만 지나도 바싹 마를 터.


‘나중에 마을에 가서 옷이랑 생필품들을 좀 챙겨 와야겠네.’


매점 매대엔 먹을 것들은 잔뜩 있었지만, 생필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기껏해야 여행용 휴지와 물티슈 정도이다.


〈휴게소 키우기〉를 통해서도 생필품을 얻을 수단이야 있지만, 어쨌든 그것들도 다 돈이었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원이 생기기 전까진 파밍을 통해 물자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설거지랑 빨래도 끝났고. 이제 뭐 해요?”

“당장은 더 할 건 없어요. 들어가서 쉬셔도 돼요.”

“진수 씨는요?”

“나는 뭐 하나만 더 테스트 해보려고요.”

“나도 구경해도 돼요?”

“안될 건 없죠.”


진수는 화장실 옆쪽 부지로 가서 게임창을 조작했다.


서린의 눈에는 그저 허공을 두들기는 거로만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진수 씨 앞엔 그 게임창? 이 떠 있는 거죠?”

“맞아요.”

“흠. 왜 나나 시우한텐 그런 게 없는데 진수 씨한테만 생겼을까요?”


서린의 질문.


진수도 몇 번이나 자문(自問)했었던 내용이었다.


왜 나만 특별한 능력을 얻은 것일까?


그것도 하필이면 시간 때울 겸 하던 모바일 게임에 기인한 능력을.


‘모르겠어.’


하지만 머리 싸매고 생각해 본들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찌 알겠는가?


게임창은 그야말로 뜬금없이 튀어나왔는데.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 일’이 있었던 이후부터 이런 능력이 생겼다는 걸 빼면 나도 아는 게 없어요.”

“‘그 일’이요?”

“서린 씨도 겪지 않았어요?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막 지지직거렸던.”

“아······.”


서린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서리쳤다.


“맞아요. 겪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니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나 보네요.”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어 말했다.


“도대체 이 세상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모르죠 나야.”


그가 덧붙였다.


“신이 인간들한테 천벌을 내렸거나, 아니면 할 짓 없는 외계인이 장난질을 쳤거나.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진수 씨는 신을 믿으세요?”

“원래는 안 믿었는데, 이번 일을 겪다 보니까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수가 게임창에서 시선을 떼곤 서린을 쳐다봤다.


그러곤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서린 씨.”

“네?”

“서린 씨는 평생 맥반석 오징어랑 통감자랑 핫도그 중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걸 먹겠어요?”

“음······.”


생뚱맞은 질문임에도 서린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오징어랑 알감자랑 핫도그요?”

“네.”

“흠······. 아무래도 핫도그가 낫지 않을까요?”

“왜요?”

“영양소가 그나마 균형 잡혀 있잖아요. 빵 탄수화물, 소시지 단백질, 기름 지방. 다른 것들은 하나만 먹고 살기엔 영양소가 너무 불균형하네요.”


진수는 감탄했다.


자신은 어떤 걸 먹어야 가장 덜 물리고 먹을 수 있을지만 고민했는데.


그녀는 운동인답게 영양소 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


‘물어보길 잘 했구만.’


결심을 굳힌 그가 게임창을 조작해 홀로그램을 불러냈다.


[시설»편의시설»스낵코너]

핫도그도그

-건설비용 : ₩1,500,000

-유지비용 : ₩10,000(일일)


그것은 핫도그 종류의 음식을 파는 스낵코너 점포, ‘핫도그도그’였다.


홀로그램을 지면에 내려놓자 빠르게 실체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저, 저건 또 뭐예요?”

“핫도그 파는 집이요.”

“······그래서 물어본 거였어요? 뭐가 낫냐고?”


진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찰나 홀로그램이 완전히 실물이 되었다.


네모난 박스형 점포.


그 상단엔 『HOT! 도그도그!』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주문대에는······.


“맛있는 핫도그 드시고 가세요!”


노랑머리에 명랑한 인상을 가진 아가씨가 서 있었다.


서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 진수 씨. 사람이 이, 있는데요?”

“······핫도그 가게니까 핫도그 파는 사람도 있어야죠.”


진수는 태연한 척 대답했지만 내심은 꽤 놀랐다.


NPC가 너무도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할 때는 3등신짜리 SD 캐릭터였는데, 지금 저기 서 있는 아가씨는 누가 뭐래도 ‘진짜 사람’이었다.


노랑머리 아가씨가 진수와 서린을 똑바로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핫도그 드시고 가세요. 맛있어요.”

“······.”


서린이 진수의 귓가로 입을 가져가며 소곤댔다.


“저거······, 아니. 저분 진짜 사람이에요?”

“아닐 텐데······.”

“네?”

“일단 주문 한번 해보죠.”

“아, 네.”


두 사람이 주문대로 다가갔다.


노랑머리 종업원은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었는지 싱글싱글 웃어댔다.


메뉴판은 무척이나 큼직했는데, 거기엔 족히 15개는 될 핫도그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진수가 서린에게 말했다.


“서린 씨, 주문해 봐요.”

“어떤 걸로요?”

“아무거나요.”

“아무거나?”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잠깐만요.”


서린이 메뉴판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말했다.


“어······ 스페셜 통 모짜렐라 치즈 핫도그 하나 주세요.”


그러자 노랑머리 여자는.


“······.”


아무런 말도,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5초쯤 지났을까?


그녀가 갑자기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핫도그 드시고 가세요. 맛있어요.”

“······네? 아니, 저기요.”

“주문하시겠어요?”

“스페셜 통 모짜렐라 치즈 핫도그 하나 달라니까요?”

“······.”

“저기요? 저기요!”

“주문하시겠어요?”

“스페셜 통 모짜렐라 치즈 핫도그 달라고요!”


서린은 몇 번이나 더 주문했지만, 그때마다 노랑머리 종업원은 가만히 굳어 있었다.


그러다 몇 초가 흘러서야 “핫도그 드시고 가세요~” 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 사람 왜 이러는 거예요? 왜 사람 말을 무시해?”


서린이 신경질을 냈다.


한편, 진수는 확신했다.


‘역시 사람이 아니네.’


저 노랑머리 여자가 게임 시스템에 기반한 존재, 즉 NPC라는 사실을.


그녀는 정해진 명령대로만 행동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정해진 행동 패턴에서 벗어난 상황이 발생하면 굳어버리는 것이다.


‘핫도그도그는 현재 1단계야. 신메뉴 개발도 전혀 안 됐고. 그럼 주문할 수 있는 품목은······.’


진수가 씩씩대는 서린에게 말했다.


“기본 핫도그나 치즈 핫도그. 둘 중 하나 주문해 보세요.”

“네? 하지만 진수 씨도 봤잖아요. 주문 해도 씹는 거.”

“일단 해보세요.”

“······알았어요. 저기요.”

“주문하시겠어요?”

“치즈 핫도그 하나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 뭐야?”


이제야 노랑머리 여자가 반응했다.


그녀는 옆쪽에 쌓여 있는 핫도그 반죽을 하나 집어 들곤 튀김기 안으로 집어넣었다.


약 30초 가량이 지났고, 그녀가 갓 튀겨진 따끈따끈한 핫도그를 내밀었다.


“치즈 핫도그 나왔습니다!”

“아······ 아, 네.”


서린이 당황하며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적힌 숫자가 4,500원 만큼 차감되며 11만 500원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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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청어와 메기, 그리고 상어 +56 24.09.03 19,215 726 15쪽
32 032. 뉴페이스(3) +53 24.09.02 19,716 683 17쪽
31 031. 뉴페이스(2) +44 24.09.01 20,085 679 18쪽
30 030. 뉴페이스 +26 24.08.30 20,483 701 16쪽
29 029. 읍내 진입(3) +37 24.08.29 20,094 750 15쪽
28 028. 읍내 진입(2) +29 24.08.28 20,171 721 15쪽
27 027. 읍내 진입 +35 24.08.27 20,487 679 15쪽
26 026. 몰이사냥(3) +25 24.08.26 20,297 697 13쪽
25 025. 몰이사냥(2) +27 24.08.24 20,782 652 14쪽
24 024. 몰이사냥 +10 24.08.23 20,733 631 13쪽
23 023. 게임의 활용(2) +22 24.08.22 20,770 683 13쪽
22 022. 게임의 활용 +15 24.08.21 20,939 623 15쪽
21 021. qqq를 구하라(3) +23 24.08.20 20,830 663 15쪽
20 020. qqq를 구하라(2) +17 24.08.19 20,889 58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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