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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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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017
추천수 :
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20.01.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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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43
글자
10쪽

황도(皇都)를 떠나며 (흐르는 물이...)

DUMMY

이찬은 이제야 지수석이 허광일행이 표행을 동행해도,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허락했던 이유를 알았다.

만화전장에서 삼한의 철을 가져다 서너배 이상 이윤을 남기고 넘기면, 당금전장은 철의 품질을 확인하고 관청으로 일부 넘기고 나머지는 무림이나 여러세가의 무기를 주문제작하는 대장간으로 넘겨 곱절 가까운 이윤을 얻고 있었다.

당금전장이 갑(甲)이요 만화전장은 어찌보면 을(乙)이었고, 실제의 이익은 당금전장이 더 많았다.


진서량은 당금전장의 장주가 왜 만화전장의 젊은 표사를 자세히 보고오라는 연유(緣由)는 몰랐지만, 장주의 부탁이 있었기에 내일 떠난다는 일행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다섯명의 인물들이 연유를 모르고, 멀리서 오느라 수고했다는 핑계를 안주삼아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당금전장(唐金錢莊).

당나라 삼대(三大) 전장의 하나.

천하(天下)전장 대륙(大陸)전장 당금(唐金)전장은 당나라 삼대전장으로, 천하전장은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전장으로 황궁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추측되었고, 대륙전장은 주로 당나라 내부물자를 담당하고 당금전장은 주로 변방지역과의 물자 교류를 담당하고 있었다.


당금전장의 현재 장주는 공손미의 부친인 공손휴란 인물이었다.

그의 부탁을 받은 진서량이 이찬을 유심히 바라보며 이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지방수가 근자에 있었던 남궁남매와의 일화를 좔좔좔 신나게 쏟아내었다.

들어보니 학식(學識)도 있고 별호도 얻었다는 것이 당금전장에서 표두(?)로 뽑으려나 싶었고, 출신을 보아하니 변방의 이민족 같았기에 “그만하면 되었소.”하였다.


진서량은 이찬의 출신을 듣고 삼한의 철이 번득 생각났는지.

“동쪽의 오랑캐에서 (동이(東夷)) 철 하나는 잘 만드는 것 같지 않소?”

뜬금없이 내뱉은 말에 서문덕과 지방수는 말없이 끄덕이고 있었다.

진서량의 말에 구노인의 얼굴이 변하며 갑자기 역성을 내었다.

“진대인~.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이찬은 물론 서문덕과 지방수도 처음 보는 구노인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진서량이 정식으로 당금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삼한의 철이 들어올때는 꼭 검수하는 사람이었고, 구노인은 만화전장을 대표해서 검수확인을 받아내는 입장이었다.

갑의 식객과 을의 식객이 느닷없이 험해지는 상황에 서문덕과 지방수는 어쩔줄 몰라했다.

“구노인, 진대인의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은 것 아닙니까?”

서문덕은 구노인과 진서량의 눈치를 보면 중재를 하고자 했다.


변방과 거래를 많이 하는 만화전장은 다른 이민족이라하여 함부로 홀대하지 않았다.

구노인은 그러한 점을 생각하여 상술일망정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내, 정치모리배나 그들에 휘둘려 내뱉는 일반사람들의 말은 그냥 넘기오. 허나 진대인은 다르지 않소!”

“서장주와 지수석에게는 미안하오. 그러나 진대인은 역사를 아는 학자가 아니오.”

“어찌 오랑캐라 부르른 삼한에서도 만드는 철을 못 만들어, 이리 어렵게 가져온단 말이오.”

“진대인과 내가 학자(學者)로서 몇 번이나 논쟁하며 토론해서 결국 뭐라 했소?”

“......”

구노인은 폭풍같이 말을 쏟아내었고, 구노인의 추궁에 진서량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좌중의 사람들이 고요해졌다.

구노인과 진대인이 학자로서 논쟁 끝에 얻은 결론이 궁금도 하였지만, 다른 사람이 두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찬도 진서량의 말에 마음이 좋지는 않았으나 자리가 자리인지라 표출은 하지 못했는데, 구노인이 역정을 내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찬 역시 역사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여 궁금해서 두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서량이 누구인가!

황세자의 스승을 구할 때 팔인(八人)의 한명으로 천거 되었던 인물이었다.

당(唐)에서는 팔이라는 숫자를 좋아하여 물망도 여덟 명이 올랐었다.

물망만 올랐던 인물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학식이 얼마나 뛰어난지 검증된 인물이었다.

관직에 뜻을 두지 않고 고서와 골동품에 취미를 두었고, 그 취미가 확장되어 철 감정까지 하는 특이한 진서량을, 천하에서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진서량이 쥐구멍 들어가는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역사는 흐르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바람이다.”

“그렇소. 역사는 흐르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바람이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바람은 동(東)에서 서(西)로 서에서 동으로 북(北)에서 남(南)으로 남에서 북으로 시기에 따라 부는 것 아니오. 고인 문화(文化)와 문명(文明)은 발전하지 못하고 고인물 처럼 썩는 것 아니오.”

“그렇소. 구노인 내가 잠시 실언(失言)을 했소. 미안하오.”

“험~. 흠모(欽慕)하던 진대인이라 나도 잠시 실수를 한거 같소.”


한바탕 소동 후.

서문덕은 장안을 떠나는 일행을 위해, 음식으로라도 위로해 준다며 아침을 거하게 준비했다.

국색천향연(國色天香宴)이라는 다양한 재료와 조리방법으로 빛깔도 제각인 만두와, 양고기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등등 장안지역에 유명하다는 음식을 선보였다.

점심은 육협모(肉夾饃)라는 촉촉한 만두나 바삭한 떡 같은 만두 사이에, 훈제돼지고기를 집어 넣은 음식을 내어놓았다.

이찬은 처음 접하는 지역음식으로 장안구경을 못하고 떠나는 마음을 달랬다.


지방수와 이찬일행은 출출할 때 먹으라며 챙겨준 간편한 육협모를 받아들고, 장안을 떠나 유주를 거쳐 사길현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

지방수는 유주까지는 말타고 서둘러 가면, 열흘 남짓이면 갈 수 있을 거라 했다.

물론 날씨와 다른 변수만 없다는 전제에서 그랬다.

지방수와 이찬일행은 구노인을 포함하여 열세마리의 말을 타고, 때론 여유롭게 때론 질주하며 말의 상태를 고려하여 달리고 있었다.


지방수는 진서량과 구노인의 논쟁후 구노인을 달리 보고 있었다.

‘구노인’이라 부르던 호칭이 ‘어르신’으로 변하고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지수석, 그냥 구노인이라 부르게.”

“......”

“지수석은 만화전장의 수석표두 아닌가. 나는 일개 마부일 뿐이네. 철 감정이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네. 허허허.”


만화전장의 일년 수익액의 오할이상을 차지하는 삼한의 철 거래였다.

구노인이 철 감정에 일가견이 있어 나름 존중을 하고 있었지만, 지방수는 구노인을 그저 떠돌다 보니 철 감정에 능숙한 노인네 정도로 여겼다.

그런 구노인이 진대인을 몰아칠 정도의 대학자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조심스러워 했다.


지수석은 구노인에게 연륜을 들먹이며 공대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구노인도 알아서 하라고 하였다.

자기는 그냥 만화전장의 표물을 운반하는 마부인 구노인일뿐이라며.


지방수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화전장에서 늙은 마부를 안타깝게 여겨 고용하는게 아니라, 구노인 덕에 만화전장이 이 자리에 올라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에 대해 모르면 진대인에게 휘둘려 손해를 본적이 있었는데, 구노인이 만화전장에 십년전에 온 이후론 그런 일이 사라졌던 것이다.


한번씩 손해를 볼 때 마다 만화전장 존립의 근거가 휘정거렸던 일이 떠올랐다.

‘삼한의 철 거래가 아니면 나름 배려한다고, 유주나 삼한쪽 표행만 구노인을 배치하였던 일이....’

도리어 구노인이 만화전장을 위해서 그 먼 장안까지 동행했던 것을 알았다.


지방수가 대인으로 부르는 서문청.

서문청이 왜 장안이 아니라 유주에 머물며, 구노인을 다른 마부와 달리 깍듯이 존중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허~, 그래서 내게 아직 총관 자리를 물려주지 못하고 미루었구나.’


이찬은 이찬대로 구노인을 새롭게 보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노인임은 짐작했으나, 한 나라의 대학자를 궁지로 몰 정도인지는 가늠하지 못했었다.

알아 가면 알수록 구노인은 안개속의 인물처럼 다가왔다.


열세명의 인물이 열세기의 말을 타고 사길현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이찬은 낙양의 성문을 지날 때부터 뒤에서 따라오는 인물들이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틀은 신법을 쓰며 은밀이 쫓아 오던 이들이, 다음날은 말을 타고 천연덕스럽게 뒤쫓고 있었다.

‘은밀히 따르던 두사람이 이젠 말을 타고 뒤 따른다(?). 음...’


이찬은 첫날은 멀리서 탐색만 하던 두명이, 둘째날은 변복을 하고 객잔까지 따라와 주변을 서성이자, 지수석에게 수상한 자들이 붙었음을 말해주었다.

“지수석님 이젠 말을 타고 당당히 따라오고 있습니다.”

“어제 그들인가?”

“다시 변복을 바꿨지만 그들이 맞습니다.”


지방수는 서문장주가 보통 표행과 다른 이상한 표물을 받아, 길을 재촉할 때부터 내심 걱정이 있었다.

“자네가 보기에 저들의 무위는 어떤가?”

“한명은 일류정도로 보이는데 무공이 특기는 아닌 듯 합니다.”

“음....그러면 힘으로 빼앗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 도둑?”

이찬은 말없이 지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수와 이찬일행을 뒤 쫓는 인물들.

그들의 정보에 의하면 오일(五日)후에 떠나야 할 사람들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교토삼굴(狡免三窟)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를 판다고 하였던가.

서문덕은 표주에게 표물을 받으며 오일(五日)후에 유주로 가는 표행때 보낸다 하고는, 표주의 의도마저 속이고 다음날 지방수와 이찬에게 표행을 떠나라 하였던 것이다.

서문덕도 표주의 이상한 요구에 표물의 안전을 위해 취했던 조치(措置)였다.


사전답사겸 여유롭게 낙양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려던 이들은, 의뢰받은 인물과 일치하는 표행일행이 예상과 달리 낙양 성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분명 의뢰자의 말로는 장안 도착후 오일후에 출발 한다고 들었는데, 만화전장의 표식을 달고 열세기의 말이 낙양의 성문을 유유히 통과하자 황급히 따라붙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헉헉...급히 글적입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초출내기 한회한회 이어가는데

추천과 선호 꾹꾹~ 눌러주시면  큰힘이 됩니다. 감사 감사~ 꾸벅^^


행복한 하루 되시길 빌며...

휙휙~ 글적 거리고 갑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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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1 20.01.20 2,814 42 12쪽
25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7 (아! 이건 악몽(惡夢)이야) +1 20.01.19 2,804 44 12쪽
24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6 (아! 이건 악연이야) +3 20.01.18 2,807 45 11쪽
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70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1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20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7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6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8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5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4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1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1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5 46 12쪽
10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50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1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6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40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8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9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2 58 14쪽
3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2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5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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