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19,020
추천수 :
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20.01.13 08:40
조회
2,987
추천
44
글자
10쪽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DUMMY

황하(黃河)강

하원도(河原道:훗날 청해와 감숙 일부지역)에서 발원하여, 대륙의 수많은 지역을 돌고 돌아 대략 일만사천리를 흐르는 강이었다.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진흙탕 물이었으나, 처음으로 보는 이찬을 포함한 일행은 제 각각 느끼는 소회(所懷)를 짧은 탄성으로 배출하였다.

이찬이 황하강을 보니 백년이 아니라 천년이 흐른 뒤에도 맑아질 물이 아닐 듯 보였다.


지방수와 이찬일행은 황하강에 도착하여 객잔에 짐을 풀었다.

“이번 표행은 순조로운 편이네. 날씨까지 도와주는 것 같네.”

“강물이 정말로 황토빛이라니, 대단합니다.”

“대목선을 수배해야 하고, 오늘은 여기 객잔에서 할 일이 많다네. 수레도 두 대 더 구해야 한다네.”

이찬은 지방수를 따라 통나무를 뗏목처럼 엮어 마차를 강 건너로 옮길 수 있는 대목선(大木船)을 구했다.

사람을 태우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마차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대목선은, 작은 뗏목과는 그 규모가 달라서 뗏목이 아닌 대목선으로 불렀다.

대목선을 강건너로 끌고갈 배 두척도 수배하였는데, 이 배는 사람들이 타고 강을 건너는 용도도 겸하고 있었다.


삼한의 철(鐵)이 실린 두 대의 마차에서 짐을 덜어내어, 강을 건널때까지 임시로 빌린 수레 두 대에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옮기는 작업을 했다.

세대의 마차를 다섯 대의 마차로 늘려 무게를 줄이는 작업은, 대목선의 균형을 잡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표씨 사형제가 열심히 일을 돕고 있었다.

구노인이 여간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였는데, 표씨 사형제는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도 구노인의 지시에 충실이 따르고 있었다.


이찬과 지방수는 일을 점검하러 나오다가, 표씨 사형제를 발견하고 지방수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이 열심히 일해도 보수는 없다네. 하하하”

표씨 사형제의 속셈을 그동안 봐서 알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하하”

“비룡신표를 괴롭히기 위해서 겠지. 하하하”

“은공(恩公)도 심심하지 않다고 좋아하십니다.”

“.....”

이찬은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적이 없었지만, 표씨 사형제의 말에 반박은 하지 않았다.

넉살좋은 표북이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부러워. 자네들이 부럽다네.”

“수석님도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부탁을 해보세요. 공자님 말씀에...민....”

표북이 허광대사와 이찬이 대화를 나눌 때 들었던 문자를 쓰려다가 머뭇거리자, 이찬은 허광대사가 자신과 대화하다가 표씨 사형제에게 소리치며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

“민이호학(敏而好學) 불치하문(不恥下問) 시이위지문야(是以謂之文也)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입니다. 하하”

“내말이 그말입니다. 은공 하하하”

“논어 공야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위나라 공문자란 사람이 이해력이 뛰어나고 학문을 사랑하여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호를 문(文)이라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찬은 표북에게 유래를 알려주며 ‘불치하문’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고 일러주었다.


저녁시간 전에 이찬과 표씨 사형제가 사방검법을 수련하고 나오는데, 지방수가 객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수석님도 궁금한게 생겨 물어 보려고 오셨습니까?”

표북의 말에 지수석은 당황하여 둘러댔다.

“아니네. 심심하여 같이 술이나 한잔 할까 해서 기다리고 있었네. 오늘 수고했으니 술을 한잔 사겠네”

지방수가 앞장서서 걸어가는데, 표씨 사형제의 눈길에 뒷통수가 따가웠다.

표씨 사형제의 수근거림에 지방수는 돌아서서, “이사람들이, 아니라니까~” 소리를 치고 객잔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지수석과 표씨사형제의 대화를 듣고 이찬은 지방수가 기다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삼한의 풍류도을 익힌 이찬은 공자의 사상과 전부 궤를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불취하문’이란 말 만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묻지 않아도 표정만 보고 이것저것 알려주던 지방수를 생각하니, 선 듯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찬이 먼저 나서는 것은 지수석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이찬도 지수석에게 먼저 말하기는 어려웠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했던 것이다.


다른 표사와 일행들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간 이도 있고,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도 서넛이 보였다.

날이 길어져 해는 아직도 저물려면 시간이 있어야 했다.

이층에 다른 손님들이 두어군데에서 자리를 하고 있었고, 창가쪽에 지방수 일행은 자리를 잡고 간단한 요리와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땀 흘린 댓가로 술 한잔 얻어 먹는데, 산적들은 ‘꽁’으로 은자를 버는 것 같습니다. 안그렇습니까?”

표북이 만화표국 표행과 동행을 하면서, 녹림도에게 준 은자가 아까웠던 모양인지 ‘꽁’에 힘을 주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은공,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은공이라는 말이 듣기 거북합니다.”

“은공(恩公)을 은공이라 부르지 뭐로 부릅니까. 하하하. 이유나 말씀 해 보십시오.”


표북의 목소리가 컸던지 옆자리에 있던 다른 일행과 이찬의 눈이 마주쳤다.

미안함을 띠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표북을 바라보았다.

넉살좋고 부침성 좋은 표북은 나름 격식(格式)을 갖추는 것을 좋아했다.

얼마전부터 은공이라 부르는 표씨 사형제가 부담스러웠으나, 표씨사형제의 맏형인 표북이 마땅한 도리(?)라며 우겨대는 통에 이찬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방수와 표씨 사형제가 궁금해 바라보고 있었고, 덩치는 산만한 표북의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슴도치 같은 얼굴을 들이밀자, 속으로 웃음을 삼킨 이찬의 설명은 이러했다.

녹림의 인물들이 산에서 수십에서 때론 백여명 이상이 살고, 딸린 식구까지 하면 수백이 된다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산은 짐승들의 해(害)가 종종 있는데, 산에 사람의 왕래가 많고 사람이 거주하여 활동하게 되면 짐승들로부터 해를 덜 입는다는 것이다.

녹림의 인물들도 산의 짐승들과 싸워야 하고, 그들이 활동하면서 산을 넘는 행인들이 산짐승으로부터 안전을 간접적으로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자신들만이 다니는 길도 만들지만, 부차적으로 일반 행인이 넘나드는 길도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접관리라도 하게 되니, 그들에게 통행료를 주는 것이 공(空)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자네 말이 맞네. 표국이나 상단에서도 그들에게 통행료를 주는 여러 이유중에 하나가 그것이라네. 하하하”

지수석이 동의하며 말하자, 표씨 사형제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녹림(綠林)의 도(道)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찬의 말에 표북이 “도적놈들이 무슨 도(道)까지 있겠습니까? 지들 좋자고 하는 짓이죠.”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지방수 일행 옆의 자리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게된 노도사가 갑자기 웃었다.

“오늘 우연히 도(道)를 듣게 되는구려. 허허허”

노도사는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도사와 십팔세 정도로 보이는 청년과, 청년의 동생으로 보이는 여인과 함께 있었다.

“산에서 오십년 가까이 수행을 했지만, 허명을 쫓다가 도를 여기서 들었네.”

“사숙님, 사숙님은 천하가 다 아는 명숙(名宿)이십니다.”

“녹림의 도라! 산적에게도 도가 있었어~. 그동안 정(正)과 협(俠)을 위하는 길이 도라고 생각하고 그길만을 쫓았는데. 녹림(綠林)의 도(道)라. 허허허 껄껄껄”

“양민의 돈을 약탈하고 해하는 자들이 산적입니다. 나라에는 국법이 있고 정도(正道)는 불의(不義)를 피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십팔세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힘주어 말하였다.

“제 생각에도 오라버니 말이 맞는거 같아요. 나쁜자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사숙님.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청년의 치기어린 말일 뿐입니다.”


노도사는 일어나 이찬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먼저 다가가 인사하였다.

“산남도(훗날 사천과 감숙일부)의 점창산에서 도를 닦는 영운이라 하네.”

“용호방 출신의 만화표국 표사 이찬이라 합니다.”

“실례하오. 내 이소협의 말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잠시 일행분의 흥을 깨는 것은 아닌가 하구려.”

지방수 일행은 영운이라는 노도사에게 괜찮다며, 자신들을 소개 하고 인사를 하였다.

“표국의 표사분들이셨구려. 실례가 안되면 어디로 가시오?”

“장안까지 갑니다. 혹시 자혜선인(慈惠仙人) 아니신지요?”

지방수는 조심스레 물었다.

노도사 영운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혜선인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영광입니다.”

지방수는 다시 한번 인사를 하였다.

“오늘 이소협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허명(虛名)같구료.”


영운의 일행은 자혜선인 영운이 이름도 없는 표국의 표사들과 인사를 나누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인사를 하지 않고 자혜선인 영운이 돌아오기를, 눈치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일각이 지나고 이각이 가까워 져도 영운은 표사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를 보니, 보잘 것 없는 변방의 표국의 표사들 일행이었다.

“태정도사님, 자혜선인께서 저흴 잊어버리신 듯 합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님을 잊으실리야 있겠습니까?”

젊은 청년은 남궁세가 가주의 장자인 남궁선우였고, 동생은 선미였다.

“흥, 뭐가 재미있다고 저리 오래계시는지.”


작가의말

짧은 여행을 답사겸 다녀와서 올립니다.

주말은 다들 잘 보내셨으라 믿으며...

항상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벅~

가상의 지역분할과 나름 당나라의 지역명칭도 삽입하였네요.


지역분할이 정확히 나온 지도를 구하기 어려워

머리가 많이 아팠으나..무식한 용기로 글적거립니다.

추천과 선호를 눌러 주시는 분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고 있네요.

꾹꾹~ 추천과 선호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 감사~

휙휙~ 글적이고 갑니다 휘리릭~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풍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황도(皇都)를 떠나며 (흐르는 물이...) +1 20.01.21 2,820 43 10쪽
26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1 20.01.20 2,814 42 12쪽
25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7 (아! 이건 악몽(惡夢)이야) +1 20.01.19 2,804 44 12쪽
24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6 (아! 이건 악연이야) +3 20.01.18 2,807 45 11쪽
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70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2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8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6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8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5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4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1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1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5 46 12쪽
10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50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2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6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40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8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9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2 58 14쪽
3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2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5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