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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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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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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8,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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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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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DUMMY

구노인도 이찬을 따라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어르신은 어쩐 일로 이시각에....?”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네. 껄껄껄. 비룡신표 자네도 오늘은 잠을 못들거 같은데.”

“.....”

“약혼녀 생각이 아니면, 무슨 생각을 했는가?”

“남궁소저의 손에서 수궁사를 보았습니다.”

“허허허. 그래서 내일 당장에라도 밝히려는 겐가?”

“어찌해야 할지....”

이찬은 복잡한 속내 때문인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


“어른신, 어찌 지금까지 초류인지요?”

“어릴 때 글공부를 하다가 자네 나이때 말에 미쳤다네.”

“.....”

이찬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혹시나 그래서 ‘마부’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모습이었다.


“허허허. 타는 말이 아니라 언어(言語)말이네. 서역까지 십이(十二)년을 돌다보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네. 얼굴이 하얗고 파란눈을 가진 이들을 보았네. 돌궐인과 다른 사람들 이였다네. 그들말로는 알파베~엣 이라더군. 그들은 말은 달라도 서로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은 듯 보였네. 아니 알고보니 크게 다르지도 않더군. 그길로 다시 돌아와 삼한지역을 돌아다녔다네. 발해부터 신라까지 구(九)년을 돌아다녔네.”

“우와~.이십년을 넘게 돌아다니셨다는 말씀이네요.”

“신라에 갔을 때 예전에 가야(伽倻)라 불리던 지역에서 삼년을 대장간에서 보냈다네. 자네 나이때 집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가니 내 나이가 서른일곱을 넘어가고 있었지.”

“아~! 어르신이 철의 감정을 그때 배우신 모양입니다.”


구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회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십년(十年)기한으로 떠났던 길이 이십(二十)년이 넘어서야 고향에 가니 아버님이 위중(危重)하셨네. 십개월만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처음 풍류도를 배웠고, 육개월 정도 지켜보시던 아버님은 끝내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다네.”

“.....”

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구노인이 왜 이제야 초류인지를 알 수 있었다.

“밤이 깊으니 잠시 눈이라도 부쳐야지.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세나. 들어가세나~.”

“.....”

“밝히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네. 아마 자네도 그것 때문에 고민하겠지.”

구노인은 객잔으로 향하며 조심스레 이찬에게 말했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표행을 준비하는데, 남궁선미가 지방수를 따로 찾아가 물었다.

“지수석님, 이랑에게 약혼녀 초린이란분 말고 다른 여인은 없는지요?”

지방수는 생각을 하더니 유주(북경)에서 헤어진 공손미가 떠올랐다.

“그게......,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애매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확실히 해주세요.”

“남궁소저를 만나기 전에 허광대사일행 중에 공손소저를 비룡신표가 구해준 적이 있소.”

“그래서요?”

“남궁소저 같이 혼약을 한 것은 아닌데, 허광대사님이 중매를 서려고 하는 듯 보였소.”

남궁선미는 지방수에게 공손미를 구하게된 경위(經緯)와 헤어질 때까지 사정을 들었다.

지방수는 자신도 동조한 사실은 빼놓고 말해주었다.


이찬은 남궁남매가 표행을 따라오자 부담스러웠다.

남궁선미의 손매를 들춰 사실을 증명하는 것도 정답은 아닌 듯 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마음은 편하다는 생각에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이찬이 여러가지 상념(想念)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남궁선미가 어이없는 질문을 했다.

“이랑, 형님과 저 말고 다른 여인은 없지요?”

“당연하오.”

“그럼, 공손미라는 여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찬은 허광대사와 만난던 일을 말해주고는, 오해할까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강조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느닷없이 공손소저의 이름이 나오자, 이찬은 허공에 두손을 몇 번이나 휘저었다.

‘아, 내가 왜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아야하는지..... 변명처럼 이런 말까지 해야하지. 쩝.’

이찬은 속으로 끙끙 거리며 남궁남매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남궁선미는 재차 확인하고는, 혼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이찬은 남궁남매에게 본가로 돌아가는게 좋겠다고 넌지시 의사를 전했다.

남궁선우는 본가에 전서구를 보냈으니, 천천히 이찬에 대해 알아 볼 겸 장안까지는 가겠다고 하였다.

“오라버니, 이랑의 말처럼 본가로 돌아가는게 좋겠어요.”

이찬은 생각 잘했다며 두남매를 부추기며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이랑, 약조는 지키실거라 믿어요. 앞으로 다른 여인은 안돼요. 꼭 꼭~”

고민하던 남궁남매는 점심이 지나서 본가로 돌아가고, 지방수 일행은 장안을 향해 나아갔다.


남궁남매가 떠나고 혹처럼 여겨지던 그들이 사라지자, 이찬의 머릿속이 맑아지며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었다.

‘명문세가인 남궁세가에서 변방출신인 자신을 호락호락 받아 들이지 않으리라.’

어른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남매가 결정한 일을 쉽사리 인정할 것 같지않았다.

남궁소저의 팔에 있는 수궁사만 보아도 집안 분위기가 유추(類推)되었다.

이찬 본인이 약조를 지키지 못하는게 아니라, 남궁남매가 못지킬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들었다.


무겁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고,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문득 든 생각.

지방수가 침을 사방으로 쏟아내며 긴급상황이라고, 전서구를 사길현으로 보냈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 지수석님이 너무 성급했어.’

이찬이 한숨소리와 함께 지방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무슨일 있는가?”

“아닙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요.”

지방수는 고개를 갸웃둥 하고는 앞을 향하자, 지방수의 뒷머리가 누구(?)의 뒷통수와 똑같다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이찬일행과 헤어진 남궁선미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 우리 본가(本家)가 아닌 이랑의 본가로 가야겠어요.”

“본가를 들러서 설명을 하고, 매제의 집을 가야 하는게 맞지 않느냐?”

“아니예요. 이건 제 느낌인데 먼저 이랑의 본가를 가야해요. 이랑의 약혼녀도 설득해야 하구요”

남궁선우는 이찬의 약혼녀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동의하였다.

약혼녀의 허락여부를 이찬이 조건으로 걸었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본가에는 전서구를 다시 보내야 겠다.”

남궁남매는 회남도(호북,안휘)의 본가에 전서구를 날리고, 이찬의 본가로 향하고 있었다.


이찬은 일단 눈에서 남궁남매가 안보이자, 가벼운 마음으로 표행을 하고 있었다.

다시 지방수의 ‘백룡신파천검법’과 ‘백운기해’를 생각하는 여유(?)를 찾고 있었다.

남궁남매와 헤어진지 오일째 되는날 아침에 드디어 장안에 도착하였다.


장안(長安)

당나라의 수도로 중앙에 남북으로 주작대로가 쭉 뻗어 있었고, 크게는 동시(東市)와 서시(西市)로 나뉘어 있으며 한때 인구가 백만에 육박(肉薄)했다는 곳.

주변나라와 멀리 서역의 상인들까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고 있었다.


장안의 만화전장 장안지점은 사길현보다 규모는 작았다.

서문청의 아들 서문덕이 장안지점의 책임자였다,

“지수석 수고했네.”

“장주님도 그동안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제 옆의 이사람이 표두대행 이찬입니다.”

“장주님, 처음 뵙겠습니다. 이찬이라고 합니다.”

“잘왔네. 이야기 많이 들었네. 실력이 출중하고 머리도 뛰어나다 들었네.”

“과찬이십니다.”

서문덕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둘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실은 급한 표물이 있다네. 내일 오후엔 출발해야 한다네. 저녁에 삼한의 철 감정이 끝나면 간단히 여독이나 풀도록 하세나.”


먼길을 온 표행의 표사에게 다음날 떠나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방수와 이찬도 며칠은 쉬면서, 장안을 구경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지방수를 보며 서문덕이 말했다.

“정말 미안하네. 이번 표물은 크기가 작은 것이라서, 말을 타고 가면 된다네.”

지방수가 궁금하여 물어보자 서문덕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여섯 개의 함을 이인일조로 열두명이 같이 떠나면 된다는 것이다.

열두명이 함께 움직여 유주(북경)까지 배송하면 되는 일이라 하였다.

한번에 가면 될 것을 왜 비싼 돈을 주며 이런 방식으로 보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표주의 요구라고 하였다.


말을 탈 줄 아는 여섯명을 같이 온 일행중에서 구했는데, 지방수와 이찬 표씨 사형제로 결정되었다.

다른 여섯명은 장안지점에서 여섯명을 선출하여, 내일 오후에 떠나기로 하였다.

“무학사검분들은 왜 나선겁니까?”

“은공과 이번 유주(북경)까지만 가고 그 후엔 정주에 자리 잡으려고 합니다. 하하”

지방수는 가져온 물품두개를 장안지점의 누구에게 부탁받고 넘겨줬는지, 은자를 만지작 거리며 웃고 있었다.

“장안시내를 안나가십니까?”

이찬이 못내 아쉬운 듯 물었다.

“비룡신표 미안하네. 내일 출발해야 하는데, 오늘은 여기서 쉬고 다음에 와서 구경하세.”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이찬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이찬은 산삼을 팔아서 초린의 선물과 가족들의 선물을 사주려 했는데, 모든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장안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면, 가족은 물론이고 초린에게 얼굴을 들을수 없을 것 같았다.

만화전장 장안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여성의 장신구를 파는 가게를 지방수와 함께 찾아갔다.

품속에 은자도 부족해서 지수석이 산삼값이라며 도움을 주어, 은가락지에 옥을 장식한 반지를 구입하고 주변을 바라보니 이국(異國)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황도는 다르구나.’

“다음엔 초린과 한번 같이 와야겠다.”

이찬은 섭섭한 마음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지방수는 며칠째 답이 없는 이찬에게, 자신의 검법과 심법에 대해 물어볼 작정이었다.

표씨 사형제와 지방수는 연무장 한쪽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찬은 지방수가 수련하는 모습을 보다가 지방수를 조심스레 불렀다.

“지수석님 검법에서 허초로 쓰는 몇가지 초식 안의 움직임을 실초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찬은 지수석에게 허초로 쓰고있던 몇몇 움직임을, 실초로 바꾸어 운용하여 시범을 보였다.

“아니,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가?”

“심법도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보충하여 손을 보았더니 가능하더군요.”

지방수는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허초로 쓰는게 당연하다고 알았던 초식의 변화가, 강력한 실초로 바뀌자 기뻐했다.


이찬은 백운기해의 심법에서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던 부분에, 몇가지 구결을 더해서 지방수에게 알려주었다.

장안을 구경 못한 아쉬움을 표하니, 지방수가 다음엔 직접 안내해 준다며 흥얼거렸다.

‘후후, 다음엔 초린이랑 동행하면 열흘이상 안내하게 할거야. 큭’


연무장을 빠져나온 지방수와 이찬 그리고 표씨 사형제 눈에 세명의 인물이 보였다.

서문덕과 구노인이 학자(學者)로 보이는 노인과 함께, 삼한의 철을 감정을 하고는 만족한 듯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서문덕이 지방수와 이찬을 불렀고, 표씨사형제는 자리를 피해주며 숙소로 가서 한잔 하겠다는 표시를 하였다.


“진대인, 유주(훗날 북경)에서 이곳 장안까지 삼한의 철을 무사히 운반한 지수석표두와 이표사라 합니다.”

서문덕의 소개로 지수석은 몇 번 본 듯 진대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였고, 이찬도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하였다.

“멀리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오. 본인은 당금전장에서 잠시잠시 일을 봐주는 진서량이라 하오.”

서문덕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말을 이었다.

“내일 떠난다는 말은 들었으나, 간단한 반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데, 서문장주는 어떠시오?”

“여독(旅毒) 푸는 정도야 괜찮지요.”

서문덕은 두 번 생각도 안하고 진대인의 말에 호응하며, “여독이나 풀도록 하세나!”하고 이찬과 지수석을 떠밀고 있었다.


작가의말

명절이 바짝 다가온 월요일이네요.

즐겁게 시작하시고

모두 행복한 하루 되시길....


항상 읽어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꾸벅~

선호와 추천은 응원입니다. ^^

꾹꾹~ 눌러주시면 감사~ 감사~


휙휙~ 글적이고 갑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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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황도(皇都)를 떠나며 (흐르는 물이...) +1 20.01.21 2,819 43 10쪽
»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1 20.01.20 2,814 42 12쪽
25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7 (아! 이건 악몽(惡夢)이야) +1 20.01.19 2,804 44 12쪽
24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6 (아! 이건 악연이야) +3 20.01.18 2,806 45 11쪽
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69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1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20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7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5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8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4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3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0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0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4 46 12쪽
10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49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1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6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39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7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9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1 58 14쪽
3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2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4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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