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18,999
추천수 :
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19.12.27 06:00
조회
5,767
추천
57
글자
8쪽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DUMMY

다섯 개의 봉오리로 이루어진 오기산.

수(水) 금(金) 토(土) 화(火) 목(木) 기운이 어우러진 산이라 하여, 오기산이라 불리었다.

풍진은 가문의 풍류도를 손주 이찬이 수련 하기에 적당한 이산이 마음에 들어, 더 이상 중원(中原)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정착한 면이 없지 않았다.


마을사람도 순박하여 외지인인 자신들과 별탈없이 지내게 된 것도 큰 이유였다.

마을의 글선생이 된 아들 무령은 오기촌 마을에서는 나름 덕망(德望)있는 인사였다.

풍진은 오년동안 손주 이찬과 다섯가지 기운을 받아들이며 무예를 익혔고, 오기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어 마을로 내려와 급한 병자들을 돌보아왔다.

의원이 없는 오기촌에 풍진은 의원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풍진은 이제 소년으로 자란 손주 이찬을 그윽하게 바라 보았다.

“찬아”

“예, 할아버지”

“어릴적 살던 곳이 기억나느냐?”

이찬은 비단옷을 입은 사람들과 칼을 찬 장수(將帥)들이 자주 드나들던, 커다란 기와집이 어렴풋이 기억에 있었다.


소년 이찬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할아버지”

“할애비는 삼한의 은풍문 십구대 가주를 이을 몸이였으나, 세속으로 나왔다.”

“중원에는 관(官)과 무림(武林)이라는 곳이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 들었다.”

이찬은 풍진의 말을 계속 경청하고 있었다.

“삼한은 이제보니 관과 무림이라는 곳의 경계가 불분명 하고, 삼한의 풍류도는 중원의 도교나 불교하고도 비슷한 듯 다른 것이다.”

“무예를 익힘은 자신을 닦는 것, 이는 수신(修身)의 한가지 이다.”

“학문(學文)을 익히는 것 또한 수신의 한가지 이다.”

“나라를 일으키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하늘의 뜻에 있는 듯 하다.”

“삼한의 아랫지역은 지금도 혼란스럽지만 곧 안정될 것이다.”

“세속의 예로는 임금과 신하간에 충(忠)이 있고 신(信)이 있어, 백성을 위해 다스린다 하지만 수많은 왕조(王朝)가 사라지는 것은, 처음의 의(義)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왕이라 부르다 세력이 커지면 황제를 칭하고, 성안에 갇혀 지내다 썩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찬은 할아버지 풍진의 쏟아내는 말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상념에 들었다.

‘할아버지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오늘 따라 유난히 할아버지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이찬은 그동안 무예를 익힌지 삼년 만에 혈랑을 강아지처럼 길들였다.

일년전에는 좀처럼 숨어서 보이지 않던 백호를 고양이처럼 다뤘다.

이제 오기산에서 이찬을 위험하게 할 녀석들은 없는 것이였다.


풍진 일가가 오기촌에 정착한 후로 산과 들에서 맹수들에게 해(害)를 입는 사람이 사라졌다.

맹수의 세계에서 약육강식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이나, 사람을 해(害)하는 것은 그동안 풍진이 막았다.

이젠 손주인 찬이가 그역활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오년동안 호환(虎患)이 없고 늑대에게 피해가 없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지는 못하였다.


“찬아, 오늘은 그동안 익힌 너의 무예(武藝)를 할애비에게 펼쳐보거라.”

“어찌 제가 감히 할아버지께 손을 쓸 수 있겠어요?”

“이놈, 이 할애비를 장작개비로 아는 것이냐?”


이찬을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은풍권법을 펼쳤다.

자신이 혈랑을 꺽을 때 썼던 초류의 힘으로 맹렬하게 다가가며 손을 뻗었다.

은풍보법을 일으켜 바람처럼 다가서며, 순식간에 풍진에게 다가간 찬이는 손을 뻗어 풍진의 가슴 앞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이는 중원의 일류무인의 수준이었다.

풍류도는 미류 세류 초류 소류 중류 대류등으로 기본적인 분류가 있었다.

중원의 삼류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 극초절정등의 비슷한 무위였다.


“이놈, 할애비를 업신 여기는 것이냐?”

어느새 풍진은 이찬의 공격권을 벗어나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찬은 이번에는 백호를 이겼던 소류의 힘을 이용해, 무섭게 권과 각을 사용했다.

권을 허초로 삼아 필살기로 각을 사용했다.

풍진의 옆구리 쪽을 노린 공격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아얏!” 이찬은 머리의 통증에 소리를 냈다.

풍진에 의해 꿀밤을 맞고 머리에 혹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도 사냥을 할때는 최선을 다하는 법이니라.”

“이제 할아버지라고 더 이상 봐주지 않을거에요”

이찬은 자신의 최대의 힘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중류초입에 들어선 이찬이었다.


“이놈 이번엔 검을 써보거라.”

이찬은 망설였다.

권법과 달리 검을 잘못 쓰면 할아버지가 크게 다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할애비가 아직 너의 검에 어찌 되지 않으니 걱정 말고 펼쳐보거라.”

이찬은 풍진이 건네준 ‘미풍검’을 뽑았다.

미풍검에서 은은한 검강이 풍기고 있었고 천천히 풍진의 주위를 돌았다.

호랑이가 먹잇감을 노리듯 강렬한 눈빛이 품어져 나오고, 일순간 이찬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베는 듯 다가왔다.


풍진은 웃으며 몸을 살짝 비틀어 피했다.

이찬은 알고 있었다는 듯 번개같이 검을 거두면서 일직선으로 쾌검을 발출하고 있었다.

풍진은 이또한 대비한 듯 뒤로 미끄러지듯 피할 때, 이찬은 몸을 비틀며 각법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풍진은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발이 옆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이찬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열살의 소년이 중원의 일류문파의 장로급에 달하는 무공이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공방이었지만, 이찬은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아얏~! 칫. 혹난데를 또 때리시다니.”

“찬이가 어느덧 이렇게 발전했구나. 이제 어디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구나. 껄껄껄..”

“할아버지 옷자락도 못건드리는데. 뭐~”

“이놈아, 할애비가 한때 이왕야라 불렸느니라.”

“할아버지가 왕이였어요?”


풍진은 쓸데 없는 소리를 한 것 같아 서둘러 손을 저었다.

“아니다. 할애비가 쓸데 없는 소리를 했구나. 별호(別號) 같은 것이였다. 허허”

삼한에 있을 때 주변호족들이 풍진을 두고 자신들끼리 부르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으나, 풍진 자신 앞에서는 왕야라는 호칭을 못하게 하였다.

“찬아, 이제 혼자서 오기산에서 수련을 해도 되겠구나.”

“네, 할아버지”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찬은 여러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가 일년에 한두달 외유를 다녀오시는 기간을 빼곤, 항상 같이 오기산에서 수련을 했다.

할아버진 수련이 끝나면 약초 캐는법,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산아래 할아버지 약초 초옥(草屋)이 있고,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마을 끝자락에 집이있었다.

할어버지는 가끔 약초 창고같은 초옥에서 지내실때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초옥을 약초방(藥草房)이라 부르고 있었다.


외지인이었던 풍진은 마을의 끝자락에 집을 짓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집 앞에 흐르는 개울가에 조그만 정자까지 있었다.

여름엔 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소리가 그 정자에서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수업이 끝나면 물싸움 하는 소리, 고기잡는 소리등으로 떠들썩 했다.

무령의 집이 동네 아이들의 공부방겸 놀이방이 되었다.

이젠 오기촌에서 가장 시끌시끌한 장소가 된 것이다.


이찬은 한달중 반절은 오전에 아버지인 무령에게 글을 배우고, 오후에 풍진을 따라 오기산에서 수련을 해왔다.

나머지 보름달이 뜬 이후엔 새벽에 할아버지 풍진을 따라 나서 수련을 하고, 오후엔 내려와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밤에 책을 읽었다.


이찬은 새벽에 풍진과 수련하고 내려오는 보름기간을 제일 좋아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이 기간은, 유년기 소년기를 보내는 이찬으로선 당연한 일인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풍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황도(皇都)를 떠나며 (흐르는 물이...) +1 20.01.21 2,819 43 10쪽
26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1 20.01.20 2,813 42 12쪽
25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7 (아! 이건 악몽(惡夢)이야) +1 20.01.19 2,804 44 12쪽
24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6 (아! 이건 악연이야) +3 20.01.18 2,806 45 11쪽
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69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1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20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7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5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7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4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3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0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0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4 46 12쪽
10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49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1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5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39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7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8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1 58 14쪽
»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2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4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