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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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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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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DUMMY

왕두는 만화전장에서 비무후에 한단계 더 발전할 발판을 마련하였다.

자신보다 고수와의 비무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더욱 수련에 열중하게 하는 약이였던 것이다.

무난하게 왕두와 이찬은 용무대에 뽑혀 일년 더 용진방에서 수련을 하게 되었다.

용무대에서 주무기로 왕두는 도와 기마술 때에도 관우가 쓰던 청룡언월도처럼 긴도를 무기로 택하였다.

이찬은 검과 창을 선택하였고, 이를 위주로 일년동안 용무방에서 익혔다.


이찬은 소진방에게 경공술 같은 신법은 언제 배우냐고 물어보았다.

소진방은 경공술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군부에선 전장터를 이동할 때 말을 타고 이동하는게 당연시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용호방은 기마술은 가르쳤지만, 경공술 같은 신법은 전수하지 않는게 아쉬웠다.

왕두를 포함한 다른 방원들도 경공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듯 보였다.

호무대만 나와도 기마병에 착출되는게 일반적이었고 용무대를 마친 방원들은 하급무장의 부관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찬은 은풍비행이라는 경공술을 풍진에게 익혀 알고는 있었지만, 왕두는 그러질 못했다.

‘왕두에게 경공술을 알려줘야 하는데.......’


왕두와 이찬은 진방식을 석달정도 남겼놓고 새해 인사차 만화전장을 찾았다.

왕두와 이찬은 열다섯이 되었다.

그사이 더욱 자라 소년이라 하기엔 청년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서문청은 왕두와 이찬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하였다.

“진로는 정했는가?”

서문청은 욕심이 나는 청년들이었다.

만화전장에 데려와 일을 맡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저는 사길병부령 악군휘 상장군 휘하로 갈까 합니다.”

왕두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자네는 군부에 뜻을 두었으니 그러하겠지. 이찬 자네는 어떠한가?”

“저는 강호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기간은 정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삼년정도는 여러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오~, 그럼 우리 만화전장에서 일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이찬은 팔년 가까운 오기산에서의 생활에서 할아버지 풍진으로부터 사냥술 짐승추적술등을 배웠고, 약초캐는 일은 어깨너머로 보았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다.

용호방만 나오면 바람처럼 중원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으려던 이찬이었다.

‘어딜 가든 무슨 일이 있어도 적어도 배 골치 않고 다닐 수 있으리라.’

선 듯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상단도 있고 전장도 있고 표국까지 있으니, 여러 경험하기엔 이곳 만한 곳이 있는가?”

서문청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이찬이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자 서문청은 쾌재를 불렀다.

“용호방에서 수련을 했으니 일단 표국에서 일해보게. 물자의 흐름을 알아야 상단이나 전장에서 일할 기초를 쌓을 수 있다네.”

“표국은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네의 계획과도 다르지 않다네.”

이찬은 ‘음’ 소리와 함께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찬아, 어르신 말씀이 맞는거 같다. 집과도 멀지 않으니 초린도 가끔 볼 수 있고~. 큭”

“오~, 좋아 하는 처자가 있는가?”

서문청이 흥미롭다는 듯이 이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왕두의 초린이라는 말에 이찬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밖에서 대화를 듣고 서문린이 방으로 들어왔다.

“치~ 왕두오빠가 만화표국에서 일하면 더 좋을텐데.”

“린이가, 내가 만화표국에서 일하는 걸 싫어하면, 다른곳을 알아봐야겠다.”

이찬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찬이 오빠가 싫다는게 아니고, 왕두 오빠도 만화표국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린아 찬이는 표두가 되겠지만, 오빠는 공을 세워 상장군 까지 올라가면 좋지 않을까?”

서문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백마 탄 장수의 모습을 상상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꼭 공을 세워~ 헤.”


서문청은 왕두가 군부에서 높이 올라가면, 서문린의 짝으로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찬에게 말했다.

“잠시 미루어진 이야기를 하세나. 만화표국에서 일하는 것이 어떠한가?”

“저야 어른신이 받아주시면 감사하죠. 헌데, 한가지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어서 망설여 집니다.”

“그게 무언가?”

“용호방에선 경공술 같은 신법을 가르치지 않아서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표행을 하다보면 꼭 말만 타는 것이 아니라 신법이 때론 필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걱정말게. 내가 가르쳐 줌세.”

“그럼 왕두랑 같이 가르침을 받아도 되는지요?”

“암, 당연하지.”

서문청은 뒤돌아 보지도 않고 흔쾌히 수락을 했다.


왕두와 이찬은 서문청에게 ‘부운비상’이라는 신법의 구결을 전수받고, 한번씩 있는 외출때마다 서문청에게 지도를 받았다.

서문청은 당장 표두로 써도 될 만큼의 무위를 보이는 이찬이 욕심났다.

용호방에서 군무예를 배우기에 학문은 기대를 안했었는데, 대화를 몇 번 해보니 글만 공부한 서생보다 뛰어난 것도 알았다.

이래저래 욕심난 인재가 최소 삼년이라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말에 흔쾌히 허락했던 것이다.


서문청은 왕두를 훗날 인연이 다으면 서문씨를 주고 본가의 사람으로 영입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기에, 서문가문의 독문신법을 전수해 주었다.

우직한 왕두가 자신의 성을 버리고 서문씨를 쓸 일은 없는데도, 서문청은 자신만의 생각으로 확신하며 경공술을 전수했다.

왕두는 ‘부운비상’의 신법 보다는 서문린을 한번이라도 더 보는 것에 만족하고 드나들고 있었다

서문청은 자신의 허락 없이 전수 할 수 없다는 약조를 받아 두었다.

둘중 한명만 만화전장 사람으로 만들어도, 장사로 치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찬이 서문청에게 신법을 요청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용호방에서 진방식이 끝나고 왕두와 함께 오기촌으로 돌아갈 때 필요할 것 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용호방에 올때는 소진방과 함께 달구지 같은 마차를 타고 왔지만, 갈때는 혼자 은풍비행을 펼칠 수도 없고 신법을 배우지 못한 왕두와 함께 걸으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오기촌에 정착할 때 어머니와 어렸던 자신 때문에, 빠르게 삼한을 벗어나지 못해 고생했던 이야기를 풍진에게 들은 적이 있어서, 왕두와 함께(?) 다니려면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초린이를 빨리 보려면 왕두가 신법이 빨라야지. 크크’


삼월이 되어 용호방에 새로 입문하는 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새로 입문하는 오십명의 소년들이 대열중앙에 서고, 뒤쪽에 용무대를 마친 이십명의 방원들사이에서 왕두와 이찬은 이년 전의 자신들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찬아, 이번에 들어오는 아이들 중 기초시험을 거쳐, 호무대에 선발될 녀석들 맞추기 내기를 하자.”

“다섯명씩 선정해서 그중에 많이 맞춘 사람이 이기는 거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용무대 동기인 성두만과 피지후가 합세했다.

성두만과 피지후는 왕두와 이찬처럼 동향이었고 나이는 한 살이 많았다.

웅무대부터 둘은 호무대를 거쳐 용무대까지 올라왔고, 그들과는 용무대에서 친해진 동기들이였다.

“왕두와 이찬이 한패를 하고 내가 지후와 짝을 지어서, 진방식이 끝나고 진쪽이 저녁 사기로 하자.”

왕두와 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주 갈대용이 수련을 마치고 용호방을 떠나는 용무대원들에게는 술을 한잔씩 권하는 의식이 있었다.

청년으로 인정하는 일종의 성인식 같은 것이였다.

왕두와 이찬의 나이면, 일찍 결혼하는 풍습이 있는 부족에선 결혼도 해서 아이도 갖는 경우도 있었다.

왕두와 이찬은 이번 진방식때 처음 술을 배우게 될 것이고, 성두만과 피지후와 헤어지기 전에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첫날은 기초체력 시험을 하였다.

바위를 일장거리로 굴려서 옮기는 것으로 반각안에 옮기면 되었다.

두군데에서 간격을 두고 치루는 시험으로, 각자의 바위를 사이에 놓고 일장거리에서 양쪽으로 나뉘어져서 옮기는 것이였다.

청군 백군 시합을 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비슷한 효과는 있었다.


일장 높이의 지지대에 줄을 두 개 매달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시험도, 시합하듯 이루어져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머리에 물을 담은 나무그릇을 올려두고, 기마자세로 반각을 버틴후 주먹을 열 번 내지르는 것도, 끙끙거리는 모습과 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연무장을 오십명이 열바퀴 도는 시험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지정한 소년들을 응원하는 것도 재미가 좋았다.


삼장정도의 연못의 폭에 나무 말뚝을 군데군데 박아놓고 건너는 시험은, 아이들이 물에 빠질때마다 폭소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둘째날은 간단한 기초무예 시험이 있었다.


일장간격으로 매달아 놓은 둥글게 깍은 주먹만한 나무가 높이가 다른 세곳에 걸려있었고, 목검으로이동하면서 맞추는 시험이었다.

헛손질만 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웃음꽃이 피었다.


십장정도의 거리에 과녁을 놓고 맞추는 시험은, 화살촉 없는 활쏘기 시험이었다.

다섯 번에 걸쳐서 쏘는데 활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제자리에 떨구는 아이들이 있어서 여기저기 배를 움켜 잡는 경우가 생겼다.


십오장 거리에서 창대신 봉을 과녁을 향해 던지는 시험도, 아이들의 기본 어깨근력을 알아보면서 집중도를 알아보는데 좋았다.


입문하는 아이들의 기초실력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는 시험이 끝났다.

오후에는 점수를 합산하여, 저녁이면 웅무대와 호무대로 선별되어 진방식에 참여했다.

용호방 방주가 베푸는 연회에 모든 방원이 모이고, 호무대에 오른 아이들을 확인 하고 있었다.

왕두가 다섯명중 네명을 맞추었고, 성두만도 네명을 맞추었다.

이찬도 다섯명중 네명을 맞추었고, 피지후 것을 확인하니 세명이었다.

왕두가 두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진방식 끝나고 사는거 알지? 크크”

이찬도 웃으며 피지후의 어깨를 다독였다.

“고마워, 덕분에 잘 먹을게. 흐흐”


방주 갈대용이 앵무새 읊듯 같은말을 일장연설 하였다.

세 번째 듣는 왕두와 이찬이었다.

성두만과 피지후는 네 번째였다.

전장터에서 자신의 뒤를 맡길 수 있는 용호방 동문들이기에, 서로 의지하고 믿으며 항상 협력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실상도 비슷해서 갈대용의 이말은 중요했다.

용무대를 마친 청년들은 하급무장의 부관으로, 호무대를 마친 방원은 하급무장의 부관은 뒷배가 없으면 들어가지 못해고 기마병이나 정예병으로 착출되는게 일반적이었다.

기초군사훈련도 없이 군역을 하는 민초들로 이루어진 병사들에 비해, 용호방 출신들은 정예병으로 중간다리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떠나는 용무대원들에게 술을 일일이 따라주고, 떠나는 호무대원들에게는 감주를 따라주었다.

옆에서는 수석교두 갈대호가 소개장을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무사히 건강하게 맡은바 일을 하길 바라는 방주의 말을 끝으로, 연회는 자연스럽게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웃음들이 만개했다.


소진방은 소년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용호방에 계속 남기로 하였다.

왕두와 이찬 일행은 진방식이 끝나고 교두들과 인사를 하고, 용호방을 빠져나와 객잔으로 향했다.

방을 두 개잡고는 이층의 창가구석에 네명이 모여 앉았다.

“왕두는 악상장군 휘하로 가는 것은 알고, 찬이 너는 뭐 할거야?”

성두만이 물었다.

군부로 진출하는 경우는 다들 소개장이 주어졌고, 임관이 확정되었다.

이찬만 소개장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피지후도 궁금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찬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만화전장의 표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찬은 피지후와 눈을 마주치면 말했다.

“두만이와 나는 사강현으로 간다. 알다시피 왕두와 마찬가지로 악상장군 관할이라 악장군 휘하라 할 수 있어.”

사길병부령에서 사길현 옆에 붙어있는 사강현까지 관할하고 있었다.

두 개지역의 최고 책임자 악군휘는, 황도의 악대장군가의 사람이었다.

“그럼 다들 가까운 곳에 있으니, 시간되면 자주 소식을 전하자.”

성두만이 술을 건네면서 말했다.

“술이 왜이리 달고 맛이냐? 한잔 더 가득 따라봐라.”

왕두는 처음 마셔보는 술이 입에 맞는지 술을 재촉했다.

이찬도 쓴듯하면서 목을 넘길 때, 타는 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왕두 이놈은 싹수를 보니 말술을 마실 것 같다. 하하하”

성두만이 술을 따라주며 웃었다.

“찬이도 말없이 잘 받아 마시는 것이, 왕두와 친구이긴 한가보다. 하하”

피지후에 말에 이찬은 미소로 답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너희도 오늘이 술이 처음 일 텐데 잘 마시네?”

왕두의 말에 성두만이 파안대소하고 있었다.

“지후와 내가 어린 너희들과 같은 줄 아냐. 웅무대에서 중추절을 맞았을 때 고향에서 배웠다. 하하하.”

“어리기는 내가 너희들보다 키도 더 큰데. 크크크”

“웃음소리 봐라. 어리게 크크크가 뭐냐. 남자답게 호탕하게 웃어야지. 하하하”

“찬아 우리도 하하하 웃어보자. 사내답게. 하하하”

“하하하”

다들 웃으면서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한참 취기가 오르게 마셨을 때, 밑에서 세명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올라오던 강구식이 성두만을 먼저 발견하고는 “어~”하고 놀라는 소리를 냈다.

강구식과 소가철 명주덕 이었다.

세명은 다른 곳에서 한잔 하고 이차로 오는 듯 보였다.


강구식은 나름 집안의 힘(?)으로 현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소가철은 왕두와 같이 사길현에서 명주덕은 사강현으로 배정 받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포두나리 오셨네.”

성두만이 강구식을 향해 말했다.

“험. 너희들 나중에 사고치면 내가 잡아간다. 하하하”

“너 우리 병부령에 불려오면 봐주는 것 없이 군기 잡을 거다. 하하하”

왕두가 강구식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사길병부령의 악군휘는 사길현과 사강현에서 최고 권세를 갖고 있었다.

악대장군가의 배경이 아니더라도, 변방의 특성상 군부가 우선이었다.

현령에서 근무하는 포교나 포두들도, 비상상황에는 사길병부령의 소환에 응해야 했다.

일년에 두어번은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포교나 포두들은 후방지원이 주요 임무라해도 하급무장이나 부관들에게 잘못보이면 고생을 해야했다.

일곱명의 젊은 청년들은 늦게까지 앞날을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다가, 늦게서야 숙소로 헤어졌다.


아침에 간단하게 소면으로 해장을 하고, 인사를 나눈 후에 왕두와 이찬은 오기촌으로 향했다.

산길로 지름길을 택해 서문청에게 배운 부운비상을 펼치며, 왕두와 이찬은 하루반나절만에 오기촌에 다다랐다.

“찬아, 부운비상이란 신법이 좋긴 좋구나. 오가며 사흘은 쉴 시간은 벌은 것 같다.”

“어서 가자. 어른들게 인사드려야지.”

‘쩝.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이정도도 어디냐. 크’

흡족해 하는 왕두 뒷모습을 보며 한 대 쥐어박기 좋은 두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왕두의 할아버지 촌장 마두칠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왕두와 이찬이 돌아온 소식이 전해지고, 마을잔치가 열린 것이다.

“내일 저녁이나 도착할 줄 알았더니, 일찍 왔구나.”

풍진은 왕두와 이찬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보고싶어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저두 할아버지와 초린이를 보고 싶어 서둘렀습니다.”

“미령이는 안보고 싶었어? 쳇.”

이찬은 미령을 안아들며 말했다.

“우리 미령이도 당연히 보고싶었지. 꼬마였던 미령이가 많이 컸네.”

“놓아줘. 나도 다 컸단 말이야~.”

“미령이 다 컸으면 시집가야겠네~.”

왕두가 이찬에게 매달려 발버둥치는 미령을 보고 농을 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촌장 마두칠이 술잔을 돌리다가, 이찬과 왕두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도 술을 한잔 하거라. 풍진노인장 괜찮겠지요?”

“용호방에서 나올 때 술을 배웠을 겁니다. 그렇지 않느냐?”

왕두와 이찬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촌장님과 내가 주는 잔을 이리와서 받거라.”

이찬은 촌장 마두칠에게 술을 받고, 왕두는 풍진에게 받았다.

자연스럽게 초린옆에 이찬이 자리하게 되었다.


마두평이 마을 어른들과 술을 마시다가, 이찬과 초린을 보고는 혼자말 처럼 하였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잘어울려. 허허”

촌장의 사촌동생 마두평의 말에 풍진이 묻어 두었던 말을 꺼냈다.

“촌장님, 이번 기회에 약조를 하는 것은 어떠하겠습니까?”

“풍진노인장, 무슨 약조를 말씀하십니까?”

풍진은 마두칠에게 대답대신, 이번엔 무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찬이아범아. 이번에 초린을 며느리로 들이는 약조를 하는 것이 어떠하냐?”“부인, 초린이면 며느리로 어떻소?”

말이 돌고돌면서 무령은 아내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찬의 어머니가 승낙하면 모든 일이 풀릴 것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이찬의 어머니 장수련에게 향했다.

“저야 이미 초린과 친해져서 딸처럼 지내는데,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마두평은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 된 것처럼 보였다.

“암. 나도 찬성일세. 찬이면 훌~륭하지 조카손주사위로. 허허허. 모두 축하하는 의미로 술을 따릅시다.”

마두평의 말에 마두칠과 무령부부의 의견과 상관없이 확정되었다.

번개불에 콩 튀겨 먹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갑자기 이찬과 초린의 약혼잔치가 된 것이다.


***


왕두와 이찬이 다시 사길현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왕두의 허리엔 미풍도가 이찬의 허리엔 미풍검이 채워져 있었다.

풍진이 잔치가 벌어진 다음날 왕두와 이찬을 불러 나누어 준 것이다.

풍진은 미풍검과 미풍도를 주면서 왕두에겐 승룡심법에 토기(土氣)를 일할정도 더 축기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풍진은 둘이 없는 이년동안 발해지역을 잠시 둘러보고 온 적이 있었다.

발해지역에서 풍류도를 익히던 선인(仙人)을 만나고 왔었는데, 삼한에서 익히는 풍류도와 변형된 사람들도 보게 되었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발해를 세우는 과정에서, 중원의 축기하는 방법을 응용하여 빠르게 건국(建國)할 수 있었던 비사(祕史)를 들었다.

선인에게 들었던 축기하는 심법을 듣고, 왕두에게 토기(土氣)를 더 축기 할수 있게 승룡심법을 다듬어 준 것이다.


풍진은 왕두와 이찬에게 도(刀)와 검(劍)을 주면서 당부의 말을 길게 했었다.

“지키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이지, 빼앗기 위해 들어서는 안된다. 칼을 든 자의 숙명처럼 피를 보게 되는 일이 있겠지만,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칼을 뽑아서는 안되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살생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머뭇거려서 일을 그르쳐서도 안되는 것이다. 순간의 방심이 너희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느니라.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둘은 대답하였다.

“예전에 발해의 힘이 여기까지 미쳤으나, 너희도 알다시피 여기는 어디의 힘도 닿지 않는 중립지역이 되었다. 발해는 쇠퇴하는 기운이고 당나라 또한 저무는 해이니 충돌은 없을 것이나, 혼란의 시기가 올 것은 좌명하다. 다행이 오기촌은 당분간 큰 혼란은 없을 듯 하다. 힘없는 민초들에게 누가 황제가 되든 무슨 대수겠느냐. 수많은 왕조가 들어서더라도 여기는 변함없는 민초들의 터전인 것이다. 욕심많은 그네들의 싸움에 고달퍼 지는 민초들의 삶이 항상 안타까울뿐이다. 한족들도 머지 않은 훗날엔 사길현에서 결국 물러날 것이다. 잠시 서로의 이해가 맞아 그들이 머물고, 왕두는 같은 부류의 민초들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둘은 풍진의 말에 여러 생각을 하며 대답하였었다.


이찬은 초린과 삼년후에 돌아와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이찬은 초린에게 사길현에서 왕두와 함께 샀던, 장신구를 증표로 주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찬아, 형님 눈 빠진다. 적당히 해라~. 초린이도 총각인 오라버니 앞에서 그러는거 아니다.”

초린은 부끄러운 듯 이찬에게서 손을 빼고 있었다.

비단결 같은 초린의 손이 스르륵 사라지자, 이찬은 왕두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두분 오라버니들 꼭 건강하게 오셔야해요.”

둘은 초린에게 걱정말라는 말을 하고는 돌아섰다.

초린은 왕두와 이찬이 눈에서 사라질때가지 손을 흔들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서있었다.


“너 우리 초린이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나한테 혼날 줄 알어.”

“벌써 초린이 눈에 눈물나게 한거 같다. 손이 눈가에 자주 올라가는 것을 보니.....”

“이놈이 딴청피우기는..그게 그말이냐! 능글맞은 놈. 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

“왕두야, 인물은 내가 너 보다 훤하다. 안그러냐. 하하하”

“남자는 나처럼 사내답게 생겨야 하는거야. 서문린이 눈은 얼마나 정확하냐. 흐흐흐”

‘초린이 오빠만 아니면 이눔의 자슥을~’

왕두의 뒷통수에 눈길이 가 던 이찬은 참을 수 없은 욕구가 치솟고 있었다.


왕두와 이찬은 마을의 훈장인 무령에게서 역사에 대해서, 아이들이 지루해 할 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배웠다.

요동성은 한때 고구려의 세력권이였다가, 백수십년 전에는 한족의 왕조인 당이 차지하였다가, 지금은 당도 쇠퇴하여 유주(훗날 북경) 근처까지 밀려 있었다.

오기촌은 그 요동성에서 삼한방향으로 떨어져 있는 마을이었다.

발해가 오기촌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한 적도 잠시 있었으나, 그것도 오래전의 이야기 였다.

사길현은 유주(북경)에서 요동성 방향으로 붙어있은 곳으로, 아직은 당의 영향력 아래 있으나 풍진은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거라 말하는 것이였다.


왕두와 이찬은 사길현으로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찬아, 풍진어른신께서 앞으로 큰 혼란이 있을거라 말씀하셨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나도 모르겠다. 할아버지께서 중원과 발해지역을 다녀보시고 말씀하시는 것이니, 그냥 하시는 말씀은 아니실텐데.......”

“난 복잡한거는 싫다. 마적이나 도적처럼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무리들이나 쫓아내면 된다.”

“왕두가 쫓아내면 나도 조금은 편해지고, 상단 물자의 거래도 안정되고 좋지.”

“만화전장에서 일하기도 전에 편해질 궁리하냐? 내덕에 편해지는 네가 술 사라. 하하하”

“진방식 이후에 왕두 너 술에 빠진거 같다. 여하튼 도착하면 사부님 잠시 찾아 뵙고, 객잔에서 요기나 하자.”

왕두와 이찬은 사길현으로 각자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용호방에서 졸업(?)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용호방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 하려고 하니 글이 길어지는 부분이 있네요.

그래도 용호방을 설명하고자 하는 맘이 들었습니다. ^^

새로운 한해 모두 힘차게 시작하시길....

전문작가도 아니고 처음 쓰는 글이라 분량이 일정하지 않네요.

초보의 맛이라 여겨 주시길 빕니다.....

글적거리다 갑니다.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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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풍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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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황도(皇都)를 떠나며 (흐르는 물이...) +1 20.01.21 2,819 43 10쪽
26 황도(皇都) 장안에서 (여독(旅毒)이나 풀도록 하세나!) +1 20.01.20 2,814 42 12쪽
25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7 (아! 이건 악몽(惡夢)이야) +1 20.01.19 2,804 44 12쪽
24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6 (아! 이건 악연이야) +3 20.01.18 2,807 45 11쪽
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70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1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20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7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5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8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5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4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0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0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4 46 12쪽
»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50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1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6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39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8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9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2 58 14쪽
3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2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4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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