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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19,013
추천수 :
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19.12.26 11:49
조회
9,334
추천
71
글자
7쪽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DUMMY

비가 암흑(暗黑)처럼 어두운 밤을 뚫고 쏟아지고 있었다.

우의(雨衣)를 입고 앞서가는 이풍진(李風鎭)과 그의 아들 무령, 며느리가 어린 손주를 안고 뒤따르고 있었다.

이제 다섯 살 정도의 아이가 잠을 이기지 못하고 빗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질척거리는 흙을 뒤로하고 무언가에 쫓기듯 사인(四人)은, 몇 번의 깊은 밤을 쉼 없이 달려 폭우에 불어난 강가에 다다랐다.

이강을 건너기만 하면, 압록강(鴨綠江)을 넘어가면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미리 준비시킨 배가 저기 보입니다”

무령은 사방(四方)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풍진에게 말을 건넸다.

‘음, 불어난 강물을 헤치고 갈 수 있을지...’

속으로 걱정이 드는 풍진이었으나,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우의를 입고 대기중이던 중년의 사공(沙工)은 네사람을 보고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리~ 여기입니다요.”

“사공 이 물길 속에 건널 수 있겠는가?” 무령은 어린 아들을 안고 물었다.

“걱정마십시오. 제가 이강에서만 어려서부터 삼십년 넘게 이일을 하고 있습죠.”

품속에서 은자 열냥을 주었다.

사공의 눈은 커다랗게 커지면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후다닥 챙기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나리~”

“무사히 건너게 그러면 내 은자 열냥을 더 주겠네.”


은자 다섯냥의 배삯을 약조 받았던 사공은 두배인 열냥을 받고, 올해는 운수대통(運數大通)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너기만 하면 다시 은자 열냥을 더 주겠다고 했다.

‘꿈속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이게 웬 휭재냐’

‘어머님 약재를 구하고 이번 제사(祭祀)는 조상님들에게 감사의 절을 올려야겠구나.’


무령은 사공을 구하다가 사공이 병든 노모(老母)를 모시고 사는데 효심이 극진했던 것을 알았다.

배에 올라탄 삼대(三代)의 가족을 잠시 바라보던 사공은 서둘러 강을 건너고자 노를 저었다.

풍진은 압록강을 건너며 자신이 살아온 땅과 더욱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삼한땅을 뒤로 하고 중원으로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강을 건넌 후 사공에게 약조한 대로 은자 열냥을 주고 무령이 준비해 둔 마차를 타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이틀을 더 길을 나선 후에 한적한 마을에 이르렀다.

“아버님, 찬이가 어제 저녁부터 열이 있는 것 같아요.”

며늘아기의 근심어린 얼굴이 풍진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 어린 녀석이 그 먼길을 왔으니, 힘들었겠지.”

무령은 어린 아들이 아픈 것에 맘이 울컥했지만, 말없이 아버지 풍진을 쳐다보았다.

“무령아 이 마을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겠구나.”

“네, 아버님”


이틀거리에 압록강이 위치하고, 사나흘거리에는 중원의 변방이 있는 오기촌(五氣村)이었다.

오기촌이라는 마을에 쉬어 간다는 것이, 어느덧 오년(五年)의 세월이 흘렀다.

어린아이는 솜이불 같다고 하였던가.

찬이는 그동안에 한어와 만주어 삼한어를 능숙하게 쓰고 있었다.

그사이 무령과 며느리 사이에서 손녀(孫女) 미령이 태어나고 미령이도 다섯살이 되었다.


풍진의 가문은 삼한의 계룡산(鷄龍山)에서 세속을 등지고 풍류도를 쌓던 은풍문(隱風門)의 장자였다.

풍진은 산속에서 풍류도(風流道)를 쌓다가 스승이자 아버지인 두계(斗鷄)의 말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 삼한의 웅주(熊州)지역 일대 지금의 부여 공주 논산 서산지역 제일의 호족 가문으로 일으켰다.

조금 더 나아가면 나라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세를 확장했으나, 삼한의 영웅(英雄)이 되기엔 그의 수양이 부족했다.


수양(修養)이 부족하기 보다는 풍류도(風流道)를 쌓던 그의 품성이 정치적 야망을 키우지 못했던 것이다

견훤과 궁예가 옛날 삼한의 왕을 칭하고 황제를 사칭할 때, 그는 난세(亂世)에 휘둘리는 민초(民草)들이 안정적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삼한의 밑에 지역 주인으로 있던 신라는 이미 그 힘을 다하고 있었다.

고구려가 쓰러지고 삼십(三十)여년 만에 발해의 고왕 대조영이 나라을 세우고, 10대(代) 선왕에 이르러 왕성한 힘을 발휘하여 대영토를 이루기도 했었지만, 위에 있는 발해도 지금은 그 힘을 점점 잃어 가고 있었다.


주변 호족(豪族)들에게 이왕야라 불렸던 풍진이었다.

수양(修養)이 부족하기 보다는 풍류도(風流道)를 쌓던 그의 품성이 정치적 야망을 키우지 못했고.


따르던 호족(豪族)들은 그가 더 이상 야망이 없음을 알았다.

위 아래에서 압박해 오던 견훤과 궁예의 무력과 회유 앞에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급기야 그를 향해 칼을 드리웠다.

혼란의 시기였기에 부득이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호족들에겐 민초들의 삶 보다는 자신의 안위가 중요했고, 권력을 갈구(渴求)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저기 들끓던 도적과 민란에서, 민초들의 고달픈 삶의 안정에 만족하고 있던 풍진이었다.

같이 뜻을 해 지역을 안정시켰던 호족들과 그들을 따르는 민초들에게 맞서, 칼을 뽑기에는 마음이 모질지 못했던 풍진이었다.

그래서 아들과 며느리 손주만 데리고 삼한을 조용히 벗어나기로 했던 것이다.


한 지방을 안정시키는 그릇은 되었지만, 한 나라를 세우고 삼한을 통일 시킬 정도의 야망이 없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그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왕야라 불렸던 시간이었다.

그사이 자신을 따라 산에서 내려왔던, 아들이 결혼해서 손주를 낳고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칼을 꺽은 마당에 그가 갈 곳은 삼한에 없었다.

계룡산으로 다시 들어가면 은풍문에서 풍류도를 쌓던 아버님과 사형제들이 다칠 것이었다.

삼한을 떠나오는 동안 몇 번의 습격도 있었지만, 서둘러 몸을 뺀 덕에 큰 위험없이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압록강을 건너 이 먼 오기촌이라는 변방의 마을까지 흘러왔던 것이다.

풍진은 지나 온 세월을 돌아보며 오기촌 뒷자락에 있는 오기산(五氣山)에 손주 이찬과 함께 올랐다.


삼한에 금강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등 수많은 명산이 있었지만, 삼한의 밑에 지역에서 가장 신령스런 산이 어디냐고 물으면, 제일로 꼽는 산이 계룡산이었다.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하여 열다섯개의 봉우리와 서쪽의 용문폭포 동쪽에 은선폭포가 자리한 산.

학바위 앞에서 관음봉 고개까지 약 십리가까이 이어지는, 동학계곡은 은풍도를 키우기에 최고의 산이었다.


산의 높이나 절경을 타산(他山)에 비하자면 모르는 이는 별것 없으리라 느끼겠지만, 아는 이들은 계룡산을 삼한 아랫지역의 최고의 신령스런 산으로 여겼고, 오기산은 그런 계룡산과 고구려가 부여를 통합하고 환훙의 제사를 지내던 장백산(백두산)과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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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5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1 20.01.17 2,870 45 10쪽
22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4 +2 20.01.16 2,941 45 10쪽
21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3 +2 20.01.14 2,984 46 11쪽
20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2 +1 20.01.13 2,987 44 10쪽
19 황도(皇都) 장안으로 가는길 1 +2 20.01.11 3,026 47 7쪽
18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4 +1 20.01.10 3,036 47 14쪽
17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 3 +1 20.01.09 3,048 46 11쪽
16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2 +2 20.01.08 3,005 50 9쪽
15 황도행(皇都行). 유주로 가는길1 +1 20.01.07 3,254 43 12쪽
14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2 +1 20.01.06 3,113 43 10쪽
13 비룡채 식구(?) ~ 아니신가! 1 +2 20.01.04 3,211 45 10쪽
12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2 +2 20.01.03 3,280 50 13쪽
11 이찬 만화전장에서 일을 시작하다 1 +1 20.01.02 3,414 46 12쪽
10 용호방에서 진방식을 치르다. 그리고... +1 20.01.01 3,650 50 22쪽
9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2 +1 19.12.31 3,521 49 9쪽
8 용호방에서 내공(?)심법을 배우다 1 +2 19.12.31 3,666 50 10쪽
7 용호방에서 소진방식 +1 19.12.30 3,739 47 7쪽
6 용호방에서 소무공교두를 만나다 +2 19.12.29 4,018 48 9쪽
5 중원행을 준비하며 용호방으로 +2 19.12.28 4,439 54 11쪽
4 왕두와 소진방 그리고 오기촌에서 +2 19.12.28 5,042 58 14쪽
3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2 +2 19.12.27 5,768 57 8쪽
» 삼한을 뒤로하고 오기촌(五氣村)에 1 +1 19.12.26 9,335 71 7쪽
1 +1 19.12.26 10,709 6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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