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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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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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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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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월야공자 제36화--1

DUMMY

제36화 차례를 지켜라.


“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금옥강이 버선발로 달려 나와 진조범을 맡았다.

진조범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벗과의 재회가 그저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였다.

금옥강 역시도 똑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심지어 금옥강의 뒤에 서있는 묵상 역시도 비슷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자자, 어서 안으로 드세나.”

금옥강의 권유로 발걸음을 옮기는 진조범, 진조범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자 묵상이 중얼거렸다.

“ 괜히 손해만 보았군.”

묵상은 진조범의 무사귀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도 한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자 조금은 걱정이 되던 찰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진조범이 당연히 무사하게 돌아오자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중얼거림은 묵상이 진조범의 안위를 염려했음을 은연중에 밝히는 것이었다.

금옥강이 이런 묵상을 향해 말했다.

“ 묵공께서도 안으로 드시지요.”

세 사람이 나란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두 사람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옥강의 내자인 주설란과 그의 품에 안긴 금옥강의 아들이었다.

주설란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정말 감사합니다.”

주설란의 두 눈에는 눈물마저 주렁주렁 맺혀 있었다.

그만큼 진조범의 안위를 염려했고, 생환을 반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단지 짧은 인사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짧은 인사말에는 한사람의 백성으로서, 비로소 시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을 받을 수 있게 된 며느리로서, 승차한 관리의 아내로서의 고마움을 모두 담고 있었다.

진조범은 만감이 교차하는 주설란의 표정에서 그녀의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로 그녀의 인사에 화답했다.

진조범을 위한 술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술상은 준비되어 있었다.

금옥강과 묵상을 위한 술자리, 이는 돌아오지 않는 진조범을 걱정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상위에는 세 개의 술잔이 놓여있었다.

언젠가 돌아올 진조범을 위해서 항상 여분의 술잔을 준비해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잔의 주인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

“ 아참, 내 정신 좀 보게나. 어렵게 돌아오신 분께 대접이 이렇게 소홀해서야............”

말과 동시에 주설란은 재빨리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세 사람만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진조범이 주설란을 만류하려하자 금옥강이 진조범을 만류하며 자리를 권했다.

“ 우선 앉도록 하지.”

그렇게 세 사람이 탁자를 마주했다.

생환의 기쁨은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후 금옥강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이런 변화를 눈치 챈 진조범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금옥강을 향해 말했다.

“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가?”

금옥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에 화답했다.

“ 미안하이.”

무엇이 미안하다는 뜻일까?

금옥강의 갑작스런 사과에 진조범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금옥강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건넸다.

“ 미안하네.”

진조범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 우리 사이에 사과라니, 당치않네, 더구나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는가?”

금옥강이 사과할만한 일이라면 떠오르는 것은 그의 아버지인 금작림과 관련된 일뿐이었다. 당사자인 진조범의 말이니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충분했다.

허나 금옥강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것은 단순히 금작림의 일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금옥강은 계속해서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 폐하께서 자네의 출사를 막기로 결정하셨네.”

이렇게 말하면서 금옥강은 조심스레 진조범의 반응을 살폈다.

어린 시절 진조범의 꿈은 대장군이었다.

출사를 막는다는 의미는 관직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진조범이 그 의미를 모르지 않을 터, 금옥강은 진조범이 받을 충격을 걱정했다.

황도에서의 일련의 사태에 진조범의 공은 지대했다.

허나 황제는 진조범의 출사를 막았고, 이를 금옥강에게 먼저 알려왔다.

금옥강의 입장에서는 이런 황제의 결정을 막지 못한 자신의 부작함을 진조범에게 사과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조범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폐하의 결정이 아닌가? 어찌 그것을 자네의 탓이라 하겠는가?”

“ 허나............”

진조범은 이어지는 금옥강의 말을 막으면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

그리고 손에 든 잔을 내밀면서 말했다.

“ 자자, 어서 드세나, 오늘은 내가 살아 돌아온 좋은 날이 아니던가?”

금옥강은 진조범이 애써 태연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더욱더 안타까운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진조범이 계속해서 금옥강을 위로하듯 말했다.

“ 허, 사람 참. 정말 괜찮대도............”

진조범은 망설이는 금옥강을 대신해서 묵상을 향해 술잔을 내밀었다.

묵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술잔을 들었다.

그래도 금옥강이 움직이지 않자 진조범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 이미 어느 정도는 각오한 일이었네, 허니 정말 나는 괜찮네.”

이는 단순히 금옥강을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조범의 진심이었다.

진조범은 공야의 죽음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이득이 되지 않음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조정에서 공야를 따르는 세력은 거대했고, 이들을 단숨에 모두 제거한다면 당분간 조정의 운영이 힘들어 질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공야를 따랐던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들의 도움을 빌리기 위해서는 공야의 암살범을 등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공야를 따랐던 사람들의 노골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당분간이라는 시간은 저들의 힘을 충분히 약화시킬 시간이며, 그 시간동안 진조범이 조정에 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옥강의 태도로 보건데 단순히 당분간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공야의 세력이 진조범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이 예상하지 못한 그 초월 점은 바로 공겸이었다.

공겸이 진조범의 출사를 막은 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이유였다.

허나 그 이면에 이런 공적인 이유 역시도 조금은 포함되어 있었다.

“ 허나 자네의 꿈이.............”

금옥강의 말에 진조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음에도 하늘이 그를 허락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운명이라고 말할밖에.”

“ 허나...............”

“ 대장군은 그저 어린 시절 꿈이었네, 당시에는 오로지 그 길만이 검으로 갈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네, 허나 자네도 알다시피 직책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를 않은가? 자네 역시도 단순히 승상의 자리를 탐해 조정에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말일세.”

금옥강이 이에 수긍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조범이 조금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 어찌 나라고 아쉬움이 없겠는가?”

금옥강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진조범이 계속해서 말했다.

“ 허나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네, 특히 황도에서 벌어진 일단의 사건들 때문에 오히려 그런 아쉬움이 덜하다네.”

황도에서 벌어진 일단의 사건, 대장군등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금옥강이 어느 정도 진조범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조범은 천천히 손에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 씁쓸한 술잔은 이제는 설사 가고자 해도 갈 수 없는 길, 이루지 못할 꿈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의 잔이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아쉬움은 앞으로의 길을 벗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옥강이 진조범에게 그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 강호로 나가봄이 어떠한가?”

금옥강의 말에 진조범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강호, 무림을 뜻하는 것이었다.

짧지 않은 세월을 검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었다.

검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무장의 길이 아닌 다음에야 가야할 길은 너무도 뻔했다.

그 길은 지금까지 진조범이 살아온 길이기도 했다.

“ 아마도 그래야겠지.”

금옥강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 진충공의 주청으로 폐하께서 냉염이라는 인물에게 장가계 일대의 권리를 모두 인정해주시기로 하셨네, 듣자하니 냉염이라는 인물이 자네의 수하라더군, 그곳을 기반으로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지금의 황제로서는 그나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진조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러자 금옥강이 재촉하듯 말했다.

“ 허면 황도의 사정이 복잡하니 우선 내일이라도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 어떠한가?”

진조범이 다소 섭섭한 표정으로 금옥강을 바라보았다.

“ 이 사람 벌써부터 나를 쫓아내려 하는가?”

단순한 농이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농을 금옥강은 농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어색한 금옥강의 모습에 진조범이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군? 그렇지 않은가?”

금옥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다른 이유는 무슨, 말 그대로 단지 황도의 사정이 복잡하니 안정이 될 때까지 자리를 피하라는 것일세, 허나 굳이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닐세. 오해는 하지 말게나.”

난감한 표정의 금옥강을 향해 진조범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 내 자네가 우려하는 바는 익히 알고 있다네, 조만간 황도를 떠날 생각이니 그리 염려치 말게나, 자네의 말처럼 당분간은 황도를 떠나있는 것이 좋겠지, 당분간은............”

말은 당분간이라고 하고 있었다.

허나 진조범은 알고 있었다.

다시 황도로 돌아올 날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황도를 떠나라는 금옥강의 말에서 진조범은 십사를 떠올렸다.

공야의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십사는 진조범을 노렸다.

그리고 십사와 마찬가지로 공야의 수하들 중에는 진조범을 노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옥강이 우려하는 것 또한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안위와 함께 황도의 분란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조범 역시도 이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공야를 따랐던 사람들이 공야의 복수를 하고자 한다고 할지라도 저들에게도 당분간 추스를 시간은 필요했다.

때문에 금옥강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시각 밖으로 나갔던 주설란은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단 주설란 뿐만이 아니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자리에는 금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금작림이 직접 총괄하고 있었다.

“ 서두르거라. 어서, 손님께서 기다리시지 않느냐.”

“ 아버님, 이곳은 그만 제게 맡기시고...........”

“ 아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하겠구나.”

금작림은 가문을 위해 아들의 벗에게 죽음을 강요했다.

비록 진조범이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차마 그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자신의 사과를, 그리고 감사의 뜻을 담고자 하는 것이었다.

“ 거기 돼지가 타지를 안느냐............”

“ 아직 멀었사옵니다.”

이래저래 돕는다고는 하지만 방해만 되는 금작림이었다.

금씨 집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별채에 모여 있었다.

그때 금작림의 집 앞에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금옥강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바로 그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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