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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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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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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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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야공자 제39화 -- 1

DUMMY

제39화 재회 #2


진조범이 정가연과 함께 성도를 벗어난 후 불과 한 시진 만에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당문삼영을 대동한 당갑수가 진조범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당갑수는 당문삼영만을 대동한 채 빠르게 진조범을 추적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나머지 수하들은 전열을 정비하며 천천히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어린놈의 손속이 지나치게 잔인하구나.”

당갑수가 대뜸 이렇게 말하자 진조범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당갑수가 살짝 비웃음을 흘렸다.

“이런 순간에도 위선인가?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을 그토록 잔혹하게 죽여 놓고 이제 와서 발뺌이라도 하려는 것이더냐?”

진조범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이다니요?”

당갑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진조범을 노려보았다.

“하긴 발뺌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겠지? 그래, 기도를 보아하니 무명소졸은 아닐 터,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당갑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문삼영이 몸을 움직였다.

당갑수의 지시가 떨어지면 지금 당장이라도 진조범을 덮칠 기세였다.

이에 진조범이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검마맹의 오 공자 진조범이 당문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당갑수가 흠칫 놀라며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상대가 검마맹의 사람, 심지어 죽었다던 검마맹의 오 공자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설마, 그 죽었다던 검마맹의 후계자라는 것인가?”

진조범이 이를 인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조범은 어째서 이렇게 순순히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일까?

당갑수는 이점이 의아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진조범이 차분하게 말했다. “영민하신 분이시니 이 자리가 함정임을 능히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죽었다던 검마맹 오 공자와 당문 현 가주의 일전, 세상이 이를 어찌 보리라 생각하십니까?”

당갑수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일전은 무슨, 네놈의 죽음을 이용했던 검마맹의 음모를 파헤친 당문의 위치가 한층 공고해지겠지.”

진조범이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거기에 더해 검마맹 오 공자의 손에 당문의 가주가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상황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갑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지금 그것이 당기상의 의도라고 말하고 싶은가?”

진조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즉시 당갑수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재미있는 놈이로구나. 검마 본인이라면 모를까, 머리에 핏기도 가시지 않은 네놈 따위에게 내가? 천하에 누가 있어 그 따위 망발을 믿겠느냐?”

“믿고 안 믿고는 꾸미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오랜 세월 갖가지 음모를 주도해온 당갑수였기에 또한 지금 이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꾸미기 나름이라, 좋구나. 지금 네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상이가 문영이보다 오히려 나를 닮았구나, 허나 기상이가 그럴만한 아이가 되겠느냐? 그보다는 오히려 검마맹이 우리 당문의 분열을 노리고 음모를 획책했다는 설명이 더 옳지 않겠느냐?”

“진정 그리 생각하십니까?”

당갑수가 다시 한 번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기실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대로는 당기상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습니다.”

순간 누군가의 인기척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되었다.

진조범이 음모의 주역이라고 말한 당기상이었다.

진조범의 말처럼 당기상이 단순히 어부지리를 노렸다면 직접 이 자리에 등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내심 당갑수도 진조범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기에 당기상의 등장이 의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이 어려운 시기에 사사로이 본문의 정예까지 움직이신 것입니까?”

평시라면 아들의 복수를 위해 당문의 가주가 정예를 움직이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허나 지금은 ‘평시’가 아니기에 당기상의 말이 정론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이렇게 당기상이 자신을 추궁하자 당갑수가 껄끄러운 표정으로 당기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어째서 이곳에?”

“급작스런 본문 정예들의 움직임을 제가 파악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셨습니까?”

당갑수가 이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만한 소동이라면 네가 모르는 것이 이상하겠지, 너도 알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편하겠구나. 저놈이 말하는 것처럼 네놈이 문영이를 죽였더냐?”

직설적인 질문, 허나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가늠하고자 함이었다.

당기상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조범과 정가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요.”

“허면 물러나거라. 이 사건의 진위는 내가 직접 파악할 터.”

“물론 그러시겠지요. 허나 당문의 후계자로서 마땅히 이곳의 상황을 지켜볼 자격은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강요된 자백과 같은 쓸데없는 음모는 피하겠다는 말이었다.

이에 당갑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히 결과가 궁금하다면 이 자리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렇게 말하면서 당갑수는 과연 당기상이 홀로 이곳에 왔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우선 당갑수의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간에는 다른 누구의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니 일단 근처에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항상 호위를 대동하던 당기상이 홀로 이 자리에 왔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힌 마당에 이것저것 따질 개재는 아니었다.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심인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다.

당갑수는 어쩌면 당기상이 평생에 몇 번 없는 그런 실수를 지금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자신에게는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생각에 당갑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도 조금 묘했다.

지금 당갑수의 정면에는 진조범이, 후방에는 당기상이 서 있었기에 당문삼영은 이 두 사람 모두를 경계하며 당갑수를 중심으로 삼방을 점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당갑수는 진조범인지 아니면 당기상인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실리라면 당연히 당기상이었다.

당기상의 죽음을 진조범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진조범이 말했던 것처럼 이런 일은 꾸미기 나름이 아니던가?

하지만 명분이라면 진조범이었다.

진조범을 제압하고 검마맹의 음모를 백일하에 밝힌다면 지금까지 비난만 받아왔던 상황을 조금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죽었다던 검마맹 후계자의 생존 사실을 밝혀낸 공과 그에게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연민이 돌아섰던 민심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운이 좋아서 정가연에게 당기상의 음모라는 자백까지 받아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물론 당기상이 이 자리에 있기에 그것은 조금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명분만 되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 당기상과의 싸움도 그다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소의 당갑수라면 당연히 실리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리만을 취하려다 된통 쓴맛을 본 상황, 그래서 명분의 힘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결정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갑수의 입장에서는 서둘러 결정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 있으면 자신을 따르는 정예들마저도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들이 도착한 이후에는 어떤 결정이든 자신의 뜻대로 내릴 수 있었다. 그러니 우선 진조범을 상대로 조금 시간을 끌면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갑수가 천천히 진조범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가능하면 생포하도록.”

생포는 일단 시간을 끌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당갑수는 오랜 세월 자신과 함께해온 당문삼영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다렸다는 듯 당문삼영이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순간 진조범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졌고, 당기상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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