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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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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8.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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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월야공자 제35화--8

DUMMY

대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때 누군가가 대전으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안으로 들어선 인물은 태자였다.

당황하는 대신들, 하지만 태자를 확인한 공겸은 재빨리 예를 갖추었다.

“ 신 공겸이 폐하를 뵙습니다.”

눈치를 살피던 대신들이 공겸의 움직임에 발맞춰 재빨리 예를 갖추었다.

“ 신등이 폐하를 뵙습니다.”

태자는 대신들 사이를 가로질러 대전 상석의 용상에 앉았다.

“ 그만 일어들 나시구려.”

태자가 용상에 앉는 순간 더 이상 태자가 아니었다.

신임 황제는 천천히 대전에 서있는 대신들을 훑어보았다.

태자와 황제의 차이는 실로 엄청났다.

신임 황제는 용상에 앉는 순간 그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용상의 주인은 만인지상(萬人之上), 천하의 주인이 바로 자신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짐의 즉위식 준비는 신임 제독이 맡아 주시게.”

“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거침없는 신임 황제의 행보, 이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스스로 짐이라 침하며, 공겸에게 즉위식을 준비시키는 것, 이것으로 신임 황제와 공겸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끝났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황제의 자리는 오르고자 해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설사 태자라고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용상에 앉으면 이제는 스스로가 내려가고자 해도 마음대로 내려설 수 없는 자리, 곧 천명이 허락한 자리였다.

황제를 거스르면 역천이 된다.

이것은 곧 천명을 거스르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무수한 황제들이 중화의 역사에 존재했다.

하지만 성공한 역천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만큼 일단 차지하기는 어려운 자리이나 차지한 이후에는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자리,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즉위와 동시에 무상의 권력이 집중되는 자리였다.

더구나 조금 전 대신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황제는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였다.

더욱이 당금 조정의 실세인 동창의 제독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일단의 위험은 이제 모두 물러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었다.

자연히 황제의 얼굴에는 안도와 함께 자신감마저 번지고 있었다.

“ 태보 주겸은 들으라.”

주겸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황제는 주겸을 향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 선황을 성실하게 보필한 경의 노고를 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네.”

“ 황공하옵니다.”

“ 허나 경의 나이 벌써 환갑에 가까웠으니 이제 그만 쉴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만 낙향하여 건강을 돌보도록 하게.”

황제의 말에 주겸이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허나 황제의 명은 곧 천명,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인사와 동시에 주겸은 힐끔 공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황제를 향해 다시 한 번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폐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니 신은 이만 물러가 보겠나이다.”

황제가 허락의 뜻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즉위식도 치르지 않은 황제, 그 첫 번째 명이 태보 주겸의 은퇴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주겸은 태자의 어린 시절부터 황위에 오른 지금까지 한결같이 황제를 보위해온 인물이었다. 그런 그를 황제가 가장 먼저 은퇴시킨 것이다.

말이 좋아 은퇴였다.

스스로 원한 일이 아니었기에 파직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허나 공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이것은 공겸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급작스런 황제의 결정에 이은 공겸의 여유로운 모습,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태자와 공겸 사이에 거래가 있었음을 확신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공겸을 지지하는 이상 자신들의 위치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도록 만들고 있었다.

주겸이 대전 밖으로 나가자 공겸이 기다렸다는 듯 허리를 숙였다.

“ 신 공겸이 폐하께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 말해보게.”

“ 불경하게도 형부시랑 권근을 비롯한 일단의 무리들이 삼황자와 내통 역심을 품었다고 하옵니다. 의당 역모와 관련된 삼황자를 참하시고 관련된 이들의 구족을 멸하셔야 하리라 사료되옵니다. 그리고 추가로 이에 가담한 인물은 없는지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황제 짐짓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무서운 말이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공겸이었다.

공겸은 이제 이 자리가 함정임을 스스로 당당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황제가 공겸에게 그의 정적을 제거하도록 명한다면 모든 것이 공겸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되는 셈이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공겸이 가져가게 되는 셈이었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공겸을 향해 말했다.

“ 그렇다면 동창에서 이를 자세하게 조사하여 보고토록 하시오.”

황제의 말과 동시에 대신들은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결국 앞으로도 동창을 중심으로 조정이 움직여야 하는가?’

순간 공겸이 재빨리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 신의 아버님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신이 동창을 맡은 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동창을 추스르며 폐하의 즉위식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소신에게는 벅찬 일이옵니다. 허니 이 일은 다른 이에게 맡겼으면 하옵니다.”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다른 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공겸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대장군 맹명천이 적임이라고 사료되옵니다.”

황제의 시선이 천천히 맹명천에게로 향했다.

맹명천은 그 즉시 공손히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 신에게 맡겨만 주신다면 철저하게 그 사실을 규명하도록 하겠나이다. 폐하.”

황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허면 경이 알아서 그 일을 조사하도록 하시오.”

“ 신명을 다하겠나이다.”

칼자루가 이렇게 맹명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 칼자루가 겨누는 방향이 자신임을 대장군 맹명천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신임 황제와 공겸은 지금 맹명천에게 자신의 수족을 어디까지 자를지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맹명천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일이었다.

싸늘한 대전의 분위기 속에서 공겸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일단 역모에 관련된 이들을 모두 금부로 압송했습니다. 형부시랑 권근을 포함 정삼품 이상의 관료들만 해도 일곱 명이 이에 가담했사옵니다. 이들의 자리는 국정을 위해서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 서둘러 후임을 결정해야한다고 사료되옵니다.”

황제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공겸이 즉시 말했다.

“ 이들의 후임으로 형부시랑의 자리에는 한림원 수찬 정회를, 호부시랑에는 원릉 지현 진충을............”

공겸이 이름을 호명하는 사이 대신들이 흠칫흠칫 놀라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정회나 진충등을 알고 있었다.

모두 주겸의 사람이었다.

허나 놀라기는 했지만 이 자리에서 감히 이에 반대할 여력은 없었다.

거래란 일방당사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님을 공겸의 입에서 호명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통해서 대신들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공겸은 주겸을 낙향시키는 대신에 주겸을 따랐던 많은 이들을 등용하는 것이었다.

최대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겸을 제거함과 동시에 그나마 황제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겸을 따르는 이들 몇몇을 등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종의 타협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오히려 황제가 공겸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지나치게 파격적이지 않은가?”

황제의 말에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정회만 하더라도 종육품의 수찬에서 정삼품의 시랑이 되는 것이었다.

무려 일곱 단계를 뛰어넘는 승차,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파격적인 승차였다.

이에 공겸이 공손히 화답했다.

“ 정회만 하더라도 이미 오래 전에 대과에서 장원을 차지했으며, 사람들이 경천이라 부를 정도로 뛰어난 학식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입니다. 과거의 불운한 일로 잠시 승차가 늦어졌으나 충분히 형부시랑의 직책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진충 역시................”

공겸의 말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한가? 내 그대의 의견은 충분히 알겠네, 허나 다른 대신들은 어떠할는지.........”

황제가 쓱 대전의 대신들을 훑어보자 대전의 대신들이 허리를 숙였다.

그 뜻을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모두를 대신하여 태부 절영이 공손히 말했다.

“ 동창 제독의 의견이 적절하다고 사료되옵니다. 폐하.”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경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니 짐도 제독의 뜻에 따르도록 하지, 그리고 역모가 벌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짐이 즉위식조차도 치르지 못한 상황이 아닌가? 가급적 피를 보는 것은 즉위식 이후로 미뤘으면 하네, 또한 마땅히 군주는 덕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 법, 아직 짐의 덕이 부족한 탓에 역모가 일어났으니 구족을 멸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듯하네. 허니 삼족 정도를 멸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으면 하네만.”

말이 삼족이고 구족이지 가까운 혈족은 모두 죽인다는 뜻이었다.

이 역시 무서운 말이었다.

하지만 삼족과 구족의 차이는 말 이상의 엄청난 차이였다.

실제로 죽어야 할 사람들의 삼분지 이가 황제의 한마디로 목숨을 보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그야말로 황제의 자리는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의 자리,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서 세상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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