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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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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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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04
글자수 :
758,122

작성
11.01.10 17:01
조회
128,237
추천
610
글자
8쪽

월야공자 제1화 --1

DUMMY

제1화 우곡촌의 두 소년


청해성은 중원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성(省)이다.

지리적으로 북서쪽으로는 신강(新疆)과 북쪽과 동쪽으로는 감숙성(甘肅省), 남동쪽은 사천성(四川省), 그리고 남서쪽은 티베트에 접해 있다. 면적은 대략 2천억평[72만㎢] 정도이며, 성도(省都)는 서녕(西寧)이다.

한마디로 청해성은 중원대륙 북서부의 변경에 위치한 성이다.

이 청해성에서도 북서쪽의 신강에 접해있는 변두리 지역에 우곡촌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곤륜산맥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기에 우곡촌은 겨울이 되면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왔다.

이 추운 겨울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면서 우곡촌의 뒷산을 오르는 자그마한 소년이 있었다.

이제 갓 10살은 넘었을까?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눈발이 소년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소년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추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굵은 땀방울이 소년의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년은 한차례 가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멈췄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소년, 아마도 잠시 쉬어가려는 듯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작은 바위를 발견한 소년이 바위 위의 눈을 치우고 그곳에 앙증맞은 엉덩이를 붙였다.

하지만 이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위가 머금고 있던 차가운 한기(寒氣)가 소년의 엉덩이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 제길.’

자신의 작은 몸이 잠시나마 앉아서 쉴 자리도 없다는 사실이 소년의 마음을 더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소년은 일어선 채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오면 좋아하는 것은 개와 어린아이들뿐이라고 했던가?

이미 추수가 끝난 마을의 눈밭 위에서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일부는 눈덩이를 던지며 눈싸움을 하고, 일부는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마냥 즐거운 듯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칫.’

이를 확인한 소년의 얼굴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질투였다. 소년은 그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소년은 부러움 속에서 한동안 그 아이들에게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심지어 그런 아이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마저도 소년의 가슴을 시리도록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 빌어먹을, 누구는 부모 잘 만난 덕분에 팔자도 좋구나.”

소년은 하늘을 원망하듯 허공에 대고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소년의 마음을 더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돌아오는 메아리를 뒤로 하고 소년은 천천히 몸을 돌려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산을 오르면서도 마냥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부러운 듯 소년은 힐끔 힐끔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던지곤 했다.

소년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세상에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소년이 태어난 이후에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소년의 가슴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곡촌을 떠났다.

어떤 아버지가 갓 태어난 어린 아들과 아내를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자라오면서 소년은 이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를 원망하지 못했다.

단지 아버지라는 존재를 가슴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 스스로 아버지를 마음으로 죽여 버렸던 것이다

이것이 소년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아버지란 존재를 지워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완전히 지워버린 줄 알았던 아버지의 존재가 최근 들어 소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었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결정되는 것일까?

최근 소년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소년은 홀어머니 밑에서, 그것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해야만 했다. 덕분에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이 추운 겨울날에도 하루하루 땔감을 내다 팔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잔혹한 현실뿐이었다.

‘ 그래서 아버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을 떠난 것일까?’

심지어 이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결코 무책임한 아버지를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은, 정말 아주 조금은 아무런 희망조차 찾을 수 없는 이 암담한 변방의 마을을 떠나버린 아버지의 심정이 정말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소년은 이 추운 겨울 한나절을 산에서 보내야만 했다.

손이 얼어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을 무렵 겨우 지게 하나에 땔감을 채울 수 있었다.

이 작은 산골 마을에서 대부분의 가정은 각자가 사용할 땔감은 스스로 구하는 법이다.

땔감을 살만큼 부유한 가정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소년의 땔감만을 사주는 집이 오직 한곳이 있었다.

이 마을의 이장이며, 이 마을 최고의 부호임과 동시에 이 마을의 유일한 상인인 금작림(金作霖)의 집이 바로 그곳이었다.

지게를 지고 산을 내려온 소년은 곧장 금작림의 집으로 향했다.

소년이 도착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앳된 목소리가 소년의 귓전을 울렸다.

“ 이제 왔냐?”

소년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상대는 소년과 비슷한 연배의 소년이었다.

사실 이장인 금작림이 소년의 땔감을 사야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작림은 제법 비싼 가격에 소년의 땔감을 사주고 있었다.

그 유일한 이유는 바로 소년의 눈앞에 보이는 또 한명의 소년, 금작림의 유일한 아들이며 금옥강(金玉剛)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년이 소년의 절친한 친구라는 것뿐이었다.

아들 금옥강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금작림이 소년의 땔감을 사주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금옥강은 바로 이 우곡촌에서 그런 소년이었다.

금옥강은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글을 깨우쳤다.

덕분에 이 일대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로 소문이 나있었다.

하지만 소년의 눈에는 친구인 금옥강은 그저 부모를 잘 만난 철부지에 불과했다.

이 마을에서 글을 배울 형편이 되는 가정이 과연 몇 집이나 있을까?

한마디로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던 소년이 부잣집 도련님 금옥강과 친구가 된 것은 3년 전에 있었던 소년의 무모한 행동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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