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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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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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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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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37화--1

DUMMY

제37화 사흑도 대 흑룡검


일선보에 이은 선풍도, 하늘의 방패 천간.

동일한 초식, 또 한 번의 충돌은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이전과 달리 공겸은 불과 삼보만 뒤로 밀려났을 뿐이었다. 그래도 공겸은 적어도 힘에서는 상대방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내 공겸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심했는가?’

이전의 충돌로 묵상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했었다.

허나 진정으로 자신의 적수가 되리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교전에서 다시 묵상에게 우위를 내주었다.

만일 공겸이 첫 번째 교전에서 진정으로 묵상의 실력을 인정했다면, 진즉 겸허하게 묵상의 힘의 우위를 인정했다면 두 번째 교전에서 힘 대 힘의 대결만은 피했어야 했다.

허나 공겸은 그러지 않았으니 이것은 공겸의 자만이 낳은 방심의 결과였다.

기실 최초의 한수를 양보한 것은 공겸이 아니라 묵상이었다.

묵상의 그 한수는 방심한 상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무시한 공겸에게 두 번째 양보까지 해야 할 만큼 묵상은 관대하지 않았다.

묵상은 상대방의 방심이 낳은 삼보의 우위를 용서하지 않았다. 삼환신보가 만들어내는 세 개의 환영과 이어진 십방살음이 공겸의 삼방(三方)을 완벽하게 차단하자 공겸은 자신을 덮치는 서른 개의 도기를 확인하며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물러나기를 원하는가?’

삼방을 차단당했으니 퇴로는 후방뿐이었다. 그러니 응당 상대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것은 일선보, 물러나면서 이어지는 일선보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위기의 순간 공겸은 묵상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야.’

공겸은 악다문 이에 더더욱 힘을 주며 흑룡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천변(天變)에 이은 천간, 공겸 역시 삼방으로 자신의 환영을 만들어내며 검막으로 묵상의 십방살음에 대응했다.

후방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공겸의 응수는 확실히 그의 의도대로 뒤로 밀려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충격의 여파로 공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순간 비로소 묵상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조금 전 미소는 어디까지나 공겸의 착각, 하지만 지금의 이 미소는 묵상이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적중했음을 확신하는 것이었다.

타의에 의해서 허공에 떠오른 이상 그 움직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또한 지면에서 떠오르는 힘 때문에 제대로 아래로 힘을 싣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이렇듯 묵상의 조금 전 한 수는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묵상이 진정으로 의도한 바였다.

지금 묵상은 상대가 진조범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움직임은 지금까지 진조범을 비롯해 원중도, 냉염 등과의 대결에서 습득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으니 이어지는 한수 역시 준비된 한수였다.

일선보가 바닥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니 그만큼 도약을 위해 힘을 실었다는 뜻이었다.

떠오르는 공겸을 쫓아 묵상은 화살처럼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자신의 도를 쭉 내뻗었다. 도신일체(刀身一體), 사흑도와 하나 된 묵상은 그 자체가 하나의 비수였다.

일선보에 이은 일선비(一線匕)는 직선상의 모든 것을 부숴버린다.

그 옛날 사흑성주 묵겸이 가장 즐겨 사용했던 초식, 개방의 기록에 가장 자세하게 수록된 한수였다.

일선보의 속도가 만들어내는 힘에 도(刀)와 하나 된 인간 비수가 만들어내는 일선비의 위력은 그야말로 극강, 패도무학의 극점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미증유의 힘을 담고 있었다.

‘멋지다!’

공겸은 먼저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단순히 지금의 한수가 아니라 적절한 심리전까지 가미한 묵상의 일련의 공격들이 진정 멋지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피할 수 없다!’

단순히 피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짧은 순간 공겸의 눈빛이 번뜩였다. 방심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빛, 단시간에 황도를 평정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던 당시 번뜩였던 바로 그 승부사의 눈빛이었다.

공겸은 떠오르는 상태에서 양손으로 흑룡검을 꽉 부여 쥐고 수직으로 검을 내리 찍었다.

단순히 검을 지면에 쑤셔 박는 것처럼 보이는 한수, 하지만 이것은 모든 힘을 검 끝에 집중시키기 위해 절제된 최선의 동작이었으니 천정(天釘), 하늘의 못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수였다.

인비(人匕)와 천정(天釘)의 충돌이 거대한 굉음을 불렀다.

사흑도의 끝과 흑룡검의 끝이 자석에 이끌린 듯 맞닿았고 묵상과 공겸의 몸이 계속해서 허공으로 함께 솟구치듯 떠올랐다.

이는 힘의 우위가 여전히 묵상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나 되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이 이내 분리되었다.

묵상의 몸이 아래로 내려옴에 반해 공겸의 몸은 계속해서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내려오는 묵상의 머리로 붉은 비가 흘러내렸으니 이 혈우(血雨)는 충격의 여파로 내장이 뒤틀린 공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혈우를 맞는 묵상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였다. 반면 허공으로 솟구친 공겸은 입속을 가득 채운 비릿한 피를 삼키며 또 다시 이를 악물고 있었다.

지면에 내려선 묵상이 미소를 머금은 그 한 호흡에 공겸은 비로소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위해 묵상이 다시 위로 도약하기 전에 공겸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먼저 검을 움직였다.

천밀십자검(天密十字劍), 천위십자검의 모태가 되는 검식이었다.

천위십자검은 어디까지나 천밀십자검을 구현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창안된 검식, 그 위력이 천밀십자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더구나 아래에서 떨어지는 중력의 힘까지 한껏 가미되어 있었으니 그 기세가 실로 범상치 않았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세에 묵상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심했는가?’

묵상이 승리를 확신하며 잠시 미소를 머금은 그 한 호흡, 찰나의 순간 공겸이 아래로 몸을 던지고 있었으니 그 찰나의 방심이 작금의 사태를 초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위험이라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주변을 방황한다.

그것이 승부를 겨루는 순간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언제나 가장 큰 위험은 외부가 아닌 내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방심이었다.

평범한 사람의 대결에서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고수와 고수와의 대결에서야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는 사실이었다.

먼저 공겸이 그 사실을 깨달았으며 이미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묵상의 몫이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묵상은 서둘러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다시 한 번 굉음이 지축을 울렸다.

찍어 누르는 공겸과 솟구치는 묵상, 한순간 묵상의 머릿속에 과거 자신을 찍어 누르던 진조범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 묵상은 이를 악물고 발이 지면에 박히는 느낌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즉시 다시 위로 도약하며 도를 좌우로 휘둘렀다.

사흑도결의 하나인 선풍도를 펼치면서 묵상은 자신의 발이 지면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뒤이어 검과 도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묵상은 재빨리 몸을 돌려 배후의 공겸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렇게 공겸을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묵상은 안도했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의 공격에 대응한 묵상의 선풍도로 이어진 반격은 상대방의 수를 내다보지 않고서는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이었기에 공겸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퉷.”

묵상은 내상으로 인해 입안을 채운 피를 밖으로 뱉어내며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공겸을 바라보았다. 물러나는 공겸 역시 창백하지만 차분한 안색으로 그런 묵상을 바라보았다.

‘멋지군.’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에게 이런 눈빛을 보냈다.

지켜보는 진조범의 눈빛 역시 번뜩였다.

두 사람의 검과 도가 만들어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 무인이라면 누구나 이 엄청난 광경에 탄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허나 문제는 이런 두 사람의 목표가 다른 누구도 아닌 진조범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진조범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 미소라는 것이 비단 진조범의 몫만도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묵상과 공겸의 얼굴에도 비슷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으니, 이렇듯 무공에 미친 세 사람의 미소는 인세의 은원 따위는 이미 아랑곳없는 그야말로 ‘순수’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런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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