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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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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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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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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36화 -- 2

DUMMY

“이리 오너라.”

공겸의 부름에 마원길이 응해 그를 맞았다.

“뉘신지요.”

이에 공겸이 마원길에게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이 댁이 금번에 좌첨도어사(左僉都御史)로 승차하신 금옥강 공의 댁이 맞습니까?”

좌첨도어사는 중앙정부의 감찰기관인 도찰원(都察院)의 직책으로 정사품에 해당하는 직위였으니 금옥강 역시 정회와 마찬가지로 단숨에 다섯 품계를 뛰어넘는 승차를 했던 것이었다. 정회보다 늦게 대과에 급제한 금옥강이고 보면 오히려 더 파격적인 인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이는 황제가 금옥강이 진조범의 벗임을 배려한 인사였다.

마원길이 공겸에게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물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대체 귀공은 뉘신지.”

마원길은 공겸이 금옥강의 직책을 아는 것으로 보아 관부의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못 공손하게 공겸을 대했다.

“공겸이라고 합니다. 지금 금옥강 공을 뵐 수 있을는지.”

공겸이라는 말에 마원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동창의…….”

마원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겸은 지금 막 황궁을 나서는 길이었다. 그러니 마원길은 공겸이 사직을 했음을 알지 못했으며 여전히 공겸을 동창제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내 마원길의 허리가 땅에 닿을 듯 굽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을, 허나 지금 주인께옵서는 손님을 만나고 계신지라 잠시 여쭤보아야 할 듯합니다.”

천하의 동창제독을 밖에 세워둘 수는 없는 노릇, 마원길에게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공야를 죽인 진조범과 공겸이 만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했기에 진조범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가급적 숨기고 싶었다.

허나 공겸이 마원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손님을 만나고자 하오이다.”

마원길이 멍한 시선으로 공겸을 바라보았다.

공겸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마원길이 알고 있는 한 공겸은 당금 조정의 실세, 감히 그의 앞을 막아설 배짱이 마원길에게는 없었으며 금옥강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의 앞을 막아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비록 금옥강이 승차를 했다고는 하지만 공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지위, 공겸을 거스른다면 과연 금옥강이 어찌될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안내해 주시겠소이까?”

마원길은 그저 허리를 숙일 수밖에는 없었다.

마원길과 공겸이 금옥강과 진조범이 술을 마시는 방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주설란이 시비들과 함께 커다란 상을 나르고 있었다. 마원길과 함께 있는 공겸을 확인한 주설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마집사, 이분은 뉘신지.”

마원길이 난감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했다.

“이분은…….”

공겸이 이런 마원길의 말을 막았다.

“진공의 벗입니다. 진공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렇듯 무례를 무릅쓰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안에 제 자리가 있을는지요.”

주설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진 공자님의 벗이라면 가족과 다름없는 것을요.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주설란의 말에 공겸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이를 지켜보는 마원길의 가슴이 두근두근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상과 함께 문이 열리자 마원길은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찌감치 뒤에서 이를 지켜보았다.

상과 함께 공겸이 안으로 들어갔으나 누구도 공겸을 알아보지 못했다. 금옥강 역시도 실제로 공겸을 이렇듯 가까이에서 대한 것은 처음이었다. 허나 공겸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모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인인 금옥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뉘신지?”

이에 주설란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공겸과 진조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분명 공겸은 진조범을 벗이라 칭했다. 그런데 정작 진조범의 표정은 공겸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마집사가 아무나 집안으로 들일 리는 없는 노릇, 확실히 주설란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었다.

시비들이 상을 내려놓자, 공겸이 진조범에게 말했다.

“부상이 심하다고 들었소이다만 이렇게 술을 해서야 되겠소이까?”

진조범을 걱정하는 공겸의 말에 비로소 주설란이 안심하며 밖으로 나갔다. 주설란이 나가자 금옥강이 다시 한 번 공겸에게 물었다.

“뉘신지?”

공겸이 공손히 이에 화답했다.

“공겸이라고 하오이다.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공겸이 자신의 신분을 밝힘과 동시에 금옥강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허나 진조범과 묵상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먼저 공겸이 진조범에게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돌아가신 공야님의 아들이라면 이해가 되실는지.”

공겸의 말과 동시에 진조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진조범이라고 합니다. 좋은 수하를 두셨더군요.”

공겸이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진조범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허, 이미 알고 계셨소이까?”

진조범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공을 대하니 그간의 모든 의문이 풀리는군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대화에 금옥강과 묵상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환영 진무에 관한 것이었다.

소림의 사대금강은 물론 진조범조차도 깨어난 이후 한동안 그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을 만큼 진무의 은신술은 탁월했다.

진조범은 진무의 존재를 파악하는 순간 진무의 감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았으며 만약 진무가 적이 아니라면 옆에서 자신을 지켜준 것이요, 적이라면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어느 쪽이든 진조범에게는 고마운 일이었기에 진무의 존재를 파악한 후에도 굳이 진무의 감시를 뿌리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공겸이 이렇게 빨리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의문의 진무가 공겸의 수하임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무를 좋은 수하라 칭찬한 것은 단순히 진무에 대한 칭찬이 아니었다.

진무가 공겸을 믿지 않았다면 진즉 진조범을 공격했을 것이나 공겸을 믿었기에 공야의 복수를 양보한 것이었다. 이것은 그만큼 공겸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니 진무에 대한 칭찬은 곧 수하가 믿고 의지할 실력을 갖춘 공겸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다.

이렇듯 공겸의 등장으로 술자리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졌다.

그것이 가장 못마땅한 사람은 바로 묵상이었다.

우선 내시 공야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으니 그의 아들인 공겸이 고와 보일 리가 없었다. 또한 지금 공겸이 복수를 언급하는 것 같아 더더욱 못마땅했다. 허나 공겸은 어디까지나 진조범이 목표였기에 묵상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자자, 일단 좌정하시지요.”

진조범이 자리를 권하자 공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저로 인해 불편한 자리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오늘은 그저 인사차 들렀으니 불청객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공겸이 세 사람을 둘러보며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진조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진조범이 역시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허면 살펴 가시지요.”

공겸이 밖으로 나가자 마원길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비록 난감한 상황이었으나 이 땅의 최고 권력자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일, 그를 마중하기 위함이었다.

공겸이 나가자 금옥강의 얼굴에 난감함이 번졌다. 벗에게 내쫓다시피 떠날 것을 권했던 이유가 직접 찾아오니 어찌 난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에 진조범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듣던 대로 멋진 사람이로군.”

황도의 소란을 단시일에 수습하고 황권을 반석위에 올린 공겸에 대한 소문을 지금 황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들었다는 것은 이 소문이요, 걸맞다는 것은 이 자리에서의 당당함이었다.

공겸이 진조범의 쾌유를 비는 것은 이후 복수를 감행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정당한 대결을 원한다는 뜻이니 아마도 그 복수는 권력의 힘이 아니라 개인의 대결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디까지나 이 자리에 찾아온 것은 대결을 피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금옥강 역시 이를 파악했기에 진조범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금옥강은 황도의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서 공겸이 누구보다 의로운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다. 진조범 역시 자신이 인정하는 인재, 어려운 세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사람이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물론 진조범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다. 금옥강의 어두운 안색에 오히려 진조범이 위로하듯 말했다.

“피할 수도 없거니와 피해서도 안 되는 싸움이 아니겠는가?”

이로움을 버리고 정당한 대결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더구나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와의 대결을 피하는 것은 결코 사내가 할 짓이 아니었다.

이런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지만 금옥강은 진조범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대결이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묵상이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며 지그시 이를 악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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