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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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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0.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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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월야공자 제38화--4

DUMMY

“못난 놈, 못난 놈.”

아들의 주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당갑수의 모습은 비장했다.

“가연이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원가려의 대답에 당갑수가 힐끔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 년도 동참한 것이더냐?”

원가려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아무래도 좋다. 그것은 앞으로 확인해보면 알 일이지, 우선 그 계집부터 찾아 찢어죽여야겠지, 우선은……. 허나 내 약속하건데 털끝만큼이라도 이 일에 연루된 자가 있으면 그것이 누구든 결코 살아남지 못하리라, 설사 하늘이라도…….”

당갑수가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힐끔 원가려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당갑수의 시선이 두려움에 떠는 원가려를 훑듯이 스쳐지나가 자신의 호위 당태독에게 향했다.

일영(一影) 당태독은 가주 당갑수의 그림자 당문삼영의 수장이었다.

당태독은 본시 당문의 사람이 아니었다.

당문 출생이 아닌 자가 당문의 일원이 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데릴사위, 하지만 혈통을 중요시하는 당문에서 데릴사위가 요직을 맡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불리함을 뛰어넘은 사람이 바로 당태독이었다.

당태독이 당갑수의 신임을 받아 요직 중에 요직인 당문삼영의 수장이 된 것은 당문에서도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 치밀한 당갑수가 직계가 아닌 방계 당태독을 옆에 두었다는 것은 물론 당태독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실력만을 인정받았다면 당태독은 결코 당문삼영의 수장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갑수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이야말로 오늘의 당태독이 가능했던 이유였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당갑수는 당태독을 신뢰하고 있었다.

“나를 따르는 모든 이들을 동원, 계집을 추적한다.”

당갑수의 말에 당태독이 난감한 표정으로 당갑수를 바라보았다.

“가주!”

당태독의 반응에 당갑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태독이 그 우려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언제 검마맹이 사천을, 성도를 노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사로이 당문의 주력을 움직이는 것은 설사 가주라 할지라도 용납되기 힘든 일, 더구나 실권이 당기상에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히 최악의 한수라고까지 말할 수 있었다.

“자네도 그동안 내 옆에서 수고가 많았네. 나는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이네.”

“가주!”

“허나…….”

“허나?”

“나의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라도 이번 일의 진상은 반드시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싶네.”

“그러시면?”

“문영이 저 아이가 비록 모자라다 하나 어찌 일개 기녀의 손에 저렇듯 손쉽게 당하리오. 더구나 독이라니, 당치도 않은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배후가 있을 터, 그 배후를 찾아 처단해 당문의, 죽은 아들의 명예를 되찾고 싶네?”

당태독이 수긍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문의 후예가 독에 당했다면 세상이 비웃을 일, 개인의 명예는 물론 당문의 명예까지도 달려있다는 당갑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당태독이 수긍하자 당갑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일에 기상이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내 그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리니.”

“관련이 있다면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피를 봐야겠지. 그것이 누구의 피든.”

경우에 따라서는 당기상과의 사생결단을 언급하는 것이었다.

“하오나 당문의 미래가…….”

“이미 모든 것을 잃었네, 하나 남은 미련마저 이승을 떠나버린 상황,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는 지어야겠지.”

당문삼영이 동시에 결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하명하시지요.”

당문삼영의 이런 반응은 모두가 당갑수의 확고한 결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를 따르는 전 세력을 동원해 계집을 쫓아라. 산채로 잡아 진위를 파악하고 만일 기상이가 관련되어 있다면 그 길로 놈을 친다.”

당문삼영이 공히 재빨리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존명.”

당문삼영이 떠나기가 무섭게 당갑수의 표정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결코 아들을 잃은 비통한 아버지의 얼굴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기회는 오는가?”

지금의 분위기라면 당갑수는 그대로 은퇴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정가연의 배후에 당기상이 있다면 상황은 달랐다. 지금까지 가질 수 없었던 복수라는 명분을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미 잃을 만큼 잃었다.

조금 더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어쩌면 제대로 일전을 결할 여력마저 사라질 수 있었다.

당갑수는 이런 차에 아들 당문영의 죽음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못난 놈,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 몫을 해 주었는가?”

당갑수의 중얼거림에 옆에 서 있던 원가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섭구나!’

원가려는 권력에 대한 미련으로 아들의 죽음마저 그 도구로 이용하려는 당갑수의 모습에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피부로 절감하고 있었다.

기실 고작 기녀 하나를 추적하는데 당갑수가 자신의 모든 세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모두를 동원한 것은 단순히 복수를 생각하기 보다 최후의 일전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이는 당문영의 죽음이 실상 당기상의 음모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설사 이 모든 상황을 당기상이 조작했고, 이것이 당기상의 함정이라고 해도 당갑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렇듯 상대의 의도에 따라주는 최악의 패라도 지금 당갑수에게 유일한 패가 될 정도로 당갑수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당문영의 죽음은 당문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렇게 추적이 시작될 무렵 진조범은 정가연과 함께 성도를 벗어났다.

당문의 추적이 시작되면 무인들이 경공을 펼치며 뒤를 쫓아올 것이다. 전혀 무공을 모르는 정가연의 평범한 여인의 발걸음으로 이를 뿌리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진조범은 그녀를 등에 업으려 했다.

하지만 가연은 남녀가 유별함을 내세워 한사코 업힐 것을 거절했다.

그러니 진조범으로서는 더없이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성도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진조범이 다시 입을 열었다.

“비록 남녀가 유별하다고는 하나 지금은 상황이 다급하니 일단 업히시지요.”

진조범이 허리를 숙이자 정가연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진조범의 등에 몸을 실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여인의 굴곡, 하지만 그것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진조범의 마음은 다급했다.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당기상이었다.

당기상의 치밀함은 이미 진조범도 익히 아는 바, 그러니 당기상이 정가연을 자신에게 보냈다면 웬만해서는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까지도 이미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조범이 정가연을 등에 업는 바로 그 순간 주변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재빨리 접근하는 일단의 무리들을 확인하며 진조범은 정가연을 내려놓고 재빨리 검을 뽑았다.

그 즉시 월광검이 빛을 번뜩였다.

이내 접근하던 네 사람이 허리를 숙이며 옆구리의 검상을 확인했다.

“빠르다!”

네 명의 복면인들이 동시에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상대가 아니다.’

한 수의 교환만으로 충분히 상황을 인식할 만큼 실력의 차이는 현격했다. 하지만 눈빛을 교환한 네 명의 복면인들은 달아나지 않고 일어나 전열을 정비했다.

이에 진조범이 오히려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로 물러난다면 쫓지는 않을 것이니.”

진조범의 경고에 대한 대답대신 네 사람이 무작정 진조범에게 달려들었다.

결코 뛰어난 무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 삼류도 되지 못하는 이들이 목숨을 도외시하며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이내 진조범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월광검이 다시 빛을 뿜자 복면인들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돌아가라.”

반복된 진조범의 경고에 바닥에 떨어진 검을 바라보는 복면인들의 눈빛이 일렁였다.

지그시 이를 악무는 복면인들, 그리고는 다시 미친 듯이 진조범에게 몸을 던졌다.

이에 진조범이 현란한 움직임으로 이들 사이를 빠르게 스치듯 지나갔다.

스르륵 쓰러지는 네 사람, 진조범이 검날 대신 검 면으로 이들을 후려쳤기에 네 사람 모두가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고 단지 혼절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쓰러진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진조범의 시선은 착잡했다.

삼류무인들, 실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면 응당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는 무언가 죽음보다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토록 공명정대했던 당기상이 저렇듯 절박한 사람들까지 이용해 시간을 지연시키는 야비한 방법까지 사용한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본능은 위험이 지척에 이르렀음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진조범은 이렇게 말하면서 정가연의 손을 붙잡았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이제 정가연을 등에 업고 움직인다는 것도 무리였다. 그래서 이렇게 손을 잡고 움직이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진조범과 정가연이 그 자리를 떠나자 일단의 무리들이 그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한 사람들은 신중하게 쓰러진 복면인들의 몸에 검상을 만들면서 혼절한 사람들에게 확실한 죽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의 복면도 모두 벗겨냈다.

이후 이런 일이 한동안 반복되었다.

삼류의 무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진조범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을 혼절시키며 지나가는 데 조금이지만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삼류 무인들을 동원하는 당기상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마음한구석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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