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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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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7.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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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월야공자 제34화--6

DUMMY

진조범은 담을 넘자마자 몸을 낮추고 호흡을 멈췄다.

지금의 몸 상태로 천궁대의 추격을 따돌리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의 뒤를 이어 삼십 여명의 천궁대가 담을 넘었다.

삼십 여명의 천궁대가 거의 동시에 담을 넘을 만큼 천궁대의 경공은 훌륭했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움직임, 그 와중에 몇몇이 담벼락에 웅크린 진조범을 발견했다.

“ 아!”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들의 탄성과 동시에 진조범이 몸을 솟구쳐 이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천궁대는 궁(弓)이라는 무기에 특화된 집단이었다.

근접전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는 없었다.

달아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진조범은 이렇듯 담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천궁대와 자웅을 결하려 했던 것이다.

궁을 사용하는 인물들에게 거리의 확보를 위한 경공은 필수였다.

천궁대는 동창이 육성한 최고의 궁사들, 당연히 뛰어난 경공을 자랑했다.

평소의 천궁대라면 재빨리 경공을 펼쳐 주변으로 산개, 최대한 거리를 확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진조범이었다.

일단 중앙으로 뛰어든 진조범의 움직임은 가히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월영보가 만들어내는 빠르고 현란한 움직임, 무엇보다도 이런 진조범의 대응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천궁대는 당황했다.

당황은 신속한 대응을 방해하는 법이다.

‘ 설마 이런 상황에서 반격을 하리라고는.............’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먼저 몸을 움직였어야만 했다.

아직은 달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천궁대에게는 재앙이었다.

진조범의 손에 들린 월광검이 달빛을 반사하며 연이어 찬연한 빛 무리를 토해냈다.

진조범은 비장한 얼굴로 이를 악문 채 검을 움직였다.

연이은 부상으로 몸이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허나 지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다가오는 죽음을 벗어나기 위한 한인간의 필사적인 발버둥이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사신의 검이 춤을 춘다.

빛과 어우러져 바람이 일어났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아니었다.

월광검법 제육초 월광검무풍(月光劍舞風), 월광검이 부르는 바람이었다.

바람이 머금은 짙은 살기는 천궁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바탕 검무가 만들어내는 바람은 연이어 청궁대원들을 스치듯 지나갔다.

동시에 천궁대원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치듯 지나갔다.

기분 나쁜 바람은 단지 몸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흐르는 피로 보아 그다지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상처에서 시작되는 알 수 없는 기운이었다.

상처에서 시작해 내부를 뒤흔드는 위협적인 기운, 월광심법이 만들어내는 공능이었다.

자연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했다.

빛이 계속해서 당황한 천궁대원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바람 역시도 쉬지 않고 불어 닥치며 천궁대원들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 천하의 천궁대가..............’

불신의 표정이 천궁대원들의 얼굴에 만연했다.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반격을 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 방심의 허를 찔려 당황한 일면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천하의 천궁대가 단 한사람에게 이렇듯 도륙을 당하는 장면을 천궁대원 누구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치욕적인 일이었다.

멈출 것 같지 않았던 바람이 이내 자취를 감췄다.

빛 속에 몸을 숨겼던 진조범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바탕 검무가 이제야 막을 내린 것이다.

창백한 안색, 휘청거리는 진조범의 모습에 천궁대원들이 궁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몸은 의지에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바닥이 들썩 일어났다.

쓰러지는 천궁대원들은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고 있었다.

충격이, 치욕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었다.

천궁대의 전멸, 안일함이 만들어낸 참변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야의 죽음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조급함을 불러일으키며 평정심을 빼앗아 간 것이었다.

진조범의 입장에서는 더없는 행운이었다.

천궁대와의 일전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목숨을 건 도박에서의 승리, 짜릿한 쾌감이 몸을 훑듯이 지나갔다.

허나 진조범에게는 승리의 여운을 즐길 시간도, 심지어 잠시잠깐 휴식을 취할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진조범은 재빨리 발을 움직여 길을 재촉했다.

그런 진조범의 앞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혈조대(血爪隊), 사대령주 중의 하나인 지운과 그의 수하들이었다.

다가오는 지운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늘을 밝힌 일곱 발의 신호탄, 동창에서는 이를 칠색포(七色砲)라 불렀다.

사대령주 가운데 한 사람인 지운조차도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로 이 신호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칠색포는 모든 임무를 중단하고 즉시 귀환을 알리는 신호였다.

동창에 크나큰 변고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적을 제거하고 동창이, 공야가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려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귀환하는 지운은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순간 그의 앞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접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를 확인한 지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설마, 이런 미친.”

진조범을 확인하는 순간 지운은 공야의 죽음을 떠올렸다.

감히 떠올려서도 생각해서도 안되는 일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운이 양손을 움직이려는 찰나 이미 진조범의 검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반응의 차이는 현격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진조범에게는 지금 공야의 사저 주변이 모두 적인 상황이었다.

확인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기에 그만큼 반응이 빠를 수밖에는 없었다.

월광검이 일곱 개의 잔영을 만들었다.

뒤늦은 지운의 반응은 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지운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월광칠영을 제대로 감당할 실력은 없었다.

하물며 뒤늦은 대응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두 개의 잔영이 지운의 몸을 꿰뚫었다.

두 개의 잔영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지운은 두 눈을 부릅떴다.

감촉과 함께 지운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 믿을 수.............”

무엇이 믿을 수 없었을까?

지운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면서 쓰러졌다.

쓰러지는 지운의 뒤로 이십 여명의 혈풍조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혈풍조는 진조범을 처음 대했다.

갑작스런 등장과 공격, 계속해서 한수에 지운이 쓰러지는 모습은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진조범은 계속해서 위협적인 기세로 이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혈풍조는 화들짝 놀라면서 재빨리 주변으로 산개했다.

산개하는 와중에도 진조범이 내뿜는 짙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살기는 혈풍조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 아니었다.

죽이기 위한 살기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위협, 단지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혈풍조가 진조범을 상대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려는 순간 진조범은 그대로 혈풍조를 통과해 달려 나갔다.

비로소 누군가의 외침이 뒤를 이었다.

“ 적이다!”

“ 령주님!”

허나 혈풍조는 진조범을 추격하지 않았다.

명령권자인 지운의 급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칠색포의 영향 때문이었다.

혈풍조는 일단 칠색포의 신호대로 귀환을 선택했다.

어떠한 임무보다도 칠색포의 신호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에게는 더 없는 행운이었다.

거듭된 행운으로 진조범은 힘겹게 공야의 사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호흡은 계속해서 가빠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정도의 움직임에 호흡이 가빠질 리가 없었다.

문제는 크고 작은 내외상이었다.

잠시 운기를 취한다면 상태를 조금은 호전시킬 수 있었다.

허나 진조범은 적어도 아직은 그럴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공야의 사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 헉, 헉.”

순간 번뜩이는 네 개의 비도가 진조범을 향해 날아들었다.

진조범이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비틀었다.

한 개의 비도가 진조범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 뿌드득”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야의 친위대인 십사의 네 사람이었다.

분노한 이들의 얼굴은 공야의 죽음을 짐작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어지는 이들의 말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 쥐새끼 같은 놈. 네놈 따위가 감히...........”

십사는 계속해서 진조범의 흔적을 쫓았다.

공교롭게도 진조범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간파하는 순간 칠색포가 밤하늘을 밝혔다.

그와 동시에 십사는 공야의 죽음을 예감했다.

십사의 귀환은 단순히 칠색포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공야의 죽음을 예감한 십사는 진조범의 퇴로를 차단하고자 했다.

이들은 공야의 사저로 통하는 삼로(三路)를 각기 봉쇄하고 진조범을 기다렸다.

모든 일이 진조범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진조범이 이들과 조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리 보아두었던 탈출로를 이용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공야와의 대결이 너무 길어졌다.

또한 공야의 마지막 일격과 천궁대의 등장 때문에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었다.

공야의 발악이 진조범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온 것이었다.

십사의 네 사람은 굳이 대결을 서두르지 않았다.

지켜야 할 공야가 죽은 지금 이들에게 서두를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조범의 부상은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섣불리 공격조차 하지 않았다.

진조범을 천천히 에워싸며 한 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붉은 불꽃이 새벽의 하늘을 수놓았다.

어느새 달마저 기울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진조범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 빌어먹을............’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동료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것은 동료를 기다리겠다는 뜻이었으며 뒤따르는 것은 시간을 끌기 위한 지연전이었다.

부상을 입은 진조범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상대가 부상을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방심을 해준다면 그나마 일말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다못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준다면 어떻게 해서든 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십사의 네 사람은 사방을 차단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진조범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는 없었다.

진조범의 공격을 받은 십사의 한 사람은 뒤로 물러나며 방어에 치중했다.

대신 다른 세 사람이 배후에서 진조범을 위협했다.

다른 세 사람이 진조범을 공격한다면 오히려 진조범이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다른 세 사람은 말 그대로 위협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 그만한 실력으로 고작 한다는 짓이 한사람을 상대로 지연전인가?”

진조범의 비아냥거림에 오히려 네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 음.”

진조범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 어쩌면 내가 공야를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진조범이 월광검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작가의말

연재가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름이라서 그럴까요?
제가 조금 지쳐있네요.
당군명님의 추천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청풍옥소님, 나툰님, 옌파님, 샤이프님, 명작체험기님, 능공임님의 추천강화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지켜봐 주시는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노력하는 박이가 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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