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172 회
조회수 :
6,265,804
추천수 :
81,804
글자수 :
758,122

작성
11.08.04 15:24
조회
25,852
추천
487
글자
13쪽

월야공자 제35화--3

DUMMY

그 시각 공야의 사저에는 조정의 실세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칠색포를 쏘아 올린 이유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공야의 시신이었다.

질책의 화살은 진고에게 향했다.

공야의 오른팔이며 동창의 이인자인 진고, 하지만 말 그대로 동창에서 이인자일뿐 공야의 후계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금의 상황을 수습할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 대장군, 진정하시지요.”

진고의 말에 대장군 맹명천이 오히려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 닥치거라, 대체 네 놈이 어떻게 보필을 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단 말이더냐?”

대장군의 호통에 모여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이런 대장군의 주변으로 대장군부의 팔장군이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서있었다.

일단 좌중의 분위기는 대장군 맹명천이 주도하는 듯했다.

순간 동창의 요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공겸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공겸의 도착소식과 함께 진고의 얼굴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대장군 맹명천의 기세는 한풀 수그러든 모습이었다.

“ 음, 겸이 그 아이가 왔는가?”

대장군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열한명의 사람들이 무너진 동창의 집무전을 대신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임시 집무전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이 마흔을 훌쩍 넘긴 중년인들, 하지만 이들의 선두에 선 것은 고작 이십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진고는 청년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재빨리 포권을 취했다.

“ 신임 동창제독님을 뵙습니다.”

진고의 음성이 동창의 임시 집무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 다투어 포권을 취하기 시작했다.

“ 신임 동창 제독님을 뵙습니다.”

결국 기세등등했던 대장군까지도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췄다.

청년은 이들에게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지금 이 자리는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조정의 실세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청년의 행동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청년은 계속해서 망설임 없이 상석에 올라 좌중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누구하나 청년의 이런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청년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렇듯 청년은 자신이 그 자리의 주인임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청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 이면에는 청년과 함께 등장한 열 명의 중년인들이 있었다.

이들 열 명의 기도는 좌중의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심지어 대장군을 비롯한 대장군부의 장수들까지도 이들을 확인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공야의 친위대를 십영십사(十影十死)라 칭했다.

글자그대로 십사의 앞에 십영이 버티고 있었다.

지금 청년을 호위하듯 에워싼 중년인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진고조차도 이들을 한 번도 제대로 한자리에서 대한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동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십영이야 말로 동창의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단숨에 좌중을 휘어잡는 이들의 기도만으로도 충분히 그 힘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십영의 호위를 받으면서 당당하게 상석을 차지한 청년, 진고가 망설임 없이 신임 동창제독이라 칭하는 이 청년이야 말로 진정한 공야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공야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진조범에게 최후의 일격을 남긴 것은 바로 이 청년 공겸을 위한 것이었다.

내시인 공야에게 아들이 있을 수 없었다.

당연히 공겸은 공야의 친자식이 아니었다.

공겸은 공야의 친조카이며 또한 양자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조카이기 때문에 공야가 공겸을 양자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공야는 자신의 가문인 공씨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를 양자로 선택했다. 우연히 그가 공야의 친조카였을 뿐, 실제로 그의 뛰어난 자질 때문에 공야가 공겸을 양자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했다.

어린 시절 공겸의 자질은 공야를 감탄시킬 정도로 뛰어났다.

그래서 공야는 공겸을 친자식 이상으로 아꼈다.

당연히 공야는 공겸에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죽을 때 모는 것을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법,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공겸을 키웠던 것이다. 가족이 없는, 후사가 없는 공야였기에 공야의 혈육에 대한 집착은 가문에 대한 집착이었으며, 공씨가문 전체의 영화를 위해서 공겸을 키운 것이었다.

심지어 동창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십영을 공겸에게 붙여두면서 말이다.

십영의 존재야말로 공겸이 공야의 후계자라는 가장 확실한 징표였다.

십영이 공야의 곁을 지키고 있었더라면 설사 상대가 진조범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은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라졌을 것이었다.

“ 보고를.........”

짤막한 공겸의 말에 진고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태보 주겸이 보낸 자객이 제독님을..............”

“ 갈(喝).”

공겸의 호통에 임시 집무전이 쩌렁쩌렁 울렸다.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공겸의 눈치를 살폈다.

심지어 대장군조차도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공겸을 살피고 있었다.

공겸은 불과 이십대 후반의 나이였다.

하지만 지금 일갈에 이어지는 일신의 분위기는 이런 공겸의 나이를 잊도록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공겸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 나도 주겸을 알고 있다.”

이것은 주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진고가 재빨리 이에 반응해 허리를 숙였다.

“ 부디 주변을...............”

주변을 물려달라는 진고의 말에 공겸은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모두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지금 그대의 반응은 설마 이 자리에 믿지 못할 사람이라도 있다는 뜻인가?”

사람들이 진고를 힐끔 흘겨보았다.

진고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럴 리가요, 그것이 아니오라..........”

공겸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 보고를 하도록.”

진고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고는 지금까지의 일을 사실 그대로 설명했다.

제독 스스로가 청부를 했음은 물론 그 목표가 주겸이었다는 사실까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결국 공야 스스로가 죽음을 불렀다는 뜻이었다.

진고의 설명에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번졌다.

허나 공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 그랬는가? 과연 아버님다운 계책이로구나, 허나 놀랍군, 일개 자객이 이곳까지 잠입해 아버님을............”

공겸은 말끝을 흐리면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그곳으로 안내하도록.”

진고가 재빨리 허리를 숙이려는 찰나 십영의 일인인 비영(飛影)이 몸을 움직였다.

대장군부의 장수들은 평생을 무(武)와 함께한 이들이었다.

비영의 움직임은 이들이 눈으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비영이 다시 공겸의 곁으로 돌아왔을 때 진고의 목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과연 십영인가?’

‘ 어째서 진고를?’

공겸은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이자 이외에는 그 자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동창의 요원 하나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그의 안내로 공겸은 공야와 진조범이 사투를 벌였던, 이제는 허물어진 과거의 집무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겸의 뒤를 따르는 대장군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 제독께서 가셨으나 그리 걱정할 것은 없는가?’

공야의 죽음으로 잠시나마 권력의 공백이 발생했다.

실제로 대장군도 그 자리를 노리고 서둘러 수하 장수들을 이끌고 이곳에 도착했다.

허나 잊었던 인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야의 후계자 공겸은 십년 전에 돌연 공야의 곁을 떠났다.

이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세월이 지나면서 잠시나마 사람들은 공겸의 존재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허나 공겸은 어린 나이에 사람들을, 심지어 공야마저도 감탄시켰던 인재였다.

그런 공겸의 귀환은 더 이상 권력의 공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이렇듯 사람들에게 확신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잠시나마 품었던 권력에 대한 욕심을 잠재우고 있었다.

단순히 공겸의 존재를, 후계자로써의 지위를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닥을 뒹구는 진고의 목이 이들의 공포를 일깨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공포가 권력의 공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까지도 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 놀랍군!”

실제로 공겸은 적지 않게 놀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공겸의 중얼거림에 십영의 수장인 공손직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이런 공손직의 공손한 태도가 또한 공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공겸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그대도 보았으니 알 것이 아닌가? 이자를 단순한 자객이라고 말할 수 없음을............”

공손직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들 자객이라면 독살이나 암살을 떠올리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당금 조정의 실세인 동창 제독의 집무전에서 동창의 제독이 죽었다면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공겸이 확인한 동창의 집무전에는 교전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그 교전의 흔적을 통해서 공겸은 공야가 본연의 실력을 백분 발휘했다는 사실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것은 암습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상적인 대결이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 당금 천하에서 아버님을 상대로 자웅을 결할 수 있는 실력자가 과연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공손직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아마도 열을 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겸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자의 인상착의는?”

한 동창의 요원이 재빨리 이에 화답했다.

“ 이십대 중반의 검을 사용하는 자였습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겸이 공손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그렇다면 나보다도 더 어리다는 뜻인데, 세상은 정말 넓지를 않은가?”

공손직이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단신으로 동창을 뒤흔들고, 공야의 음모를 이용해 두 사람만의 대결의 장을 만들어낸 심계에 공야를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인물이 고작 이십대 중반이라는 사실은 공손직으로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공겸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 진무, 그대는 즉시 놈의 뒤를 추적하도록,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놈의 뒤를 따르도록 하라.”

진무, 십영의 다섯 번째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

환영(幻影)이라는 그의 별호처럼 환술의 달인이었으며 또한 추적의 달인이었다.

진무는 마치 안개처럼 흩어져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진무가 떠나자 공겸이 살짝 입술을 깨물면서 집무전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대장군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공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는 확실히 모든 주도권을 공겸이 쥐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단 주도권을 확보한 공겸의 대응은 빨랐다.

우선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서 각지에 흩어진 군부의 요인들을 황도로 불러들였다.

또한 사대령주를 비롯해 칠색포에 따라 집결한 동창의 요원들을 재편성하기 시작했다.

그 지휘권을 십영에게 인계하니, 이것은 자신의 측근인 십영을 실질적인 위치에 놓아둠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십영은 단순히 제독의 그림자가 아니라 동창의 실세로 떠오른 것이기도 했다.

일단의 상황이 정리되자 공겸은 공손직에게 공야의 장례 준비를 맡기고 곧장 황궁으로 향했다.

명목은 황제로부터 신임 동창 제독의 임명을 받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실상 공겸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리고 공겸의 입궁과 이어지는 격변은 가히 세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뒤흔들 격변을 준비하며 공겸이 황궁으로 입궁하는 그 시각 진조범은 힘겨운 발걸음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월야공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2 월야공자 제39화 -- 6 +31 15.01.20 8,928 318 7쪽
171 월야공자 제39화 -- 5 +18 15.01.19 6,021 256 7쪽
170 월야공자 제39화 -- 4 +19 15.01.18 6,341 283 8쪽
169 월야공자 제39화--3 +15 14.11.16 9,670 360 7쪽
168 월야공자 제39화--2 +17 14.11.10 8,687 335 7쪽
167 월야공자 제39화 -- 1 +10 14.11.02 9,371 375 9쪽
166 월야공자 제38화--4 +12 14.10.28 8,856 326 11쪽
165 월야공자 제38화--3 +15 14.10.27 8,532 337 10쪽
164 월야공자 제38화--2 +19 14.10.12 9,565 387 18쪽
163 월야공자 제38화--1 +23 14.08.16 13,075 484 10쪽
162 월야공자 제37화--3 +23 14.08.07 12,832 586 16쪽
161 월야공자 제37화 --2 +14 14.08.06 11,966 470 9쪽
160 월야공자 제37화--1 +19 14.08.01 11,878 451 9쪽
159 월야공자 제36화--5 +13 14.07.29 11,762 452 13쪽
158 월야공자 제36화--4 +19 14.07.22 11,738 439 8쪽
157 월야공자 제36화--3 +12 14.07.21 12,555 424 12쪽
156 월야공자 36화 -- 2 +34 14.07.20 12,786 424 10쪽
155 월야공자 제36화--1 +117 11.08.24 31,504 627 13쪽
154 월야공자 제35화--9 +50 11.08.18 27,843 484 19쪽
153 월야공자 제35화--8 +51 11.08.16 26,259 474 13쪽
152 월야공자 제35화--7 +43 11.08.15 25,714 447 15쪽
151 월야공자 제35화--6 +50 11.08.10 27,445 475 9쪽
150 월야공자 제35화--5 +55 11.08.08 27,687 491 9쪽
149 월야공자 제35화--4 +43 11.08.05 29,065 652 14쪽
» 월야공자 제35화--3 +40 11.08.04 25,853 487 13쪽
147 월야공자 제35화--2 +42 11.08.03 26,663 443 11쪽
146 월야공자 제35화--1 +57 11.07.29 27,324 454 13쪽
145 월야공자 제34화--8 +63 11.07.26 27,114 480 12쪽
144 월야공자 제34화--7 +72 11.07.22 27,289 488 10쪽
143 월야공자 제34화--6 +58 11.07.21 26,444 5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