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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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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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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월야공자 제35화--1

DUMMY

제35화 격류(激流)


진조범이 공야의 사저로 잠입하던 그 시각에 금옥강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가 무섭게 친구인 진조범을 찾았다.

허나 진조범은 보이지 않았고 마원길이 진조범의 말과 함께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마원길은 진조범이 독단으로 공야를 암살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금옥강은 아니었다.

평소 자신을 위해 동창에 줄을 대려했던 아버지 금작림의 행동을 알고 있었다.

수차례 이를 만류했으나 금작림은 금옥강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와서 좀 더 강하게 아버지를 만류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복잡한 황도의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금옥강이었기에 이것이 동창의 음모라는 사실을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나로 인해 벗이 화를 당하는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사람들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진조범의 독단이라면, 금작림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금옥강은 서둘러 주겸의 거처로 향했다.

금작림이 이를 만류했지만 금옥강은 단호하게 이를 뿌리쳤다.

묵상은 묵묵히 이런 금옥강의 뒤를 따랐다.

금옥강과 함께 주겸의 거처에 도착한 묵상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태보라면 조정 대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삼공의 한자리였다.

주겸의 집은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의 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너무나 초라했다.

백간이 넘는 공야의 사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으며, 금옥강의 집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청렴이 반드시 인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허나 이어지는 주겸의 등장이 묵상에게는 더없이 인상적이었다.

금옥강을 반기는 주겸의 온화한 모습은 묵상의 마음마저도 차분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그의 인품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덕은 외롭지 않으니 곳곳에 따르는 사람이 있는 법이었다.

주겸의 주변으로 인재가 모이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주겸의 모습이 묵상에게는 인상적이었다.

“ 스승님...........”

주겸을 부르는 금옥강의 음성은 그의 조급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금옥강은 웬만한 일에도 서두르지 않는 인물이었다.

주겸은 이런 금옥강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이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이야말로 주겸이 금옥강을 높이 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금옥강이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주겸은 서두르지 않았다.

“ 진정하고 일단 안으로 들자꾸나.”

“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금옥강의 말에 주겸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자자, 우선 안으로 들자꾸나.”

주겸의 차분한 음성에서 거절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금옥강이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주겸이 금옥강의 뒤에 선 묵상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함께 드시지요.”

주겸의 깍듯한 공대에 묵상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작은 방 가운데 자리한 한 개의 탁자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마주앉았다.

방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서책뿐이었다.

모두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주겸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 스승님.........”

금옥강이 다시 한 번 다급한 음성으로 일어서는 주겸을 만류했다.

허나 주겸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손님이 계시니 차라도 내와야하지 않겠느냐?”

묵상이 재빨리 이를 사양하며 말했다.

“ 저는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묵상의 얼굴에 또한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직접 차를 준비한다는 것은 그 흔한 노복조차도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주겸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찾아온 손님에게 한 잔의 차를 대접하는 것은 이 늙은이의 작은 즐거움입니다. 부디 사양치 마십시오.”

묵상은 감히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주겸은 반시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반시진은 단순히 차를 준비하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급한 금옥강에게는 더 없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이 긴 시간의 흐름이 잠시나마 격앙된 금옥강의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있었다.

덕분에 금옥강은 차분하게 작금의 상황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금옥강이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할 즈음에 비로소 주겸이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 철관음입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

주겸의 권유에 묵상이 찻잔으로 손을 옮겼다.

주겸 역시 천천히 차를 한 모금 음미했다.

그리고 지그시 금옥강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찾아온 용무를 묻는 것이었다.

금옥강 역시 한결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옥강은 먼저 오래된 벗이 자신을 찾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그가 공야의 암습을 위해 공야의 사저로 갔으며, 거기에는 자신의 아버지인 금작림과 동창이 개입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야의 목표가 주겸일 것이라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련의 이야기에는 추측과 사실이 혼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우 논리 정연했으며 실제로 대부분이 사실과 부합되고 있었다.

이것은 주겸이 차를 준비하는 시간동안 금옥강이 제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겸은 금옥강의 이야기를 끝까지 조용히 경청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좋은 벗을 두었구나.”

주겸은 먼저 진조범을 언급했다.

진조범이 금옥강을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었다.

우정의 중요함을 또한 금옥강에게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금옥강이 이를 인정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겸은 조금 안타까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채 피지도 못한 아까운 인재가 그렇게 지는가?”

금옥강이 아끼는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주겸은 진조범을 이렇듯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공야, 그 친구가 너무 서두르는구나.”

주겸은 이미 태자의 암습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것도 태자가 자신과 만나던 바로 그날 밤에 말이다.

그런데 아직 음모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음모가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의 공야라면 결코 이렇게까지는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주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만큼 지금 공야의 마음이 조급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주겸은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시면서 말했다.

“ 결국 강이 자네는 그 화살이 나를 향한 것이니 지금 내게 이 자리를 피할 것을 권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더냐?”

주겸의 물음에 금옥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는 주겸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주겸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금옥강을 쳐다보았다.

“ 허면?”

금옥강은 자못 진중한 표정으로 주겸에게 말했다.

“ 벗은 제게 오늘 밤 늙은 너구리가 죽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주겸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금옥강에게 되물었다.

“ 진정 그리 말했느냐?”

금옥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겸이 더없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금옥강을 바라보았다.

“ 설마 동창의 음모인줄 알면서도 몸을 움직였는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와 같은 말을 남길 정도라면 그 아이의 실력이 실로 범상치가 않겠구나, 진정 아까운 일이로세.”

주겸은 이렇듯 계속해서 실패를 언급하고 있었다.

금옥강이 이런 주겸을 향해 힘주어 말했다.

“ 결코 허언을 입에 담을 친구가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겸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금옥강을 바라보았다.

평소 더없이 냉철한 금옥강이었다.

헌데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벗에 대한 믿음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상대는 동창 제독 공야였다.

그리고 주겸은 동창 제독이라는 직책을 떠나서 공야라는 인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공야는 이미 수차례 황궁무고를 드나들며 무공을 익혀왔다.

또한 다수의 무림인들과 끊임없이 교우를 나누고 있었다.

주겸이 아는 최고의 무인을 꼽으라면 주겸은 서슴없이 공야를 지목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런 공야의 주변으로 무수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단지 한 사람의 힘으로 공야를 죽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겸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순간 주겸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벗을 믿고 싶어 하는 금옥강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성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옆에 않은 묵상의 표정은 이상함을 넘어서 다소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믿음을 넘어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믿는 것과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 헌데 이분은?”

비로소 주겸이 금옥강에게 묵상에 관해서 물었다.

금옥강이 재빨리 이에 화답했다.

“ 벗의 동행입니다.”

“ 동행?”

주겸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묵상을 살폈다.

묵상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 야인 묵상이라고 합니다.”

주겸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히 동행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친분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근심하는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묵상에게서 근심 걱정과 같은 감정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공야의 죽음을 확신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묵상의 반응에 주겸이 더더욱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으음.”

무거운 신음성에 주겸의 안타까움이 배어나왔다.

상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동창의 제독임에도 불구하고 벗인 금옥강은 물론 동행인 묵상에게도 이렇듯 절대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진조범이 그야말로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밖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르신.”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그 뒤를 이었다.

주겸은 침착한 모습으로 문을 열어 사람들을 확인했다.

“ 경천, 자네가 이 늦은 시각에 어인일인가?, 그리고 자네들은 또 어인일인가?”

경천(驚天) 정회(程廻), 벼슬은 금옥강과 같은 한림원 수찬이었다.

하지만 정회는 금옥강보다 오년이나 먼저 과거에서 장원을 차지한 인물이었다.

경천이라는 그의 호가 말해주듯 하늘을 놀래게 할 만큼 뛰어난 학식을 가진 인물로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공야마저도 탐내는 인물이기도 했다.

단지 주겸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아직까지 승차를 하지 못한 인물이기도 했다.

경천 정회는 물론 동행들까지도 다소 흥분한 모습이었다.

주겸은 금옥강에게 했던 것처럼 우선 이들을 진정시키려했다.

허나 정회의 말이 더 빨랐다.

“ 어르신, 동창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공야가 어르신을 노리는 듯합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셔야겠습니다.”

주겸이 다소 허허로운 표정으로 이에 화답했다.

“ 대체 날더러 어디로 피하라는 말인가?”

정회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번졌다.

이미 황도 전역에 동창의 눈이 깔려있었다.

특히 주겸의 거처 주변으로는 감시가 더더욱 삼엄했다.

더구나 황도 외곽을 방어하는 금군까지도 동창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몸을 피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급박한 상황, 하지만 주겸의 표정은 여전히 너무나 평온했다.

이런 주겸의 모습에 금옥강과 묵상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 어떻게 이런 순간에 저런 표정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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