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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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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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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0.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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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38화--3

DUMMY

당기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당기상이 소피를 보려는 듯 뒷간으로 향했다.

당기상이 뒷간에 도착하자 호위 하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기상은 호위에게 말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조범이 거절할 상황까지 예측하고 이후의 계획을 세워둔 것이었다.

호위가 그 즉시 사라졌고 당기상 역시 그 즉시 발길을 돌렸다.

당기상이 밀실로 돌아갈 때 아리따운 기녀 둘을 대동했다. 과거 진조범과 기루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처럼 다소 짓궂은 미소마저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차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라도 오늘은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이 다시 만났으니 그 회포를 풀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 날의 술값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오늘 술값은 물론 진 공자께서 계산하셔야겠습니다.”

진조범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적으로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찌될는지 알 수 없는 법, 그래서 적어도 오늘만은 당기상과 벗의 관계로 이 만남을 정리하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가 다소 과장된 행동까지 취하며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불투명한 미래, 이런 자리가 다시 만들어질지 역시 불확실한 상황, 벗으로 대할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고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말들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나름 훈훈한 시간, 하지만 기루 방 한 칸에서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네년이 진정 나를 우롱하느냐?”

“당 공자님, 이곳은 그런 기루가 아니옵니다.”

“흥, 네년의 콧대가 높아 아직까지 누구도 네년을 취하지 못했다기에 그동안 내가 쏟아 부은 돈이 얼마더냐? 아마 이 기루를 통째로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헌데 오늘마저 네년이…….”

“오늘 술이 너무 과하신 듯합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당문영이 굳은 표정으로 가연의 말을 막았다.

“술이 과해? 네년이 어디서 감히.”

“짝”하는 소리와 함께 가연이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붉게 물든 뺨, 당황하는 가연의 표정에 당문영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네년이 끝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당문영은 지금까지 참았으면 스스로가 생각해도 많이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던져 와락 가연을 끌어안았다.

가연이 버둥거리며 품안에서 한 자루의 비도를 꺼내 들었다.

“당 공자님, 저희는 그런 기루가 아닙니다. 제발!”

당문영의 얼굴에 피식 비웃음이 흘렀다.

가연이 뽑아든 투명한 비도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좌수를 움직여 가연의 손을 후려치니 비도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가연은 바닥에 떨어진 비도를 쥐기 위해 몸을 돌렸다. 당문영은 이런 가연의 행동이 재미있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한손으로는 옷고름을 풀려했다.

가까스로 비도를 손에 쥔 가연은 비도로 자신을 안고 있는 당문영의 겨냥했다.

손등을 스치는 따가운 느낌에 당문영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문영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당문영은 비도를 들고 버둥거리는 가연을 돌려 눕히고 다시 한 번 뺨을 후려치며 음탕한 시선으로 가연을 바라보았다. 보란 듯이 비도가 손등에 남긴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혀로 날름 핥으면서 가연에게 비웃음을 던졌다.

“하긴, 너 정도 계집이라면 이 정도 가시는 있어야겠지.”

당문영이 비도를 든 가연의 손을 가볍게 후려치자 비도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당문영은 여전히 버둥거리는 가연의 움직임을 즐기며 지그시 가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천천히 가연을 품에 안으려했다.

순간 당문영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째서?”

당문영의 이상한 움직임에 가연이 두려운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비수를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당문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연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당문영의 표정에서 술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문영은 분노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뜬 채 천천히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비도와 가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기상이 그놈 인가?”

쓰러진 당문영이 양손 모두 주먹을 꽉 쥔 채로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내 숨을 거뒀다.

당문영의 허무한 죽음.

독으로 일가를 이룬 당문, 그것도 한때나마 후계자로까지 거론되었던 당문영이 고작 살짝 스쳤을 뿐임에도 이렇게 숨을 거두었다. 비도가 결코 범상한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가연이 자신을 덮치듯 쓰러진 당문영을 옆으로 밀쳐냈다.

불빛을 반사해 빛을 번뜩이며 바닥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비도를 조심스레 들어 품안에 갈무리했다.

이렇게 당문영이 어처구니없이 숨을 거둘 무렵 진조범이 당기상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객점에 들어서고 있었다. 당기상과의 자리가 당초 성도에 들어설 때의 기대와 사뭇 달랐기에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약했던 방으로 들어가 침상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얼마 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나 늦은 잠자리, 그래서 눈은 감고 있었으나 아직 잠이 들지는 않았다.

뛰어난 청각이 방으로 접근하는 발소리가 여인의 것임을 알려주었기에 다소 꺼림칙한 표정으로 방문을 바라보았다.

‘당비연인가?’

이렇게 당기상이 당비연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해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찾아온 손님은 당비연이 아니었다.

“진 공자님, 소녀 가연입니다.”

진조범의 표정이 다소 멍해졌다.

기루에 찾아갔을 때 다른 손님을 모시고 있다던 가연이 지금에서야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이 이상했다.

“설마, 당 공자인가?”

어쩌면 당기상이 당비연이 아닌 가연에게 소식을 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해서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찰나 가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가연의 모습을 확인한 진조범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가연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얼굴은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신발조차 제대로 신고 있지 않았다.

이는 위기에 처한 사람의 모습일 뿐 결코 은애하는 임을 찾아온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연이 그야말로 애처로운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살려주셔요.”

대뜸 살려달라는 가연의 말에 진조범은 그저 난감할 따름이었다.

“정 소저, 대체 무슨 일이오.”

“부디 소녀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 주셔요.”

“정 소저, 우선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설명을?”

순간 가연이 진조범의 품에 와락 안겼다.

“소녀가, 소녀가, 그만 당 공자를 죽이고 말았어요.”

“당 공자?”

“당문의 당문영 공자를 혹시 아셔요?” 가연이 당문영을 언급하자 진조범은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녀는 거기에 독이 묻은 줄 진정 몰랐어요. 그저 정조를 지키기 위해…….”

가연의 횡설수설에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조범은 이것이 무엇이건 자신을 향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당문영이 죽었다면 음모의 주동자는 당기상일 것이다.

그러면 정가연은 어떠한가?

단순한 음모의 희생양인가?

아니면 자진해서 음모에 가담한 것인가?

한 순간 진조범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가련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연을 확인하며 잠시 갈등했다.

가연이 진조범을 찾았다는 것은 누군가가 진조범이 소재를 알려주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당연히 당기상, 허나 당기상이 가연에게 진조범의 소재를 알려 주었다고 해서 가연이 음모에 가담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가연이 독을 언급했으니 그 독도 당기상의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가연의 손을 통해 당문영이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가연이 자진해서 음모에 가담했다는 완벽한 증거는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십중팔구 정가연이 당기상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확률 상으로는 정가연이 당기상의 음모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은 확률일 뿐 만에 하나를 배제할 수 없었다.

하필이면, 어째서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 가연의 모습이 취취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일까?

대사형의 간자 능취취를 죽이고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던가?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진조범은 이렇게 가연의 모습에서 취취를 떠올린 순간 벗어나기 힘든 함정에 발을 들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악연이 되고야 말았는가?’

더구나 정가연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선택은 하나, 함께 성도를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일단 결심이 서자 행동은 신속했다.

서둘러 여장을 꾸려 즉시 숙녕객잔을 떠났다.

그렇게 두 사람이 숙녕객잔을 나서는 그때 당갑수가 아들의 주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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