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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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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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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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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월야공자 제36화--5

DUMMY

주설란의 간곡한 요청으로 진조범은 금옥강의 집에서 사흘을 더 머물렀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금작림의 간곡한 부탁이 있기도 했다.

새로운 황제의 즉위와 이어진 개혁으로 조정의 업무는 매우 분주했고 금옥강 역시 관리인지라 덩달아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금옥강은 바쁜 와중에도 매일 진조범을 찾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마음은 더없이 즐거웠다.

허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음을 서로가 알고 있었기에 금옥강의 바쁜 일상을 덜어주기 위해 진조범이 먼저 금옥강의 집을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 몸이 완전하지 않아 여행은 무리였기에 일단 지금까지 머물렀던 허름한 객점에서 당분간 머물 생각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금옥강의 집을 나온 진조범은 객점에서 달포가량 머물렀다. 그 달포는 진조범에게 회복과 사색의 시간이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완벽에 가까운 검을 떠올리며 검의 길을 생각했다.

왕신림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며 검마맹의 미래를 생각했고 강일운 등을 떠올렸다.

원릉 지현에서 보았던 난민들을 떠올리며 새로운 황제의 등극으로 인해 변화할 앞으로의 세상을 생각했다. 진충의 말처럼 새로운 황제의 등극으로 조정의 쇄신이 이어진다면 이제는 무림이 변화를 준비해야 할 차례였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천하를 언급하던 진강의 모습이 떠올랐고 진강을 떠올리자 마교와 더불어 그가 언급했던 패도의 길이 떠올랐으며 또한 당문의 당기상이 떠올랐다.

‘어느덧 삼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는가?’

지나간 시간은 더없이 빠르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렇듯 삼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음에도 검의 길도, 검마맹의 미래도, 세상의 미래도 무엇 하나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조범이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객점의 앞마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소년 철룡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철룡의 검은 진조범이 그에게 가르친 마검삼식, 이 마검삼식은 왕신림이 진조범에게 비급으로 전했던 검식이며 당시 진조범은 이를 불완전한 검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철룡에게 가르친 마검삼식은 진조범이 새롭게 해석해 수정한 마검삼식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를 느긋하게 지켜보던 진조범이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그럴 리가?’

자신이 보완한 마검삼식을 지켜보면서 최초 비급을 통해보았던 마검삼식이 떠올렸다.

그때는 분명 불완전한 검식이었으나 지금은 그 불완전함 속에 또 다른 오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검의 길에는 정확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했다.

동시에 그때는 왕신림의 무공으로 부족해 보였던 마검삼식이 지금은 진정한 왕신림의 무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시에는 나의 안목이 부족했단 말인가?’

이런 생각까지 들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내 최초의 비급 그대로의 마검삼식을 재현했다. 비록 제대로 수련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비급의 단점을 찾아낼 만큼 충분히 검토를 했었기에 내용대로 펼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검이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진조범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한바탕의 검무가 이어졌다. 그렇게 검무를 끝낸 진조범이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가?’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여 마검삼식을 재현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고, 다시 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울었으나 진조범은 시간의 흐름마저 잊은 채 마검삼식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철룡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저녁 식사시간이 되자 따로 수련을 마치고 도착한 묵상이 또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진조범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식사 준비를 마친 객점 여주인이 이를 알리려 나왔다가 너무나 진지한 세 사람을 확인하며 역시나 감히 이를 방해하지 못했다.

이경이 되어서야 진조범의 움직임이 멈췄고 역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불완전한 검식인가? 그래도…….”

분명 불완전한 검식이었지만 단순히 불완전함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제야 밤이 깊었음을 확인한 진조범이 객점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을 때 비로소 세 사람이 그를 지켜보고 있음을 확인했다. 먼저 객점 주인인 여인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방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땀부터 먼저 닦으시고 식사를 하시지요.”

“고맙소.”

진조범이 안으로 들어가자 철룡의 눈빛이 번뜩였다.

번뜩이는 그 눈빛과 함께 철룡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조금만 더 지켜볼 수 있었다면.’

철룡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진조범의 검무를 조금만 더 지켜보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내 철룡이 다시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진조범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더 없이 진지하게 검을 휘두르는 철룡의 모습은 또 하나의 검의 길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튿날 진조범은 객점을 출발, 일단 방향을 사천성 성도로 잡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당기상의 근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이 객점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한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올랐고 이를 확인한 묵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까지 꼬리를 달고 다니려는지.’

묵상도 진즉에 꼬리가 붙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진조범이 모를 리 없다는 생각에 꼬리를 그대로 두었으나 누군가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결코 유쾌할 리 없었다. 더구나 꼬리의 정체마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황도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꼬리가 사라지자 묵상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렇게 꼬리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묵상의 예상대로 바로 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는지요?”

모습을 드러내며 포권을 취하는 공겸에게 진조범 역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면 굳이 긴말은 필요치 않겠군요.”

공겸이 천천히 검을 뽑아들자 진조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검이로군요.”

“흑룡이라고 합니다.”

흑룡검은 손잡이를 포함 넉 자[尺] 길이에 검날의 두께가 한 치로 다소 두꺼웠다. 손잡이는 물론 검신(劍身) 전체가 묵(墨)빛을 띠고 있었으며 그 이름에 걸맞게 검날에는 날아갈듯 용이 각인되어 있었다.

공야가 황궁보고에서 찾아낸 검으로 검명 역시 공야가 직접 붙인 것이었다.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것, 동창이 음지에서 황제를 보필한다하여 검명을 흑룡이라 정한 것이었다. 이것이 십여 년 전 천밀경과 함께 공겸에게 전해진 것이었다.

진조범이 공겸에 대응해 검을 뽑으려는 찰나 묵상이 진조범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공겸이 다소 어이없는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너 따위가 나설 자리가 아니니라.”

공겸이 묵상을 단순히 진조범의 수하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이에 묵상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에게는 자격이 없다.”

묵상의 말에 진조범마저도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묵상이 이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야는 죽어 마땅한 사람, 그대가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면 그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복수를 그대가 모두 감당할 생각인가? 더구나 희대의 악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결의 기회까지 주었거늘 그대가 무슨 자격으로 복수를 운운하는가?”

정당한 대결의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묵상의 추측이었다. 과거 월야사신 이도립이 그랬던 것처럼 진조범 역시 정당한 대결로 공야를 제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또한 이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이에 공겸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나 그대의 주인은 대의를 위해서 의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사사로이 청부를 받고 살해한 것이니 내 어찌 사사로이 이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겠는가?”

“공야가 죽어 마땅한 인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 청부를 수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허니 그것을 과연 사사로운 청부라 단정할 수 있는가?”

“설사 의부께서 사람들의 원성을 받는 분이라 하나 내게는 하늘이 허락한 인연, 불구대천의 원수를 갚지 않는다면 내 어찌 대장부라 하리요. 더구나 그대의 주인이 정당한 대결로 승리한 것임을 인정하기에 나 역시 정당한 대결로 승부를 가리려 함이거늘 어째서 자격이 없다 하는가?”

공겸의 말에 묵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먼저 나를 넘어라.”

“관계없는 사람까지 다치게 할 생각은 없음이니.”

이렇게 말하며 공겸이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수하를 물리도록 하시지요.”

이에 묵상이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는 나와 삼백여 년 전의 구원을 해결해야하니 순서로 치면 응당 내가 먼저가 아니겠는가? 허니 정히 그대가 복수를 하려거든 차례를 지키라.”

공겸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자 진조범이 이를 인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묵상이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당장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우선 나를 넘어라. 나를 넘는다면 내 그대에게 차례를 양보할 용의가 있음이니.”

공겸이 씁쓸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먼저 나를 가늠하려 함인가? 아니면 나의 힘을 소진시킬 생각인가?’

허나 공겸은 굳이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진조범이 먼저 동창의 무수한 고수들을 상대한 이후에 공야를 상대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좋소이다.”

공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묵상이 사흑도를 뽑아들었다. 순간 공겸이 적지 않게 놀란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이미 묵상에 관해서도 보고를 받았으나 생각 이상으로 묵상의 기도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허나 천밀을 이은 자만심을 잃지는 않았다.

“먼저 오시오.”

선수를 양보하겠다는 공겸의 말에 묵상이 망설이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일선보에 이은 선풍도, 묵상이 빠른 접근에 이어 무식하게 후려치듯 도를 휘두르자 공겸이 재빨리 흑룡검을 움직였다. 흑룡검이 강기의 망을 형성하며 묵상의 사흑도를 맞이했다. 강기의 정체는 하늘의 방패 천간(天干), 능히 막지 못할 공격이 없으며 그 반탄력으로 상대에게 충격까지 주는 무공이었다.

공겸은 묵상의 무작스러운 공격을 이 한수로 응징해 수준의 차이를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다. 허나 충격은 묵상의 몫이 아니었다.

의당 멈춰서 충격으로 몸을 비틀거려야할 묵상이거늘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공겸 자신은 뒤로 십여 보나 밀려나며 자세를 바로하기에 급급했다. 만일 그대로 묵상의 공격이 이어졌다면 공겸은 낭패를 면치 못했을 정도였다.

‘이런!’

공겸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뭐야?’

그동안 안중에도 없었던 진조범의 수하 묵상의 일격이 비록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천간을 부숴버렸음에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이었다. 더구나 “이제 정신이 좀 드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묵상의 오만한 시선이 더더욱 그를 놀래게 만들었다.

묵상은 공겸이 선공을 양보하는 순간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를 이용하면 쉽게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묵상에게 그런 융통성은 없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선풍도로 경고를 날려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고는 제대로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공겸이 진지한 자세로 검을 고쳐 잡으며 묵상을 바라보았다.

‘구원을 해결하겠다는 말이 진정 사실인가?’

이렇듯 이 한수로 공겸은 묵상이 진조범을 노린다는 말을 사실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공겸이 자세를 바로하자 묵상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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