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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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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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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7.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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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월야공자 제34화--8

DUMMY

열두 자루의 비도가 대기를 갈랐다.

사혼비도(死魂飛刀), 죽음을 부르는 십사의 상징이었다.

진조범의 몸이 천천히 회전했다.

월광검이 춤을 추며 바람을 일으켰다.

흩날리는 비도를 확인한 십사의 여섯 사람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사혼비도의 생명은 날카로운 예기에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비도는 이미 그 예기를 잃고 있었다.

그리고 흩날리는 비도와 함께 진조범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

월광심법의 공능, 비도의 힘을 이용해 조금이나마 속도를 높인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진조범의 움직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런 진조범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령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일으키며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 방심하지 마라.”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은 어이없는 외침이었다.

이미 세 사람의 동료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동료들이 방심할 까닭이 없었다.

허나 동료들의 방심을 유도할 만큼 눈에 보이는 진조범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다리는 쩔룩이고 있었고, 검을 쥔 손의 떨림은 모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표정마저도 평온한 상태를 넘어 눈동자까지 풀려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생사의 경계를 노닐고 있는 상태였다.

움직인다는 것이 신기해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진조범은 움직이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안면근육의 떨림, 주령은 이것을 미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터무니없는............’

사면초가의 위기상황, 죽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상처, 이런 상황에서 진조범이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은 주령의 착각이 아니었다.

진조범은 웃고 있었다.

의식은 몽롱했다.

작금의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손에 쥔 검이 움직이는 궤적은 진조범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항상 추구하던 이상적인 움직임, 그것이 실제로 자신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꿈인가?’

꿈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린 시절 곤륜의 도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무수한 경험을 거듭하면서 막연하게 아른거리는 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바로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오늘 도를 깨달으면 내일 죽어도 좋다고 했던가?

평생을 추구해온 무(武)에 대한 집념이 이렇듯 진조범을 지탱하고 있었다.

십사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민첩한 동작으로 연검을 뽑아들고 진조범을 공격했다.

이들의 얼굴에 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진조범의 움직임,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 속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십사의 여섯 사람의 합공,주령은 동료들의 침착한 움직임을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잠시 격했던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주령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다르다............’

주령은 막연히 조금 전 자신을 상대했던 진조범의 움직임과 지금의 움직임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령의 이런 감각 역시도 틀리지 않았다.

지금 진조범의 움직임은 조금 전까지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전 주령을 상대할 당시에는 진조범이 죽음이 임박했음을 깨닫고 지금까지 자신이 익혀왔던 월광검법을 마지막으로 차례로 펼치면서 생을 정리하려 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홀로 펼치고 만족하고자 하는 검이 아니었다.

검은 언제나 상대를 필요로 하는 법이다.

이전에는 월광검에 그 몸을 맡겼다면 지금은 상대에게 그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월광검법은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서는 그야말로 탁월한 무공이었다.

진조범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졌다.

혼자만의 검이었다면 아마도 더 이상 움직임을 이어갈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십사의 여섯 사람이 이런 진조범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진조범의 움직임은 더없이 위태로웠다.

허점을 파고드는 십사의 공격은 더없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진조범이 가까스로 십사의 검에 대응하는 순간 진조범은 마치 십사의 날카로움을 흡수하듯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여섯 사람의 합공이 지속될수록 진조범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이를 확인한 주령이 표정이 일렁였다.

‘ 아직도 감춰둔 것이 남아있단 말인가?’

주령의 합류로 일곱 명의 합공이 시작되었다.

이전 네 사람의 합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했다.

더 이상 기다릴 동료도 없었다.

이제는 확실하게 진조범의 숨통을 끊어야만 했다.

이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발맞춰 진조범의 움직임 역시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 저지경이 되어서 저런 움직임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합공을 펼치는 일곱 사람 모두가 이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곱 명의 돌아가면서 후려치는 팽이는 계속해서 빠르게 회전했다.

날카로운 검을 가진 팽이는 더없이 위험했다.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논 대가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상처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상처는 살아있었다.

무언가가 후벼 파는 것 같은 느낌이 이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이제는 몽롱한 진조범의 눈동자가 십사의 일곱 사람에게는 더없이 섬뜩해보였다.

‘ 그만 좀 죽어다오. 제발...........’

‘ 빌어먹을, 이런 말도 안 되는.........’

‘ 기어이 우리를 저승길 길동무로 삼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불길한 느낌은 이어졌고, 불길한 느낌은 그대로 적중했다.

기어이 진조범보다 먼저 한 사람이 쓰러지고 말았다.

주령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 대체 무엇이 저자로 하여금...............’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진조범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적이었다.

한사람이 쓰러지자 진조범의 움직임은 미세하지만 조금 느려졌다.

하지만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주령등은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조범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상대를 쓰러뜨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월영보도 월광검법도 진조범 스스로가 펼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선택을 저들에게 맡겼고, 그저 흐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그 움직임이 하나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나의 길이였다.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펼쳤던 월광검법마저도 지금 이 순간 모두 잊어버렸다.

그야말로 무념(無念)의 상태, 보이는 것은 상대의 검과 자신의 검, 그리고 이 검들이 이끄는 길뿐이었다. 진조범은 바로 그 길의 끝에 자신이 추구하는 무(武)의 극점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가 계속해서 이에 호응해주지 않았다.

이어진 교전으로 이미 세 사람이 더 쓰러졌다.

그리고 진조범의 움직임 역시 현격하게 느려졌다.

남은 세 사람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비로소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다.

주령이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 퇴(退).”

주령의 신호와 함께 다른 두 사람 역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진조범은 이들을 쫓지 않았다.

아니 쫓을 수 없었다.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의 곁에서 떨어진 주령등의 얼굴에 난감함이 번졌다.

그대로 두어도 살아남지 못했을 진조범에게 네 사람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뭐 저런 무공이 다 있는가?’

다타버린 불씨를 적의 공격을 이용해 다시 붙이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무공이었다.

주령등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진조범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 역시도 주령등에게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조금 떨어져 따라가는 그들을 진조범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은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았다.

월광검을 검집에 집어넣지도 않았다.

검과 검집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어디론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주령등이 계속해서 이런 진조범의 뒤를 따랐다.

반드시 그 죽음만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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