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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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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8.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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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37화 --2

DUMMY

이어지는 대결은 이전처럼 강렬하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은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 그러니 그 움직임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의 실력을 직접 몸으로 확인했기에 섣불리 승부를 결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가 조심스레 상대를 탐색하며 승부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천밀경의 검법과 사흑도결의 도법이 쉼 없이 재현되며 지켜보기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대결의 흥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그렇게 반나절, 지루한 탐색전이 계속되었다.

‘무섭구나.’

묵상의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공겸은 수시로 이렇게 감탄하고 있었다.

묵상의 사흑도결은 그야말로 패도무학의 결정체, 하지만 단순히 힘만으로 공겸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었다. 힘에 가미된 미묘한 변화, 마치 도신이 떨리는 것 같은 그 미묘한 변화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하게도 공겸은 이런 묘한 변화가 묵상의 도결 자체에 가미된 변화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극강의 패도무학에 어떻게 이런 변화를 자연스레 가미할 수 있을까?’

패도무학에 변화를 가미하는 것은 자칫 패도무학의 장점을 파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묵상의 경우는 달랐다.

그 변화라는 것이 도결 자체의 위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이것은 공겸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머리가 복잡한 공겸과는 달리 묵상은 단순명쾌하게 공겸의 강함을 인정했다.

‘강하다!’

허나 천밀의 무학은 단순히 강하다는 평가로는 부족했다.

월영보가 상대의 힘을 이용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흡(吸)의 무공이라면, 월광검은 그 흡수된 힘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탄(彈)의 무공이었으며, 월광심법은 심법의 공능으로 상대의 숨통을 일순간 끊어버리는 절(切)의 무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흡, 탄, 절 각각의 공능이 어우러진 흐름의 무학이 월광검결이었다.

허나 천밀의 무학은 달랐다.

심법, 보법, 검법 자체가 하나하나 이런 흡, 탄, 절의 원리를 머금고 있었다.

월광검이 흐름을 통해서 이를 하나로 연결한다면 천밀의 무학은 이를 한 호흡에 담고 있었으니 매초가 공격이며 방어였고 또한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 가장 완벽하다고 평가를 받는 무학, 그래서 하늘의 비밀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무학, 그래서 인간이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까지 평가되는 무학이었다.

지금 공겸의 천밀은 불과 육성의 경지, 허나 능히 묵상과 자웅을 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 천밀의 무학이 완성된다면 그 위력이 어떨는지는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천밀의 무학을 묵상은 단순히 강하다고 평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묵상다운 평가였으며 또한 묵상다운 칭찬이었다.

어느덧 두 사람은 이렇게까지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정과 승부는 또 다른 이야기, 두 사람 모두는 승부의 결착을 위해 여전히 상대방의 빈틈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기세는 더더욱 수그러들었다.

인간인 이상 그 힘은 유한한 법, 두 사람 역시 인간인 이상 이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허나 분명 그 기세는 약해지고 있으되 그 날카로움은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이는 두 사람이 이 대결을 통해서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 서로가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이런 두 사람의 변화를 지켜보는 진조범에게도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 과거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더더욱 정심해진 월광검결의 무학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와중에 하나하나 새롭게 정리되고 있었다.

다시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대결의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지켜보던 진조범은 어쩌면 이 대결이 이대로 영원히 지속되어도 그 승부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지금 두 사람의 실력은 호각이었다.

허나 끝나지 않는 대결이란 없는 법, 예측하기 힘든 이 승부도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의 공력이 이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서로를 경계하느라 지나친 심력을 소모했기에 체력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결의 와중에 생긴 크고 작은 상처가 비록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니 공력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누군가는 승부수를 던져야만 했다.

분명 승패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박빙의 승부가 으레 그러하듯 아마도 누군가는 죽고, 다른 누군가는 설사 죽지는 않을지라도 심각한 중상을 면치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어느덧 두 사람 모두가 이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허나 누구도 대결을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 지쳐가는 만큼, 늘어나는 상처만큼 발전하고 있음을, 또한 최후의 승부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이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승부, 이제는 피하고 싶지 않은 승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의 표정은 결연했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를 남기지 않을 심산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두 사람이 이 귀결점을 찾는데 또한 반나절이 소모되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더더욱 느려졌고 어느덧 날카로움마저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달이 중천에 이르자 자신의 한계를, 서로의 한계를 직감한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눈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승부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순간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그것도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표정으로.

‘후회는 없다. 아니 남기지 않으리니.’

두 사람의 미소가 공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삼장, 이장, 일장, 서로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두 사람의 표정은 더더욱 환해졌다.

두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단지 상대방, 검과 도, 움직임과 시선, 감각, 그리고 마치 서로의 감정마저도 공유하는 듯 두 사람은 서로를 느끼며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검과 도가 충돌하는 마지막 순간 환상처럼 찬연한 빛이 일어나 두 사람에게 아련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아!”

패배를 직감한 탄성이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손을 벗어나 허공을 나는 검과 도, 무기를 잃어버린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의 패배를 떠올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차가운 빛 무리가 자신을 감싸자 죽음을 떠올리면서도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즐거운 죽음을 기다리는 두 사람, 하지만 기다림과 달리 도나 검이 자신을 파고드는 그 어떤 섬뜩한 감촉도 찾아오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뜬 두 사람은 공히 눈앞의 진조범을 확인했다.

잔뜩 찌푸린 인상은 자신들의 신성한 대결을 방해받았다는 불쾌함이었다.

공겸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최악의 경우 동귀어진(同歸於盡), 최선의 경우에도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묵상이 진조범을 목표로 따라다닌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신을 노리고 따라다니는 두 사람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기회이니 진조범에게 하등 나쁠 것이 없는 결과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겸의 생각, 이유를 묻는 공겸에게 진조범은 빙긋이 미소를 보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달이 중천에 떴소이다.”

진조범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는 두 사람을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와서 숙소를 찾기는 늦었으니 노숙을 위해서 땔감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땔감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님을 두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조범이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묵상과 공겸은 바닥에 뒹구는 자신의 검과 도를 천천히 주워들었다. 무기를 손에 쥠과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대로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대결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이렇듯 대결의 당사자인 두 사람 모두가 의문을 가질 만큼 결과는 예측불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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