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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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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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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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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야공자 제39화--3

DUMMY

가볍게 허리를 숙이던 당태독의 수중에서 십여 개의 암기가 발출되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당기상을 비롯한 당문삼영 두 사람, 코앞에서의 예상치 못한 공격, 모시던 주군을 배신한 당태독이 이미 죽은 당갑수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일 리도 만무하니 이것은 가히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넘어선 그야말로 뜻밖의 행동이었다.

당갑수의 몸에 박힌 다섯 개의 비도 중 세 개가 당태독의 것임을 감안하면 당태독의 실력은 당문삼영 중에서도 단연 발군, 예상치 못한 그의 공격은 당갑수조차도 제대로 피하지 못했으니 당문삼영의 다른 두 사람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당기상은 달랐다.

재빨리 당문삼영의 한사람인 당은수의 뒤로 몸을 숨겨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지켜보던 진조범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함께 피하는 어려운 길보다 수하 당은수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손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이전에 진조범이 알고 지내던 당기상이라면 결코 취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 결과 당문삼영의 두 사람은 이마에 꽂힌 비도로 인해 절명했으며 당기상은 놀란 가슴을 안고 일단 뒤로 물러나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어째서, 이런 미친!”

이어지는 당태독의 행동은 당기상을 더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태독이 재빨리 진조범의 옆에 다가가 허리를 숙이자 진조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당태독과 정가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기상은 이 어이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고 다소 멍한 표정으로 진조범과 당태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반복 속에서 제 정신인 사람은 당태독뿐이었다.

순간 정가연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가연이 독비(毒匕)로 단순히 진조범에게만 상처를 입힌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등에 보이는 선명한 자해의 흔적, 아무런 내공도 지니지 못한 정가연은 투명한 비도의 독에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미안해요. 내세에서는…….”

정가연의 말은 여기까지였다.

뒤늦게 진조범이 그녀의 어깨 혈을 점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미 정가연의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무서운 독이로구나.”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한 진조범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손등과 허리를 숙인 당태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칠밀 장천상이 오 공자님을 뵙습니다.”

당태독의 말에 당기상이 두 눈을 부릅떴다.

“오 공자? 설마 검마맹!”

당기상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당태독은 당기상이 철들기 이전부터 당문의 사람이었다.

이십 년 가까운 세월동안 당기상은 당태독을 지척에서 지켜보았다.

그런 당태독이 검마맹의 간자라니, 실로 놀라운, 믿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진조범 역시 놀란 표정으로 당태독, 아니 장천상을 바라보았다.

사도천 아니 소림의 공지 역시 스스로를 십밀의 일원이라고 밝혔었다.

십밀의 명칭을 보자면 아마도 그 숫자는 열 명, 그들 중 두 사람이 소림과 당문의 심장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사도천과 장천상이 모두 적의 심장부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이들의 뛰어난 자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을 적의 심장부에 투입시키고, 지금까지 그 기밀을 유지하며 이들을 관리해온 왕신림의 주도면밀함은 진조범에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대체 맹주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왕신림의 치밀함이 새삼 무섭게 피부로 다가왔다.

칠밀 장천상은 바닥에 떨어진 투명한 비도를 공손히 손에 들어 진조범에게 내밀었다.

“천독마비입니다.”

진조범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독마비?”

“그렇습니다. 당문이 만들어낸 최고의 독이 스며있는 비수입니다. 우선 품안에 갈무리 하시지요.”

진조범이 힐끔 당기상을 쳐다보았다.

진조범의 번뜩이는 눈빛을 확인한 당기상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째서?’

당태독의 말처럼 천독마비는 당문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었다.

삼백년 전 사흑성에게 패한 당문은 절치부심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웬만한 독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묵겸을 상대하기 위해서 두 자루의 비도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천독마비였다. 비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당문의 고수들이 그 독에 희생되었으며, 무수한 고수들이 본연의 공력까지 비도에 주입해야만 했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천독마비는 묵빛의 비도와 투명한 비도 두 가지였으니 비도를 만드는 재질만 달랐을 뿐, 실제로 비도에 주입된 독은 동일했다.

흑백의 대비되는 색깔 때문에 당문의 몇몇은 이를 흑백쌍비라고도 칭했다.

이후 갑작스런 사흑성의 붕괴로 흑백쌍비의 존재는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문의 사람이라면, 그리고 당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이 흑백쌍비, 천독마비야말로 당문의 일절이라고 말하기에 주저함이 없을 정도였다.

허나 진조범은 천독마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천독마비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더라면 지금의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칠밀의 하나인 장천상, 그가 검마맹의 사람이고 천독마비를 알고 진조범을 상관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야했다. 그런데 장천상의 얼굴에는 그런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분 때문에 당문의 정예들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는 것은 시간문제, 일단 그들이 도착하면 몸을 피하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허니 우선 이 자리를 피하시지요.”

진조범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천상에게 정가연의 시체를 건넸다.

“먼저 흑수로 가도록, 흑수의 객점에서 공겸이라는 사람을 찾아라.”

시체를 건네는 진조범의 표정은 결연했다.

장천상은 어떤 말로도 진조범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우선 그 명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존명!”

이에 당기상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존(尊)’이라는 표현은 보통 일인자의 명을 받을 때 사용하는 표현, 검마맹주의 수하인 장천상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진조범이 검마맹의 ‘존(尊)’의 위치에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진정 검마맹을 손에 넣었는가?”

“…….”

진조범은 여기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장천상의 ‘존’의 의미를 진조범조차도 아직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신림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호칭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목표는 저였소이까?”

진조범의 물음에 당기상이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대를 적으로 삼는 것은 내게 너무 큰 부담이었소.”

그랬다.

처음부터 당기상의 목표는 진조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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