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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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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8,122

작성
15.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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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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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
8쪽

월야공자 제39화 -- 4

DUMMY

당문삼영까지 자신의 휘하가 된 마당에 굳이 당갑수를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검마맹으로 향하는 진조범을 그대로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당기상은 과거의 진조범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진조범이라고해도 쉽지 않은 상대, 그런데 지금은 쉽게 그 깊이조차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렵게 제안한 혼인동맹마저 진조범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향후 검마맹이 중원을 노리는 것은 필연, 그렇다면 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도 필연이었다.

그래서 당갑수를 미끼로, 내친걸음 당갑수를 따르는 잔존 세력을 제거하는 것은 덤으로, 진정한 목표인 진조범을 위해서 이런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토록 치졸한 방법으로…….”

여자를 이용하고, 제대로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가문의 사람들을 이용하고, 심지어 수하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당기상의 모습에 진조범은 크게 분노했다.

“과정보다는 어디까지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소이까?”

당기상의 말에 진조범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야 그대가 그토록 증오했던 당갑수와 다를 것이 무엇이오?”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당기상의 눈빛이 가볍게 일렁였다.

하지만 이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되었건 이대로 진조범을 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어디 말처럼 되더이까?”

순간 진조범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세상만물은 고요하게 멈춰있는 것 같지만 기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도 그와 같이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금 당기상의 모습은 변해도 너무 변해 있었다.

진조범의 우수가 천천히 월광검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몸 주변으로 잔잔한 살기가 일어났다.

한때 믿었던 인간이 세상의 어둠에 무너진 현실을 직접 확인한 참담함, 한때 뜻을 같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좀 더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한 인간의 무너진 모습 앞에 분노를 넘어 살기를 드러낸 것이었다.

살기에 반응해 당기상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진조범의 시선이 당기상의 뒤편을 향했다.

“저들을 기다리려 함인가?”

진조범의 말이 짧아졌다.

그리고 당기상의 뒤쪽 멀리서 몇몇 인영들이 아른거렸다.

장천상이 우려했던, 당갑수의 수하들을 제거하고 집결하는 당문의 고수들이었다.

“무인으로서의 정당한 대결마저 피할 생각인가?”

당기상은 이 사실 역시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어느덧 구름이 달을 가리고 어둠이 더더욱 깊어졌다.

이내 차가운 무언가가 진조범의 손등에 떨어졌다.

‘눈’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눈의 차가운 한기를 느끼며 진조범이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차가운 한기 덕분일까?

다소 격앙되었던 감정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더불어 그렇게 끓어오르던 살기 역시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리고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진조범이 당기상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의 그대와, 그대의 당문이 이 땅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당기상이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답변과 함께 당기상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정황이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자신의 승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 진조범이 더더욱 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손으로 그대와 당문의 역사를 이 땅에서 지우리니.”

당기상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광오했다.

지금 이곳으로 집결하는 당문 고수들의 숫자만도 일천이었다.

단순히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당문이 검마맹과의 일전에서 패퇴하자 각지에 흩어져 있었던 당문의 무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 집결하는 당문의 고수들은 그 중에서도 실력이 출중한 자들, 고수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기상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제정신으로 저런 망발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단연코 당금 무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가연의 죽음에 정신이 나간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실력에 도취되어 지나치게 스스로를 과신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죽음 앞에 이르러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당기상의 입장에서는 달아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훗날 넘어서지 못할 적으로 변할지도 모를 상대가 오늘 이렇듯 스스로 죽어준다니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하지만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돌연 진조범이 발길을 돌렸다.

조금씩 떨어지던 눈은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했다. 그렇게 떨어지는 함박눈 사이를 헤치며 진조범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당기상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 뒤를 쫓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빌어먹을. 말은 그럴 듯하게 하는가 싶더니.”

마치 당문을 홀로 상대할 것처럼 말하던 진조범이 갑자기 달아나자 당기상의 얼굴에 난감함이 번졌다. 이대로 진조범이 달아난다면 훗날 진조범이 이끄는 검마맹과 일전을 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금 무림에 홀로 검마맹을 상대할 세력이 있는가?

과거 사천성과 감숙성에서 검마맹은 감춰왔던 그 힘을 드러냈다.

그래서 당금무림에서 단일 세력으로는 최강이라는 평가를 이미 받고 있었다.

당기상 역시 그런 검마맹의 힘을 직접 경험한 바 있었다.

그래서 아직은 당문이, 아니 사천성이 검마맹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분노한 진조범이 검마맹을 이끌고 사천성으로 쳐들어온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놓칠 수 없다는 마음에 서둘러 진조범의 뒤를 쫓았다.

허나 막상 진조범이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자 당기상이 발걸음을 멈췄다.

“함정인가?”

숲까지 이동하는 진조범의 움직임은 지극히 빨랐다.

당문에 뛰어난 고수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속도로 추적할 수 있는 초일류의 고수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그중 하나가 바로 당기상 자신이었다.

더구나 다른 수하들은 전열을 흩트리기 보다는 전열을 정비하면서 뒤따르고 있었다.

그러니 수하들을 마냥 기다리다가는 진조범을 놓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진조범을 추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로나 평지라면 모를까, 은신할 장소가 많은 숲에서 진조범과 같은 고수의 암습은 누구도 쉽게 피해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기상은 어쩌면 진조범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놈!”

당기상이 진조범이 자취를 감춘 숲을 바라보면서 일갈을 터트렸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괜히 호랑이의 코털만을 건드렸는가?”

그대로 진조범을 떠나보냈더라면 어쩌면 적이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느덧 눈으로 하얗게 뒤덮이기 시작한 숲 앞에서 당기상은 한동안 발만 동동 굴렸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면, 아니 정당한 대결을 할 용기만 있었더라면 필경 당기상은 진조범의 뒤를 쫓았을 것이다. 아니 과거의 당기상이었다면 상대가 누구든 쫓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그 뒤를 쫓았을 것이다.

허나 지금의 당기상은 일신의 영달에 눈이 먼 무인이었다. 아니 무인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야심가라는 표현이 옳았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쓴 정도(正道)보다 따라올 수하들을 기다리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한 길이 진실로 안전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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