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172 회
조회수 :
6,265,816
추천수 :
81,804
글자수 :
758,122

작성
15.01.19 20:59
조회
6,021
추천
256
글자
7쪽

월야공자 제39화 -- 5

DUMMY

숲은 고요했다.

숲을 바라보는 당문의 고수들 역시 고요했다.

“설마, 아직까지 남아있겠습니까?”

당은성의 말에 당기상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허나 뒤져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존명.”

당은성의 대답을 신호로 당문의 고수들이 몸을 움직였다.

비록 작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산을 수색한다는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찾는 일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애써 숨으려는 사람을 찾는 일의 어려움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도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산은, 숲은 은신하기 좋은 장소였다.

더구나 상대인 진조범은 은연중에 당기상마저도 경계하는 고수, 그러니 그를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내리는 눈이 추적의 단서마저 자연스레 삼키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숲에 들어서는 당문의 무인 몇몇의 표정에는 묘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 시각 진조범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차가운 눈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적지 않게 흥분한 상태였다.

당기상에게 말했던 당문의 멸문도 단순한 허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당기상이게 한 말도 아니었다.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

평소라면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는 자체는 진조범이 적지 않게 흥분했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흥분했다고 하더라도 드넓은 평원에서 일천에 달하는 당문의 고수들을 상대할 만큼 진조범이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장소가 바로 이곳 숲이었다.

그리고 당기상의 추측도 틀리지 않았다.

진조범이 바랐던 최고의 상황은 당기상이 홀로 숲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둘 중 한사람의 죽음으로 모든 상황이 마무리 지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기상이 숲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을 때 크게 실망했었다.

한 사람으로 마무리 지어도 좋을 일에 쓸데없는 희생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훗날을 도모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왕신림의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그 훗날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진조범은 현재의 당문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의 당문이 지금보다 강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진조범은 그만큼 당기상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니 언젠가는 가일층 강해진 당문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언젠가의 희생은 지금과는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이 같은 결론에 다다르기까지는 어려웠다.

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자 행동에 망설임은 없었다.

당문의 사람들을 최대한 숲속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은신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숲 전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이것이 비단 인간만의 몫만도 아니었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짐승들도 이 지독한 긴장감에 숨을 죽였다.

“슝~~~”

표창 하나가 고요한 대기를 가르자 눈치 없는 토끼 한 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숨을 거두었다.

“토끼?”

당사영의 중얼거림에 조를 이룬 동료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쫄기는.”

동료의 조롱에 당사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당사영의 얼굴이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사영의 표정과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함에 동료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가 완전히 돌아가기 전에 그 움직임이 멈췄다.

낯선 검이 동료의 목을 관통하며 검신을 드러냈고, 동료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쓰러지자 당사영이 화들짝 놀라 재빨리 고함을 내지르려했다. 그 순간 상대는 유령처럼 스르륵 그의 앞으로 접근해 어느새 그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당기상은 어디에 있는가?”

싸늘한 음성, 짙은 살기, 얼어붙은 대기.

이 삼박자가 맞물리며 자연스레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사영이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모른다.”

당사영은 주변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큰 소리로 말하려했다.

확실히 어깨의 들썩임과 입의 움직임도 컸다. 그런데 정작 목소리는 가위에 눌린 듯 입 밖으로 새나오지 않았다.

‘설마?’

당사영이 다시 한 번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당사영의 나이 이미 서른을 훌쩍 넘었다.

약관의 나이에 강호에 뛰어들어 어느덧 십여 년의 세월, 산전수전을 겪으며 지금의 실력,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그만큼 나름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불과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내뿜는 살기와 위협 앞에 공포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당사영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부끄러움을 넘어선 수치가 찾아왔다.

수치를 곱씹으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상대를 노려보려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선이 향한 자리에 누군가의 손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설마 이것이 내 손인가?’

‘진정 이것이!’

치욕의 끝자락을 눈으로 확인하자 뒤따르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이 분노를 원동력으로 당사영이 마침내 몸을 움직였다.

먼저 목 끝에 닿은 상대의 검날을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렸고, 계속해서 떨리던 양손이 소매 춤을 파고들며 익숙한 암기를 움켜쥐었다.

차가운 암기의 감촉, 그 익숙한 느낌에 마침내 떨림이 멈췄다. 동시에 다물었던 입이 천천히 벌어지며 한껏 머금었던 공기를 그대로 밖으로 배출하려 했다. 하지만 입안의 공기는 당사영의 의도와 달리 대기와 섞이지 못한 체 그대로 입안만 맴돌았다.

어느새 다시 당사영의 코앞에 접근한 진조범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월광검은 아마도 이전 그의 동료가 느꼈을 싸늘함을 당사영에게 선사하며 당사영의 목을 그대로 꿰뚫고 있었다.

순간 당사영의 머리를 맴도는 두 글자.

‘사신(死神)!’

당사영의 눈빛이 가볍게 일렁였다.

그런 당사영의 눈빛을 뒤로한 채 진조범이 그를 스치듯 지나갔다.

희미한 발자국이 진조범의 뒤를 따르고 있었지만 내리는 눈이 이내 그 발자국을 자연스레 지워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월야공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2 월야공자 제39화 -- 6 +31 15.01.20 8,928 318 7쪽
» 월야공자 제39화 -- 5 +18 15.01.19 6,022 256 7쪽
170 월야공자 제39화 -- 4 +19 15.01.18 6,341 283 8쪽
169 월야공자 제39화--3 +15 14.11.16 9,671 360 7쪽
168 월야공자 제39화--2 +17 14.11.10 8,687 335 7쪽
167 월야공자 제39화 -- 1 +10 14.11.02 9,372 375 9쪽
166 월야공자 제38화--4 +12 14.10.28 8,856 326 11쪽
165 월야공자 제38화--3 +15 14.10.27 8,533 337 10쪽
164 월야공자 제38화--2 +19 14.10.12 9,566 387 18쪽
163 월야공자 제38화--1 +23 14.08.16 13,075 484 10쪽
162 월야공자 제37화--3 +23 14.08.07 12,832 586 16쪽
161 월야공자 제37화 --2 +14 14.08.06 11,967 470 9쪽
160 월야공자 제37화--1 +19 14.08.01 11,878 451 9쪽
159 월야공자 제36화--5 +13 14.07.29 11,762 452 13쪽
158 월야공자 제36화--4 +19 14.07.22 11,738 439 8쪽
157 월야공자 제36화--3 +12 14.07.21 12,555 424 12쪽
156 월야공자 36화 -- 2 +34 14.07.20 12,786 424 10쪽
155 월야공자 제36화--1 +117 11.08.24 31,504 627 13쪽
154 월야공자 제35화--9 +50 11.08.18 27,844 484 19쪽
153 월야공자 제35화--8 +51 11.08.16 26,259 474 13쪽
152 월야공자 제35화--7 +43 11.08.15 25,715 447 15쪽
151 월야공자 제35화--6 +50 11.08.10 27,446 475 9쪽
150 월야공자 제35화--5 +55 11.08.08 27,687 491 9쪽
149 월야공자 제35화--4 +43 11.08.05 29,066 652 14쪽
148 월야공자 제35화--3 +40 11.08.04 25,853 487 13쪽
147 월야공자 제35화--2 +42 11.08.03 26,663 443 11쪽
146 월야공자 제35화--1 +57 11.07.29 27,325 454 13쪽
145 월야공자 제34화--8 +63 11.07.26 27,114 480 12쪽
144 월야공자 제34화--7 +72 11.07.22 27,289 488 10쪽
143 월야공자 제34화--6 +58 11.07.21 26,445 5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