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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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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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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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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38화--1

DUMMY

제38화 재회


이튿날 진조범은 북경의 외곽을 벗어나 사천으로 길을 잡았다.

사천으로 가는 최단거리는 하북, 산서, 섬서로 이어지는 길, 진조범이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황도로 향했던 과거와는 달리 각지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의 마음이 이미 원중도가 기다리고 있는 서녕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사람, 스승이라면 스승, 가족이라면 가족인 사람, 그러니 왕신림이 원중도를 미끼로 진조범을 불러들인 것은 진조범에게는 피할 수 없는 한수였다. 그래도 곧장 서녕이 아닌 사천으로 향한 것은 과거 당기상과의 약속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성도의 초입에 다다르자 묵상이 발걸음을 멈췄다.

과거 그를 도와주었던 칠절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칠절의 호의를 뿌리치고 진조범을 쫓아 말없이 성도를 떠났던 것은 선대의 오래된 원한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칠절에게 묵상은 어려운 상황을 피해 달아난 사람처럼 보일수도 있었다. 그래서 묵상은 차마 그들을 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묵상은 진조범에게 양해를 구하고 성도 외곽을 돌아 흑수(黑水)에서 진조범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공겸 역시 묵상과의 동행을 택했으니 이것은 우선 공겸의 관심이 묵상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것은 공겸이 묵상에게 순서를 기다리겠다는 무언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조범은 일행과 헤어져 홀로 성도에 들어섰다.

검마맹과의 일전이 있었음에도 성도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무림의 싸움이 국가 간의 전쟁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통상 무림의 싸움은 도시의 파괴를 동반하지 않았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성도는 사천성의 중심이며 강남의 요지, 또한 서쪽에 치우쳐 있으니 변방이라면 변방이기도 했다. 그러니 새롭게 즉위한 황제에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타의 지역보다 중요한 곳이었기에 황제가 우선적으로 성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이렇게 황제는 서쪽 민심의 수습방안을 이곳 성도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방안이라는 것이 무슨 특별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저 믿을만한 인물로 사천성의 도독을 교체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말이 있다.

나라의 주인인 황제가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한 사람 사천성의 도독이 교체되었을 뿐이었지만 사천성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급변은 좋은 방향이었다.

혼란한 무림정세와 달리 이렇게 관부가 먼저 제자리를 찾아가자 성도의 민심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니 지금 성도의 번성은 관부의 변화 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는 언젠가 관부의 안정이 우선이라던 원릉 지현 진충의 말이 딱히 잘못된 말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생활이 안정되어가는 것과는 달리 무림인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번뜩이는 눈으로 성도 곳곳에서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비록 검마맹이 사천성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검마맹 내부의 사정으로 물러난 것일 뿐, 사천 무림이 자력으로 검마맹을 물리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검마맹이 전열을 정비해 다시 사천성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관부의 안정과는 달리 무림은 전시 상황에 가까웠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무림인인 진조범이 성도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러니 당문의 사정이 어떤지, 심지어 당기상이 아직 살아있는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당문으로 찾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래서 우선 과거 머물렀던 숙녕객잔에 여장(旅裝)을 풀었다.

객잔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객잔이라는 곳은 음식, 특히 술을 파는 곳이다.

술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시끌벅적해지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술자리를 떠도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때론 진실일 수도, 때론 거짓일 수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소식들이 많은 법이었다.

바로 소문이라는 것이 술자리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이런 소문의 진위를 제대로 가려들을 수 있다면 그 지역의 돌아가는 사정이나 사람들의 마음, 소위 민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진조범은 객잔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객잔에서 사람들의 입에 주로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새롭게 즉위한 황제와 새롭게 부임한 도독에 관한 것이었다.

다행이도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칭찬 일색이었다.

다른 하나는 무림, 특히 성도에 있는 당문, 그 중에서도 진조범이 알고자했던 당기상의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당문의 떠오르는 태양 당기상’

검마맹과의 일전에서 궁지에 몰린 당문은 급기야 성도를 포기하고 달아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자연스럽게 대두되면서 사천성 무림대회의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게 비난의 화살은 당문의 가주 당갑수에게로 향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당갑수는 후계자를 선출이라는 패를 내밀었다.

자신이 사천성 무림대회의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문의 미래는 새로운 후계자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물론 당갑수의 마음속 후계자는 당문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문영을 곧바로 가주로 내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당문영이야말로 사천성 무림대회 실패의 주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당문영에게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고자 했던 것이었다.

이는 적어도 당장에는 당문영의 적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당문이 성도에 돌아오자마자 후계자 선출을 위한 비무대회가 열렸다.

조급한 결정은 언제나 문제를 야기하는 법,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당갑수에게는 최악의 패가 되고 말았고 당기상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기상은 숨겨왔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당갑수마저 놀랄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당문영을 제압, 단숨에 당문의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

이것이 진조범이 황도로 들어서던 바로 그 시기의 일이었다.

단순히 후계자의 지위만을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비무대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당기상의 무위는 가주인 당갑수에 필적할 정도로 대단했다고 했으니 그렇게 당기상은 제대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이제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서 오랜 세월 당갑수에게 반감을 가져왔던 당문의 사람들이 당기상을 지지하니 점차 당문의 실권마저도 당기상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당문영이 후계자가 되었더라면 당갑수는 자신의 말대로 그 즉시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은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당기상이 후계자가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당갑수는 아직 당기상이 어려 때가 이르다며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당갑수가 당문의 가주였다.

그러나 민심이 당갑수를 버렸고 점차 그 측근마저도 등을 돌리는 실정이었기에 물러나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처럼 보였다. 권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한 직위의 힘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래서 혹자는 이제 당문의 실권이 거의 당기상에게 옮겨졌다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이런 당문의 상황을 차분하게 살펴보면 민심에 몰린 당갑수의 다급한 한수가 당기상의, 당문의 전환점이 되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민심의 힘이 실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저런 소문을 들으면서 진조범은 한 가지 의문점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당갑수에게 필적한다는 당기상의 무위에 대한 것이었다.

자칫 궁지에 몰린 당갑수가 당기상의 목숨을 직접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마 당기상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상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었으니 이것은 당기상의 실력이 당갑수에 필적한다는 세인들의 말이 단순한 추측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과거 당기상은 진조범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진조범 역시 당기상의 실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비록 당기상이 본연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삼 년 만에 당갑수에 필적할만한 실력을 갖추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기상은 자유로운 진조범과는 달리 당갑수의 감시 때문에 제대로 수련은커녕 활동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웬만한 기연으로는 어림도 없는 진보, 그렇다고 기연을 만나기는커녕 수련조차도 제대로 하기 힘든 현실, 그러니 대체 당기상이 무슨 수로 그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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