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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1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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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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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8,122

작성
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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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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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글자
7쪽

월야공자 제39화 -- 6

DUMMY

먼저 멈춘 것은 바람이었다.

눈이 뒤질세라 그 뒤를 따랐다.

이내 구름이 걷히고 태양마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덧 밤이 지나가 낮이 찾아온 것이다.

답답한 구름에 가로막혔던 푸른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긴장과 눈보라가 앗아갔던 시간의 흐름이 되돌아왔다.

“어느새!”

당기상의 중얼거림에 당은성이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식은?”

당은성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퇴(退).”

당기상의 짧은 한마디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 가벼운 떨림은 무언가 불길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대단한가?’

이 같은 당기상의 동요는 지금껏 당은성이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당은성은 당기상의 실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당기상이 있어 당문의 미래가 밝다고까지 생각했다.

허나 지금의 이 대응은 과민하다 못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마맹의 오 공자라면 무시 못 할 상대임은 분명했다. 그래도 이십대 중반의 청년에 불과했다. 아무리 그를 높이 평가해도 당문의 정예가 총동원된 상황에서 그리 염려할 상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기왕 칼을 뽑았다면 그 끝을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주군, 어이해?”

이렇게 당은성은 가벼운 의문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자 당기상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느낌이 좋지 않군.”

당은성의 얼굴에 불만스러운 표정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저 단순한 느낌이라는 건가?’

“벌써 달아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기왕 시작한 수색이니 이대로 끝을 보시지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결국 당은성이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났다가 다시 수색을 재개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수색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은성은 이것이 그저 무의미한 일의 반복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혼돈의 무림, 촌음을 아껴 수련에 임해도 부족한 것이 시간이었다.

‘이런 쓸데없는 일에.’

그래도 주군의 명은 천명(天命), 당은성은 일단 결정된 사안에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퇴각의 신호에 응해 당문의 고수들이 속속 숲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하면서 당은성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설마.’

자신이 아끼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당기상의 표정 역시도 심각해졌다.

그렇게 한 시진 남짓, 팔백 여명의 사람들이 숲을 빠져나왔다.

‘그 짧은 시간에 기척도 없이 이백 여명이나.’

당기상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진조범!”

당기상의 중얼거림에 당은성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미 전력의 이 할을 소리 소문 없이 잃었다.

그러니 똑같은 방법으로 수색을 재개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나마 눈이 그친 것이 천운이었는가?’

이렇게 생각하며 당은성이 당기상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느낌, 하지만 일인자의 느낌이라는 건가?’

그렇게 당기상을 바라보는 당은성의 표정에 또 다른 신뢰가 싹트고 있었다.

한동안 지그시 숲을 바라보던 당기상이 다시 나직이 중얼거렸다.

“놈, 기어이 이 자리에서 끝을 보자는 건가?”


사람들이 사라진 숲은 고요했다.

미친 것 같은 눈발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자 하늘이 열렸다.

따사로운 햇볕과 함께 그토록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 자취를 감췄다.

바스락, 바스락.

햇볕을 맞으며 눈 위를 뒹구는 동물들의 모습은 평온이란 이런 것일까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진조범의 얼굴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비록 당문의 사람들이 잠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기상의 집요함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기에 더 큰 위험이 다가올 것을 알았다.

한번 풀린 긴장감은 쉽게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법, 그래서 한순간 긴장의 끈을 늦춘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진조범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죽는다. 그래도 이제는 직접 올 수밖에 없겠지.’

진조범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숲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반나절이었다.

그 반나절의 시간동안 진조범은 이백 여명의 당문의 사람들을 베어냈다.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오감을 곤두세운 사람을 소리 소문 없이 제거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상대가 무인, 그것도 출중한 실력을 갖춘 무인이라면 그 어려움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진조범 스스로도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위험을 각오한 결단,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든 것은 바로 월광검법이었다.

태생적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을 죽이는 자객의 무공, 그것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자객의 무공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진조범은 전열을 정비해올 당문에 대비해 다시 한 번 제대로 숲의 지형을 파악하고자 했다. 극도의 긴장감속에서 숲을 관찰하는 진조범의 눈에는 숲의 하나하나가 마치 정지되어 있는 듯 보였고, 그렇게 하나하나씩 딸깍딸깍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런 와중에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음에도 진조범이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답설무흔(踏雪無痕).

의도적으로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가급적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움직이려는 노력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는 마침내 진조범의 월영보가 절정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불어 자객의 무공 월광검법이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보법이 바뀌자 호흡이 바뀌고, 호흡이 바뀌자 검의 속도나 궤적 역시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이렇듯 월야사신 이도립이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창안한 월광검법은 오로지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완성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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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월야공자 제39화 -- 4 +19 15.01.18 6,341 283 8쪽
169 월야공자 제39화--3 +15 14.11.16 9,671 360 7쪽
168 월야공자 제39화--2 +17 14.11.10 8,687 335 7쪽
167 월야공자 제39화 -- 1 +10 14.11.02 9,372 375 9쪽
166 월야공자 제38화--4 +12 14.10.28 8,856 326 11쪽
165 월야공자 제38화--3 +15 14.10.27 8,533 337 10쪽
164 월야공자 제38화--2 +19 14.10.12 9,566 387 18쪽
163 월야공자 제38화--1 +23 14.08.16 13,076 484 10쪽
162 월야공자 제37화--3 +23 14.08.07 12,833 586 16쪽
161 월야공자 제37화 --2 +14 14.08.06 11,967 470 9쪽
160 월야공자 제37화--1 +19 14.08.01 11,879 451 9쪽
159 월야공자 제36화--5 +13 14.07.29 11,763 452 13쪽
158 월야공자 제36화--4 +19 14.07.22 11,738 439 8쪽
157 월야공자 제36화--3 +12 14.07.21 12,555 424 12쪽
156 월야공자 36화 -- 2 +34 14.07.20 12,786 424 10쪽
155 월야공자 제36화--1 +117 11.08.24 31,505 627 13쪽
154 월야공자 제35화--9 +50 11.08.18 27,844 484 19쪽
153 월야공자 제35화--8 +51 11.08.16 26,260 474 13쪽
152 월야공자 제35화--7 +43 11.08.15 25,715 447 15쪽
151 월야공자 제35화--6 +50 11.08.10 27,446 475 9쪽
150 월야공자 제35화--5 +55 11.08.08 27,687 491 9쪽
149 월야공자 제35화--4 +43 11.08.05 29,066 652 14쪽
148 월야공자 제35화--3 +40 11.08.04 25,853 487 13쪽
147 월야공자 제35화--2 +42 11.08.03 26,664 443 11쪽
146 월야공자 제35화--1 +57 11.07.29 27,325 454 13쪽
145 월야공자 제34화--8 +63 11.07.26 27,115 480 12쪽
144 월야공자 제34화--7 +72 11.07.22 27,290 488 10쪽
143 월야공자 제34화--6 +58 11.07.21 26,445 5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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