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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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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8.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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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월야공자 제35화--4

DUMMY

쓰러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생존의 본능 때문일까?

진조범은 쓰러지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진조범, 하지만 뒤따르는 십사의 세 사람은 쉽게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혹시나 이전처럼 다시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미 태양은 사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른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진조범의 주변으로 이어졌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 허나 누구도 감히 진조범을 돕지 못했다.

살벌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듯 노려보는 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도 북경은 진조범에게는 낯선 땅이었다.

북경에서 진조범이 아는 곳이라고는 단 두 곳뿐이었다.

위험을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진조범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금옥강의 집이 아니었다.

진조범은 단지 하룻밤을 머물렀을 뿐인 허름한 객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객점은 북경의 외곽, 그것도 빈민가에 위치해 있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공야의 사저와는 정반대의 방향에 위치하고 있었다.

같은 북경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먼 거리, 지금 진조범의 몸 상태로 그곳까지는 너무나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어째서 진조범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일까?

진조범 스스로도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단지 그저 그곳으로 발걸음이 움직일 따름이었다.

가까스로 좁은 거리로 들어섰다. 울퉁불퉁한 지면의 다소 불편한 거리, 이는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좁은 거리로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가 진조범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뒤쫓아 오는 십사를 확인할 여력은 없었다.

막아선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이 가야할 길을 막아서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는 적이라고 파악했다.

진조범은 비틀거리면서 질질 끌고 왔던 월광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검을 들어 올리는 자체도 지금 진조범에게는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진조범을 향해 다가서던 상대는 이를 확인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 버거워 보이는 동작에서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이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순간 상대가 진조범을 향해 말했다.

“ 오공자!”

진조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왠지 모르게 이 오공자라는 호칭이 안도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토록 고통스럽기만 했던 호칭이었다.

그 호칭이 어째서 이런 느낌을 가져오는지 진조범 스스로도 의아했다.

안도감과 함께 진조범은 천천히 아래로 검을 내렸다.

그러자 비로소 상대는 조심스럽게 진조범의 옆으로 다가와 진조범을 부축했다.

자신을 부축하는 상대의 체온을 느끼면서 진조범은 비로소 의식의 끈을 놓고 있었다.

진조범을 부축한 사람의 일행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 사제, 오공자라면?”

일행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습니다. 청해성 검마맹의 바로 그 오공자입니다.”

“ 죽었다고 알려졌던 그 아이를 말하는 것인가?”

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람들을 지켜보던 십사의 세 사람이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설마 소림이 이 일에 개입되었는가?”

진조범을 부축한 사람을 제외한 네 사람은 승복을 걸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기운은 이들이 무인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승복을 걸친 무림인이라면 쉽게 연상되는 것은 소림이었다.

십사의 세 사람의 단순한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승복을 걸친 네 사람은 소림의 그것도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대금강(四大金剛)이었다.

허나 상대가 소림의 고수라고 하여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십사의 세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사대금강이 경계하는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주령이 나서며 말했다.

“ 죄인을 내놓으시오.”

다짜고짜 죄인을 내놓으라는 주령, 진조범을 부축한 이가 따지듯 말했다.

“ 그대는 대체 누구이길 레 죄인을 운운하는 것이오이까?”

주령이 살짝 비웃음이 번졌다.

마치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주령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 동창의 주령이라고 하오이다. 그러는 댁들은 누구시오.”

주령이 동창을 언급하자 사대금강은 물론 진조범을 부축하는 이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진조범을 부축한 이가 진조범을 부축한 채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저는 소림의 속가제자 이영륜이라고 하외다. 대체 이 공자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이오이까?”

이영륜이 소림을 언급하자 주령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역시 소림인가?’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을 적대시하는 것은 역시 꺼림칙한 일이었다.

허나 주령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대역죄외다, 대역 죄인을 돕는다면 설사 그것이 소림이 아니라 부처님이라고 하더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외다.”

주령의 대답에 사대금강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영륜을 바라보았다.

소림 역시 관부를, 그것도 동창을 적대시하는 것이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반응으로 주령은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이들이 진조범과 한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진정 대역 죄인을 두둔할 생각이시오.”

이영륜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럴 리가.............”

사대금강의 한 사람인 공현(空賢)이 나서며 말했다.

“ 사제, 이쯤에서 그만.............”

진조범을 넘겨주자는 뜻이었다.

허나 이영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오공자는 대역죄를 지을 만한 사람이 아니오이다. 저는 저들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오공자는 제 생명의 은인, 설사 대역죄를 지었다고 할지라도 순순히 내줄 수는 없는 일이오이다. 이 일은 소림과 무관한 일이니 네 분 사형들께서는 자리를 피하시지요.”

이영륜의 어조는 단호했다.

사대금강의 난감한 표정에 주령이 다시 한 번 위협하듯 말했다.

“ 진정 화를 자초하실 생각들이시오이까?”

이영륜은 결연한 눈빛으로 천천히 진조범을 바닥에 뉘였다.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이었다.

순간 사대금강의 한 사람인 공지(空智)의 눈빛이 번뜩였다.

진조범의 흐트러진 옷 사이로 검게 변한 피부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 설마?’

공지는 재빨리 진조범의 옷을 풀어 가슴의 상처를 확인했다.

검게 변한 피부는 공야의 일격으로 인해 오행마공의 독기가 활동하는 흔적이었다.

이를 확인한 공지가 다른 사대금강과 시선을 교환했다.

‘ 설마 오행마공인가?’

‘ 진정 마탑(魔塔)이 열렸는가?’

시선을 교환하는 사대금강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때문에 주령을 비롯한 십사의 세 사람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조범의 가슴을 검게 물들이는 독기, 확실히 오행마공으로 인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사대금강 역시도 이를 정확하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단지 추측이라는 뜻이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이유도 당초 이들이 북경으로 들어선 이유가 바로 마교의 뒤를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달 전 개방에서 마교의 마공이 관부로 흘러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대금강이 이영륜과 함께 북경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독기를 오행마공과 연결하게 된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 설마 동창의 누군가가 오행마공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추측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확실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공지가 주령에게 물었다.

“ 그 대역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오이까?”

돌변한 공지의 태도에 주령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주령은 제독의 죽음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입으로 제독의 죽음을 언급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직 이 사실을 비밀에 붙여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허니 대답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 그것까지는 그대들이 알 필요가 없소이다.”

공지는 물론 사대금강 모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이들이 북경에 도착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각이었다.

개방의 정보는 너무나 막연했다.

나름대로 북경의 고관대작들을 살펴보았으나 마공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우연한 기회에 맞닥뜨린 단서였다.

마교의 존재는 무림에 크나큰 재앙, 이대로 단서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동창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어쩌면 마교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선택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주령 역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힘으로 진조범을 차지하기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제독의 죽음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자신들이 동창이라는 사실을 상대가 믿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그 증거라도 요구하는 날에는 문제가 더더욱 심각했다.

십사에게는 그 흔한 동창의 영패조차도 없었다.

십사가 하는 일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일을 담당하는 십사에게 흔적은 필요 없는 까닭이었다.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서로가 난감한 상황이었다.

쌍방이 서로를 주시하며 팽팽하게 맞선 상태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순간 십사의 세 사람의 귓전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칠색포의 명령대로 이대로 귀환하도록.”

주령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나 목소리의 주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주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려는 찰나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 공겸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이 일은 그대들의 손을 떠났다. 속히 명령에 따르도록.”

이렇듯 상대가 공겸을 언급하자 비로소 주령이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환영 진무, 그가 도착한 것이었다.

소림의 사대금강조차도 제대로 그의 존재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령을 비롯한 십사의 세 사람이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나자 공지가 재빨리 이영륜에게 말했다.

“ 예서 이럴 것이 아니라 우선 그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도록 하세.”

이들이 선택한 안전한 장소, 우연히도 그곳은 바로 진조범이 머물렀던 바로 그 허름한 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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