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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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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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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월야공자 제38화--2

DUMMY

이렇게 진조범은 술잔을 기울이며 소문의 진위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누군가가 진조범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객잔을 떠났다.

사실 진조범은 벌써부터 자신을 향한 묘한 시선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저 ‘이곳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는가?’ 정도로 생각하며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쉽게 생각하면 검마맹의 간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지금 왕신림은 진조범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진조범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검마맹의 간자가 아니라면 당기상의 수하일 가능성도 있었다.

당기상이 과거 진조범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으며 소문처럼 지금 당문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면, 수하들에게 진조범의 인상착의 특히 월광검의 형태에 대해서만 자세히 설명했다 하더라도 지금 탁자 위에 놓여있는 월광검을 통해서 진조범을 알아볼 가능성도 있었다.

얼마 후 진조범은 자신의 두 번째 추측이 옳았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기상이 몇몇 수하들을 이끌고 객잔에 도착한 것이다.

진조범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당기상을 바라보자 당기상 역시 미소로 이에 화답했다.

진조범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기상의 뒤를 따르던 호위들이 경계의 시선으로 진조범을 노려보았다. 이에 당기상이 재빨리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호위들 역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호위들의 일사불란한 행동만으로도 현재 당기상의 현재 위치를, 객잔에서 들었던 당기상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먼저 진조범이 당기상에게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이외다. 당형.”

당기상이 재빨리 진조범에게 다가와 포권을 취하고 있는 진조범의 두 손을 와락 부여잡았다.

“오셨구려. 진 공자.”

당기상이 너무나 반갑게 자신을 맞자 진조범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일단 좌정하시지요.”

이렇듯 당기상이 먼저 자리를 권하자 진조범이 머리를 가로저어 극구 사양하며 당기상에게 자리를 권했다.

“먼저 좌정하시지요.”

당기상 역시 머리를 가로저으며 다시 한 번 진조범에게 자리를 권했다.

“아닙니다. 먼저 좌정하시지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비슷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당기상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 집에서 가장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이르도록.”

호위 하나가 재빨리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그 즉시 몸을 움직여 이에 화답했다.

이내 식탁이 그럴듯한 음식과 술로 채워지자 당기상이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고 그 즉시 호위들이 멀찌감치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 특히 당기상은 과거 검마맹과의 일전에 대해서 진조범에게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현재의 일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객잔은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당기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짓궂은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들릴 곳은 들러야지요.”

들릴 곳, 짓궂은 미소만으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장소, 하지만 정가연을 떠올린 진조범이 다소 꺼림칙한 표정으로 당기상을 바라보았다. 당기상은 이런 진조범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면서 진조범의 팔을 끌며 안내하듯 객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진조범이 당기상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역시나 기루 청운각이었다.

쓰라린 기억의 장소, 청운각 앞에선 진조범은 다시는 기루를 찾지 않겠다던 과거의 결심과 정가연의 얼굴을 번갈아 떠올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당기상이 망설이는 진조범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면서 격려하듯 말했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소이까? 억지로 마음을 막기보다 차라리 마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소이다.”

당기상의 말에 진조범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긴다라…….’

진조범은 이렇게 생각하며 못이기는 척 당기상의 팔에 이끌려 기루로 들어갔다.

기녀 소월을 대신해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기녀가 당기상 앞으로 달려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과거 망나니 공자 당기상과 당문의 실세 당기상은 천양지차(天壤之差),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사람, 그러니 당기상을 대하는 기녀의 태도 역시 다를 수밖에는 없었다.

더구나 당기상이 기루를 찾은 것은 진조범이 떠난 이후 처음 있는 일, 좀처럼 기루를 찾지 않는 손님이지만 그래도 상대가 당문의 실세임을 소문에 민감한 기녀가 모를 까닭이 없었다. 쉽게 대하기 어려운 손님, 그래서 기녀의 얼굴에 다소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녀는 그야말로 공손하게 두 사람을 단아한 밀실로 안내했다.

밀실은 두 사람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좀처럼 기루를 찾지 않는 지체 높은 사람들이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좁지도 넓지도 않았으며 그다지 호화롭지도 않았지만 묘하게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물론 이곳의 장식품들은 단순히 화려한 장식품들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값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밀실 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당기상이 기녀에게 말했다.

“가연이는?”

“죄송하지만 지금 다른 손님을 접대하고 있는 중이라.”

당기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어쩔 수 없겠지, 그럼 기녀는 필요 없으니 주안상이나 내오게.”

기녀가 두말하지 않고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당기상이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진조범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고집을 피웠습니다. 어쩌면 인연이…….”

당기상이 말끝을 흐리자 진조범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후 주안상이 들어올 때까지 한동안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는 과거 기루에 있을 때처럼 주흥이나 즐길 분위기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침묵은 기실 밀실에 어울리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조금 뜸을 들이는 시간, 이런 묘한 분위기를 깨달은 진조범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당기상을 바라보았다.

현재 당기상은 당문의 실세이자 성도에서, 아니 사천성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였다. 진조범은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당기상이 이렇듯 뜸을 들이면서까지 해야 할 그 이야기라는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작금의 당기상에게 굳이 자신의 도움은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조범의 마음은 벌써부터 원중도에게 떠나있었다.

이 자리는 예전의 인연을 떠올리고, 향후의 일들을 이야기하는 그저 가벼운 만남의 자리 정도로 생각했었다.

헌데 생각과 달리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스르륵 방문이 열리고 기녀들이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기녀들은 이런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렇게 담백한 음식들이 상을 가득 메우고 기녀들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도 당기상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차분히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변했구나, 너무도 많이 변했어.’

당기상은 제법 오랜 세월 진조범을 지켜봤었다.

어린 진조범에게서 긴장감과 때때로 번뜩이는 예기를, 출사표 이후의 진조범에게서 거기에 더해 도전자의 패기를 느꼈었다. 그리고 채문범에게 패한 이후 성도에서의 만난 진조범에게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의 진조범은 그저 차분할 뿐이었다.

묘안 안정감,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 있는가? 정말 달라도 너무나 달라졌구나.’

이렇듯 짧은 만남으로 진조범을 제대로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기상의 눈초리가 묘하게 꿈틀거렸다.

바로 그 순간 진조범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이내 당기상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호감과는 다른, 그렇다고 적대시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이어진 한차례 깊은 호흡과 함께 당기상이 다시 한 번 진조범을 훑어보았다.

이렇듯 다소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행동은 당기상이 아직 어떠한 결정도 제대로 내리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에 진조범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까지 만난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 당기상, 그래서 당기상에게 묘한 동질감까지 느꼈던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쟁취한 지금, 당기상의 망설이는 모습은 왠지 거리감이 있었다.

지금 진조범의 미소는 애써 그런 거리감을 지우려는 억지 미소였다.

그러자 비로소 당기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마지막 남은 걸림돌을 진 공자께서 좀 치워주시겠습니까?”

말과 동시에 밀실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마지막 남은 걸림돌, 바로 당갑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길은 제가 열어드리지요. 단지 손만 좀 빌려주십시오.”

길을 열어주겠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쉽게는 당갑수를 궁지에 몰아넣어 진조범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와 당갑수를 처리한 이후 달아날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 혹은 두 가지 모두일 가능성도 있었다.

진조범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을요.”

“그 시간이라는 것이 지금 제게는 없소이다.”

“서두르면 대사를 그르치기 쉬운 법, 순리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간을 단축시키는 길임을 당 공자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걸림돌을 서둘러 치우는 것이야말로 지금 제가 해야 할 순리가 아니겠소이까?”

“그것이 순리라면 어째서 직접 하시지 않으시오니까?”

“제가 치워서는 안 되는 걸림돌이 아니오니까?”

진조범이 수긍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당기상은 당문의 후계자가 직접 가주를 제거하는 것은 역천이기에 진조범의 손을 빌려 당갑수를 제거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어찌 순리라 말할 수 있으리오?

결국 당갑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진조범에게 전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진조범에게 전가한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쉽게는 그저 자객의 소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자객의 소행으로 치부할 생각이라면 굳이 진조범에게 부탁할 까닭이 없었다. 당갑수를 궁지에 몰아넣고 다른 자객에게 이를 처리하도록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진조범의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일까?

진조범은 단순히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당기상은 굳이 진조범에게 이를 부탁하는 것일까?

진조범의 의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동안 당기상은 간절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조범은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차분히 당기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하오.”

“어째서?”

“서두르면 탈이 나는 법이오이다.”

“한 번 더 생각해 주실 수 없으시겠소이까?”

진조범이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정 제 청을 이렇듯 매정하게 거절하실 요량이오니까?”

“굳이 제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 아니오니까?”

진조범의 말에 당기상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당 공자가 이렇게까지 변했는가?’

만약 진조범이 객잔에서 당기상의 소문을 듣지 못했더라면 어쩌면 당기상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당기상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기상의 부탁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기상이 굳이 진조범에게 이를 부탁하는 것은 진조범이 바로 검마맹의 오 공자이기 때문이었다. 죽었다던 검마맹의 오 공자가 당갑수를 죽인다면 사천 무림의 많은 무인들이 분노하게 될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당기상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는 커다란 명분이 생기는 셈이니 사람들을 모집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진조범의 생존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당기상은 진조범을 이용해 당문을 규합하고 나아가 사천성을 규합해 사천성 전체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겠다는 의도를 감추고 있었다.

그래도 만약 당갑수가 예전처럼 당기상을 위협하고 있다면 진조범은 당기상을 도와 당갑수를 제거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순리를 버리고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당기상의 행동을 진조범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는 예전의 공명정대했던 당기상이라면 결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 방법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변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또한 원중도를 생각하면 당기상의 부탁을 더더욱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천 무림의 규합으로 자칫 왕신림이 분노한다면 원중도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당기상의 행동이 괘심하기까지 했다.

진조범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당기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치듯 지나갔다.

‘과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이미 이곳의 사정까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는가?’

기실 당기상이 서둘러 진조범을 찾은 것은 진조범이 이곳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진조범을 만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 당기상은 진조범이 이곳의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면 더 이상 진조범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 침묵하던 당기상이 신색을 고치면서 차분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결국 검마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진조범이 이를 부인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기상도 언젠가는 진조범이 검마맹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검마맹의 총단은 청해성, 그러니 진조범이 사천성에 들린다면 청해성으로 가는 길에 들릴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래서 진조범에게 청해성으로 가기 전에 당갑수를 제거해 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었다.

당기상은 진조범이 검마맹으로 가는 것을 검마맹의 사람이 되겠다는 뜻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을 검마맹주의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진조범이 선선히 검마맹으로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당기상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왕신림이 사라진 검마맹, 호랑이가 죽고 늑대들만 살고 있는 검마맹에 지금 진조범의 위치는 어느 정도 될까?

당기상은 지금 이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진 공자라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당기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허면 다른 청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또 다시 청이라는 말에 진조범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에 당기상이 주저 없이 말했다.

“오래전에도 말씀드렸던 일입니다만 제 동생 비연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비연을 언급하기가 무섭게 진조범이 난감한 표정으로 당기상을 바라보았다.

이에 당기상의 표정이 다시금 차갑게 가라앉았다. 혼인동맹의 제의를 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비연이도 안 된다는 뜻이로군요.”

“그것이 아니오라…….”

“허면 어째서 이곳 사천성에 들리신 것이오니까? 이제 저와 적이 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들린 것이오?”

“적이라니요?”

“검마맹과 당문, 누가 봐도 적이 아니오?”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하실 까닭은 없지 않소이까?”

“음.”

비로소 당기상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진조범도 말없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술 한 잔을 들이켜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묘한 긴장감이 술자리를 맴돌았다.

“설혹 제가 검마맹의 사람이 된다고 할지라도 당문과 검마맹이, 당 공자와 제가 굳이 적으로 만나야할 필요는 없지 않소이까?”

“우리의 생각이 그렇다고 하여 세상이 그것을 받아들이겠소이까?”

두 사람이 동시에 언젠가 개방의 비렁뱅이 진강의 말을 떠올렸다.

‘적으로, 그것도 강력한 적으로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던가?’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며 가벼운 신음성을 내뱉었다.

“음…….”


작가의말

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변명이라면 비로 인한 재난선포 지역에 사는지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명절과 바쁜 일상에 본의 아니게 글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능하면 자주 찾아뵈려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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