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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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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8.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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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월야공자 제35화--6

DUMMY

“ 소림인가?”

진조범의 중얼거림에 이영륜이 빙긋이 미소로 화답했다.

“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이영륜의 말에 진조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졌다.

진조범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방의 구조와 형태가 언젠가 본적이 있는 장소였다.

때마침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 죽이 준비되었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죽사발을 든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을 확인한 진조범의 얼굴에 잠시 부드러운 미소가 스치듯 지나갔다.

‘ 아! 그곳인가?’

장소와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편안하게 느껴졌다.

여인이 탁자 위에 죽사발을 놓고 나가자 이영륜이 조심스럽게 진조범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지그시 이를 악무는 진조범, 조금 전 가볍게 고개를 움직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통증이 엄습했다.

“ 탕약을 복용하려면 일단 요기부터 하셔야 하니 고통스럽더라도 참으셔야 합니다.”

이영륜의 말에 진조범은 지그시 이를 악문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륜의 도움으로 진조범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죽을 먹는 와중에 진조범은 계속해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사대금강이 진조범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고, 이렇게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어색함을 참으면서 진조범은 꾸역꾸역 죽을 삼켰다.

가능한 빠른 회복을 위해서 최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죽을 먹는 와중에도 진조범의 생각은 복잡했다.

공야의 죽음과 이어질 황도의 상황이 궁금했다.

친구인 금옥강과 묵상은 무사한지,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 이 자리에 소림의 사람들이 있는지도 또한 의문이었다.

사대금강은 진조범이 죽사발을 완전히 비울 때까지 기다렸다.

이것은 그나마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교에 관련된 사안은 무림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미 황도에 도착한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간 시점, 사대금강의 마음이 조급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영륜이 진조범을 다시 침상에 눕히기가 무섭게 공현이 나서며 말했다.

“ 시주, 대체 그 부상은 어디서 어떻게 입은 것이오?”

공현은 이렇게 대뜸 부상에 대해서 물었다.

진조범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막 정신이 든 상황이었다.

이들이 자신을 치료했다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이렇듯 부상의 원인에 대한 관심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대체 소림이 무슨 연유로?’

소림이 동창과 관련되어 있을 리는 없었다.

더구나 공현의 태도를 보건데 사건이 아닌 부상에 집착하는 듯했다.

몸에 부상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림에서 관심을 보일만한 부상은 막연하지만 공야의 무공에 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가슴의 상처를 말씀하시는 것이외까?”

진조범의 말에 사대금강이 공히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그 무공의 내력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로군.’

공야의 이해할 수 없었던 질문과 반응, 그 스스로의 무공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불현듯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조범은 굳이 이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 동창 제독 공야에게 당한 것이외다.”

진조범의 말과 동시에 사대금강은 물론 이영륜의 얼굴에도 놀람이 가득했다.

그리고 당혹스러운 표정이 그 뒤를 이었다.

이미 십사를 통해서 진조범을 추적하는 곳이 동창임을 알았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 상대가 동창의 정점인 제독이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동창 제독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당금 조정의 실세, 그야말로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공지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그의 무공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겠소이까?”

진조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공야의 무공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무공의 분위기는 물론 눈에 들어왔던 초식들, 그리고 공야와의 알 수 없는 대화와 공야가 가졌던 무공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자신감까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진조범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사대금강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들으면 들을수록 공야의 무공이 오행마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영륜이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 역시 마교의 오행마공인가?”

진조범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공야의 무공이 마교의 무공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마교라는 이름과 동시에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교, 진조범이 무림으로 나온 이래 두 번째로 듣는 이름이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개방의 장로이며 떠오르는 신성인 진강이었다.

당시 진강은 단지 가정으로 마교에 대해서 언급했다.

하지만 이영륜은 지금 마교의 실체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창 제독인 공야의 무공이 이영륜의 중얼거림처럼 마교의 무공이라면 마교의 부활을 염두에 두어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지자 이영륜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아직은 확인된 사실은 아니외다, 오공자께서는 일단 안정을 취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영륜의 오공자라는 호칭에 진조범이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 이공께서는 아직도 나를 오공자라 칭하시오?”

이영륜 역시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진공자, 일단 안정을 취하시지요.”

공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영륜사제, 자네가 당분간 진공자의 탕약을 달이고 그 시중을 들도록 하게.”

공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세 사람을 향해 눈짓을 교환했다.

나가서 의논하자는 뜻이었다.

진조범은 누운 상태에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사대금강에 이어 이영륜까지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진조범은 천천히 눈을 떴다.

‘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왠지 과거 진강이 마교를 언급한 것이 단순한 우연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우연이 아니라면 진강이 마교와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억측이었다.

‘ 설마 그가,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지만 이런 부정과는 달리 어쩌면 마교의 무공이 진강을 통해서 공야에게 전해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젊은 진강과 늙은 공야의 만남, 이것 역시도 쉽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만일 이런 자신의 억측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공야의 존재를 진강이 소림에 흘린 것이라면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소림과 동창의 반목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과거 무림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패도를 권하던 진강의 모습이 떠올랐다.

‘ 내가 너무 음모에 대해서 민감한 것인가? 어쩌면 모두가 괜한 기우일지도.............’

진조범은 마교와 진강, 공야를 연결하는 자신의 추측이 너무 지나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진조범이 조금 더 개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또 다른 한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공야와 비슷한 연배, 진강에게 개방의 대소사를 맡기고 좀처럼 외부에 활동을 하지 않는 인물, 바로 개방방주인 기천수를 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진조범의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계속하기에는 당면한 진조범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 진조범에게 당면한 문제는 무림이 아니라 조정의 일이었다.

공야의 죽음으로 인해 번질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마집사 어른이 옥강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전했을까?”

마원길이 금옥강에게 자신의 말을 전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금옥강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금옥강과 관련된 태보 주겸의 세력이 움직였을 것이다.

신속하게 상황에 대응한다면 일단 수장을 잃은 공야의 세력을 주겸의 세력이 능히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 허나 만약의 경우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텐데............’

이런 진조범의 생각은 당금 조정의 사정을 너무나 모르는 것이었다.

주겸의 세력은 너무나 미미하여 정권을 운영할 역량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진조범이 이렇듯 침상에 누워있는 동안 조정의 피바람은 진조범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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