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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신희님의 서재입니다.

흔한 양판소 세계에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장손신희
작품등록일 :
2020.04.07 05:55
최근연재일 :
2020.11.06 06:0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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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글자수 :
39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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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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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격대 소탕 (3)

DUMMY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산속 분지 지형. 그곳에는 통나무와 끈으로 급조한 건물이 가득했고, 날카롭게 깎은 통나무로 목책까지 만든 임시 거점이 있었다.


마게트 유격대 소속 200명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기간트 골렘을 동원해서 다진 땅과 건축물은 요새를 방불케 했다.


"장군님. 정보취합 결과 적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몬스터 토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속이 편한 건지..."


오밀조밀 뭉친 건물 중 그나마 가장 큰, 교실 4개 정도 되는 면적의 건축물 내에 유격대의 지휘관들이 모여 현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현지에서 '조달'한 식량과 공산품 덕분에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20일 가까이 상대방이 물러나지 않자 아래에서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성질이 급하여 군에 적응하지 못한 불량아를 모은 탓에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이라도 나서는 편이?"

"기각한다. 상대의 정보가 들어온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


유격대를 이끄는 장군, 카르타 엘람 오브 게이른은 본인의 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요청을 거절했다.


정보 요청은 본국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시도하는 중이지만 마게트 왕국의 정보자산은 소드마스터 상급의 위치를 알기 위해 집중된 상태였다. 전선은 물론이고 란가스 전선까지 두루 파악하는 탓에 다른 곳에 신경을 쏟기 어렵다는 대답만 쉰 번째.


소재 파악이 안 되었으면 '없다'라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건만 '단단히 숨기고 있다'라고 짐작해 더욱 몰두했다. 과하게 파고들다가 현지 협력자가 사로잡히기도 했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감이 안 왔다.


"장군께서 명령하셨던, 현지 협력자들 대부분 쓸려나갔습니다."

"...남은 건?"

"여섯 군데입니다. 그 외 전부 소식이 끊겼습니다."

"하아..."


도적이나 산적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토벌대가 조직될 수 없도록 다른 지역을 들쑤셔야 한다. 가까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일으키면 덩달아 쓸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유격대가 일제히 활동을 멈추니 여유가 생겨 차근차근 토벌당했다. 그것도 겨우 20일 만에.


'있을 수 없어. 토벌대가 활동하려면 소문이 나기 마련이야. 사작을 동원하더라도 길잡이를 물색한다고 수소문을 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도적단은 하루아침에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마게트 왕국이 상인이나 여행자로 신분을 속여 국경 근처 마을에 끊임없이 추파를 던진 결과였다.


때가 무르익으면 일거에 봉기하여 치안을 악화시키고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이다. 이번에 일으킨 마을은 30곳. 오슬레아에서 지원군이 오기 전까지 토벌된 곳은 겨우 3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고작 20일 동안 21곳이 토벌되었다. 하루에 하나꼴이었다.


말이 되지 않았다. 가능한가?


'내가 나서도 하루에 하나씩 정리하는 건 불가능해. 지리에 밝은 길잡이가 있어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해결할 수 없어. 불안정한 텔레포트를 거듭 사용하는 도박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은...'


머리카락을 계속 빙글빙글 돌리며 상대방의 수를 생각해 보았지만,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급이기는 하지만 소드마스터인 자신이 나선다고 해도 넓은 범위에 퍼진 도적들을 소탕할 수는 없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기간트 골렘을 동원한다면 가능은 할 수 있겠지만, 중량 때문에 발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없다. 그렇다면 골렘이 아니라 사람이 소탕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누가 나섰는지 알아내려면 돈이 필요해. 정보를 못 주면 돈이라도 보내줄 것이지.'


카르타는 얼굴을 찡그렸다. 소드마스터가 표정을 일그러트리자 지휘관들은 목을 움츠렸다. 이들 역시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 한직을 전전하다가 유격대에 배속된 불량아였다. 그들이 날뛰지 못하는 건 소드마스터라는 주먹이 있어서였다.


만약 유격대 장군으로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입만 나불거리는 전략가가 왔다면 들은 채도 안 하고 돌아다녔을 것이다.


불안정한 정황 속에서 카르타는 머리를 굴렸다. 답이 나오지 않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



* * *



그 시각 펠릭스는 접견실에서 여러 배불뚝이를 상대하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입는 거부의 기름기 가득한 투정이라도 여유롭게 받아들였다.


카난리아프의 유력자들을 규합하여 돈을 우려냈던 때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방향성이 반대였다.


"남작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제 장원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감히 부탁드리건대 다른 장원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동맹국 국민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지. 근처 텔레포트 게이트와 접선을 해주면 기사를 보내겠다."

"호호! 감사합니다. 역시 오슬레아의 검이라 칭송받으시는 분답게 호탕하시군요!"


펠릭스가 이들의 청탁을 받는 이유는 하나. 텔레포트 게이트를 즉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도시마다 존재하는 텔레포트 게이트는 활성화하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유용한 만큼이나 사용하는데 준비 시간과 재료가 필요한데 '유력자'는 그 요소를 찍어누를 권세가 있었다.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은 유용한 수단이었고, 펠릭스는 그걸 십분 이용했다. 파프닐 공작령 곳곳에 퍼진 몬스터와 도적 떼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조력 덕분이었으니.


"약소합니다만 군비에 보태주십시오."

"고맙긴 하다만, 시민들의 고충을 더는 데 써주게. 마땅한 일에 군비를 기부받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아."

"역시 남작님께선 명예를 아십니다. 제 자식에게도 가르쳐주고 싶군요."


돈을 찔러넣는 센스쟁이도 있었지만, 펠릭스는 한사코 거부했다. 영향력을 행세하려고 하는 일인데 돈을 받으면 소득을 없애는 셈이었다.


더구나 상급기사를 사병처럼 뺑뺑이를 돌려도 딱히 문제 되지도 않았다. 펠릭스 본인이 네리카를 앞세워 도적 은거지를 토벌하고 다니니 불복종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나저나 이젠 도적이 없는지?"

"예, 나름 전문가를 고용해 보았습니다만 이 근방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몬스터뿐인가..."


펠릭스는 팔짱을 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20일 동안 수족을 정리하며 현지 협력자를 소거하는데 상대방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가끔씩 들어오는 정보마저 없었으면 후퇴했다고 오판할 정도.


어렵게 만든 현지 협력자가 사라져도 몸을 사릴 정도로 난해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친 척 기간트 골렘 120기를 뭉쳐서 나타났으면 긴장도가 치솟았을 텐데...'


상대방이 수적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지구에서 배운 것처럼 유격대 개개인을 뛰어난 엘리트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르카 용병처럼 험한 곳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는 특수부대가 왜 몸을 사리겠는가.


펠릭스는 그 '왜'에 주목했다. 가장 유력한 해답은 소드마스터 상급을 이곳에 붙잡아두는 것. 유격대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펠릭스의 움직임을 붙잡는 족쇄로 작용했다.


'내가 실전을 겪었다고는 해도... 정규전은 아니지. 정식으로 국가 간 전투에서 거둔 무훈은 없어. 알카탄 공국을 공격한 건 변경백의 연합군이었고...'


요컨대 첫 실전에서 먹칠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상황.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없어도 펠릭스의 미래를 망친다는 점에서는 최고의 수였다.


지금까지는 도적을 깡그리 소탕하는 것으로 핑계를 댈 수 있지만, 몬스터 사살 전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골때리게 하기는.'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하면서도 눈앞에서 재잘거리는 유력자들의 잡담을 적당히 받아들였다. 그들의 호의를 성실하게 받아줘야 나중에 써먹을 구석이 생기니까.


그들에게서 해방된 시간은 해가 거의 저물 무렵이었다. 평소에는 도적을 토벌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핑계로 정오 전에 자리를 떴으나, 도적이 사라지자 도중에 빠질 변명거리가 없었던 탓이다.


펠릭스는 식사를 초대하려는 그들의 추파를 군사 활동이라는 핑계로 거절하고서 엘드레드를 불렀다.


"오, 란소스님이 이렇게 초췌하신 건 처음 봅니다."

"시끄럽다. 그보다 이번에도 있었나?"

"예. 말씀대로 촌장 정도 되는 인물에게서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펠릭스는 아군을 크게 셋으로 가를 수 있었다. 본인과 네리카, 체스터, 엘드레드였다. 셋으로 나뉘어 도적단을 들쑤시니 20일 만에 도적단 21곳을 소탕하고 증거 15개를 찾아냈다.


똑같은 질감의 종이와 흡사한 필적. 타거나 피가 묻은 탓에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증거로 쓰기 모호한 4개도 질감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건 그쪽으로 발전한 게 아닌 이상 파악하기 힘들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절에 급격하게 발달한 첩보학이 없는 세계다. 꼭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추리 장르 매체를 좀 즐기다 보면 눈치챌 수 있는 요소였다.


꽤 명확한 증거품이므로 펠릭스는 수집을 지시했고, 주도면밀하게 숨기거나 없앤 2곳을 제외하면 모두 확보했다. 유격대가 나타난 지역에서 일시에 등장한 도적단 본거지에 이런 물건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외교 판에서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펠릭스 본인이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오세안의 노괴들에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포로가 꽤 많이 잡혔던데."

"제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항복하더군요. 아무래도 근처의 소문을 파악한 모양입니다."

"그런가..."


펠릭스는 턱을 괴다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도적 소굴에서 통신구 따위의 마법 아티펙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시적인 수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격대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도적 무리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의 이변이 생겼다는 추론이 생겼다.


"밀고하는 놈은 없었나? 노예로 팔지 않는 대가라면서."

"그런 자는 없었습니다. 촌장 정도나 저항했지, 나머지는 순순히 따라왔습니다."

"중간에 도주하려는 녀석은 없었고?"

"예. 소굴에 붙잡혀 있었던 포로들이 살벌하게 감시한 덕분입니다."


엘드레드에게 하나하나 물어보았으나 그럴듯한 증거가 안 보였다. 행인을 급습하여 강도질을 하더라도 뭔가 이상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세상인데 넓디넓은 공작령에 퍼진 도적들이 아티펙트의 도움도 없이 기가 꺾인 게 너무 수상했다.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물어볼 게 생겼어."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펠릭스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손수 몽둥이를 들기로 했다. 그러나 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직 농민, 현직 도적들이 술술 정보를 불었다.

그 결과.


"군인이 아니라 순 떨거지들이었구만?"

"어휴..."


유격대는 종종 도적단을 찾아왔다. 문제는 그들의 태도. 협력자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라 노예를 부리는 언동으로 공분을 샀다.


슬그머니 찾아와 마을의 약자를 희롱하고, 비축한 물자를 털어가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언제라도 버릴 것처럼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들었다. 일반 농민이었던 그들로선 장밋빛 미래를 위해 꾹 참았던 건데 그 전제를 무시하니 반발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심리.


관계가 긴밀한 촌장이나 중책 몇 명은 비굴하게 받아들이려 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한숨 좀 그만 쉬어라."

"안 쉬게 생겼습니까? 마음을 다지지 못한 짐승 놈들이 기사랍시고 설치는데. 하..."

"쯧."


펠릭스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간수에게 협조적인 도적들을 감옥에서 빼내라고 지시했다. 곁에서 같이 들은 게 있었기에 간수들은 신속하게 그들을 분리하기 시작.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간수들을 보며 펠릭스는 다음 작전을 계획했다.


'아군은 술 취해서 본거지 위치를 나불거리는 멍청이가 제발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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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유격대 소탕 (4) 20.10.06 33 1 11쪽
» 유격대 소탕 (3) 20.10.06 36 1 12쪽
65 유격대 소탕 (2) 20.10.0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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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귀환 (1) 20.09.03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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