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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신희님의 서재입니다.

흔한 양판소 세계에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장손신희
작품등록일 :
2020.04.07 05:55
최근연재일 :
2020.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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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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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대 소탕 (1)

DUMMY

키펠 왕국으로 향하는 지원군은 단출했다. 펠릭스 일행과 상급기사 10명 주도로 형성된 50명이 끝이었다.


골렘 보유자가 20명을 넘지 않았고, 나머지는 보조병에 불과하였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초졸 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 상급이기에 격만큼은 무엇에도 뒤지지 않았으니.


"환영합니다."

"음."


키펠 왕국 동부, 파프닐 공작령의 중심부에 도착한 펠릭스는 저렴하지만 절도 있는 분위기로 환대받았다. 상인이 내전을 일으킨 까닭에 사치품을 들여 치장할 수 없으므로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수한 환대식을 받은 오슬레아의 지원군은 미적거리며 공작가의 안내를 따라 움직였다. 펠릭스는 말 위에서 환영인지 자학인지 모를 인파를 살폈다.


'내가 감사를 받는 건지 점령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되잖아.'


환영에 동원된 주민들의 표정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식량과 공산품 유통이 안 되는 도시란 폐허나 다름없는 법이다.


어떻게든 환경이 유지되는 분위기로 미루어보아 어용상인이나 무장상행을 동원한 상황 같은데, 이걸로는 오래 가기 어렵다. 전방에는 적국의 유격대, 후방에는 상인의 봉기. 둘이 겹치니 키펠의 정계는 차라리 미치지 않은 걸 저주할 지경으로 전락했다.


오슬레아 지원군을 맞이하러 나온 인물만 하더라도 공작가의 후계자였다. 펠릭스가 남작이라고 하더라도 격의 경중을 따지면 공작 본인이 나서야 옳았다.


"분위기가 좋지 않군요. 란소스님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럴만한 상황이긴 하지."


파프닐 공작가의 후계자, 소공작 자격으로 마중 나온 여인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절도있게 행렬을 지휘했다. 이런 자리에는 실무를 아랫사람에게 맡기고 상대방을 접대하는 상황. 경험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펠릭스는 가만히 이끄는 대로 따랐지만, 예법에 밝은 엘드레드가 결례를 지적했다. 펠릭스가 시선을 돌려 뒤를 바라보자 상급기사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복잡할 테니까."


지금 마게트 왕국의 영토인 제른 공작령은 본래 키펠 왕국의 영토였다. 마게트 왕국의 확장기에 점령당한 땅. 오랜 고토를 되찾기는커녕 타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


더구나 외국의 귀빈을 맞이할 수 없는 혼란상이라는 것도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런 마당에 손님이 결례를 지적해봐야 악감정만 박힐 뿐이다.


"안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대로를 가로지르는 환영식이 끝나고. 펠릭스와 지원군 50인은 공작성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용인들이 나와 짐을 받고 말을 안내하는 등 예법에 맞게 움직였다. 모두 떠받듦을 받아들였고, 체스터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다.


"지원군 지휘관, 펠릭스 란소스 오브 텔로드요."

"파프닐 소공작, 시엘리라 미란다 오브 파프닐입니다. 공작가에 계시는 동안 부족함 없이 모시겠습니다."

"그래준다면 좋겠군. 본론으로 들어갈까. 원한다면 이곳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군영으로 모시겠습니다."


시엘리라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펠릭스는 손을 들어 따라온 이들을 해산시켰다. 상급기사 및 종자들은 고개를 꾸벅 숙여 답하고 시종의 안내를 따라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펠릭스와 직속 부하 네 명은 시엘리라를 따라서 군영으로 이동. 공작성 연병장 막사에 도착했다.


소공작이 나타나자 대기하던 병사들이 일제히 경례했다.


"경비 중 이상무!"

"쉬어. 별일 있었나?"

"없었습니다!"

"알겠다. 남작 각하, 안쪽으로."

'규율 자체는 훌륭하군.'


소공작이 군대는 꽉 잡았는지 그 누구도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펠릭스가 사전에 전달받은 정보에는 현 파프닐 공작은 상인파로서 현재 상인들의 내전에 휘말려 어딘가에 감금되었다고 했다.


공작이나 되는 인물이 상인을 설득하려다가 사로잡힌 게 문제이긴 하지만, 반대로 공작이 직접 찾아갔어도 대화가 성립 안 된다고 알린 셈이기에 키펠 사교계에서 즉각 대응하도록 경각심을 알렸다.


문제는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생포된 게 바깥에 떠벌릴 일은 아니라는 점.


'뭐, 그 덕분에 후계자 구도가 정리된 건 다행이라지만, 어린 나이에 인수인계도 없이 휘어잡느라 고생한 티가 역력해.'


행정관과 상인의 지지를 받던 둘째를, 기사와 마법사의 지지를 받는 첫째 시엘리라가 밀어버렸다. 상인이 반기를 든 시점에서 상인의 지지는 독과도 같았다. 공작령의 상인이 조용했다면 모를까 공작을 포로로 잡는 초유의 사고를 일으켰으니 좋게 끝날 수 없었다.


펠릭스는 의자에 앉으며 맞은편에 앉은 소공작에게 말했다.


"자세한 정황을 듣고 싶군. 이쪽은 왕국 중앙군 소속 상급기사 10인과 종자 20인 모두 기간트 골렘을 다룰 수 있다. 나와 종자를 포함하면 32기지."

"우선 과분한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각하께 마게트 유격대를 맡기고자 합니다. 물자는 보급대에 말씀하시면 즉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그쪽을 맡는다 치고. 유격대 상황은?"


마게트 왕국은 지독하게 병력을 움직였다. 키펠 왕국이 제른 공작위를 주장할 수 없도록 파프닐 공작령 곳곳을 전략적으로 파괴했다. 성벽이 존재하는 곳은 일절 접근하지 않고 농지나 광산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었다.


당장은 성벽 없는 도시를 건들지 않고 있지만, 전략적 목표가 정리되면 후퇴 직전에 노려질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기간트 골렘 120기, 예비대 포함 180기면 방비를 단단히 갖춘다고 하더라도 도시 몇 개가 박살 난다..


"동원할 수 있는 비공선은 없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게도 마나석이 부족합니다."

"흐음, 안타깝군."


비공선이 만능으로 활약할 수 없는 이유였다. 기간트 골렘은 허수공간에 집어넣어 마나석이 자연히 충전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비공선은 너무 큰 까닭에 허수공간에 집어넣을 수 없었다. 공간을 찢는 데에 더 많은 마나가 낭비되기 때문.


그래서 주기적으로 마나석을 교체할 수 있도록 재고를 쌓아두는 것이 운용의 비결 아닌 비결이었다. 그런데 상인이 일제히 일어나 파탄 난 상황에 마나석을 대량으로 소모할 수 없었다. 파프닐 공작가에 비공선이 있더라도 출격 횟수를 최소로 줄여야 했다.


펠릭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아꼈다. 군대를 휘어잡은 건 좋았지만, 반대로 군대 이외의 요소는 전부 평균 이하였다. 식량과 공산품을 모두 통제하는 마당에 제대로 된 생활을 기대하는 게 놀부 심보였다.


"아무튼 알겠다.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도록. 보이지 않는 유격대를 상대하는 것보다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

"...고려해보겠습니다."


소공작은 펠릭스의 찔러보기에 한발 늦게 선을 그었다. 유격대 대응은 동맹국 자격으로 할 수 있지만, 내전 진압은 내정간섭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펠릭스가 의중을 밝혀도 받아들이면 안 되는 안건.


펠릭스 역시 그저 떠보기에 불과했기에 거절됐어도 따지진 않았다.


"그럼 이쪽은 유격대 진압에 열중하겠다. 숙소로 안내를 부탁하지."

"병사를 시켜 안내하겠습니다."


회의는 이것으로 끝. 펠릭스는 속으로 셈을 끝냈다.


본래 왕가였다가 마게트 왕국에게 대패하여 공작령을 빼앗긴 이후 왕위까지 강탈당하고 일개 공작으로 전락한 미란다 가문이라 그런지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었다. 여기에서 괜히 더 수작을 부려봐야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게 뻔했다.


방으로 향하면서 체스터가 퉁명스럽게 불평했다.


"형님. 근데 32기가 아니라 34기 아닙니까?"

"너희 둘은 아직 1인분이 아니다. 너는 제어가 미숙하고 네리카는 경지 자체가 미흡해. 차차 개선해보도록."


네리카는 일단 익스퍼트 중급이었지만, 자신감이 부족해서 정작 하급에 답보하는 상태였다. 본인의 실력을 체감하지 못할뿐더러 실력을 발휘할 장소가 마련되지 못한 탓에 재능이 꽃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체스터 역시 신성력만 보자면 익스퍼트 상급에 준하지만, 신성력은 마력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힘인 까닭에 마력으로 움직이는 마법진에 과부하가 심했다. 신성력에 맞춰 마법진을 개조하거나 스스로 제어해야 하니,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1인분을 할 수 있다. 지금이 아닐 뿐이다.


"그나저나 어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격대를 분쇄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포위섬멸이다. 활동영역을 제한해서 숨을 장소를 차근차근 좁혀나가면 소탕 끝. 과정이 험난하고 귀찮을 뿐이지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하지만 이곳은 판타지 세계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포위할 수 없다. 텔레포트 스크롤로 공간을 도약할 수도 있고, 정령을 불러 땅굴을 은닉할 수도 있다. 가지각색으로 도주할 방법이 있는데 상식으로만 생각해선 소탕할 수 없다.


마력이 아니라 마나를 다루므로 감지는 가능하겠지만 대처까지 가능하느냐면 자신감이 없었다.


'일단 이쪽도 구축은 해야지.'


지원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유격대의 움직임을 한정할 수 있다. 기습으로 전략적 파괴를 하려는 유격대가 일부러 방비가 단단한 곳에 달려들어 전력을 깎을 이유가 없으니까.


펠릭스가 끌고 온 50명 중에서 20명이 통신 마법을 익힌 마법사다. 3인 1조로 돌아다니는 진압대에 1명씩 포함하고, 거점이 되는 곳에 10명이 모여 각 통신을 유기적으로 엮는다. 동시 통신이 가능하므로 장기전으로 가면 전략적으로 진압 측에 유리하게 흘러간다.


전쟁이 열전으로 격화하기 전에 키펠에서 최대한 많이 줄이는 게 목표였다. 전력을 깎는 의의 외에도 사기를 올릴 기회였다.


"일레이자. 기사들에게 내일 아침 식사 후 회의한다고 전하고 와라."

"네."

"체스터, 너도 같이 다녀오고."

"예이."


이곳의 지리를 모르는 일레이자를 혼자 보낼 수 없으니 체스터를 호위로 붙인다. 몽크인 만큼 대인 전투력은 처지지 않으니 호위로 적합했다.


두 사람이 병사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공작가의 별채 하나를 받은 펠릭스는 네리카와 엘드레드에게 브리핑을 겸해서 말했다.


"우리는 곧장 격전지로 간다.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할 거야."

"뾰족한 방법이 있으신지?"

"없어. 정면으로 부딪쳐야지. 소모전으로 가도 우린 피해가 없잖냐. 보급품은 키펠이 담당할 거고, 피해도 마찬가지다."

"사악하시군."

"이게 전략이지. 유격대를 상대하면서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완전히 없을 수 없다면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해."


엘드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동의했다. 전쟁에서 희생 없이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전략가는 그런 전쟁을 목표로 삼는다.


네리카는 펠릭스의 주장에 동조했으나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저는 뭘 하면 되나요?"

"아. 너와 둘은 거점에서 통신부를 방어한다. 배틀메이지가 있다지만 앞에 나설 사람도 필요하니까. 전장에 나서는 건 쟤와 나, 둘이야."


펠릭스의 말에 네리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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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유격대 소탕 (3) 20.10.06 35 1 12쪽
65 유격대 소탕 (2) 20.10.05 37 0 12쪽
» 유격대 소탕 (1) 20.10.02 42 0 11쪽
63 전장의 변화 20.09.30 45 0 12쪽
62 귀환 (2) 20.09.28 38 2 11쪽
61 귀환 (1) 20.09.03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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