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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신희님의 서재입니다.

흔한 양판소 세계에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장손신희
작품등록일 :
2020.04.07 05:55
최근연재일 :
2020.11.06 06:0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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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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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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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변화

DUMMY

마게트 왕국. 수도 크레토프.


국왕과 일곱 공작이 한곳에 모였다. 세 명은 실제로 방문하였으나 네 명은 수정구 너머로 참석했다. 왕국의 주요 인물이 모인 이유는 하나.


"오슬레아의 소드마스터가 전선에 찾아온다는 첩보가 들어왔소. 신뢰성 높은 출처이니 확실할 것이오."

- 미리 세워둔 계획이 여섯 가지는 있었을 텐데?

"일이 더 커졌소. 용병을 고용해서 독립지휘권을 획득하는 게 고작이라고 상정했으나 단독행동을 허락받았다더군. 란가스 방면까지 신경 써야 하오."

- ...미치겠군.


수도에서 활동하지 않는 네 공작은 모두 이마를 부여잡았다. 수도에 거주하지 않는 공작 4인은 무관이었다. 왕과 세 문관에게 내정을 맡기고, 그들이 각자 전선을 하나씩 맡아 외정을 수행했다.


마게트 왕국 전선을 맡은 나람 공작과 제른 공작. 그리고 란가스 왕국 상대로 외교를 벌이는 소랑 공작. 세 사람의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


- 란가스 외교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관세를 낮추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소. 그나마도 국가의 체급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 마게트의 경제는 너무나도 빈약하오."


마게트 왕국이 마냥 강대한 건 아니었다. 활발한 정복 전쟁으로 영토가 늘어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대가는 통제 실패였다. 외정을 맡은 공작 4인의 역할이 이 통제력 강화였다.


오슬레아 대왕국을 상대하며 점령지를 유화적으로 다스리는 탓에 높은 세금을 부여할 수 없었고, 넓어진 점령지 통제에 들어가는 돈은 고토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금으로는 한계가 명백했다.


결국 남은 것은 적재적소. 비용이 큰 항목을 외국이자 동맹인 란가스 왕국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 좋게 생각합시다. 이번 일로 란가스 왕국이 위기감을 느끼면 본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거요.

"반대로 선을 바꿔 탈 수도 있지..."

-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슬프구려.


교활한 성정으로 가득한 란가스 왕국의 정계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다룰지 뻔했다. 실질적인 위협이 생겼으니 동맹을 중지하거나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컸다.


안 좋은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고 하던가. 국왕과 일곱 공작이 회의하는 도중 궁내감이 들어와 란가스 왕국의 사절단이 텔레포트 게이트로 찾아왔음을 알렸다.


"결단을 내려야겠군."

- 폐하의 용단을 따르겠습니다."


오슬레아 대왕국이 소드마스터 상급을 전면배치하는 것으로 마게트 전선은 변화를 강요받았다.


일단 마게트의 소드마스터 상급, 카를 슈벤타트가 총사령관 자격으로 전선에 거점을 꾸렸다. 지금까지 후방에서 유격전에 들어갈 물자를 횡령, 유착하지 못하는 정도로 통제하던 권한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그리고 소드마스터 하급이 고작인 란가스 왕국군까지 전선에 끌어들였다. 마게트 국왕은 란가스 사절단에게 막대한 이권을 건넨 대가로 피를 요구했다. 해군이 아니라 육군을 요구했으며, 그 육군은 란가스 왕국의 귀족 가문 소속이었다. 즉 전력이 아니라 볼모를 요구했다.


오랜 동맹 관계가 이어졌던 까닭에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관세 인하 또는 철폐, 그리고 노후 상선까지 구매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득을 무시하기란 어려웠다. 갑론을박 끝에 승낙하여 나름 이름있는 가문에서 가주나 후계자가 지원군으로 나섰다.


하지만 마게트의 태도 변화에 란가스 왕국은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으니.



* * *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리다."


펠릭스가 전선에 도착했을 무렵, 오세안에 란가스의 밀정이 방문했다. 마게트 왕국 내부 정보를 팔아넘기는 거래를 위해서였다.


작전계획서와 군단 배치도, 요새의 병참 사정까지 모두 다 넘긴 대가는 란가스 왕국의 안전 보장.


"소드마스터 상급 한 명 나타났다고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거 아닌가?"

"내 말이 그 말이오."


만에 하나 양면 전선에 펼쳐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병력을 분산하려던 궁중귀족들은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간트 골렘과 비공선을 연내에 추가 생산하려고 고생하던 나날이 헛고생으로 전락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란소스 남작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쪽 정보가 샜다는 건 확실하오. 극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 흘렸다는 건데..."


국왕과 궁중귀족들의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는 보안 관련이었다. 펠릭스가 워낙 조금만, 조용히 움직였으므로 변화는 작았다. 물론 소드마스터 상급이라는 무게감은 있지만, 그걸 감지할 움직임이 지극히 작았다.


그런데 들켰다?


"신물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겠소?"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진위를 명확히 가리려면 큰돈이 드는데, 인원이 많아지면 곤란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였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면 길게 질문해야 하고, 그만큼 막대한 신성력이 필요했다. 오슬레아 대왕국이 부유하다고 한들 그걸 감당할 엄두도 못 냈다.


따라서 이런 누설을 가리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공작을 감히 의심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들도 귀족사회에서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귀족인 까닭이었다.


"뭐, 좋아. 건실한 이야기를 하세. 가능성이 보이는가?"

"충분합니다. 백작령 다섯 개는 밀어버릴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란가스 왕국이 전선에서 빠진 시점부터 오슬레아 대왕국은 일방적으로 마게트 왕국을 요리할 수 있었다. 하물며 특급 군사정보까지 입수했으니 상대가 될 확률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비공선을 움직여 강습사단을 시기적절하게 운용하기만 해도 공작령 하나는 한 달 안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전략적 목표를 정해봅시다. 제른 공작령보다 나람 공작령을 해치우는 편이 좋지 않겠소?"

"적절한 목표이옵니다, 폐하. 제른을 점령하려 한다면 수도를 목전에 둔 탓에 저항이 심할 터이니 나중을 기약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봅니다."

"장기간 대치하며 전력이 쌓인 시점에서 큰 격돌이 벌어질 터. 회전이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라 결정할 2번째 전략목표로 두는 정도가 나을 것입니다."



* * *



오세안의 궁중귀족들이 한창 머릿속에 꽃을 피울 무렵.


키펠 왕국에서는 큰 준동이 벌어졌다. 카난리아프 협정의 결과로 국내 산업과 경제가 완전히 근본적 부분에서 파탄 나버렸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으나, 이번 사태로 어떻게든 유리한 결과를 기대했었던 재계 인사들에겐 지극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키펠의 위정자들은 권력을 탐하는 모리배들이요."


키펠 상인연합 내부 회의장. 그곳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인물은 강도 높은 비난을 꺼냈다.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해봅시다.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한 게 뭡니까? 무거운 세금만 요구하면 다행이지. 그들은 종속하라 말합니다.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자제하라 말합니다. 이게 키펠의 위정자가 할 말입니까?"

"옳소!"

"그들은 오슬레아의 앞잡이요!"


이들의 불만은 간단했다.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경제장벽을 펼치지 않고 외국에 주요생산품을 맡겨버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였다.


자국 산업육성을 위해 오슬레아와 마찰을 각오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받아온 거라고는 일부 품목의 관세를 높이는 정도로 그쳤다. 그것조차도 공산품이 아니라 식량이라 농민이라면 몰라도 상인에게는 달갑지 않은 조항이었다.


천우신조라고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하찮은 수준으로 끝났다.


"일어납시다! 우리의 권리를 위해! 정당한 권한을 쟁취합시다!"

"다 함께 일어납시다!"


키펠 각지에서 무장봉기가 발생했다.


이들은 상단 호위로 신분을 속이고 성벽 안에 들어와 기습적으로 자경단과 경비대를 무력화시키고 성을 점거했다. 귀족 가문은 모두 기사탑 지하에 감금했고, 일부만 수도에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석방했다.


동시에 수정구 통신으로 전방위에 선포했다. 상인의 권리를 위해 싸울 거라고.


당연히 국내에 산발적으로 무력봉기가 발생한 까닭에 키펠은 마게트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이것은 마게트 왕국이 오판하기에 충분했다.


란가스 왕국의 배반. 키펠 왕국의 내전. 두 사건과 함께 전선이 열렸다.



* * *



후방도시 랑카마뇰.


펠릭스는 준비된 군영에 짐을 풀어놓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다가 당직마법사에게 바깥소식을 들었다.


"예상외로 거세겠군."


키펠 왕국이 전선에서 일시적으로 이탈. 평소라면 마게트 왕국이 집적거리며 안팎으로 일을 어렵게 만들었겠지만, 소드마스터 상급이 전선에 나타난 이상 전력을 분산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열전으로 치닫기 전의 분쟁지역으로 전락당하기에는 참으로 적당한 땅이었다.


"유격대가 움직이고 있단 말이지..."

"예, 남작님. 정찰대 보고를 취합한 결과 3인 1조로 약 60조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세대 쳐지는 골렘이라도 기간트 골렘이면 말이 다르긴 하지."


기간트 골렘을 운용할 수 있는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를 180명이나 유격대로 돌릴 수 있는 마게트 왕국의 저력이 문제였다. 마법사 육성이 빈약하여 아티펙트 숫자 같은 건 오슬레아 대왕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아티펙트가 전쟁을 좌우하는는 아니었다.


펠릭스는 자격이 있었으므로 오슬레아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기간트 골렘은 3천 기, 매그넘 골렘은 1만 기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중 70%가 마게트 전선에 존재했다. 그리고 1/3 정도가 정비를 위해 후방에 빠지니 국가의 전력 절반이 모여 있어도 마게트 왕국을 확실하게 압도할 수 없었다.


"이쪽의 대응은?"

"키펠 왕국이 알아서 방어해 주면 좋겠습니다만... 참모부에서는 지원 요청이 들어올 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나겠군."


펠릭스는 연락병이 자신에게 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당직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


단독행동 권한을 지녔고, 꼼수이긴 하지만 병력을 차출할 수도 있었다. 유격대를 요격할 능력과 실력, 그리고 경험도 있으니 제격이었다. 키펠 왕국에 빚을 지울 수도 있으니 안 할 이유도 없었다.


'뭐, 좋아. 이번에는 뒷짐 지지 않고 앞에 나서서 움직여봐야지. 적당한 무대이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당직마법사를 보내고 펠릭스는 애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 네리카, 체스터, 엘드레드는 모두 기간트 골렘 조종을 연습하느라 밖에 나가 있었다.


일레이자는 펠릭스의 전속 종자 겸 시녀로 군부대에 들어와 있었다. 시녀라고는 해도 하는 일은 식사 전달 정도였지만.


"음..."


네리카는 하급이라 기초 동작도 제대로 못 하고, 체스터는 그나마 기초 동작을 원활하게 삐걱거림 없이 이어나갔다. 네리카에게 기간트 골렘은 아직 일렀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체스터는 익스퍼트가 아니라 몽크였지만 어떻게든 골렘을 움직이며 끈기를 보여주었다. 마법사는 마력의 절대량이 적어 기간트 골렘을 조종할 수 없다면 사제는 신성력이 너무 짙어서 마법진이 빨리 과열되는 문제로 오래 조종할 수 없었다.


심혈을 기울여 신성력을 제어해 골렘을 다스렸다. 쿨러가 변압기를 식히려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셋 중 가장 컸다.


'실력 차이가 너무 확 드러나서 볼 맛도 없군.'


엘드레드는 생전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골렘을 빠르게 장악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원근법을 무시하면 기사가 훈련하는 모습과 똑 닮았다. 최소한 소드마스터 중급은 되어야 가능한 움직임이다.


펠릭스는 난간에 기대어 각자 다른 모습을 보다가 손가락을 튕겨 주의를 끌었다. 훈련이 중요해도 작전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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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정리 실패 20.10.27 32 1 15쪽
68 유격대 소탕 (5) +1 20.10.23 36 1 11쪽
67 유격대 소탕 (4) 20.10.06 32 1 11쪽
66 유격대 소탕 (3) 20.10.06 35 1 12쪽
65 유격대 소탕 (2) 20.10.05 36 0 12쪽
64 유격대 소탕 (1) 20.10.02 41 0 11쪽
» 전장의 변화 20.09.30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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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귀환 (1) 20.09.03 4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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