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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신희님의 서재입니다.

흔한 양판소 세계에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장손신희
작품등록일 :
2020.04.07 05:55
최근연재일 :
2020.11.06 06:0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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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글자수 :
39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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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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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2)

DUMMY

공작이 앓아누웠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드문 일이 아니었으므로 오슬레아 정계의 반응은 신속했다.


펠릭스에게 귀환을 지시했고, 공작을 대신할 총독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과거였다면 철수했겠지만, 지금 와서 철수하기에는 개척된 지역이 넓어 아쉽다는 이유였다.


공작가에서는 크게 반발했지만, 공작을 대신할 후계자가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공작은 젊었고, 후계자는 10살도 안 되는 아이에 불과한 까닭이다.


가신이나 봉신 역시 화합에 실패하여 후견인 선정도 불가능했다. 기존 백작가 시절부터 따르던 자들은 역사와 전통에 가치를 두는 보수적 인물을 택하려 했고, 공작가 선정 이후 따르는 자들은 발전과 효율에 가치를 두는 진보적 인물을 택하려 했다. 수가 비슷한 까닭에 공작가는 단번에 갈라져 버렸다.


'왕국이 의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빠른걸.'


제아무리 세력이 크다고 하더라도 한낱 상인이 성당의 성물을 만지고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배후에서 무마해줄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한 공작.


펠릭스는 그 배후를 왕국 또는 그에 맞먹는 세력이라고 보았다. 신흥 공작가의 비상을 주저앉히고 싶은 권세가는 한두 명이 아닐 테니까.


"란소스님. 이거 작동은 합니까?"

"하지. 이거 타고 왔는데."

"학부생이 만든 것도 아니고···."


엘드레드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보자마자 불만을 표했다. 지나치게 조잡하고, 지나치게 약식이라는 이유였다.


다만 펠릭스는 엘드레드의 정체를 아니까 별말 안 했으나, 텔레포트 게이트를 직접 조작하는 마법사에겐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티올 요새를 하루 만에 함락한 소드마스터 상급이 듣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대번에 윽박질렀을 심정이었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알겠네. 부탁하지."


그 말을 끝으로 텔레포트 게이트가 작동했다. 장거리 도약이 불가능한 물건이라 전번처럼 중간에서 한 번 더 도약해서야 겨우 왕도 오세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광경은 사열식이었다. 백 명이 넘는 기사와 사열과 의장대와 악단까지 동원되어 펠릭스를 맞이했다. 처음 왕궁에 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환대였다.


"오지에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음."


장중한 음악이 울리고, 기사들이 검을 높이 세웠다. 고위 귀족이 나타난 것처럼 과한 동작이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따라와 주십시오."

"그러지. 일행이 묵을 곳도 부탁하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궁을 한 번 겪어본 네리카는 그나마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왕궁을 처음 와 보는 체스터와 일레이자는 뻣뻣했고, 엘드레드는 되려 펠릭스보다 더 너무 당당했다.


부자연스러운 다섯 명이 시종의 안내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별궁이었다. 별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작은 궁전 하나를 따로 떼어서 펠릭스의 거처로 지정한 것이다.


그곳에는 익숙한 인물도 있었다.


"엘룬?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억해주셔서 영광이옵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하지."


시종은 시녀 엘룬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물러났다. 그동안 펠릭스는 별궁과 그 주위를 살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원 딸린 저택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궁전이라고 해서 꼭 성처럼 지을 필요는 없었고, 베르사유 궁전처럼 집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물론 그냥 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요즘 궁전 분위기는 어떤가?"

"부드럽지는 않사옵니다. 근래에 마게트에서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라."

"그렇군."


펠릭스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즈킨 공작령의 개척이 크게 진행되면서 좋건 싫건 큰 변화가 예견된 건 어쩔 수 없는 일.


오슬레아 대왕국이 움직이면 어떻게든 마게트가 움직이는 구조였다. 단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일 뿐.


'키펠 왕국을 움직여서 포위망을 늘려볼 생각이었지만 실패. 그럼 남은 건 무력행사지. 타이밍은 썩 괜찮게 됐나?'


짐작대로 오슬레아 국왕과 공작들은 펠릭스를 마게트 전선에 보내려 했다. 펠릭스 역시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협상의 대전제는 수월하게 통과.


그다음으로는 자잘한 협의가 이루어졌다.


"독립지휘권이라... 병사가 있다면 귀족된 자격으로 움직일 수 있네만, 왕국군을 내어주긴 어렵다."

"중앙군의 지휘권을 편의에 따라 나누는 전례가 생기면 나중에 귀찮아진다네."


펠릭스가 가장 먼저 요구한 지휘권은 현실적인 이유로 거절됐다. 소드마스터 상급의 지휘라면 문제없이 병력을 꾸려 독립부대로 만들 수야 있지만, 펠릭스가 정식으로 왕국사단에 입단하여 중앙군 즉, 상비군 소속이 아니니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되면 좋고' 정도의 요구였기에 펠릭스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럼 단독행동을 허가해 주십시오."

"...단독행동을?"

"마게트의 소드마스터는 역사 깊은 귀족 가문으로서 움직임이 무겁지요. 신속하거나 유연한 반응이 불가능할 테니, 제가 그 점을 노려볼까 합니다."

"가능성은 있군. 하지만 위험하네. 소드마스터라고는 해도 눈먼 화살이나 마법에 당할 수도 있어."

"맞습니다. 하지만."


펠릭스는 공작의 우려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리고 뒷말에 힘을 줘서 말했다.


"늘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흐음..."


노련한 정치인들답게 펠릭스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오슬레아 대왕국은 지금까지 수세를 굳혔다. 동쪽의 란가스 왕국이 해군을 동원하면 오슬레아 대왕국이 크게 불리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키펠 왕국의 조력으로 긴 전선 덕분에 지상전에서 승기를 따낼 수는 있어도 해상전에서는 일방적인 열세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오슬레아 대왕국은 마게트 왕국의 국지 도발을 묵묵히 견뎠다.


"제가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점부터 긴장해야 할 건 마게트만이 아닐 겁니다."

"...고될 텐데."

"항구를 파괴하면 보급 안 되는 해군이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험."


펠릭스는 좀 더 강하게 발언했다. 여차하면 란가스 왕국 방면으로 뛰어들어 쑥대밭을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미. 이 경우 마게트 왕국과의 일전이 불가피하겠지만, 란가스 왕국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내거나 불참전 약조만 받아내도 뒤에서 상륙전을 강요받을 상황은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그런 강력한 충격력을 발휘할 육군이 없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 상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군."

"음."


한 공작이 무겁게 입을 열자 국왕과 다른 공작들도 침음을 흘리며 동의했다. 어린 소드마스터에게 너무 과한 기대를 걸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걸 못 본 척할 정도로 달콤한 제안이었다.


펠릭스는 안에 모인 면면을 바라보았다. 사델라 공작은 펠릭스의 강경 발언이 썩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였고, 다른 공작들은 중립적 동의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란가스 왕국에 시달리던 사델라 공작에게 펠릭스의 대응은 바라 마지않던 내용이었거니와 더욱 보채고 싶은 마음이었다. 체면 때문에 그러진 못하지만 말이다.


"중앙군에 언질을 넣어두겠네. 경에게 휴가증 발급 권한도 부여하지."

"감사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전례로 남을 텐데요."

"당연히 직접 부여하는 건 아닐세. 행정관에게 일러둘 테니 적당히 데려가도록."


국왕은 중앙군 소속을 휴가라는 핑계로 데리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특혜를 부여했다. 당연히 부대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강행 정찰에 소수가 동행하는 걸 허용한 쪽에 가까웠다.


휴가를 받아 밖으로 나간 자들이 어디서 뭘 하든지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 더욱이 지휘관이 소드마스터 상급이면 그걸로 끝이었다. 모든 악명이나 시선은 펠릭스가 받을 것이고, 동행한 자들은 숫자에 불과하다.


"달리 필요한 게 있나? 전선에 가기 전까지 마련해보겠네."

"당장은 없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면 말씀드리죠."

"음... 알겠네. 기다리도록 하지. 다만 그때는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네."

"각오한 바입니다."


펠릭스는 그들의 권유를 흘려넘겼다. 이 권유는 난동의 보상인 동시에 전후에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묻는 말이기도 했다.


마게트 왕국이 전면전을 결의하거나 란가스 왕국을 침공하는 등 전쟁이 터지면 전공을 대가로 지급하는 삯이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전면전 없이 마게트 왕국이 인내한다면 다른 이유를 핑계 삼아 주겠다는 뜻.


하지만 펠릭스는 거부했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말하면 이권을 놓고 이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경고에도 말이다.


'보험 하나 정도는 필요하니까.'


펠릭스는 다르멜을 떠올렸다. 그녀는 십중팔구 소공작 자리를 놓칠 테고, 거래의 대가로 펠릭스의 아래에서 지내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공작의 직계 혈통을 거느리는데 말이 안 나올 수는 없고, 별 탈 없다면 모를까 큰 소란이 터지면 이번 일로 무마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모든 협상을 끝내고 나니 8일이 지났다. 정작 협의보다는 공작이 모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나야 간만에 휴식이라 상관없었는데, 애들이 좀.'


네리카는 한 번 겪어본 게 있어서 그나마 빠르게 적응했고, 엘드레드는 애초에 왕을 수호하던 기사였으므로 적응하다 못해 아예 동화했다.


체스터와 일레이자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하루하루 말라가는 중이었다. 딱 좌불안석의 표본.


"사흘 뒤에 마게트 전선으로 간다. 그러니까 어깨 좀 펴고 살지?"

"못 해... 어떻게 그게 가능해..."


일반인이 겪을 수 있는 건 자경단이나 성문경비 정도인 세상에서 삼엄한 왕궁 경비는 도무지 익숙할 수 없는 중압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곳곳에 널린 CCTV와 블랙박스, 잊을만하면 마주치는 방범 순찰으로 감각이 무뎌진 펠릭스만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경비를 서는 자들과 같은 입장이었던 엘드레드를 제외하면 살벌한 왕궁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건 불가능했다.


"떠받들어지는 것도 익숙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엘드레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고 펠릭스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 전장으로 갈 건데, 검을 휘두를 순 있겠나?"

"몸을 움직이는 건 이제 익숙합니다. 실전에서 검증할 일만 남았습니다."

"곧 때가 올 거다. 3일 안에 네가 걸칠 갑옷도 받을 거야."


사흘이라는 시간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었다. 몸이 작아진 엘드레드가 착용할 갑옷이 완성될 시간이었다. 왕궁에 장비를 납품하는 대장간이라 10일이면 완성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


펠릭스는 마나를 사용해 임의로 몸을 성인으로 끌어올렸으므로 신체검사를 다시 할 필요는 없었다. 당연히 갑옷을 다시 맞출 필요도 없었다.


엘드레드는 펠릭스의 배려에 고개를 꾸벅 숙여 고마움을 표현했다.


"활약을 기대하지."

"뭘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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