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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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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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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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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9 한 발 내딛다

DUMMY

홀로 모습을 드러내고 움직이는 사내를 포식자들이 사냥을 시작하였지만 잠시 후 피식자에게 포식자가 먹히는 일이 세 번이 더 지나간 후에야 다시 숲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세 개의 녹색 점과 네 개의 붉은 점이 미니 맵에 표시 됐다.

쯧, 혀를 차고 빠르게 녹색 점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헉..헉..-

상처 입고 피를 흘리는 올리와 얀이 상대를 힘겹게 막아서고 있었다. 사냥에 성공한 후 전리품을 수거하고 자리를 옮겨 상처를 치료하려고 할 때 상대의 기습을 받았다. 부상당하고 지친 상태로 앞을 막아서던 스미스가 당하면서 그래도 한 명은 처치할 수 있었지만 연이은 전투로 점점 밀리고 힘겹게 버티는 중이었다.


-진은?-

슬쩍 눈을 돌린 올리의 이마가 깊게 패였다. 상대 궁사의 견제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모두가 죽는다.


상대의 검을 몸을 틀어 피하고 나아가려는 순간 뒷발이 뒤로 빠졌다. 얼굴이 굳어지고 검을 휘두른 사내의 얼굴에 조롱이 걸렸다.


-너 다크 게이머였냐? 뒤통수나 치고 불리하면 도망치는 게 습관이겠지. 그래도 이번에 좀 건졌나봐? 바로 도망치려는 거 보니까. 안 잡을 테니까 도망가. 킥킥-


몸이 떨렸다. 숙여진 고개가 들리지 않는다. 사내의 조롱이 아닌 환멸


자신에 대한 환멸에 흘릴 수 없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했던 사내의 검이 얀에게로 향하자 속절없이 밀리며 크고 작은 상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3 대 1의 싸움 결국 가슴을 크게 베인 얀이 밀려나며 무릎을 꿇었다. 짜증 섞인 둘의 시선이 합류한 검사에게 향했다.


-야, 여자 놔두고 왜 끼어든 거야?-

-킥. 저거 다크 게이어 출신이야. 도망치면 못 잡아. 물건 들고튀는 데 이골 난 것들이거든-

-아.. 쓰레기 출신이었어. 그러면 이해할 수 있지-


사내들의 조롱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죽을 줄 알면서 앞을 막아서던 스미스, 도망가라 말하는 얀,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상대 궁수를 제압해가는 진..


이들을 두고 발을 뺐다고?


으드득..

자신에 대한 환멸에 이가 갈렸다. 도망가라 말하는 얀에게 고개를 저으며 진과 함께 다시 도망가라 말하는 올리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잡은 쥐를 가지고 장난치는 고양이처럼 일행을 비웃던 사내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인상을 찡그린 사내의 검이 옆구리를 깊게 베고 두 번째 검이 떨어지며 왼팔을 자르고 자신을 비웃던 사내의 검이 복부를 뚫고 들어왔다.


-커헉-

온통 붉어진 세상 속에서 복부에 깊숙이 박힌 검의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 떨림에 맞춰 사내의 숨 막히는 목소리가 따라왔다.


-한 발.. 한 발 내딛었어-

작게 미소 지은 올리의 시선에 사내의 목에 뿌리까지 박힌 단검이 들어왔다.


-얀, 진 도망가-

-올리.. 너..-

-도망가. 어서..빨리.너희들 움직이면 이자는 죽어-


움찔거리던 사내 둘의 얼굴에 서서히 웃음이 맺히기 시작했다.


-뭐야 이제는 배우 흉내라도 내겠다는 거야? 그러면 여기서 우리가 크흑.. 잊지 않겠다 이러면서 물러나야 되는 거야? 마음대로 해 봐. 킥킥킥-

한 발 정말 힘들게 내딛었는데, 동료들은 살리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음을 받아들인 올리의 붉어진 세상 속에서 진을 견제하던 궁수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얀의 심장으로 천천히 검을 밀어 넣던 사내의 손이 잘리고 곧이어 목이 허공을 날았다.


-무.. 뭐야?-

당황한 사내가 급하게 검을 들어 도를 막았지만 발목에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에 움찔하는 사이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어깨를 잡고 누르며 발목을 걷어차이고 허공에 떠올랐다. 칼의 손잡이가 머리를 강타하고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를 걷어차 바닥을 구르고 눈을 뜬 사내의 얼굴에 붉은 도가 떨어져 내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마무리 해”

-응-

목에 단검이 박혀 꼼짝을 못하던 사내의 머리가 기울며 쓰러졌다.


“빨리 마셔”

포션을 마시는 올리와 얀의 시선 속에는. 그 눈 속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신뢰와 경외가 가득 차 있었다.


-척,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헤헤 웃으며 살갑게 달라붙은 진이 고마움을 전하고 미소로 답한 크로우의 시선이 언덕 위로 행했다.


-시팔. 뭐야 우리 본 거야?-

-못 봤어. 확실해-

-그런데 어떻게 정확히 우리 있는 곳을 쳐다 봐?-

-...그건 나도 모르지-

-씨이발.. 괴물 같은 새끼-


이안을 포함한 여섯 명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멀어져갔다. 멀어져가는 점들을 미니 맵을 통해 확인한 시선이 다시 일행들을 향했다. 집단 전투를 치루는 것도 아니고 조를 짜서 벌이는 싸움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탓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 또한 했던 일이었으니까. 잠시 상념에 빠진 크로우에게 작지만 기쁨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한 발 내딛었어-

말없이 자신을 향한 커다란 손을 잡고 올리가 일어섰다.


“잘했어. 그리고 축하해“

소리 없이 웃고 있는 크로우를 바라보는 올리의 눈에도 웃음이 어렸다.


-나는 손 안 잡아 주냐?-

얀의 투덜거림에도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씨이발...-


성으로 돌아가자 기다리던 스미스가 빠르게 다가왔다.


-같이 오는 거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 다행이다-

웃음 지으며 일행을 반기던 스미스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약해 빠진 놈. 개복치 같은 놈, 이런 놈이랑 같이 보낸 내 잘못이다”

-척, 그게 아니라 아까는 숀이..-

-네 말이 맞아. 나도 내가 약하다는 거 알아. 그래서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여기 있었군. 고생 많았네. 자작님이 찾으시는데 시간을 내줄 수 있겠나?-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노리스가 대화를 끊었다. 자작이 찾는다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거부해서는 안 된다. 고개를 끄덕이고 노리스를 다라갔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간밤의 공적을 말로만 치하하는 자리였고 나중에는 은근히 신세한탄도 이어졌다. 본래는 백작이 책임자로 있었지만 플레이어간의 전투에서 밀리면서 큰 전투가 없다는 핑계로 자신에게 억지로 떠넘기고 영지로 돌아갔다는 말이었지만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호감도가 쌓였다는 의미이니 나쁠 건 없었다.


결국 자작의 긴 이야기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거였다.

-고맙다-

자작과의 자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한쪽 구석에서 단테의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 기다린 거냐?”

-그래-

“왜?”

눈이 호선을 그린 채 묻자 슬쩍 고개를 돌리며 짜증을 낸다.


“그걸로 덤벼봐”

-지금?-

“그래. 허공에 칼질하는 것보단 한 번 붙어보면 체감이 확실할 것 아냐”


성안의 연무장에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병사들과 콧대 높은 기사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호기심에 몰려들었다가 이내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상식을 뛰어 넘는 커다란 도와 검이 부딪치는 마찰음이 연무장을 울릴수록 둘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더욱 진지해졌다.


크로우와 일행들에 대한 소문은 이미 어느 정도 퍼져있있다. 매일 밤 밖으로 나가 새벽녘에 돌아오는 그들을 어디 숨어있다 돌아오는 거라고 애써 비하하던 그들에게 자작과 기사들이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질 때도 애써 고개를 가로 젓던 그들에게 지난 밤 전투에 대한 생존자들의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그들이 진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조롱의 대상이었던 얀의 각성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모르지만 드라칸 진영에서 그들의 존재감은 로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이어지는 연승에 처음에는 방심했다고 애써 무시했지만 간밤에 스킬도 없이 도기만 사용하는 이상한 놈에게 세 개의 팀이 몰살당했다.


특히 그 중엔 로제타를 포함한 네 명의 팀은 모두가 인정하는 강팀이었지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로제타는 그대로 전장을 떠나버렸다.


드라칸 진영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의 시선이 점멸의 기사를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알렉이 설치고 있을 때 그를 잡은 것도 점멸의 기사였다. 그가 움직이면 이상한 놈도 더 이상 설칠 수 없을 것이라 모두가 굳게 믿었다.


“보는 눈이 많네. 따라와 봐”

대련을 마치고 스미스를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가는 둘에게 아쉬워하는 시선들이 따라 붙었지만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받아”

은은하게 적색을 띠는 스킬 북을 받아든 스미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중력검 / 유니크 / 성장형]


“처음부터 넘기려 했었는데 그러면 네가 스킬에 의존할 것 같았어. 오늘 부딪쳐보니까 아직 미흡하지만 슬슬 넘겨도 되겠다 싶어서“

-너..-

“오천 골드. 너 부자잖아”

-돈에 환장한 새끼 같으니라고... -


적색의 빛이 스미스를 감싸고 사라지는 모습에 성으로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크로우의 얼굴에 미소가 짙게 베어 올랐다.


중력을 이용하는 유니크 등급의 검술에 거기다 성장형인데 겨우 오천 골드?

경매장에 올려놓으면 얼마까지 올라갈지 감도 안 잡히는데 겨우 오천 골드?

자신의 최대 약점인 검의 가벼움을 상쇄시키기 위해 자신이 쓰던 검도 빌려주고 어느 정도 손에 익으니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말도 안 되는 스킬 북을 넘겼다.

고마웠다.


-야. 같이 가-

빠르게 다가오는 스미스를 돌아보며 말한다.


“어. 미안. 내가 오만을 오천으로 잘못 이야기 했다”

-야 이 개새끼야...-

스미스의 욕지거리가 성안의 사람들에게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호오오오..”

고명석이 화면 속의 동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로브를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처음 보는 비행 몬스터에 올라타고 잠시 후 몬스터의 날개 짓에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다 곧 탑승자의 시점으로 바뀐 화면은 초록의 대지와 푸른 하늘이 천천히 스쳐 지나가며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 어는 순간 점점 빨라져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하늘과 땅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아...

화면에 빠져들어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하늘을 뚫고 솟구쳐 오르는 영상에는 저도 모르게 길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서서히 땅으로 내려와 몬스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영상이 끝이 났다.


부러웠다. 고명석 자신도 비행 몬스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싶었다. 말만 타고 달려도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는데 와이번 같은 걸 타고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그냥 바로 잡으러 갈까..

고개를 저었다. 영상 속 몬스터는 비행 능력 말고는 크게 눈에 띠는 점은 없었다. 덩치도 그리 커 보이지 않았기에 전투 능력도 높아 보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아직 플레이어가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등을 정상적으로 테이밍 하는 건 아직은 일러 보였다.


댓글은 당연히 또 다시 전쟁터가 되었고 특히나 이번 영상에는 상위 길드들이 노골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최고 대우를 뛰어 넘어 파격적인 대우 그리고 간부 자리까지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들은 맞구나 싶었다.


영상 속 주인공을 영입해서 대량으로 비행 몬스터를 가질 수 있다면 기동성과 지형의 제약을 뛰어 넘어 전투 시에도 원할 때 기습이 빠르게 가능할 테니 서로 견제하는 상위 길드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단하네. 원래 하늘이 털리면 육군은 다 죽는 거지 뭐”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았다. 테이밍이든 뭐든 계약이 그렇게 쉬울까? 절대 그렇지 않을 텐데..


“역시 승차감이든 뭐든 드래곤이 최고겠지”

맥주를 길게 한 모금 넘긴 후 담배를 물고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햐.. 별들 죽이네. 내일도 걸리는 놈들 다 죽여야지”

무서운 소리를 내뱉으며 천천히 기지개를 펴고 침대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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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5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2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7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8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9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8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0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1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3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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