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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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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작성
23.0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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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요새 방어전

DUMMY

“흐음...”


상태창을 바라보는 크로우의 얼굴엔 고민이 가득 했다. 결심한 듯 상태창으로 향하던 손이멈추고 다시 내려오기를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선택이 힘들어?-

“어. 진짜 미치겠다. 선택이 너무 힘들어”


지금 상태창에 표시된 내용은 다름 아닌 마왕의 권능 목록들이었다.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하나를 선택했지만 클릭을 하지 못했다. 상태창을 꾸욱 누르기 전 반드시 로즈를 만나야했다.


-길드장을 내놓으라고요?-

눈이 동그래진 로즈가 놀라서 되묻는다.


“아니. 임마.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하아.. 미치겠네.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격하게 손을 흔들고 오해를 풀기 위해 처음으로 칼과 알을 제외한 타인과 상태창을 공유했다.


[육성]

마왕의 권능 중 하나입니다. 마왕은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절대로 혼자서 행동하지 않습니다.


마왕은 권속들과 수많은 수하들을 거느리며 권속과 수하들은 마왕의 영향으로 빠르게 강해집니다.


빠르게 강해지는 그들은 용사와 그의 동료들을 강하게 육성하는 밑거름이 되지만 일부 얼뜨기 용사들은 그들에게 손쉽게 무너져 세상의 종말을 앞당기기도 합니다.


-마왕의 수하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빠르게 강해집니다.

-마왕군의 편제 구성에 따라 속도의 차이가 납니다.

-일부 마왕군은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노력에 따라 스킬(고유 스킬 포함)을 개화합니다.

-잠겨 있습니다

-잠겨 있습니다

-잠겨 있습니다


“이제 이해가 가니?”

-근데 오라버니 마왕이에요? 잘 어울리긴 한다. 어쩐지 말도 안 되는 사기 캐라 생각했는데다 이유가 있었네-


동그래진 눈으로 공유된 상태창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로즈가 고개가 홱 돌리며 되물었다.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네가 무얼 알겠냐? 가슴이 막막해진다.


“너도 알다시피 길드원들도 그렇지만 심각한 건 NPC들이야. 너무 약해. 병사들은 훈련도 전혀 안 되어 있고 기사들도 셋이 쫓겨나고 셋이 남았지만 한 놈 빼곤 답도 없어“

-그렇죠. 지금이야 마경 개척이라는 목표로 다 같이 움직이지만 언제까지고 모두 여기에 매달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바로 넘길게요-

“야 이 새끼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각도 안 하고 그러면 되냐?”

-뭐 어때요. 솔직히 길드 지분 최소 70프로는 오빠 거라고 해도 누가 반박하겠어요-

“끄응. 사람들 놀라지 않게 미리 설명하고 길드장 권한은 다 넘겨줄 테니까 그대로 네가 모든 걸 관리하고“

-권능 부분은 절대 말 하지 않을 테니까 전혀 걱정 마시고...-


잠시 맒을 멈춘 채 눈을 마주치던 로즈의 눈에 고마움이 묻어났다.


-오빠. 저 권능 말고도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많았을 텐데 이렇게 또 한 번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알면 잘해라. 새끼야”


그날 오후 사전에 미리 공지가 된 후 길드장이 바뀌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변한 상태로 유지될 거라는 말에도 길드원들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실제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케인을 통해 합류한 하이랭커와 랭커 급의 길드원들도 많았으며 모든 걸 떠나서 지금 눈앞에서 반 이상 올라가고 있는 요새 또한 케인과 그의 동료들이 아니라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그냥 말 그대로 사정이 있나보다 하고 모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로즈와 같이 부길드장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경계의 조율사 한경식이 타놀라 영지에 도착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하하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경을 개척하면서 습격하는 마수들에게서 얻어낸 부산물들은 대장장이 칼리커스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고는 있지만 부산물이 아닌 병력으로 한경식이 사용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한경식의 마력이나 레벨은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어차피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안식의 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쓸 만한 마수들을 채우고 나면 그 때 다시 부산물을 얻어내면 된다.


-좋은 물건 많이 있다는 캐롯 시장 광고 보고 급하게 왔습니다-

“오.. 농담도 할 줄 아는 분이셨군요.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렇게 한경식이 요새를 세우는 장소로 이동해 처음 만나는 길드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일이 터졌다.


-전투 준비. 웨이브. 웨이브 급이다-

그리폰을 타고 경계를 하던 장경일의 다급한 외침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앗아갔다.


-인부들은 성벽 안쪽으로 피신하고 모두 방어 태세를 갖춰. 마법사 준비-


-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땅의 울림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있는 인부들이 절반정도 지어진 성벽의 안쪽에 몸을 숨긴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저들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한 번 죽으면 부활할 수 없다. 비록 웨이브를 막아내고 성벽을지킨다 하더라도 NPC들의 희생이 커진다면 마경 개발은 그저 플레이어들의 욕심을 위해 수많은 원주민들의 희생 아래 이루어졌다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마법 중지. 시작은 하급 몬스터다. 전방에 그리폰을 풀어. 투아니 두 개 조를 데리고 인부들을 지켜. 갈리안 너희도 합류해라. 절대 인부들 중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


두 마리씩 짝을 지은 그리폰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분노에 찬 소리를 높고 길게 질렀다.


-키..키에에엑..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이성을 잃어버렸던 몬스터들이 본능에 각인된 최 상위 포식자의 압도적인 위용에 눌려 도망치기 위해 돌아서지만 밀물처럼 몰아닥치는 몬스터들에 의해 밟혀 곤죽이 되어버린다.


형형색색의 몬스터의 물결 속으로 그리폰들이 뛰어 들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움직일 때마다 피가 뿌려지고 뜯겨나간 육편이 허공을 비산한다.


파도가 주춤거렸지만 단지 작은 방파제에 일부만 막혔을 뿐 파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방파제에 막혀 갈라진 파도가 들이닥친다.


공간이 열리고 한경식과 크로우의 안식의 종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수가 많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일대를 쓸어버리기 위한 파도와 지키기 위한 방파제가 부딪치며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목이 잘린 오크의 목에서 하늘로 피가 솟구쳤다. 사선으로 몸이 잘린 트롤의 몸에서도 피 분수가 솟구쳤다. 피의 분수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분수는 어느덧 안개가 되어 세상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들이마시는 숨을 따라 온기가 남은 피의 안개가 비릿한 향을 머금고 신경을 자극한다. 벌어진 입속으로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붉은 피가 안개와 더불어 비가 되어 고이기 시작한다.


긴장한 눈으로 전장을 살피던 궁수의 활이 시위를 떠나 몬스터들 속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 다가와 길드원의 뒤로 뛰어들던 마수의 목에 깊숙이 파고든다.


고통에 버둥거리는 놈의 목에 장검이 땅과 함께 깊게 가르고 지나가자 또 다시 피가 솟구친다.


지금껏 경험해 왔던 웨이브와는 달랐다. 약한 몬스터를 몰아넣고 그 속에 몸을 숨긴 채 다가와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마수들에 의해 몇 명의 플레이어가 쓰러졌다.


이번 웨이브를 일으킨 놈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일부가 길드원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점점 더 교묘해지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쉴 새 없이 몬스터를 베는 동안 멀리서부터 강렬한 땅의 진동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밀리는 모습에 오우거와 트롤을 비롯한 중대형 몬스터와 마수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앞을 막고 있는 몬스터들을 쳐내며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피의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질수록 쉴 새 없이 창을 날리던 메이린의 얼굴이 조금씩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곧게 뻗은 백옥처럼 하얀 손이 깨지기 쉬운 유리 구슬을 쥐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오므려졌다.


시야를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 진했던 붉은 안개가 메이린의 손을 따라 뭉치며 허공에 피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하.. 피를 뿌려라-

몽롱한 메이린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이 마치 유리구슬을 부시듯이 쥐어졌다.


-쾅 콰앙 콰앙 쾅...

피의 구체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피의 파편을 쏟아내며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고 달려오던 중대형 몬스터들을 덮쳤다.


-키에에에엑...

피의 파편이 뚫고 들어간 온몸에서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는 몬스터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산을 타고 끝없이 메아리쳤다.


-퍽 퍼억 퍼억 쾅 콰앙...


지금껏 성벽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궁수들과 마법사들의 폭격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몬스터에게 집중됐다.


마법이 폭격하듯이 쏟아지고 궁수들의 마력을 담은 화살들이 눈, 심장, 비명을 지르며 벌어진 입 속에 박히며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움찔..

끝없는 폭음과 비명소리에 움찔거리며 멈춰선 모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폭음이 이어지는 곳으로 향한다.


-화르르르륵

칠흑의 지옥의 업화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콰아아아앙

백 갈래의 검기가 몬스터들을 토막 내고 모여 꽃을 피워 귀가 멀 정도의 폭음과 함께 폭발했다.


음찔..

멈춰선 몬스터들이 뒤로 한 발 물러선다.


-화르르르륵

불을 한껏 머금은 화룡의 창이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수 무리들과 함께 폭발했다.


-..끼이이이..-

겁에 질린 몬스터들이 또 다시 뒤로 한 발 물러선다.


-모두 총공겨억!-

로즈의 명령과 함께 스킬을 쏟아내며 멈춰선 채 뒤로 한 발짝 물러선 파도를 향해 블러드 문의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파도가 역으로 몰아쳤다.


-..끼..끼에에엑..-


시작은 한 마리였다. 돌아서 도망가는 한 마리를 따라 밀물처럼 다가왔던 파도가 더욱 빠르게 썰물이 되어 빠져나갔다. 블러드 문의 파도가 그 뒤를 따르며 썰물을 집어 삼켰다.


의외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곳은 인부들을 지키던 곳에서 발생했다.


-미안하다-

투아니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빌어먹을”


몬스터를 막아내며 온통 정신이 쏠려 있을 때 마수들이 주축이 된 두 번째 작은 웨이브가 인부들이 있는 곳을 덮쳤다. 투아니를 비롯한 모두가 인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막아 인부들이 입은 피해는 경미했지만 인부들을 몸으로 막아서며 꽤 많은 플레이어들과 울부 짖는 늑대 용병단의 일부가 전사했다.


-미안해 할 필요 업습니다. 놈들도 용병다운 용병으로 죽었다고 기뻐할 겁니다-


갈리안이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힘없는 미소 속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갈리안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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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50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2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50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50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2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6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8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 262 요새 방어전 23.01.12 70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3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9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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