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조회수 :
71,322
추천수 :
1,236
글자수 :
1,580,921

작성
23.01.16 18:00
조회
67
추천
1
글자
12쪽

264 몰려드는 사람들

DUMMY

-쿵 쿵 쿵 쿵..

놈들과 가까워지자 한 쌍의 남녀가 자신들을 바라봤다. 제법이었다. 대부분의 아니 지금까지 봐온 모든 것들은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놈을 마주치면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저 둘은 무덤덤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니 오히려 다가갈수록 이 빌어먹을 오우거 새끼가 두려워하는 것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진다.


씨발..

점점 오추거가 느끼는 공포가 깊어지던 어느 순간 놈이 몸을 돌려 뛰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약해 빠진 오크 놈들도 하지 않는 싸워보지도 않고 겁을 먹고 도망친다.


뭐지..

허세에 찌든든 인간들이 말하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그런 개소리 같은 건가..


다행히 빠르게 따라붙은 인간의 검이 등을 베면서 공포가 분노로 바뀌며 싸움이 시작됐다.


오... 쥑이네..

트윈 오우거를 압도한 인간의 승리로 싸움은 곧 끝이 났다. 느낌 상 일부러 죽이지 않으며 조절하는 느낌이었는데 만약 죽이려 했으면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뒤에서 지켜보던 여인이 쓰러진 오우거의 머리에 손을 대자 움찔거리고 반항하던 놈이 곧 잠잠해졌다. 무슨 능력인지 몰라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기에 호기심이 차올랐지만 지금은 검을 든 남자 인간이 먼저였다.


신기하다. 기존의 기생했던 인간과 같지만 다른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의 생각은 벽에 막힌 듯 공유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

공유가 시작한 순간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대한 나무였다. 곧고 굵은 몸통을 따라 기다란 가지들이 뻗어 있었고 그 위에는 갖가지 색의 꽃들이 만개하고 있었다.


빨강, 검정, 파랑, 보라색의 갖가지 꽃들과 침을 고이게 만드는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탐스럽게 맺혀 있는 과일들.


그 과일들에서 공포, 절망, 피, 어둠, 갖가지 원소들과 알 수 없는 미지의 강력한 향기가 자신을 끌어들었다. 서서히 이끌려 나무에게로 다가갔다.


이대로 끌려가 저 꽃들과 과일을 더 키우는데 영양분이 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렇게 나무에게로 다가갔다.


어? 영양분? 내가 저 나무의 영양분?

불현 듯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내가 저 나무의 영양분을...


흠칫..

걸음을 멈췄다. 인간들이 말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그럼에도 과일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함은 또 다시 자신을 돌아서게 만든다.


소멸한다. 더 머물면 소멸한다...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끼 봐라”

두 명의 남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솟구쳐 올랐다. 다른 생물의 감정을 공유하는 게 아닌 처음으로 직접 느껴 본 공포심은 한 순간에 모든 사고를 앗아갔다.


-팟...

도망쳤다. 멈추는 순간 죽는다. 아니 소멸된다.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소멸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오호홍...-

그림자로 이동하는 자신의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나는 그림자로 이동하는데 밑에서 어떻게...


-아아아아아...-

두려움에 처음으로 소리라는 것을 내질렀다. 벗어났다 생각했는데 살았다 생각했는데...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솟구친 검은 손이 자신의 목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잡아 고정시켰다. 발버둥치지만 그림자에 묶인 듯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열 개로 나눠서 도망쳤다. 모두 다 도망칠 수는 없겠지만 달아난 가지를 다시 모아 또 다시 기생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힘을 모을 수 있다.


-촤라라락..

-톼콰곽...


자신을 잡아 누르던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 열 개의 가지로 나뉘어져 모두 잡아세웠다. 땅 위로 사람의 머리 모양의 그림자가 천천히 올라왔다. 희미하지만 마치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희미했던 입이 벌어지며 자신의 가지 하나를 물어뜯는다.


“그만”

트래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물러난다. 사내의 차가웠던 목소리가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진 것도 잠시 뿐, 말없이 다가온 여인의 손이 자신에게 닿았다.


무언가 밀려들어온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에 저항했다. 저 알 수 없는 것들이 자신에게 들어오면 더 이상의 자유로운 사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기생을 통해 살아가는 자신의 힘 자체는 너무도 미약했기에 아무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사고를... 생각을.. 안 돼.. 제발.. 그만.. 생각을...

아... 황홀하다...

주인님에게 절대 복종을..


녀석의 사고가 녀석의 세상이 끝났다.


[속삭이는 그림자 마수 위스퍼]


특이한 녀석이었다. 자신의 힘 자체는 전무하지만 생물에 기생하며 생각과 기억을 공유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마수는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인형술사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마도 플레이어에게는 힘들겠지만 NPC에게 기생을 시켜 분란을 키운다면...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놈이기에 여섯 번째 권속으로 등록할까 고민했지만 그러면 딱 한 자리가 남는다.


후에 마왕의 새로운 이름을 찾는다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나라의 주인을 바꾸고 과거의 신들과 인류의 전쟁을 겪고 나서야 겨우 얻어낸 이름이기에 언제 새로운 이름을 얻을지 기약이 없다.


“일단 보류”


자신의 그림자에 기생시키기로 결정했다. 크로우의 그림자에 기생을 시작한 놈이 또 다시 부들부들 떨어댄다. 놈의 생각은 알 수가 없지만 뭔가 변태가 된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다.


“너 가서 쓸 만한 마수들 끌고 와”

위스퍼가 멀어져 갔다. 그날 밤 엠마는 쓸 만한 마수 세 마리를 침식시켰다.


다음 날부터 거짓말처럼 대규모 공습이나 틈을 노린 몬스터들의 공격은 사라졌고 덕분에 공사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마침내 한 달 후


-끝났다. 드디어 요새가 완성됐다-

가장 기뻐한 것은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과 영지민들이었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영지를 부흥시키겠다는 약속도 마경 안에 요새를 짓겠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었지만 신임 영주는 약속을 지켰다.


몬스터 웨이브 때 자신들의 목숨을 던져 인부들을 지켜내던 모습은 자그맣게 남아 있던 영지민들의 불신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말없이 높고 튼튼한 요새를 눈으로 담던 로즈가 소리쳤다.


-모두 고생했다. 타놀라는 왕국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며 나아가 대륙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대들의 노고를 잊지 않을 것이며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그대들과 함께 할 것이라 다시 한 번 약속한다-

-와아아. 로즈 백작님 만세-

-타놀라여 영원하라-


아직 요새 내의 모든 시설물들이 완공 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보호해 주는 성벽이 완성된 이상 작업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요새의 완공 소식이 전해지자 영지는 더욱 빠르고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선 요새에서 생산된 철광석들이 영지로 전달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마수의 부산물로만 작업을 하던 모든 대장간에선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 또한 더욱 빠르게 몰려들었다. 마경의 주변에 위치하면서 방파제 역할을 하던 성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처럼 마경 안에 요새를 세운 것은 처음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며 얻은 아이템들이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면서 중소 길드와 팀을 이룬 자들이 몰려들었다.


포션과 식량 같은 소비성 위주 물자가 연일 영지로 끊임없이 들어왔고 소문 또한 빠르게 퍼져나갔다.


-타놀라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영지 안으로 들어서는 사내를 막아선 병사가 허름한 칼을 찬 거지몰골을 한 사내를 막아서며 친절하게 말했다.


-자유기사 오를레앙입니다-

신분증을 내민 사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NPC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유 기사...

대부분이 가진 바 실력이 미흡하여 마땅히 선택받지 못하거나 주인에게서 내쳐진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도 홀로 떠도는 이들이나 큰 사고를 치고 도망 다니는 자들 또한 적지 않았다.


현재 타놀라의 기사 수는 단 세 명이다. 최초 여섯이었지만 반성도 노력도 없는 셋을 쫒아내고 남은 수가 셋이다. 마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서 지금껏 존속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였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수정구가 꺼졌다. 다소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이리아는 왕국 내의 정보조직을 개편하고 벨이 벌리고 있는 뒷세계의 상황을 정리하느라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정보를 찾아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오를레앙]

곧고 올바른 성정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부루나인 출신의 자유 기사. 검을 사용하며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나 영지민을 괴롭히는 영주의 아들을 막아서다 결국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 영지민 일가족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영주의 아들과 호위하던 기사들을 죽이고 도망. 추격대를 모두 죽이고 행방불명 중.


-톡 톡 톡..

자신이 받아 적은 오늘 영지로 들어온 오를레앙의 정보를 들여다보는 로즈의 손가락이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좋다. 너무 좋다. 그런데 너무 외골수다. 플레이어들의 세상은 그들의 세상과 조금은 다르다. 만일 받은 정보 그대로라면 너무도 많은 트러블이 생길 것이 뻔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도 한 번 만나는 봐야할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에는 모든 곳이 다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힘없이 구석에 주저앉은 오를레앙의 시선엔 초점이 없이 흐려져 있었다.


-꼬르르륵...

배가 고프지만 돈이 없다.


-비참하군-

힘없이 고개가 떨구어졌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여인이 자신의 옆에 주저앉았다. 오를레앙의 시선이 여인에게 향했다.


누굴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처 반응하기 전에 자신의 옆에 앉았다.


강하다. 아무리 자신이 약해져 있다하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였다. 갑옷 또한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상급이다.


-먹을래요?-

여인이 손을 내민다.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가 들려있다.


-이유 없는 친절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럼 드세요. 이유가 있어서 드리는 거니까요-


초점 없던 오를레앙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속마음을 뚫어 볼 것처럼 강렬한 눈빛이다.


-우걱, 우적...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사내에게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걸 더 내밀자 또 다시 흡입한다.


-자유기사 오를레앙. 사실 말이 좋아 자유기사지. 법대로 따지면 범죄자죠-

-그래서 체포하실 겁니까?-

-아뇨. 번거롭게 왜요-


오를레앙의 눈에 실망감이 차오른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되죠. 그런데 그놈은 죽을 짓을 했고 귀족이란 이유로 달리 처벌도 받지 않았겠죠. 사적 제재. 남용 되면 안 되겠지만 전 때에 따라선 필요하다고 봐요-


로즈가 손을 내밀었다.


-로즈 아르폰입니다. 오를레앙 당신을 영입하고 싶어요-

-저를 영입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래서 물을게요. 지금도 불의를 보면 못 넘기겠나요?-

-오랜 시간 쫒기고 굶주리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도.. 같은 일이 생긴다면 저는 지체 없이 목을 벨 겁니다-

-음.. 그 때는 나도 돕도록 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영주님-


오를레앙이 로즈의 손을 잡았다.


-근데.. 일단 밥부터 사주시면 안 됩니까?-

-얼마든지요-


사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슴 깊숙한 곳이 막혔던 것이 뚫린 것처럼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2.12.22 78 0 -
공지 주 5일 연재로 전환합니다 22.03.14 70 0 -
공지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02.26 126 0 -
공지 매일 18시에 연재됩니다 +2 22.02.10 1,000 0 -
284 1부를 마치며 +2 23.02.10 61 3 2쪽
283 283 메인 퀘스트 생성 23.02.10 42 2 10쪽
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2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6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8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