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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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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작성
23.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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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5 사고뭉치

DUMMY

-까드득. 멍청한 놈들-

묫자리 찾아가는 것처럼 마경 속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보고 있자니 이가 갈렸다.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은


-그런데.. 우리도 영혼석 찾으러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끊이지 않고 뒤에서 들려오는 저 병신 같은 소리가 더욱 제이든을 화나게 만들었다. 아무리 돈을 주고 일시적으로 고용한 놈들이라곤 해도 저런 머저리 같은 놈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굳게 닫힌 요새의 문이 답답한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하아.. 별 수 없나-

자존심이 상하지만 적당히 타협을 보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지금은 맞다고 생각하고 두 명의 가드를 대동한 제이든이 천천히 요새로 향했다.


-멈춰라. 허가 받지 못한 자는 들어올 수 없다-


요새 위에서 내려다보며 기사가 말했다. 속에서 열불이 치솟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로즈를 만나러 왔다-

-약속은?-

-제이든이라 하면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너.. 감히 백작님께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


쥐어진 손에 힘줄이 돋아나고 붉게 충혈 된 눈이 그가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나.. 나도 귀족이다-

-흠.. 어느 가문의 누구인지 말해주시오-

-나는..-


자신의 가문을 밝힐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제이든을 향해 노기에 찬 기사의 호통이 이어졌다.


-네놈 감히 귀족을 사칭하는 것이냐? 지엄한 국법에 따라..-

-빌어먹을..-


기사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차오르는 수치심과 모멸감 그리고 분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됐어요-

기사의 말을 끊은 로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갈 것 같은 정신이 돌아왔다.


-너에게 제안할 것이.-

-차마 말하지 못할 정도로 가문이 부끄러운 거야?-

-뭐?-


-뚝..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온 후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검을 뽑아든 자신을 붙들고 두 명의 가드들이 자신을 말리고 있었다.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후우..후우..후우..-


연거푸 깊게 숨을 내쉬지만 끓어오른 분노가 가라않질 않는다.


-아니면 가문의 이름을 못 밝힐 만큼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을 아는 거야?-


조롱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몸만 부들거릴 뿐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 힘들게 말을 건넸다.


-제안할 게 있다. 우리와..-

-됐어. 꺼져-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몸이 부들부들 떨린 채로 시선을 로즈에게 고정한다.


-너 같은 새끼들 할 소리야 뻔하지. 양보하는 척 잠시 휴전 그리고 상황 봐서 뒤통수. 아니면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아니라고 이야기 해봐. 한심한 새끼. 올려보느라 목 아프지? 앞으로 넌 계속 나를 그렇게 올려다보게 될 거야-


-툭

제이든의 발치로 일 골드가 떨어진다.


-집에 가다 맛있는 거 사 먹어라. 간다-

-으아아아아아아-


요새 너머에서 분노에 찬 제이든의 비명 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만족하냐고? 천만에..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분명히 덤벼올 것이다. 그 때가 진짜다.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일부는 요새 주변에 남아 있지만 대부분이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마경으로 향하는 유저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위용은 포메이션을 짜지 않아도 그 자체로 대단했다. 거의 모든 몬스터들은 그 위용에 겁을 먹고 도망쳤고 가끔씩 자신의 포악한 성정을 이기지 못하는 놈들이 덤벼들었지만 집중 포화에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몇몇이 인원에 맞는 포메이션을 갖추자 제안했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무리들은 이를 거부했고 당연히 제안은 묵살됐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은 뒤에 빠진 채 무리들을 따랐지만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아이템을 떨구는 몬스터의 모습은 어느덧 그들도 앞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덤벼드는 마수나 몬스터를 향해 플레이어들이 몰려들고 아이템이 떨어질 때마다 소유권을 주장하며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났다.


완전히 부서진 포메이션, 사라져버린 최소한의 동료의식 대신 자리 잡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 상황은 눈에 보일 정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플레이어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갔다. 앞으로 나서서 처리하고 아이템을 수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겪어온 상황들이 그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뛰어. 쳐지면 안 돼-


다가오는 발소리의 크기는 무시한 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소리를 향해 뒤처지지 않게 달려 나간다.


눈앞에 길게 펼쳐진 작은 능선을 넘자 빠르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무리들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됐다. 공걱.. 어?-


수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어.. 어어? 뭐..뭐야. 왜 이리 많아-


먼저 사냥하기 위해 탱커보다 앞서 나온 궁수들 마법을 준비하며 탱커와 나란히 달리던 마법사들 그리고 뒤쳐진 채 자신의 팀을 잃어버린 사제들.


그들을 향해 뒤섞인 마경의 주인들의 파도가 들이닥쳤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악-

-도망가. 도망.. -


사람과 괴수가 뒤섞이며 난장판이 벌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춖을 울리는 발소리에 상황을 파악하고 도주한 자들도 있었고 주변의 사람들을 모아 따로 진형을 구축하고 대비한 자들도 있었으나 한 번 무너진 진형을 복구할 수는 없었다.


-헉 헉 헉.. 씨발. 멍청한 새끼들. 진형만 제대로 갖췄으면 충분히 이겼을 텐데..-


이십여 명의 무리들이 둥글게 방어진을 만든 채로 자신들을 둘러싼 마물들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얼핏 보기에도 수는 삼백이 넘는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방패를 든 사내의 눈이 바닥을 향했다. 플레이어들과 마물들의 죽음 뒤에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아이템들과 몇 권의 스킬 북을 보자니 너무도 죽기 싫었다. 아니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도 억울했다.


이 위기만 지나면 만약 혼자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저것들이 다 자신의 것이었다.


결심했다. 싸움이 시작되면 놈들을 뚫고 나가서 한 개라도 더 아이템을 수거하고 죽는다. 방패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고 길게 숨을 들어 마신다.


-크르르르-


낮게 소리를 내며 조금씩 다가오던 놈들의 발걸음이 멈추고 마경 깊은 곳을 향했다. 그리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요새를 향해 쫒기 듯 뛰어가기 시작했다.


-사..살았다-

주저앉은 플레이어들이 시선에 살았다는 안도감이 깃든 것도 잠시 탐욕에 젖은 채로 주변에 수북이 쌓인 아이템으로 향했다.


-하하하. 이게 다 우리 것이네-

비척거리며 걸어간 사제가 아이템 하나를 집어 들며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시..신성의 목걸이야. 이걸 이렇게..컥-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네 개의 발에 바람을 두른 황소만한 크기의 늑대에게 목이 물린 채 흔들리는 사제가


-으드드득

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고 그 자리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신성의 목걸이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으로 마수의 무리들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고민은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템을 향해 달려 나가고 마수들에게 힘없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하하하. 그래도 난 두 개 주었다-

숨이 끊기기 전 누군가 기쁨에 겨운 소리를 질러 대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어찌 보면 대단하군. 그 틈에도 아이템에 집중하다니-

“현실적인 거지”

-난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빨리 강해지는 거라 생각해-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지켜보며 작게 말을 나누는 그곳으로 마수들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주은 채로 몰려드는 모습은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차곡차곡 크로우의 아공간이 쌓여갔다.



마수들과 플레이어들이 한참 싸우고 있을 때 아이템 수거를 위해 요새를 나서던 블러드 문은 그들을 막아선 무리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싶어서 말이야. 플레이어들을 기만하는 행동을 더는 지켜볼

수가 없어-


처음 보는 사내가 이백이 넘는 무리들을 이끌고 앞을 막아선 채 비아냥거렸다. 무리를 훑은 시선 뒤에 입 꼬리가 올라간다.


-제이든이 시키드나?-

-제이든? 그게 누구지?-


대답과는 달리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있는 제이든을 순간적으로 바라본 사내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마수 무리와 싸우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도와주러 가야해. 비켜-

-그렇게 걱정되면 요새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 그랬어?-


사내의 비아냥에 로즈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린다.


-블러드 문 길드장 로즈와 레가소 왕국의 백작 로즈 아르폰은 달라. 너희가 건드리려 했던 건 로즈 아르폰이였어. 뭐 그 차이를 네가 알 리가 없겠지만-

-지금 나를 무시하는..-

-보아하니 사료 먹이며 키울만한 개는 아닌 것 같고 내 성질 건드리려는 입만 산 일회용 동네 똥개 같은데 비켜 새끼야. 너는 지금 레가소의 백작 앞을 가로막은 거야-


움찔거린 사내가 상황을 구경하는 플레이어들이 보란 듯이 과장된 행동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어의 정당한 권리를 막는 너희와 싸우려는 우리가 두려운 건가? 그 귀족이란 권위를 내려놓고 플레이어라는 동등한 위치로 싸울 배짱도 없는 건가? 블러드 문은 겨우 그 정도인가?-

-놀고 있네. 병신새끼가..-


사내의 과장된 몸짓과 말을 끊으며 로즈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가지고 있는 걸 안 쓰는 게 병신이지 새끼야. 그렇게 정정당당 말하고 싶으면 머릿수나 얼추 맞춰서 오던가, 그리고 그렇게 짖어도 소용없어. 너 사는 곳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사는 곳은 개가 짖는다고 사람이 개랑 싸우지 않거든-

-뭐?-


손가락이 제이든을 가리켰다.


-안 넘어 간다고 가서 꼬리 좀 더 흔들고 사료 좀 더 달라고 해봐-

-이.. 씨바알-


순식간에 뽑아든 검이 로즈의 목으로 빠르게 향했다.


-퍽 퍼억 퍼억

-어?-

순식간에 양 어깨에 창과 검이 꽂히고 하늘을 향해 젖혀진 사내의 황망한 시선이 자신의 이마에 꽂힌 화살로 향했다.


-언제?-

-개가 짖는다고 싸우진 않지만 이빨을 드러내고 물려고 하면 그 땐 다르지-


-툭..

사내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저런 병신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든의 눈이 붉게 충혈 됐다. 어떻게든 먼저 공격하게 만들어서 싸움을 유발하라는 자신의 지시와 달리 먼저 검을 빼고 달려들다 죽어버렸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최소 랭커급 전투 병력 오십 여명이 저 인원 속에 포함되어 있고 싸움이 시작되면 블러드 문을 잡을 인원도 그들이다.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바로 요새를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한번 추락한 위신은 절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자연히 다른 놈들의 반항을 이끌고 계속해서 물고 늘어져 지치게 만들어 요새를 뺏으려던 계획이 시작도 못해보고 난관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 무너뜨려야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가 있다. 시간이 지나고 현 상황에 적응해 버린 후면 너무 늦다.


-하... 이래서 천한 것들이란..-

“뭐야? 또 싸움이야? 로즈 넌 매일 싸움질이냐?


제이든의 욕지거리를 끊으며 한 사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제이든의 고개가 소리를 따라 돌아갔다.


-..케인?-

사고뭉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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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50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 275 사고뭉치 23.01.31 50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2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6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8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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