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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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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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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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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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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73 로즈 아르폰 백작

DUMMY

영지 안이 시끌시끌하다. 표정은 무덤덤하지만 분노로 가득 찬 시선이 끊임없이 영지민을 괴롭히는 플레이어들에게 향한다. 적어도 이 백은 넘는 것 같다.


-휴.. 이거 영지가 시끌시끌하군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제이든이 다가오며 말한다.


-어떤 새끼 덕분에 말이지-

-적당히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저렇게 따지는지 쯧쯧.. 이거 힘없는 영지민들이 힘들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이야. 어떤 새끼인지 현실에서도 저렇게 생활하면서 고귀한 척 할 텐데 확 대가리를 깨버릴까?-


로즈가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제이든의 눈매가 꿈틀거린다.


-누가 사주했다는 뜻입니까?-

-글쎄 어떤 좆같은 새끼가 다른 좆같은 새끼들한테 저런 좆같은 일을 시키면서 자기는 우월하다는 좆같은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좆같이 키득거리고 있겠지. 좆같은 새끼-

-..너..-

-씨발. 앞에서 덤비지도 못 하면서 저런 짓을 시키는 그 피는 얼마나 좆같을까? 어떻게 생각해?-

-이런 개 같은..-


비웃음을 머금은 로즈의 얼굴이 한층 더 다가갔다. 호위하는 자들 중 검을 든 이의 손이 검으로 다가갔다.


-호.. 사료 제대로 먹이나 봐? 간식도 잘 주면서. 주인 똥냄새나 맡으면서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놈이 꿈틀거리네?-

-너는 꼭 내 손으로 죽인다-

-누구 닮아서 좆같은 소리를 하네-

-그만. 가자-


발걸음을 돌리던 제이든이 로즈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만약 내가 일을 꾸민 자라면 이대로는 안 끝내겠지-


피식거린 로즈가 손을 휘저었다.


-좆같은 새끼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냄새난다. 저리 가라-


이를 간 제이든이 두 걸음을 나갔을 때 로즈가 그들을 불렀다.


-어이 검든 놈. 한 발 뒤로 물러서 걸어라. 좆같은 주인놈 그림자 밞았다. 이 새끼야-

-이런 씨바아알..-


사내가 돌아서며 검을 뽑았다. 로즈의 얼굴에 악귀 같은 미소가 덤으로 걸렸다.


-턱

창을 든 사내의 손이 검을 뽑는 사내의 팔꿈치를 누르고 고개를 젓는다.


-어머. 빠르네? 아쉽다. 그대로 덤비면 좋았을 걸-

-도발은 그만하지-


창을 든 사내의 낮은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있다.


-진즉에 니 주인에게도 말하지 그랬니-


또 다시 세 명이 멀어져간다. 그 뒤를 로즈의 목소리가 따라 붙었다.


-야. 니들 사료 주는 대로 맛있다고 다 받아먹기만 하면 안 돼. 가끔은 낑낑대고 먹지 말아야 특식도 나오고 간식도 더 나온다-


사내들이 이가는 소리를 내며 멀어져간다. 멀리서 바라보던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절대로 로즈와 말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하루가 지난 후 횡포는 더욱 잦아지고 정도가 심해졌다. 분쟁을 말리는 길드원들과도 언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결국 다음날 선을 넘었다.


-우당탕..

-꺄아아아악-

-이 씨발. 내가 만만하게 보여. 과일이 맛이 없으면 팔지를 말아야지. 벌써 며칠 째야. 엉-


노점상을 뒤엎은 사내가 소리를 지르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너 죽고 싶어? 내 말이 우스워?-

-제..제가 그래서 팔지 않겠다고..-

-아 씨발. 열 받네. 야. 너 사람 차별 하냐? 컴플레인 좀 했다고 손님 취급도 안 하겠다는 거야? 엉?-


사내가 검을 뽑아들고 여인을 가리켰다.


-너 씨발. 혼 좀 나자-

-칼 집어넣어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씨발. 이건 또 뭐야. 잘나신 블러드 문 아니야. 칼 좀 뽑았다고 공격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마지막 경고다. 칼 집어넣어-

-헤에? 못 하겠다면?-


-커헉-

복부를 파고든 주먹에 사내의 몸이 떠오르고 얼굴을 쥔 손이 그대로 땅으로 꽂혔다.


-콰앙

-내가 경고했지. 양아치 같은 새끼들아. 덤비려면 우리한테 덤벼. 애꿎은 영지민들 괴롭히지 말고-


-쾅 쾅 콰앙 쾅..

연이어 주먹이 안면에 꽂히고 부들거리던 사내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 결국 사고쳤네.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

무투가 얀의 얼굴엔 막힌 속이 뚫린 것처럼 시원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잘 했어-

로즈가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 안 내는 거야?-

얀의 말에 다시 시원하게 웃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였어. 내가 저지르고 싶었는데 명색이 부길드장인데 내가 그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조지라고 말 할 수도 없잖아. 네가 참았더라도 우리가 공격할 때까지 더 심하게 했을 거야-

-그런데 상황이..-


얀이 노점상 여인을 괴롭히던 플레이어를 처치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항의가 시작되고 점점 더 노골적으로 거세졌다.


제이든과 함께 시작했던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과 그동안 블러드 문이 잘 되는 걸 시기하던 인원들 그리고 이참에 요금 체계를 낮추려는 사람들 그리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항의하는 사람들로 그 수가 점점 늘어만 갔다.


-영지민들은 다 피난 시켰지?-

-응. 모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어-

-사람들은 참 이상한 게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거야. 나를 블러드 문의 부길드장으로만 보고 나 로즈 아르폰이 레가소 왕국의 고위 귀족 백작이라는 걸 의식적으로 외면한다는 거야. 하루만 더 내버려 둬. 절정에 올랐을 때 찍어줘야 제대로 인식하지-


집무실에 함께 했던 간부들과 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동안 로즈가 보여 온 모습과 전쟁에서의 모습은 그들이 믿음을 갖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케인을 통해서 길드에 들어온 이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그 반증이었고 다른 세력과의 조율 또한 훌륭했지만 대부분이 길드장으로서의 역할이었을 뿐 고위 귀족으로서의 모습은 따로 보여준 것이 없었기에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부길드장 로즈는 또한 레가소 국왕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로즈 아르폰 백작이었다.


그날 밤 타놀라 영지와 프론티어 요새에 관한 글들이 다수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두 곳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 글이 많았고 단순히 레벨업과 아이템 획득을 목적으로 한 이들은 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로즈의 무능함을 탓하는 글들이 많았다.


흔드는 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지 못하는 로즈의 무능함과 연약함을 말하고 케인이 자리를 비우니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 주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잘 되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요새를 짓느라 소모된 돈, 시간, 노력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계속 흔들린다면 비싼 물가와 출입료가 이참에 낮아지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언더독을 응원하고 열광하지만 별이 질 때 더욱 열광하고 박수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 별이 크면 클수록 더욱 비참하게 추락할수록...


-로즈는 나와서 해명하라-

-길드장 케인은 나와서 해명하라-

-단순 항의를 죽음으로 내몬 블러드 문은 사과하라-


-웅성웅성


날이 바뀌자 대로에서 항의하던 플레이어들이 영주성 앞에 모여 어제 보다 더욱 거세게 항의를 이어갔다. 그 수가 어제보다 더욱 많아졌다.


-흠.. 대충 분위기는 무르익었네. 조금 더 사람이 몰리면 돈을 주고 산 놈들에게 영주성을 공격하라고 해. 우리 애들은 티 안 나게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라 하고-


흡족한 얼굴의 제이든이 검을 든 자신의 가드에게 말하자 귓속말로 누군가에게 전한다.


-멍청한 새끼들-

우스웠다. 자신만의 줏대도 최소한의 철학도 없이 그저 돈 몇 푼에 저렇게 휘둘리는 것들이 너무도 하찮게 보였다. 심지어 대다수가 자신과 상관도 없는 것들이었다.


누군가 흔든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나 자신에게 떡고물이 떨어질까 더욱 나서서 움직이는 것들도 있다.


만일 자신이 요새를 차지한다면...

지금 요금의 두 배, 세 배로 인상할 것이다.


만일 다른 길드에서 똑같이 요새를 짓는다면...

그 때는 담합을 하면 된다. 어차피 세상은 지금껏 자신들과 같이 가진 자들의 의지대로 굴러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것이다.


-멍청한 새...-


-콰앙..


제이든의 상념을 끊는 폭음이 울리고 로즈가 성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제이든 또한 자신도 모르게 집중했다.


-아아아.. 거기 떠드는 새끼는 닥치고 모두 주목-

일부 수군거리던 자들이 벙찐 표정으로 로즈를 바라봤다.


-좋아. 조용하네. 마음에 들어. 요 며칠 당신들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건 나도 확실히 인지했어. 사실 그 정도로 불만이 많은 줄은 나도 몰랐어.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한 사과가 늦었다는 것 또한 사과하지-


-웅성웅성

사람들이 웅성거림이 커졌다. 출입료가 없어지고 요새의 모든 요금이 대폭 삭감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자신들의 흔들기가 크게 먹혔다는 승리감에 사람들의 표정을 밝았고 제이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상인 놈들이란..-

현실의 귀족들도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가문의 힘을 이용해 오랜 시간 상단을 기업을 키우고 사람을 내세워 C.E.O 자리에 앉히고 자신들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고 시대가 변하면서 보잘 것 없는 혈통을 가진 것들이 돈을 벌어 조금씩 자신들만의 세상에 들어왔다.


겉으로는 눈을 맞추며 악수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고귀한 혈통인 자신들에게 허리를 숙여야 하는 것들이 저 로즈 같은 것들이다.


-쯧. 저래서 천한 것들이란...-

제이든의 중얼거림을 끊고 로즈가 말을 이었다.


-해서 나는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한다. 11:50:00 지금부터 약 10분 후 타놀라와 프론티어에 플레이어의 출입을 금한다.


이는 위대하신 그라리스 레가소 국왕 폐하의 제가를 얻어 시행함을 밝히고 이를 어길 시 왕국에 대한 반란으로 간주하여 지엄한 국법에 의해 처벌한다-

-.......-


모두가 말을 잊은 채 멍한 표정으로 성벽 위의 로즈를 바라보았다.


-추가로 지금 이 순간부터 조그마한 행패를 부리는 놈이 있다면 로즈 아르폰 백작의 이름을 걸고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타국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그곳의 귀족을 통해서 불이익을 줄 것이다.


아마도 불이익을 무마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중 많은 것을 그 귀족에게 내줘야 할 것이다. 만약 내 이름으로 안 된다면 케인 길드장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9분 남았다-

말을 마친 로즈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9:12:25 후로는 로즈 아르폰 백작의 허가 없이는 타놀라 영지와 프론티어 요새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진입할 경우 반란죄가 적용됩니다.

-부활 포인트가 에녹스 영지로 강제 변경됩니다.

-접속 포인트가 에녹스 영지로 강제 변경됩니다.

-로즈 아르폰 백작의 허가 없이는 타놀라 영지 내에 부활 및 접속 포인트를 지정할 수 없습니다.


-어어어... 이거 뭐야?-

-지금 장난해. 시팔 이게 뭐야. 로즈 나와서 해명해-

-이거 빨리 안 풀어-


사람들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반란죄? 그깟 항의 좀 했다고 반란죄? 그리고 에녹스 영지?


여기서 하루거리에 있는 에녹스 영지에 부활, 접속 포인트가 강제로 변경됐으니 여기서 죽거나 로그 아웃하면 에녹스 영지에서 하루라는 시간을 들여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한다.


-척 척 척 척

병사들과 용병들 그리고 블러드 문 길드원들이 시위중인 플레이어들을 압박해 들어왔다. 오직 성문으로 향하는 길만 비워둔 채로


-시팔. 장난해? 이것들은 또 뭐야-

화가 나 얼굴이 붉어진 사내가 무기를 꺼내들자 동료가 다급하게 말린다.


-미쳤어? 이 멍청아. 건드리면 반란이라잖아-

-시팔. 그까짓 거 저지르지 뭐-

-이 멍청한 새끼가. 레가소 왕국에 있는 동안 반란죄로 어딜 가나 병사들은 물론이고 국가 포인트를 노리는 플레이어들에게도 사냥 당한다고,


더구나 타국에 가더라도 반란에 관련됐다고 제대로 된 퀘스트도 활동도 힘들어진다. 너 그 칼 한 번 휘두르고 접을 거냐?-

-그건.. 케인이나 블러드 문도..-

-그 사람들은 성공했잖아. 너 왕국하고 싸울 자신 있냐?-

-.....-

-시간 없어 새끼야. 닥치고 따라와. 빨리 나가야 돼-


그 둘을 시작으로 눈치를 보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성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동안 블러드 문과 좋은 관계를 이어왔거나 새롭게 관계를 맺은 이들만이 남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시선이 로즈가 사라진 성벽 위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 속엔 절대로 블러드 문 아니 로즈와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깊게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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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메인 퀘스트 생성 23.02.10 42 2 10쪽
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2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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