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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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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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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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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DUMMY

타고난 강함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이것이 나 영혼 포식자의 본질이다. 나는 태어나자마자허약하다는 이유로 어미에게 버려졌다.


사체들을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던 나는 어느 날 상

처 입고 숨이 끊어져가던 놈을 뜯어 먹었다. 본능적

으로 반항하려던 놈을 비웃으며 산 채로 뜯어먹던 나

는 전율했다.


놈의 영혼이 기억이 내게로 스며들며 쥐꼬리만큼 이지만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그 때부터였다. 싸움이 일어나는 곳을 쫓아다니며 상처 입고 죽어가는 놈들을 뜯어 먹으며조금씩 강해졌다. 덕분에 죽을 뻔한 경우도 셀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이 상처 입고 숨어 있던 나를 낳아준 어미를 만났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어미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뜯어먹었다.


그 때가 내가 처음으로 느낀 별미였다.


타고난 육체의 허약함에 영혼이 강해지는 만큼 육체가 따라오지 못했기에 열등감에 쩌든 난 강한 놈들의 새끼에 직찹했다.


그것이 정답이었다. 갓 태어난 새끼의 영혼의 순수함은 허약했던 나의 육체를 좀 더 빠르게 강화시켰다.


어느덧 무리를 이끌며 영혼을 포식하고 있을 때 타이툰을 만났다. 놈의 영혼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함 그리고 놈에게 깃든 또 다른 알 수 없는 영혼의 향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놈을 공격했고 죽을 뻔했다. 무리를 잃고 상처 입은 난 마경의 중심으로부터 도망쳤다. 상대적으로 약한 놈들이 있는 곳에서 몸을 회복한 후 다시 힘을 모은다.


난 운이 좋은 놈이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인간을 만났다. 놈의 영혼을 포식하고 난 뒤에 다수의 살인을 하고 도망친 놈이란 걸 알았다.


나는 인간에게서 비열함과 치사함을 배웠다.

덧붙여 인간의 말까지..


힘을 회복하며 다시 무리를 모으면서 영혼만 포식하는 법을 깨우쳤다. 인간의 말로 표현하면 엑기스만 추려 먹는다고 할까..


배를 채우는 것과 달리 강한 영혼일수록 영혼만 취해서 먹었다.


다시 인마족 주위를 배회하며 지켜 본 결과 흡수한 인간의 영혼을 통해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타이툰이 사냥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마을 밖에서 놀던 아이들을 잡아 놈의 영혼을 요구했다.


놈이 분노하는 모습에 오줌을 지렸다. 나도 아이와 같이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응? 그런데 놈이 순순히 자신의 영혼을 내줬다.


멍청한 인간 놈들..

아이 시팔.. 그 때 생각하면 쫄았던 내가 진짜...


영혼을 포식하고 난 뒤도 문제였다. 알 수 없는 영혼은 결국 취하지 못했지만 타이툰 이놈의 영혼이 포기하지 않고 저항했다. 결국 놈을 소화시키는데 1년이 걸렸다.


이번에도 죽을 뻔한 후 애들을 풀어서 놈들을 관찰했다. 가는 족족 목이 잘려서 죽었지만 계속 보냈고 그 결과 답을 찾았다.


이놈은 애들만 보면 좋아서 죽는다. 지금도 애들과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다.


답은 나왔다. 경험이 말해준다. 이번에도 애들이 답이다.

병신 같은 인간 놈들...


아..씨바..

욕이 나온다. 놈들이 마을 주변을 청소하며 주변에 마수의 씨가 마르고 코를 찌르는 마수들의 피 냄새로 두려움에 다가가는 마수들도 없건만 아이들이 마을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이틀 사흘 시간이 지나도 사냥을 나가는 놈들과 전사들 말고는 마을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달콤한 영혼을 먹고 싶은 마음에 속이 타들어가고 벌어진 입으로 침이 흘러내린다.


또 다시 하루가 흘렀을 때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들이 마을 밖으로 나와 과일을 따기 시작했다. 저것들을 인질로 사용할까 솟구치는 욕구를 간신히 억제했다.


아....

드디어 아이들이 여인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강해보이는 전사 몇이 같이 하고 있지만 문제는 없다. 마수 몇 죽어도 아이들만 확보하면 된다.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얘들아 멀리 떨어지면 안 돼-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인지 어른들의 만류에도 아이들이 뛰어 놀며 조금씩 어른들에게서 멀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내가 이래서 아이들을 좋아한다...


멀어지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어른들의 경계심도 조금씩 옅어져갔다.


-까르르르-


-툭

아이들이 웃으며 다가와 풀숲에 숨어있는 나에게 부딪치며 시선을 맞추곤 주저앉는다.


-안녕. 아저씨는 마수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기다란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안았다. 참고로 난 이족 보행 마수다.


사냥을 끝내고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 평상시와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분주하게 일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뭔가 일이 터졌군-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호오.. 드디어 왔군-

마수들에게 둘러싸여 몸을 숨긴 이족 보행 마수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일행을 반겼다.


-아이들을 살리고 싶나? 그렇다면 네놈에 깃든 그 달콤한 영혼을 내놔라-

놈의 기다랗고 날카로운 손톱이 아이의 목에 한 줄기 선혈을 흐르게 만들었다.


-안 돼.. 레나야.. 흑흑-

하필 상대가 자신에게 먼저 반말로 말을 건네던 레나다. 마수의 얼굴에 미소가 깃든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뒤질라고..-

“어째 이럴 것 같더라”


발끈하는 메이린을 잡아 세우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를 인질로 잡은 것이 제대로 먹혔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요 며칠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아마도 영혼 포식자라는 저놈이 수월과 동조 하는 걸 느끼고 찾아온 것 같다.


달콤한 향기라..

수월은 용이다. 비바람을 부리고 천둥 번개를 다스리며 인간을 돕는 선한 존재이며 서양의 포악한 드래곤과는 기본 바탕부터가 다른 존재..


“응? 드래곤?”


-이봐. 인간. 난 지금 몹시 허기져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일단 한 명 죽여야 말이 통할까?-

“좋아. 주겠다. 그런데 네가 약속을 지킬 거라는 걸 어떻게 믿지?”

-영혼을 넘겨주면 이곳에 더 이상 볼 일은 없다. 내가 왜 그동안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나. 나를 자극할만한 영혼이 이곳엔 없다.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도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없었다-

“좋아. 주겠다. 대신 더 이상 아이들 몸에 손을 대면 넌 반드시 죽어”

-걱정마라. 영혼을 먹으면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맛보지 못했던 영혼들을 먹을 거다-


무기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갔다. 울레타가 앞을 막아선다.


-안 된다.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아이들의 희생은 가슴 아프지만 지금 저것들을 처리해야한다-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그렇게 눈동자랑 목소리가 떨리면 어떡해요. 별일 없을 테니 지켜보세요“


울레타를 지나치며 작게 말했다.


-그만 멈춰서라. 더 이상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영혼을 꺼내라-

“그러지”


잠시 아이들과 부족민을 둘러보고 눈을 감았다.


“[마수화][케세로스]”


푸화아악...

거침없이 뿜어낸 마기와 혼돈이 순식간에 마을을 뒤덮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피부를 뒤덮은 검은 비늘과 세로로 길게 갈라진 노란 눈동자가 영혼 포식자를 직시했다.


-아아아아아...-

품에 안은 아이들을 놓친 채 부들부들 떨어댔다.


압도적인 폭력, 잔인함, 잔혹, 비교할 수 없는 영혼의 격.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도 영혼 포식자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무섭다. 두렵다. 하지만 저 영혼을 포식한다면

나는.. 나는 절대자가 될 수 있다.

눈앞의 영혼을 향해 뻗은 손이 떨린다. 벌어진 입에선 침이 흘러내린다.


두렵다. 무섭다. 하지만 먹고 싶다.

저 천상의 진미를 먹고 싶다.


내놔라. 무섭다. 내놔라. 두렵다. 내놔라...

내놔라아아아아...


길게 뻗은 손이 크로우의 몸에 닿았다.


아.....

영혼이 무너졌다.


-멍청한 놈. 그만 기운을 걷어라. 아이들을 죽일 셈이냐-


칼라스만과 메이린이 지나쳐 마수 무리로 향했다. 겁에 질린 놈들이 굳은 듯 제자리에서 떨고만 있다.


메이린이 아이들을 안은 채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서걱 서걱..

움직이지 못하는 마수들의 목이 순식간에 바닥을 뒹군다.


[영혼석 / 전설]

하나의 영혼을 담을 수 있습니다.


영혼 포식자가 영혼이 무너지고 뱉어낸 영혼석을 케세로스가 집어 들었다.


-존귀한 존재시여. 미천한 울레타가 인사드립니다-

울레타를 따라 모든 인마족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인마족이군-

낮고 굵은 목소리가 마을을 울렸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인마족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너무 약해졌어. 너희 시조에 비해 너무 약해-

-외람되오나 저희 시조를 아십니까?-

-그야 내가 너희 시조를 만들었으니까. 정확히는 잠들어 있는 마수의 혼을 깨워줬다는 것이 맞겠군. 흠.. 과거 혼돈의 시대에 비하면 마기가 약해졌으니 그만큼 약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겠군-

-부끄럽습니다-


세로로 길게 갈라진 눈이 사당을 향했다.


-저곳엔 무엇이 있지?-

-그것이..-

-아니. 앞장서라. 직접 확인하겠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누워 있는 타이툰을 보며 케세로스가 말을 이었다.


-잠들어 있던 고대 마수의 혼이 곧 깨어날 거다-

-제 아들이 깨어나는 겁니까?-

-아니. 말 그대로 마수가 깨어나면 흔적만 남은 네 아들의 영혼은 잡아먹히고 마수의 본능만 남게 된다. 그리고 너희를 학살하겠지. 육체를 죽여라-


주저앉는 울레타를 무시하며 말이 이어졌다.


-마기가 턱없이 부족하니 원래는 깨어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좀 전에 내 마기에 자극 받아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삼일이면 눈을 뜰 것이다-

-..그럴 수는..-


영혼석을 꺼내 들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수월의 영혼을 옮겨 네 아들에게 옮기는 거다. 그러면 영혼의 잔재를 받아들이고 기억을 일부 이어받겠지.


수월이 먼저 영혼을 차지한 만큼 잠들어 있는 놈이

깨어나는 시간도 늦어질 것이고 먼저 자리를 잡은 수월이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놈을 길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선택해라. 따를 것인지 육체를 파괴할 것인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 따르겠습니다-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 케세로스의 손이 제단 위의 주먹만 한 돌로 향했다.


-이게 남아 있었군-

케세로스의 마기가 흘러들어가자 돌에 금이 가며 부서져 내리고 붉게 빛나는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 시조에게 내가 준 것이니 다시 가져가겠다. 너희들은 감당 못 할 물건이다-

그렇게 크로우의 인벤토리로 붉게 빛나는 돌이 들어갔다.


[강화 영혼석 / 전설]


처음엔 반대하던 수월도 크로우의 설득에 결국 뜻에 따르기로 했다. 과정은 간단했다. 흑과백에 머물던 수월의 혼이 영혼석으로 옮겨가고 타이툰의 심장에 놓여진 영혼석이 붉은 빛을 뿜어내다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것이 끝이었다.


케세로스의 말로는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린다 했으니 내일이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케세로스에게 물었다. 왜 네가 아니라 수월을 선택했냐고


-멍청한 주인 놈아. 영혼석도 나를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저 인간이 제법 강하긴 하지만 내가 깃들면 육체가 한 달이면 붕괴될 거다.


물론 수월을 담기에도 부족하긴 하지만 녀석은 나와 다른 조화와 풍요의 존재라 가능할 것이다.


나를 담기에는 부족하지만 강화 영혼석을 뺏어왔으니 나중에라도 제대로 된 육체를 찾으면 나도 꼭 수월처럼 해줘라. 대신 그놈의 영혼이 소멸됐거나 상당히 마모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두 영혼이 싸우다 육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폼은 다 잡지만 참 알기 쉬운 놈이다. 그런데 케세로스의 영혼을 담고도 버틸 육체라면 그랜드 마스터 급은 돼야 하지 않을까?


참 답이 없는 요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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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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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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