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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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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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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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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2 요새를 파세요

DUMMY

크로우 일행이 인마족 마을에 머물고 있을 때 프론티어 요새로 손님이 찾아왔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만남을 요구해 거절했으나 사냥하는 곳까지 찾아와 만남을 요구했다.


회의실에 마주 앉은 사내는 연신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 경호하듯이 서있는 갑옷을 입은 두 명의 사내를 보는 로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뒤에 두 명은 뭡니까?-

-하하하. 제 가드들입니다-

-가드? 누구에게서 보호한다는 거죠? 나한테서? 오히려 주인인 나는 혼자 있는데?-

-작은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죠. 반갑습니다. 제이든입니다-


사내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현실 세계에서 힘 있고 돈 있는 놈의 냄새가 난다. 한마디로 재수가 없는 놈이다.


-악수는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에 하기로 하죠. 그리고 처음부터 자기 이름을 밝혔으면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도 없었겠죠-


내민 손을 거둬들인 사내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무리 게임 속이라 하더라도 제 이름을 저에게서 직접 들을 자격이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J.K 그룹의 직계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느낌대로 재수 없는 새끼였네. 찾아온 목적이나 말 해-


차가운 목소리였다. 제이든을 경호하던 두 명의 사내가 꿈틀거렸다.


-이런. 아직은 이해를 못하는군요. 하지만 곧 이해하게 되겠죠. 좋습니다.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프론티어 요새를 제게 파세요. 일억 달러 드리겠습니다-

-뭐?-

-요새를 세울 능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번거롭고 귀찮은 건 질색이라서요-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알고 있어?-

-몸을 쓰고 번거로운 건 당신 같은 상인 가문에서 하고 우리는 하던 대로 돈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겁니다. 부족하다면 이천 달러 더 드리죠-

-네 말 따라 요새를 지으면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모두가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힘들게 올린 요새다. 무엇보다도 요새에는 우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그걸 고작 돈 몇푼에 사겠다고?-

-의자라.. 그렇군요.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억 달러 드리죠-

-킥... 킥킥킥-


배를 잡고 한참을 웃던 로즈가 환한 얼굴로 답했다.


-나가 새끼들아. 뒤지기 싫으면-

-이해를 못 하는군요-


사내가 테이블 위에 차고 있던 검을 올렸다.


-빙무검입니다. 이번에 북쪽 빙토를 공략하고 얻은 전리품이죠. 사람을 부리고 결과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합당한 치하와 보상으로 그들의 충성을 이끌어냅니다-


제이든이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며 작게 속삭였다.


-멍청한 상인 집안 따위가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나? 우리가 마음먹으면 너희 길드 해체시키는 건 일도 아니란 거야. 그러니 돈을 줄 때 무릎을 꿇고 받아들여-


-챙..


제이든의 눈앞에서 창과 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제이든의 눈이 커지면서 다급하게 몸을 세웠다.


-이 빌어먹을 년이 감히 누구..-

-너 싸움은 좁밥이구나?-

-이이이...-


제이든이 이를 갈며 로즈를 노려보자 창을 거둔 로즈가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


-어디 다닐 때 뒤에 애들 항상 같이 다녀라. 너는 칼 맞아 뒤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설치지는 말고 우리 길드원들한테 혼난다?-

-개소리마라.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전원 랭커급이고 여기 두 명은 비공인 하이랭커다. 너희 같은 얼치기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수많은 전장을 해쳐온 이들이다. 오늘 일은 후회하게 될 거다. 가자-

-어이. 머저리-


문을 열고 나가는 제이든을 불러 세웠다.


-운 좋은 줄 알아. 나니까 이러고 보내지. 케인 길드장 있었으면 너희 개처럼 끌려 다니다 맞아 죽었을 거야-

-케인? 그런 부풀려진 놈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 말했을 텐데 우리 애들은 전부 실전으로 다져진 놈들이라고-


-콰앙


요란하게 문이 닫히고 세 명이 사라진 뒤 채찍을 찬 헬레인이 들어왔다.


-그냥 보낼 거야?-

-내버려 둬. 무기를 먼저 꺼내면 구실로 삼아 죽이려 했는데 내가 먼저 휘둘러버렸네-

-귀찮게 하겠지?-

-적당히 긁어놨으니 그러겠지. 대놓고 시비를 걸지는 않을 테니까 길드원들에게 도발에 넘어가지 않게 주의하라고 전달해야지 -

-다들 그 성깔에 되겠어?-

-그것도 그러네. 하하하-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끄으응..-


다음 날 타이툰 이제는 수월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일 년이 넘게 움직이지 않았던 몸에영혼이 바뀐 상태라 움직이는 게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어때? 힘들어?”

-하하하. 괜찮습니다. 다만 조금 어색할 뿐입니다-

“답답한 반지 속에 있는 것 보다 좋을 것 같아서 말했는데 괜히 고집부린 거 아닌가 모르겠어”

-저 생각해서 말씀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삶을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수월이 휘청이며 벽을 짚었다.


-몸의 주인이었던 인간의 영혼 잔재가 섞이면서 조금은 어지럽습니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사당의 문을 열고 나오는 둘을 앞에서 맞이한 건 울레타였다. 깊게 패인 주름이 울먹이며 더욱 깊고 진해진 채로 천천히 다가와 수월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타이툰아...-


울레타가 흐느끼고 수월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것이 모정이라는 것이군요. 따뜻합니다. 영혼의 잔재가 미안해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눈을 감은 채 울레타를 안았다.


-타이툰이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그만 자기를 잊어 달라고 합니다. 아... 영혼의 잔재가 사라졌습니다-


수월이 눈을 뜨고 무너지는 울레타를 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모두가 슬픈 눈으로 둘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고 있었다.


다음 날 크로우 일행이 마을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앞에는 인마족이 서 있었고 수월 또한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주인이시여..-

“이게 맞는 것 같아. 몸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간도 걸릴 테고 부족민들이 너를 따르고 너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 것 같으니 더는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아“

-하지만 저는 주인...-

“예전처럼 혼자 있지 말고 이곳이 고향이라고 생각해. 가끔 들릴 테니까 한 번씩 모험도 같이 하자고“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울레타가 앞으로 나와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그 안에는 영혼석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이건 사당 안에 있던 것 아닙니까?”

-받아주십시오. 드릴 것이 이것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에 생겨납니다. 그리고 저희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위대하신 존재께서 강림하고 난 뒤로 저희와 함께하는 마수들의 영혼이 한층 강화 되었습니다. 너무도 부족하지만 이것만이라도 받아주십시오-

“그러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 말 같이 탈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말? 그게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한참을 설명한 후에야 울레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부님께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외부인들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탔던 네 발 달린 짐승을 말하는 것이지요? 비슷한 것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온순한 놈들인데 누군가 자기들을 건들면 어떤 마수보다도 무섭게 돌변합니다. 우두머리만 길들이면 다른 놈들은 저절로 따라올 테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굉장히 사납고 무서운 놈들입니다-

“하하하. 잘 됐네요. 그럼 잠시 들렸다 가면 되겠네요. 그럼 잘들 지내시고 또 찾아오겠습니다-


수월을 안아주고 발길을 돌렸다. 자신을 따라오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아마도 수월일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혼자 외롭게 호수에서 미쳐가던 녀석이었다.


같이 다니며 싸우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잘 지내라. 또 올게”


그렇게 마을에서 멀어져 갔다.



해가 지면 세상은 어두워진다. 전기와 전구가 없는 중세의 시대는 오늘 같이 구름에 달이 가려진 날이면 칠흑처럼 어두워진다.


외성 성벽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횃불이 타오르고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살피는 병사들의 눈매가 이제는 제법 날카로웠다.


-백작님이 오신 후 모든 게 나아졌지만 야간 경계 근무는 너무 지루해졌어. 예전에는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것들이 성벽 밑을 지나다니곤 했는데 말이야-

-허튼 소리 하지 마. 설마 그 때가 그립다는 소리는 아니지-

-큰일 날 소리 하고 있네. 그냥 너무 아무 일도 없으니 조금은 지루하다는 거지-

-이놈아. 아무 일도 없어야 네 토끼 같은 마누라랑 자식 놈들이 아무 일 없이... 응? 저건 뭐야?-

-장난치지 마라. 그런다고 내가 속아... 어? 저거.. 불? 헉, 불이다. 빨리 종을 쳐-


밤늦은 시간 다급하게 종소리가 타놀라 영지에 울려 퍼지고 영지 내의 모두가 불을 끄기 위해 밤새도록 다급하게 움직였다.


-피해 상황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만 꽤 넓은 농지가 불에 탔습니다-

-원인은 확인 됐어?-

-방화로 추정, 아니 방화입니다-

-쯧.. 이 새끼들 생각보다 추접하게 노네-


로즈의 이마에 깊은 고랑이 생겼다. 지금껏 아무 문제없던 농지가 불에 탔다. 그것도 세 곳에서 거의 동시에.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지른 것이 확실한데 당장 떠오르는 것은 요새를 팔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던 제이든이다.


-결국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셈이니 피해를 입은 영지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나올 테니까 쉽게 흥분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전달하고-

-알겠습니다-


혼자 남은 로즈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어렸다. 대단한 놈인 것처럼 말하더니 하는 짓은 삼류 양아치다.


이런 놈들은 비슷하다. 자존심에 조금만 스크래치가 나도 알아서 발끈할 테니 그 때 대가리를 깨면 된다.


그래도 케인이 자리를 비운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있었다면 벌써 다 대가리깨고 다녔을 텐데..


-아유. 진짜 이 오빠새끼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영지가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들린다.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 칼을 수리해달라고 맡겼더니 내구도를 다 깎아 먹으면 어떻게 해-

-이런 호로새끼를 봤나. 다 망가진 걸 그래도 쓸 만하게 만들어줬더니 어디서 개소리를 하는 거야-

-실력이 없으면 대장간 접어. 이 사기꾼 놈아-


시작은 대장간이었다.


-이런 젠장. 과일이 하나도 안 달잖아. 나한테 사기 친 거야?-

-당도는 확실합니다. 제가 직접 재배한 겁니다-

-이 아줌마가 내가 지금 트집 잡는다는 말이야?-

-죄..죄송합니다-


처음에는 한 두 곳에서 시작하던 분쟁이 날이 지날수록 대장간에서 식당에서 노점상에서 영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봐. 적당히 해라-

-뭐야. 지금 자기 영지민이라고 편드는 거야. 과일이 맛이 없잖아-

-넌 지금 칼을 차고 힘없는 여인을 겁박하고 있다-

-칫.. 아줌마 다음에 또 사기 치면 그 때는 조용히 안 넘어가-


멀어져 가는 사내를 바라보던 얀에게 노점상 여인이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영지에 소속된 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저런 자들이 많습니까?-

-예.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부쩍 늘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제이든은 교묘했다. 절대 과하지 않게 블러드 문에서 간섭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은 채 영지 이곳저곳에서 작은 시비들을 끊임없이 일으켰고 영지민들의 피로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드센 대장장이들이야 같이 욕지거리라도 날리지만 평범한 노점상과 가게 그리고 식당에서는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번번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일부 플레이어들이 말리다 싸움이 벌어지고 식당 안이 난장판이 됐지만


-난 그냥 음식이 맛없다고 작게 항의했을 뿐인데 저놈들이 나를 먼저 공격했다니까-


교묘하게 상대를 자극해 공격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책임을 피해나갔다. 누군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것이 분명했다.


좆같은 새끼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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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메인 퀘스트 생성 23.02.10 42 2 10쪽
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6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3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2 1 13쪽
»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6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8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9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60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9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1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2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4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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