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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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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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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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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그 이가 지금까지 해먹은 돈이 천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하더구나.”

“사이비 종교 교주 수준의 비리사학인이었던 모양이네요.”


결국 남서대학 재단 이사장은 징역 9년을 선고받게 된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횡령 및 범법 혐의가 드러나 징역 3년이 별로도 추가된다.

이전 이사장의 사학 비리는 류지호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 재단 이사진이 그 대학을 인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

처음부터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좋지만, 의대를 유치하는 것이 문제다.

의과대학을 유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에.

때마침 남서대학이 의과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을지대(40명), 연하대(34명), 아주대(40명) 보다 많은 49명의 정원을 뽑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 경영은 엉망, 광주의 부속병원도 한 마디로 개판이다.

수련병원 자격 박탈 소문까지 지역 사회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여러 의미에서 의대 유치를 숙원 사업으로 꼽는 한국의 다른 학교법인들에게 남서대학은 아주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의과대학을 인수하려면 법적인 요건에 맞는 부속병원을 기부채납해야 한다더구나. 그때 부채가 없는 형태로 인수 대학으로 넘어가야 하는 모양이야.”

“병원 규모는 상관없어요?”

“300병상 이상이어야 한다더라.”

“혹시 외국에 있는 병원도 되요?”

“그것까진 모르겠다.”


미국의 JHO Foundation이 아프리카 대륙에 설립한 5개 병원 가운데 3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이 두 개나 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Mehali hospital은 북동부 아프리카 최대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류지호는 가온타운의 직원가족들을 위해 이천의료원을 확장하려고 했다.


“여주에 300병상 병원을 세워야할까요?”

“서두를 부분은 아닌 것 같아. 의대 인수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그 건은 누가 책임지고 있어요?”

“아라와 처남이 프로젝트팀을 꾸렸을 거야. 아마 올해 안에 의대 인수에 대한 대략적인 기본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의과대학은 대학병원 설립의 필수 요건이다.

병원사업을 모색하는 학교나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대상이다.

재벌들의 병원사업 진출 경로를 보면 모두가 의과대학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오성과 경일그룹 모두 병원 개원 시기 즈음해서 의과대학을 허가 받거나 대학을 인수했다.

경일자동차그룹의 경우 울산대학교의 원주인이지만, 서울아산병원 개원 바로 직전인 1988년 정부로부터 의과대학 신설을 승인 받았다.

오성그룹 또한 오성서울병원 개원 2년 후인 1996년 성균관대학교를 인수했고, 이듬해인 1997년 의과대학을 신설했다.

한국에서 의대는 대학 경쟁력과 가치 상승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시기 전국에는 41개 의과대학이 운영 중이다.

다만 1998년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을 끝으로 지금까지 신설된 곳이 전무하다.

때문에 부실교육으로 정부의 지원이 끊기고 심지어 사학비리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남서대학교과 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은 M&A 영순위로 지목되며 많은 루머를 뿌리고 있다.


“처남 말로는 남서대 인수가 확정된다면 단계별 지원 사항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한다더구나. 1단계에서 인수와 학교 정상화 등을 위해 400억 원을, 2단계에서는 의학교육 인증평가 및 교육시설 확보 등에 750억 원, 3단계에서는 향후 10년간 의료시설·지역 연계 시설 구축 등 500억 원 등 총 1,650억 원을 투입해야 할 것 같다고 해.”

“....음.”


류지호는 잠시 머릿속을 내용을 정리했다.

얼핏 듣기로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것 같지만.

류지호에게 부담되는 액수가 전혀 아니다.

올해가 지나면 류지호의 재산은 거의 두 배가 불어날지도 모르고.


“남서대 인수는 그것대로 진행하시고, 안 되면 아리울에 대학을 세우는 것도 대안으로 마련해 보라고 하세요.”

“다울재단이 그걸 모두 실행할 자금이 없어.”

“걱정 마세요. 아버지 아들이 올해 돈을 엄청 벌게 생겼어요. 서울대를 두 개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버니까 추진하는 걸로 하자구요.”

“.....!”

“돈을 많이 벌어도 문제에요. 어차피 세금 때문이라도 팍팍 써줘야 해요. 잘 됐어요. 남서대도 인수하고, 병원도 짓고, 아리울에 대학도 설립하죠 뭐. 스타트업이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하려면 임대료가 비싸서 쉽지 않을 거라는데 새만금에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볼까요?”


류민상은 아들이 두서없이 중얼거리도록 내버려두었다.

자신을 향해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있음을 알기에.

새만금 혁신지구에 대학 부지는 널리고 널렸다.

아리울에 기존 종합병원을 유치하느니 직접 개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능서면 일대에 한 2만 평 확보해야겠어요.”

“여주에는 더 투자 안하기로 한 것 아니었어?”

“여주읍, 이천시내, 가온타운 모두 시내버스로 20~30분 거리에 4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만드는 것이 좋겠어요.”


이 시기는 대학 설립이 무척 쉬웠다.

1995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 시행 때문이다.

교사(校舍), 교지(校地),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4가지 최소 요건만 갖추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지역 균형 같은 이유를 들어 대학 설립을 제한했었다.

학과의 정원을 채우는 것이 문제이지, 돈만 있다면 대학 설립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온갖 사학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아라에게 자세히 알라보라고 하마.”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죠.”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보고 가지 않을래?”


일행은 남여주 금강CC 바로 옆에 위치한 여주유통단지로 향했다.

한국 최초의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을 표방하고 작년 6월에 문을 연 뉴월드 계열 유통단지는 개장 전부터 장밋빛 환상을 앞세웠다.

아직은 지역 인프라와의 연계가 미흡해 개장한지 1년이 다 되어 감에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은 없었다.

그나마 아울렛 개장으로 고용창출이 일부 있었고, 아울렛 주변의 식당들의 매출이 조금 는 정도다.


“사업자가 진·출입로도 완전하게 개설하지 않았는데 무슨 가사용 승인부터 내주는지, 여주군은 대기업에만 그리 관대한지 모르겠다.”


류민상의 따끔한 지적에 류지호가 웃으며 대꾸했다.


“저희 가온도 대기업인데요?”

“그래도 너희는 세금 낼 사람도 여주로 많이 데리고 들어오고, 여주 토박이들에게 좋은 일 많이 하잖아. 나는 뉴월드가 여주에 상하수도처리시설이나 체육시설 기부채납했다는 말 못 들어봤다.”


고우찬이 슬쩍 끼어들어 말을 보탰다.


“그래도 일요일이라 사람이 좀 있는 거야. 평일에 오면 한산해. 이게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니 오히려 여주 토박이들한테 빈부격차만 느끼게 하고 위화감만 조성하는 것 같아.”

“제수씨가 명품 브랜드 싸게 살수 있다고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별로. 초장엔 아울렛만 들어서면 여주가 엄청나게 변화할 것처럼 요란을 떨더니 왜 요즘은 조용한지 모르겠고. 가사용 승인부터 받고 영업을 시작해서 지방세인 등록세를 여주군이 받지 못하는 것이나... 대통령 인수위에서 취·등록세 50% 감면이 운운하질 않았나...”


정의국 대통령인수위와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지 않았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임시가사용 승인을 내주고 영업하게 하는 것이 지방세만 감면해주는 꼴 아니겠어?”


비수도권의 딜레마다.

기업이나 사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뭔가를 내줘야 하니까.


“나는 이런 거창한 시설과 명품이 있으면 여주에 무슨 이익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

“이런 시설을 여주 지역에 어떻게 접목을 시켜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가 연구해야지. 그런 연구와 계획이 수립된 후에야 이런 대규모 시설이 들어와야 순서가 맞는 것인데.”

“하여간 탁상행정인지 구호행정인지.... 지역에 여러 가지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구축하지 못해. 이러니 여주가 인구도 안 늘고 계속해서 낙후된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거야.”


적어도 이천 남동부 주민들과 가온타운 주민들에게는 나쁘지 않다.


“온 김에 물류센터도 가볼래?”

“됐어. 사전연락 없이 가면 민폐야.”


2008년 7월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박스 처리능력을 갖춘 뉴월드마트 여주 물류센터가 개장할 예정이다.

2010년에는 가온 로지틱스가 그 기록을 깰 예정이고.


❉ ❉ ❉


- 한드는 막장, 일드는 과장, 미드는 긴장!


- 한드 맵고, 일드 심심, 미드 느끼!


- 한드는 쓸데없이 흥분, 일드는 쓸데없이 열심, 미드는 쓸데없이 진지!


- 한드는 안 봐도 스토리 알고, 일드는 봐도 모르겠고, 미드는 끝까지 봐야 안다!


- 한드는 아이들에게 망상을 싶어주고, 일드는 일상을 심어주고, 미드는 공상을 심어준다.


- 한드는 사람 냄새가, 일드는 생활 냄새가, 미드는 화약 냄새가 난다.


- 미드는 경찰이 나오면 수사를, 의사가 나오면 진료를 한다.

일드는 경찰이 나오면 경찰이 교훈을 주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교훈을 준다.

한드는 경찰이 나오면 경찰이 연애를 하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연애를 한다.


Flitter에서 한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미국 드라마를 비교해서 남긴 촌철살인들이다.

한국 드라마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들은 쪽 대본, 초치기, 막장, 불륜, 열악한 제작 환경 등 일일이 셀 수 없이 많다.


“그게 다 한국의 방송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변명이었다.

방송 종사자들은 미드나 일드처럼 일주일에 방송 한 편 만들면, 명품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영어권 드라마처럼 해외 판권 시장만 크다면 다양한 소재에 도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단 10년 후에나.

2008년 현재는 말도 안 되는 허풍이다.

누구보다 류지호가 잘 안다.

흔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 방송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한다.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을 드라마화 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 대중들은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흥행한 원작에, 흥행 PD에, 주연급 배우도 빵빵하지만, 부실한 대본으로 실패한 드라마가 한 둘이 아니다.


‘솔직히 성공한 TV시리즈에서 연출의 기여도는 한 10%나 될까....?‘


TV드라마 성공의 과반 이상은 작가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 속성이 그렇다.

드라마 PD가 좋은 대본을 망칠 수는 있어도, 나쁜 대본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TV시리즈를 봐도, 성공한 프로듀서들은 거의 대부분 작가 출신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획은 주로 작가들의 몫이다.

대본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작가이기 때문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연출자는 찍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초반부까지는 작가와 회의도 하고, 대본 수정도 하지만, 후반에 가서 쪽대본이 나오기 시작하면, 완성도는 오롯이 작가 혼자의 몫이다.

한국 방송 드라마의 80~90%는 작가가 직접 기획을 한다.

외주 제작사와 집필 계약을 맺고 대본과 기획안을 만들면, 이를 각 방송사에서 편성 심사를 한다.

통과되면 연출과 매치업이 이루어진다.

이미 드라마를 여러 편 성공시킨 연출자라면 작가에게 기획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흥행성과가 있고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연출이라면, 직접 찾은 기획안이나 원작을 가지고 작가를 찾기도 한다.

그래봐야 창작적인 부분의 주도권은 작가에게 넘어가지만.

미국의 TV 방송 분야 프로듀서나 제작자 가운데 작가 출신이 많다.

류지호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투자한 TV시리즈 <레니게이드>는 작가이자, 프로듀서이자, 배우인 스테픈 커넬이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했다.

그것이 트라이-스텔라TV로 들어와 공동제작을 했던 것.

스테픈 커넬은 <레니게이드> 이전부터 여러 편의 흥행 TV시리즈를 기획·제작한 작가이자 프로듀서였기에 무난하게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X-파일>, <CSI> 시리즈 역시 연출보다 대본의 역할이 컸다.

암튼 성과가 좋은 작가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기획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래야 주인공들도 자신 안에서 살아나고 대본에 대한 애정도 생기는 것이기에.

창작이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하게 된다.

창의성이란 것이 천재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다.

기발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천재성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평범한 사람이라도 주위의 일상을 꼼꼼히 관찰하고 걸러낼 수만 있으면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천재가 아님에도 위대한 작품을 내놓은 예술가가 수두룩하다.

창작자는 어찌 보면 인간의 삶을 수집하는 직업이다.

삶 속에서 혹은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좋은 작가와 연출가는 주위의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자신만의 서사로 편집해내는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삶들만이 기록 가치가 있을까.’


정말 뛰어난 감독은.

좋은 드라마 연출자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디테일을 포착해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거창하고, 거대하고, 대단한 것에 매몰되는 순간.

결국 실패하게 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서사를 만들 가능성이 한 없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준영이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류 감독, 진짜 할 수 있겠어? 가능해?”


주말을 여주에서 보낸 류지호가 월요일 오전에 서울로 올라와 외주드라마 제작사 ARAM 프로덕션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한 건의 드라마 계약을 체결했다.


“내가 드라마 연출하는 게 큰일은 아니잖아?”

“스케줄 때문에 그렇지.”


미드도 아니고 한국에서 드라마를 찍는다니.

최준영은 우려가 들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재욱이 데려와서 프로듀서 시켜야 하고, 송 작가가 대본을 기깔라게 뽑아줘야 돼.”

“김 피디는 무조건 붙여줄 거고. 송진한 작가 형은....”

“몇 년 전에 얘기 끝났어. 그 양반이 대본 쓰면 연출은 나더러 하라고 했어. 큰 문제없을 거야.”


90년대 초반 송진한 작가는 장기복역 후 출소한 조폭 두목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었다.

그 영화 제작현장에서 있었던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풍문으로 머물지 않고 고소고발 사건으로까지 비화됐다.


“그 시나리오는 내 게 아니었어.”


당시에 송진한은 각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자신이 쓴 스토리가 크게 훼손되어 조폭을 미화하는 시나리오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의 이름은 크레디트에서 빠지지 않았다.

제작진 입장에서 송진한의 이름값이 영화홍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자기도 드 팔머의 <Carlito's Way> 알지?”


당연히 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이고 류지호 개인적으로도 드 팔머 감독과 친분이 있다.


“저평가 된 영화라고 생각하죠.”

“아류 아니냐고 손가락질 한다고 해도 당시에 나는 상관없었어. 그 영화를 레퍼런스로 삼았다는 것에 어떤 부끄러움도 없었거든.”

“‘범죄는 내가 자초하지 않아도 늘 나를 따라다닌다.’ 유명한 대사죠. UCLA에 다닐 때 빈민가에서 마약 파는 녀석들을 극장으로 데리고 가서 그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하하.”


알프 제이 파치노(Alf J Pacino)는 많은 영화팬들이 좋아하는 배우다.

당시에 빈민가 청소년들은 파치노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기꺼이 류지호를 따라 나섰다.

<스카페이스> 같은 화끈한 갱영화를 기대했다.

웬 걸.

알프 제이 파치노는 무게감 있는 노년의 갱 두목(대부 같은)이 아니라, 시궁창 현실에 내몰린 한때 잘 나갔던 퇴물 갱 단원으로 나온다.

더 큰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발악하다가 부풀어 오른 풍선이 스스로 폭발해버린 <스카페이스>의 화끈한 토니 몬타나와는 너무나 다른,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현실 여건에 짓눌린 전직 갱단 노인으로 나온다.

얼핏 맥 빠지는 설정이다.

그런데 러셀 드 팔머 감독의 노련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깔끔한 느와르풍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개봉 때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많은 비평가들이 비평적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상업영화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에 씨네필 류지호와 태런티노 등 젊은 영화인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프랑스 영화잡지 Cahiers du Cinéma도 <Carlito's Way>를 호평한 바 있다.

러셀 드 팔머의 영화는 언제나 이중적인 평가를 받곤 했다.

한편에서는 그를 히치콕의 후계자라고 칭송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히치콕의 모방자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드 팔머가 이중적인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때는 <미션 임파서블>을 내놓았을 때 뿐.

웃긴 사실은 미국에서는 평가절하 당하지만, 유럽에서는 작가 대접을 받는 감독이란 것이다.

그렇듯 호불호가 갈리는 마니악한 감독이 러셀 드 팔머다.


“사실 <두목>은 완전 엉터리야. 고증도 엉망이고.”

“당사자가 직접 출연했는데, 고증이 엉망이라고요?”

“멋지게 보이려고 불리한 에피소드는 다 바꿨어. 끔찍하지.”

“그래서 살아있는 인물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죽은 인물도 마찬가지야. 지금도 이성만이나 박통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없잖아.”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면도 함께 그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실제 인물과 후손들이 달가워할 리가 없다.

실존인물의 사후에 제작된 영화의 경우 역시 유가족들이 상영금지 소송을 걸기도 한다.

송진한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는 사보이호텔 린치 사건으로 일약 전국구 주먹이 되어 전국구 3대 조직으로 이름을 떨친 양동이파 두목의 일대기였다.

소위 낭만파 주먹의 계보를 끊고, 속칭 조폭시대를 연 장본인으로 사시미칼(회칼)을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물론 양동이파에서는 그 같은 불명예를 동향 출신의 광산파 두목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칼부림을 한 것이 광산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둘 모두 틀린 주장이다.

한국의 조폭 세계에서 무기사용은 이전부터 흔했다.

해방정국 시기에는 권총이나 소총까지 사용해 상대 두목을 저격한 일도 심심찮게 이루어졌다.

건달세계에서는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존중해서 무기를 쓰지 않는 일대일 주먹 싸움만 했다고 한다.

후대의 미화다.

일제강점기부터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 시절에는 폭력배 사이에서 칼과 손도끼는 물론 총격전도 서슴지 않았다.

차라리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조폭들의 무기사용이 줄어들었다.


“김두한의 대한민청이 그랬고, 단성사 저격 사건은 또 어떻고. 일제강점기나 자유당 시절까지만 해도 조폭들이 불법으로 총기를 밀수해 암살을 벌이는 일도 꽤나 많았다고 해. 만약 우리 근현대사에서 알카포네 갱단이나 이탈리아 마피아, 멕시코 마약카르텔 같은 진짜 갱스터 느낌을 살리려면 그 시절을 묘사하는 것이 나아. 70~80년대 말고.”


충무로에서는 갱스터 필름 느와르 하면, 김두한 시절의 주먹싸움만 떠올린다.

정치권과 결탁한 폭력배들이 서로의 세력을 공격할 때 총격전을 벌인 사례가 여러 자료에 남아 있음에도.

한국의 폭력배들이 총기를 통한 테러행위나 암살을 하던 모습은 5.16 군사정변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치깡패들을 군대를 동원하여 대거 숙청한 것이다.

총기류 소지가 불법인 국내 실정법상 그 이후 폭력배들은 사시미, 쇠파이프, 각목 정도만 사용하는 수준이 되었고, 이마저도 삼청교육대,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그 세가 많이 줄어들었다.


“김포대교 다리 밑을 파보면 모르긴 몰라도 1개 연대가 무장할 만한 총이 나올 거라는 소문이 있잖아요.”

“류 감독도 그런 걸 알아?”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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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41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46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39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687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26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37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63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797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30 88 25쪽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68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41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40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19 8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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