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7,034
추천수 :
118,649
글자수 :
9,955,028

작성
24.02.17 09:05
조회
1,678
추천
83
글자
23쪽

오빠, 화이팅!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광고주협회가 비정기 조찬 회의를 열었다.

대기업 홍보담당자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주요 안건이 백원일보를 필두로 한 한국 신문들의 부수조작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회의에는 변호사까지 배석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광고활동의 질적 향상 및 합리화를 통한 광고산업 발전 도모, 기업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1989년 2월 8일 설립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광고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 언론매체별 발행부수 및 시청률 조사를 통한 광고환경 개선사업, 광고내용의 자율규제를 통한 광고윤리 정립 사업 등이다.

오찬 회의에서 각 기업 홍보담당자들에게 ‘사이비 언론인 유형’에 관한 질문을 담은 설문지가 배포됐다.


“가온그룹의 건의에 따라서 ‘사이비언론신고센터’를 열려고 합니다. 신고센터에서는 악의적 기사로 광고를 강요하는 매체뿐 아니라, 지위를 악용해 기업에게 협찬, 물품 등을 요구하는 언론인들도 제보 대상입니다.”


오찬에 참석한 홍보담당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언론 및 기자들의 횡포에 대해 설문에 성실히 작성했다.

대략 유형을 보면.


- 기업 왜곡·부정 기사 게재 또는 비보도 조건 광고 요구.

- 기획기사·광고형(특집) 기사 등을 빌미로 광고·협찬 강요.

- 세미나·시상식 협찬 요청 불응에 대한 보복성 보도.

- 포털 기사 입점을 빌미로 한 광고비 증액 요구.

- 매체의 영향력을 앞세워 협찬, 물품 등을 요구.

- 광고·홍보담당자에게 인신 모독, 명예훼손, 욕설 등을 일삼는 경우.


그 외에도 각종 갑질 사례들도 쏟아졌다.


“매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한 편집국장이 성수기 콘도 청탁은 물론이고 이용 후에 요금지불을 저희 회사에 당당하게 요구하더군요.”

“저도 어디 신문이라고 말씀은 못 드리는데... 저희 홍보담당자와 이름만 대면 아는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해놓고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더라구요. 그냥 먹은 셈 치고 코스 요리 계산을 해놓으라고 하더니 주말에 자기 가족과 뻔뻔하게 와서 식사를 하고 가더라구요.”

“제가 홍보맨으로 일하면서 매번 당황스러운 것이 언론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자녀 청첩장을 주는 겁니다. 들어보니까 기자들한테도 출입처에 청첩장을 돌리라고 국장급 간부들이 수시로 지시한다고 합니다.”

“아니 왜 언론사 회식자리에 저희 홍보맨들을 부르냐고요. 그것도 업무미팅이라고 뻔뻔하게 속이면서까지. 결국 저희더러 회식비용을 처리하라는 거잖아요. 홍보비 항목에서 업추비로 했다가 상관에게 된통 깨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건 약과 아닙니까? 아니 왜 지들 단골술집 외상값을 기업 업추비로 해결하냐고요.”

“홍보 차원에서 언론사에 제공한 제품을 정기적으로 요구하는 기자들은 어떻고요.”

“추잡스럽게 골프행사에서 골프채와 골프복을 달라고 요구하는 국장급 간부는 또 어떻고요.”


본래 공식회의 석상에서는 쉬쉬하던 이야기들이었다.

최근 부수조작 사안과 관련해서 가온그룹이 광고비 부당 청구와 관련해 소송을 시작하자, 그 동안 신문사의 갑질에 시달렸던 홍보맨들의 울분도 한꺼번에 분출되는 분위기다.

그 때문에 광고주협회 차원에서 대기업 홍보맨들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예, 예. 그래서 문제적인 행동을 일삼는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적극 대응하는 한편 사례들을 수집해 언론사를 옮겨 다니며 악의적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언론인의 뿌리를 뽑도록 할 것입니다. 센터에 제보하는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 보호될 겁니다. 많은 협조 부탁합니다.”


오찬 회의에서 대기업 홍보담당자들은 도가 지나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법적 대응을 논의했다.

보복을 걱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가온그룹 홍보담당자의 광고를 빼겠다는 으름장 정도는 애교였다.

부수조작과 관련해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반론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까지 과다 책정된 광고비를 반환해야 할 겁니다.”


가온그룹은 오성그룹 다음으로 백원일보에 광고비를 많이 쓰고 있다.

광고를 모두 해지할 경우, 또 일부 사업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손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

특히 그 광고비를 경쟁 보수신문에 몰아주기라도 한다면.

단숨에 언론지형도가 바뀔 수도 있다.

백원일보가 보수매체 맏형 역할을 빼앗길 수도 있단 의미다.


✻ ✻ ✻


백원일보가 가온그룹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신문법 관련 헌법소원을 내게 된다.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공적 기능과 사회 책임이 크기 때문에 소유 구조는 물론이고, 경영 활동에 관한 자료를 신고·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그 투명성을 높이고 신문시장의 경쟁 질서를 정상화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구독자와 광고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도 정당화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내용이다.


- 언론사는 일반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는 다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언론사는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공익적 기업이다.


딴에는 언론 코스프레를 해보지만.

일부 충성 독자를 제외하고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도리어 백원일보에 대한 광고 중단을 선언한 가온그룹이 폐간운동을 벌이는 이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 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이 벌이고 있는 광고 중단 운동은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신문사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행위다.


보수매체 ‘백제동‘은 광고 중단 운동을 넘어 폐간운동을 벌이는 이들에게 법적 대응을 불사했다.

한편으로 가온그룹이 제기한 소송에서 부수 조작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모르쇠와 정확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기본적인 판매 부수마저 속이는 백원일보가 어떻게 ‘정당한 경제활동’ ‘공익 기업’을 운운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소송을 진행하는 다온로펌 변호인단장이 한 말이었다.

참고로 이 소송은 무려 3년 동안 진행된다.

그 사이 온갖 것들이 법정에서 증명된다.

또 새로운 사실도 드러난다.

한국ABC협회장 중에는 백원일보 편집장 출신도 있고, 백원일보 출신 협회 부국장은 90년부터 10년 간 계속 판매 부수 실사에 참여해왔다.


“전관예우 분위기상 백원일보가 부탁하면 거절하기 힘들어 수치를 고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같은 증언도 나온다.

광고 중단 움직임에 가온그룹만 총대 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동참했다.

주로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언론사로부터 잦은 불이익을 받았던 중견기업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소송 기간 동안 4,000억 원에 육박하던 백원일보 매출이 반 토막이 나버린다.

본래 정부가 공기업과 산하 기관을 통해 광고비를 보존해주었던 관행이 있었는데, 금융위기로 백원일보를 도와줄 수 없게 된다.

금융위기 여파로 날로 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자, 백원일보와 동양일보는 구조조정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 노조가 들고 일어선다.

백원일보 노조는 언론인노조 사이에서도 환영을 못 받는 존재다.

언론인노조의 미온적인 협조로 인해 회사와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류지호의 비수(匕首)라고 할 수 있는 조준열 실장은 대서양개발, 경남에너지, 일수방직, 썬앤컴퍼니, 코리아호텔 등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 할 것이라는 소문을 증권가에 퍼트린다.

이들 기업들은 백원일보 사주 집안과 혼맥으로 얽힌 기업들이다.

방계 가족 사돈 기업 몇 곳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한다.

비자금 관련 검찰 내사를 받기도 하고.

사돈이 소유한 언론사 문제로 애꿎은 기업과 혼맥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

그런 일이 3년간 이어진다.

백씨 집안과 인연을 끊기 위해 이혼소송까지 불사하는 사돈 집안도 나타난다.

가장 큰 한방은 금성그룹이다.

금성그룹은 알게 모르게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과 여러 사업이 얽혀 있다.

게다가 조준열 실장은 범 금성가문과 대서양그룹을 집중적으로 압박한다.

결국 금융위기를 핑계로 백원일보에 지출하던 광고비를 대폭 축소한다.

조준열의 공작팀은 공매도 수법을 활용해 백씨와 사돈 가문 회사 주가에도 장난질을 친다.

NeTube도 적극 활용된다.

백원미디어그룹의 차기 후계자의 마카오 카지노 도박 영상이 NeTube를 타고 떠돈다.

또한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과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백원일보 현 회장의 몰래카메라까지 떠돈다.

계정정지와 새로운 계정으로 업로드가 반복된다.


“가온이 한국의 언론매체를 통제하는 방법을 하나 제시한 셈이군.”

“정부도 세무조사니 비자금 검찰조사니 시끄러운 방식을 쓸 것이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공기업을 통해 집행하던 광고비 가지고 딜을 하면 되겠어.”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언론중재위로 갈 것이 아니라 곧장 법원에 민사소송을 거는 것도 한 방법이지.”

“가온에서 백원일보 기자 120명에게 각각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며?”

“400명 기자 중에 120명이니 그 사람들이 법원 들락날락거리느라 취재도 제대로 못 할 거야.”

“기사의 질이 형편없어지겠군.”

“언제 걔들이 발로 뛰면서 취재해서 기사 썼나?”

“하긴 우리가 주는 보도자료 베끼는 것 말고는 재주도 없는 자들이지.”


대기업 홍보맨들이 이야기 한 것처럼 백원일보 기자들은 오랜 시간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다녀야 한다.

노조는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당한 소송이기에 재판비용을 백원일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회사가 들어줄 리가 없다.

퇴사하는 기자가 속출한다.

받아주는 언론사가 없다.

가온그룹에 단단히 찍힌 것을 알기에 어떤 언론사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또한 기자 관련 소송에서 아네모네 & 컴퍼니 계열사에 경품 협찬 강요 및 협박이 담긴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되기도 한다.

당연히 그 파일은 지상파와 YNTV를 통해 고스란히 대중에게도 알려진다.

가온그룹(과 류지호)은 백원일보 및 기자와의 각종 소송전에 300억 원 이상을 쓴다.

백원일보는 기자 개인에게 소송비를 모두 떠넘기고.

기자들은 취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찰, 검찰, 법원을 들락거려야 한다.

개인 신상정보까지 인터넷에서 낱낱이 공개된다.

기자들은 소송비 부담부터 신상털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42명의 기자가 백원일보를 떠나 영원히 언론계와 이별하게 된다.

심지어 신입 기자나 경력직 기자도 제대로 수혈 받지 못한다.


“미쳤어. 백원에 들어가게? 거기서 가온 관련해서 기사 한 줄 잘못 쓰면 당장 신상 털리는 건 기본이고 소송비로 몇 억 깨질 각오해야 하는데?”


한동안 언론계에서 떠돌게 되는 말이었다.

사실 가온그룹의 방식은 정상적인 대응은 아니다.

다소 비열한 면이 없지 않다.


“오물을 치우기 위해 저희도 오물을 묻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수 삼대장 ‘백제동‘만 나쁘고 ’경계오’는 마냥 정의롭기만 할까.

류지호가 보기에 둘 다 똑같다.

부수조작에서 진보성향 신문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강도만 약하지 기업에게 갑질 하는 것도 똑같고.

이전 삶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한동안 한국사회는 극심한 갈등에 휘말렸었다.

그 당시 언론은 패를 명확히 나눠서 서로의 진영을 열심히 응원했다.

극심한 갈등이 있어야 돈을 버는 산업.

바로 언론 산업이다.

일명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로 남은 것은 상처와 허무함밖에 없었다.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뉴스에 겁을 먹고 언론에 부화뇌동한 시민을 탓할 일이 아니다.

언론이 반성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광우병에 대한 사실에 입각한 접근과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반정부 투쟁에 더욱 몰두했고, 반대 진영은 정권의 입장에서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과학적인 논리나 본질을 꿰뚫는 의견은 모두 묵살되었다.

대한민국은 과학적 사실도 언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춤을 춘다.

정치에 오염된 전문가가 오히려 사회를 망가뜨린다.

언론이란 매개체를 통해서.

언론이 전문가의 의견을 오독하거나 입맛대로 편집해서 독자를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모교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전쟁 참전용사 자녀 평화캠프 준비에 전념하도록 해.”

“진짜 미국 소 안전해?”

“매번 가는 식당마다 주방 위생 확인하고 음식 먹어?”

“그거 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 광우병 소를 어떻게.....”

“연간 전 세계적으로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한 백 명?”

“40만 명 조금 넘어.”

“그렇게 많아?”

“WHO가 발표한 내용이 그래. 매년 6억 명이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다고 하더라.”


물론 주로 사망자들은 아프리카 대륙과 동남아에서 발생한다.

중국도 빼놓을 수 없고.


“식중독으로 그렇게 많이 죽는 건 안 무섭고.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광우병 인간 전파는 무지하게 무섭다 그치?”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아서 더 무서운 건 아닐까? 식중독은 이미 위험성을 알지만 광우병은 전혀 모르잖아. 미지에 대한 공포 뭐 그런....”

“광우병보다 언론이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을 선동하는 현실이 더 무서워. 마치 중세시대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카더라 소문에 벌벌 떨면서 집단 공포 최면에 걸린 것 같잖아?”

“오빠는 강남좌파 아니었어? 왜 냉소적인데?”

“리버럴이거든.”


강남 좌파라는 표현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월간지 <인물과 사상> 2006년 5월호에서 ‘강남 좌파 : 엘리트 순환의 수호신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처음 등장했다.

책에서 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않은 이들을 강남좌파라고 정의했다.

미국에서는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라고 표현하는데, 류지호는 리무진 정도가 아니라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프라이빗제트기 좌파라고 할 수 있다.

권력·금력까지 마음껏 누리면서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받는(?) 이른바 ‘상징 자본’까지 가진 진보주의자.


“아무리 내 오빠지만 진짜 재수 없어! 가난해도 세상을 향해 큰소리치면서 사는 맛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그런 ‘도덕적 우월감’까지 상류층이 누린다는 건 너무 불공평해.”

“네가 그런 말 할 입장이냐? 넌 프린세스 진보주의자거든.”

“내가 무슨 공주야!”


여동생의 반발을 무시한 류지호가 제 할 말만했다.


“앞으로 한국의 운동권 세대든 기득권 후손이든. 여야, 진보-보수의 차이는 별로 없어질 거야.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과는 달리 먹고사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사람들이 정계 진출을 시도하게 되니까. 앞으로 한국에서도 부자들이 주로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이 시기까지만 해도 농부도 노동자도 자영업자 문화예술계 인사도 비례대표라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아니다.

법조인 출신, 보좌관 출신의 직업 정치인, 학벌 좋은 시민사회운동가, 고연봉 공무원 혹은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 같은 중산층 이상 시민들이 진보와 보수 양 진양을 불문하고 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한국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최소한 중산층 이상으로 구성된 국회와 행정부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법률과 정책에 따라 삶을 영위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이 정치를 못하는 미래는 너무 암울할 것 같아.”

“가난한 사람이 정치를 못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들이 기득권이 되었을 때가 문제가 되겠지.”

“하긴 가난한 형편에서 박봉으로도 소명의식 가지고 NGO 하던 작자들도 어는 순간 기득권이 되더라. 결국 진보진영에서 도덕적 우월성이나 서민 정서가 사라지게 될 것 같아.”

“부자는 왜 좌파가 되면 안 되는데?”

“부자는 서민노동자 계층의 타도 대상이니깐?”

“중국 공산당이나 북유럽 사회당 의원 중에도 부자가 널렸는데?”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나쁜 거잖아.”

“공산당이 나쁘겠냐, 공산당이란 체제와 이념선동을 통해 부를 독식하는 이들이 나쁜 거냐?”

“뭔가 말장난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결국 부의 분배가 문제가 아닐까. 부자가 나쁜 게 아니라 그가 버는 만큼 정직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는지가 문제 아닐까? 민주주의 정부든 사회주의 정부든 그렇게 모은 세금을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절히 배분하고 분배하면 그 이념들이 추구하는 이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겠지. 암튼 어디 가서 어릴 때 가난했네, 순수했네 위선 떨지 마. 강남좌파 주제에 서민입네 도덕적으로 우월하네 하는 순간 그런 꼴값도 없으니까.”


류아라가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


한국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더는 좌우의 이념싸움도 아니고, 진보-보수의 싸움도 아니게 된다.

기득권 엘리트들의 보다 나은 권력과 부를 차지하기 위한 패싸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 싸움에서 대중들은 도구와 명분이 될 뿐이고.


“오빠는 어릴 때부터 모든 종류의 신문을 다 봤잖아. 보수 신문도 좌파 신문도 읽고. 중도 성향의 신문도 읽고. 잡탕으로 읽는 이유가 있어?”

“많은 신문들이 담백한 기사보다 스토리텔링이 가미되거나 기자 개인적 의견이 묻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사실만 담백하게 서술된 보고서만 보지만. 때로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해석과 분석이 궁금해서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참조하기도 하고. 같은 사안을 두고 언론사마다 논조가 다르니까.”

“보면 참 오빠는 힘들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아.”

“대기업을 소유했거나 이끄는 이들은 다 그래. 오성그룹 회장이라고 해서 자기 사돈네 신문만 읽는 줄 알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우리나라 신문은 절대 참조 안할 걸.”

“주로 빨아주는 내용이 전부일 텐데 뭐 하러 읽어보겠어.”

“그렇긴 하지.”


류아라 류지호의 눈앞에서 야무지게 주먹을 말아 쥐어 보였다.


“힘내, 큰오빠, 파이팅!”

“시끄럽고!”


류지호가 류아라의 주먹을 감싸 쥐고 끌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매제한테 바쁘지 않으면 나 좀 보자고 해.”

“누가 매제야!”

“갈 데까지 다 갔다며?”

“...누, 누가 그래! 영진씨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하지. 그래두.”

“심성도 그렇고 가정교육을 제법 잘 받은 청년이더라. 오빠는 니들 결혼 반대 안 해.”

“.....진짜?”


류지호가 오랜만에 류아라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 ❉ ❉


다음 날 아침 댓바람에 권영진이 여주로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예. 예?”

“오랜만이지 매제?”

류지호가 부르는 호칭에 권영진이 안절부절 못했다.


“아침은?”

“급하게 오느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류아라가 따라나서려고 했다.


“아라는 빠지고.”

“왜?”

“매제하고 사업 얘기 좀 하게.”


여동생을 부모님댁에 떨어뜨려 놓은 류지호는 유력한 매제 후보를 데리고 여주와 이천이 맞닿아 있는 시골에 위치한 한식당으로 향했다.

오래된 전통 기와집 식당, 넓은 마당, 독립된 별채까지 있는 한식당이다.

하남시의 마방집에 비해 그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주, 이천 인근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필수 코스 같은 곳이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정식이 나왔다.


“반주 한잔 해.”

“운전을....”

“경호팀에 데려다 주라고 할게.”


권영진이 류지호가 따라주는 술을 공손히 받았다.


“매제가 나중에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게 되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영수업 중이지?”

“아버지가 세운 비료회사를 잘 경영해서 세계 최고 비료회사는 못 되더라도 한국에서는 제법이란 소리는 듣고 싶습니다.”


류지호가 대뜸 본론을 꺼냈다.


“아프리카 한 번 진출해 볼래?”

“.....아프리카 말씀이십니까?”

“가온 산하 계열사가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에서 현지법인을 통해 농사를 짓고 있어.”

“농업에도 진출해 계신지는 몰랐습니다.”

“한국의 회사는 껍데기만 있어. 실제로는 아프리카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지. 매제도 알잖아 대기업이 농업회사 차렸다는 게 알려지면 난리 나는 거.”

“내년에는 농민이 아닌 기업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것 같습니다. 법안이 몇 개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선진국에서 농업에 관심이 높아졌다.

각 국가들이 앞 다투어 농업개혁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농업이 사양화 길을 걷게 되자, 기업의 농업 진출을 장려하고 나섰다.

노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농업법인의 수가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42%에 불과하고 농업 경작 면적이 비슷하다.

그런데 농산품 수출은 세계 2위다.

대학과 농업기업 그리고 농민들이 연계해 각종 신기술을 농사에 적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일각에서도 ICT 기술을 농업과 접목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금성그룹이 농업법인을 설립하려고 하자, 농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셌다.

대기업이 하다하다 농사마저 집어삼키려고 한다면서.


“33%로 제한됐던 비농업인의 농업법인 출자 제한을 90%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서 규제 완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농업법인의 임원 중 1/3 이상이 농민일 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것 같이 규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농민들하고 교류가 많다고?”

“농촌 지역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가보는 편입니다.”

“가온타운 인근에서 농사짓는 어르신들 말 들어보면, 농민의 친구라고 알고 있던 농협이 고리대금업자나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

“아, 일부 농협이 솔직히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하면 손해 보는 나라가 한국인 모양이다.

정직하게 대출금을 상환하는 농민을 상대로 지역농협들이 일반대출 금리를 시중 은행보다도 더 높게 받기도 한단다.


“지역농협도 툭하면 비리가 터지는 곳 중 한 곳이지. 암튼 나는 한국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어.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부 국가 또 연해주에 관심이 많지.”

“혹시 어느 정도 면적을 임대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정확하게는 몰라. 탄자니아는 일산 호수공원 세 배 정도 면적 정도라고 얼핏 들은 것 같고. 에티오피아는 현재 논의 중인데 일산 신도시 면적 쯤 될 것 같아. 여의도보다 클 거라더라.”


권영진이 젓가락질을 멈췄다.


“.......!”


탄자니아에서는 최소 30만 평을 에티오피아에서는 80만 평 이상이란 소리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2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2) +2 24.02.27 1,575 82 23쪽
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608 83 25쪽
780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 +11 24.02.24 1,690 80 27쪽
779 고마워요. 내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서. +7 24.02.23 1,671 83 23쪽
778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2) +4 24.02.22 1,615 79 23쪽
777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2 24.02.21 1,660 74 20쪽
776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 24.02.20 1,676 74 23쪽
775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5 24.02.19 1,662 83 23쪽
» 오빠, 화이팅! (3) +5 24.02.17 1,679 83 23쪽
773 오빠, 화이팅! (2) +6 24.02.16 1,594 84 22쪽
772 오빠, 화이팅! (1) +5 24.02.15 1,668 77 27쪽
771 복댕이! +9 24.02.14 1,675 90 25쪽
770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7 24.02.13 1,598 88 25쪽
769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2) +3 24.02.12 1,662 84 27쪽
768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8 24.02.10 1,677 89 22쪽
767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4 24.02.09 1,662 80 26쪽
766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7) +7 24.02.08 1,658 84 29쪽
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41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46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39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687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25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37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63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797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30 88 25쪽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68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41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40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19 87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